하예린은 내친구 반쪽이 시리즈 6
최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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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가족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재미있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이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솔직하게 그대로 그려져 있는데도 재미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은 (주로 여행기) 따로 그런 제목으로 묶어 책으로 나와있다 (파리 여행기, 오지 여행기 등).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라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써도 그렇게 재미있을까?  그럴 것이라고 확신 못 하겠는 것은, 아마도 하예린 가족은 평범해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하지 않다는 뜻?
우선, 하예린의 아빠이자 이 책의 저자인 최정현 (반쪽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에게서는 대부분 대한민국의 남자, 가장이 갖는 권위 의식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여자는 이러해야 한다, 남자는 이러해야 한다, 딸은, 아들은...이런 틀에 박힌 의식 대신에, 가정과 일이라는 두 토끼를 쫓고 있는 아내를 대신해 딸의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주고 자신의 작업에 딸을 참여시키며, 명절에 시댁가느라 고속도로에서 시간 버리고, 여자들은 부엌일에 매이는 풍습을 버리자고 주장하며, 명절과 상관없이 5월의 어느 한주 일요일을 잡아 온 가족이 집 밖의 어느 장소에서 다 모이는 처가의 전통을 주장한다. 학원 숙제에 대해 딸 하예린과 이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자.
"아빠는 내가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가 안 좋아?"
"공부라는 것이 능동적인 것이 있고 수동적인 것이 있는데 학원숙제는 수동적인 공부잖아."
"그래서?"
"하고싶지 않은 것을 부모를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보기가 안좋아."
"호~"
"아빠가 원하는 것은 하예린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미친듯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몰두해서 온몸을 불 사르듯이 하라는 거지?"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어."
"미치다니?"
"남이 보기에 미친 듯이 노력해야 원하는 곳에 도달 할 수 있다는 뜻이야."
"어떤 것을 하든 간에 관계가 없어?"
"관계 없지. 오히려 그 누구도 안한 것을 하면 더 좋지." (본문 191쪽)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식에게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부모가 될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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