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니 뭐니, 춥다고 해서 잔뜩 껴입고 나갔더니 하나도 안추웠다.
오후 1시에 집을 나서 서울갔다가 돌아온 시간이 밤11시.
숙제 잔뜩 떠안고 돌아오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는지 달도 한번 안쳐다보고 걸어왔구나.
오고 가는 버스에서 잠을 자서 그런가, 잠이 손톱만큼도 안온다. 내일도 아침 일찍 나서야 하는데.
모르는 사이에 KBS 1FM에 새로운 주말프로그램이 생긴 것을 보고 다시듣기로 들으며, 오전에 답신을 못한 이메일을 보고 있다.
달력에 일정표를 적으면서 머리속으로는 해남 미황사에 가보고 싶다는, 꼭 가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봄기운이 확 돌기 전, 아직 쌀쌀한 기운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진다. 달력에 적고 있던 할일들 만큼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도,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하지 않고 밥벌이의 고마움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잠 안 오는 밤이 그닥 괴롭지 않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어제 아는 분이 인용해주신 말씀을 오늘 일기의 제목으로 적어본다.
소리가 없으면 잠들기 어렵다.
아래의 것은 그래서 주문한 시낭송 CD 인데 파란대문 표지 그림부터 마음에 들었다.
사랑,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봐야할 것도 못보는 힘!
오늘 배송되어 온다고 하니 오늘 밤부터 시를 들으며 잘 수 있겠다.
위의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은 일할 때 들으며 하려고 샀다. 워낙 생각이 흩어지기 쉬운 짧은 집중력의 소유자를 위한, 한 자리에 오래 붙들어 매어놓기용.
이건 내일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