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독설 1 -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디자인과 색깔때문에 아마 그 서가를 지나는 사람들은 다 한번씩 눈길을 보낼 것 같은 책이다. 나 역시 그랬다. 누구의 무슨 책인가 하고 봤더니 인기강사 김 미경이 또 책을 냈다.
언젠가 그녀가 방송에 나와 열심히 강연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수다스럽고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자칫 고개를 돌려버릴 수도 있게 하는 그 말들이 틀린 말 하나도 없구나,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꼭 필요한 말들이구나 감탄하고 있었다. 급기야는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라는, 역시 내용을 평가절하할까 염려되는 제목의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기까지 했다. 웬만하면 다 읽은 후 쌓아두지 않고 처분하는 나인데, 아직도 내 책꽂이에서 버티고 있는 책들 중 한권이기도 하다.
이건 여자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가 없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다 겪는 문제야, 그냥 이고 지고 사는 수 밖에, 부모 탓, 나라 탓, 조상 탓, 여자로 태어난 탓, 직장 잘못 택한 탓, 언젠가 그 모든 불만 사항들이 내 의지, 내 노력과 상관없이 또한번 확 바뀌어서 나도 '이 편한 세상' 외치며 살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게 전부인 우리 보통 사람들. 누구나 그러며 살리라 했는데 그 모든 불평 불만의 중심엔 '내'가 있다는 것은 왜 잊는 것인지.
어제 책 내용 중에서 제일 눈에 들어온 한 문장을 뽑으라면 지극히 평범한 이 한 문장이다.
'내 꿈을 이루는게 내 인생의 목표'
당신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뚜렷하게 자기 꿈이 무엇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단다. 특히 결혼한 여자들의 경우 내 꿈은 사라지고 내 꿈이었던 자리에 모두 자식을 앉혀 놓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내 자식이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 가서, 성공한 삶을 사는것, 그렇게 만드는 것을 나의 꿈의 자리에 앉혀 놓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내 꿈을 실현시키느라 온갖 갈등과 걱정, 마음졸임, 안절부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여자는 결혼 후의 선택이 진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그 선택, 우리는 매일 하고 살아야 한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한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진짜 선택을 해야 할 일은 결혼 후에 온다는 말을, 아마 결혼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본 여자라면 무슨 소리인지 금방 알것이라 생각된다.
'배우면 내 것, 안 배우면 남의 것'
지금 그거 배워서 뭐하게? 이거 지금 배워서 써먹을 데가 있을까요?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다. 심지어는 30대 초반의 후배로부터 곧 결혼도 해야하는데 이제 시작해서 뭐하냐는 말을 들을 때에는 참 안타까운 심정이다. 서른이 아니라 오십, 육십이 되어서도 뭔가 배우고자 하는 마음, 시간 없다 핑계대지 않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시간 없어 못한다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새벽 여섯시에 나 건드리는 사람 아무도 없다고.
'아이디어는 경험에서 나오지 책상에 멍하니 앉아 있어서는 절대 안 나온다'
하던 일 다 그만 두고 집에 차분히 앉아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면 아이디어도 더 잘 떠오르고 금방 글 한편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작가가 꿈인 후배에게, 생각은 가만히 한 장소에 머무를 때보다 오히려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을 때 떠오르는 경우가 많더라고 나의 경험을 얘기해 준 적이 있다.

나이를 막론하고,재미 삼아서라도 한번 쯤 들춰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막연하게 생각되던 문제, 남의 일 같던 문제들, 책 속에서 보는 문제들이 바로 내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에게, 남편에게 내 꿈을 양보하는 것이 진정한 양보인지. 그것이 과연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이타심에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책임과 용기를 포기하는 쪽을 '내가' 은연중에 택한 결과인지 잘 생각해볼 일이다.

꿈이 있어야 꿈이 이루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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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7-1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미경의 책 아트 스피치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녀의 글을 읽으면 열정이란 두 글자가 참 크게 다가와요.

님도 꿈이 있으실꺼 같은데....

hnine 2011-07-11 05: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도 있었지요.
피아노 학원 선생님 시절에도 인기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하던데 지금 직업이 그녀의 적성과 딱 떨어지는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되어요.
저도 꿈이 있긴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그건 반성감이어요 ㅠㅠ

마노아 2011-07-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있어야 꿈이 이루어지지.
정확한 문제진단과 해법이네요.


hnine 2011-07-11 05:20   좋아요 0 | URL
특히 결혼한 여자의 경우 꿈을 물으면 자식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요. 어제 TV 어느 프로그램에서 일흔 되신 할머니께서도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싶고, 영어 공부도 하고 싶고 못배운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내 꿈. 이것 저것 그때 그때 나열하기 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7-1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TV에서 보면서 참 대단한 여자다 생각했어요.
태몽을 꾸며서 들려준 그 어머니는 더 대단하다 생각했고요.^^
결혼 후의 선택이 진짜다~~ 이 말은 정말 진리 중에 진리!!

hnine 2011-07-11 05:21   좋아요 0 | URL
저도 그 태몽 얘기 기억나요.
순오기님도 인정하시지요. 결혼 후의 선택이 진짜다! ^^

비로그인 2011-07-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흔들리는 30대.
왠지 이 단어들이 맘에 콕 박힙니다. ㅎ

우리사회가 점점 가속화하고 있어서일지, 뭔가 걱정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꿈.
소박하나마 꿈이 있었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봅니다. ^^

hnine 2011-07-11 05:35   좋아요 0 | URL
꿈을 너무 거창하게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 나를 지탱해줄 수 있을 무엇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른 사람의 꿈에 맞출 필요도 없겠고요. 그러고 보니 정말 꿈이 있어야 꿈이 이루어지지 라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저 30대에도 참 많이 고민하고 흔들렸던 것 같아요. 그때 꿈꾸던 것과 아주 많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또 지금대로의 꿈이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늘바람 2011-07-1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말을 넘 재미있게 해요 표정도 재미나요 그러면서 공감이 가고요

hnine 2011-07-11 05:3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일단 재미있어야 사람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들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책도 엄청 많이 읽는대요. 하루에 한권은 읽는다고 하네요.
약간 과장되고 수선스럽기는 하지만 분명히 새겨들을만한 일침이 되더라고요. 예전 책에서 105동 304호이던가, 그런 제목의 글이 있었는데, 아침 먹고 아이 학교 보내고 어느 한집에 모여 커피 타임 가지면서 오전 시간 다 보내는, 그런 아줌마로 살지 말라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하늘바람 2011-07-11 13:23   좋아요 0 | URL
아 전 그런 아줌마로 살고 싶은데 못살아서 속상한데요^^

섬사이 2011-07-11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분 이름이 김미경이었군요.
저도 TV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말을 참 재미있게 잘 하더라구요.
'흔들리는 30대를 위한'이라니, 40대가 펼쳐보면 좀 민망할까요? ^^
'서른이 아니라 오십, 육십이 되어서도 뭔가 배우고자 하는 마음, 시간 없다 핑계대지 않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라는 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hnine 2011-07-11 15:53   좋아요 0 | URL
30대로서 흔들림은 다 끝났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물론 40대, 50대 되어 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배움에 대한 의욕은 자기 발전에 대한 의지와 통하는 것 같지요? 배우고 싶은게 아직 많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앞으로도 그 마음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섬사이님도 그러실거라 생각합니다 ^^

무스탕 2011-07-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면 내 것, 안 배우면 남의 것
맞아요. 뭐든 배워서 손해보는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생각은 하는데 실천이 따라주지 않아서 문제지만요;;;
저도 환갑때 서예작품 개인전시회를 하겠다는 기찬 계획은 세워 놨는데 글은 언제 연습하고 언제 쓰나.. ( ") 이러고 있어요;;;

hnine 2011-07-11 15:54   좋아요 0 | URL
와우, 무스탕님. 그렇게 멋진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니. 저도 뭔가 이벤트를 생각해봐야겠어요. 남이 마련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스스로 마련하는 이런 이벤트, 정말 굿 아이디어입니다. 서예 작품 전시, 말씀만 들어도 품위가 느껴지는걸요? 꼭 이루실겁니다 ^^

2011-07-13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7-11 15:55   좋아요 0 | URL
바빠도 할 수 있어요 ^^
지금 많이 바쁘지 않으니 물론 할 수 있습니다.

춤추는인생. 2011-07-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 보면 일하기 힘들어 결혼을도피처이자 안식처로 생각하며 후닥닥 서두르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생겨요. 남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기도 하지요. ㅎㅎ저도 정신차려야 겠어요.
결혼후의 선택이 진짜다. 저도 이말 꼭 새겨들을께요.

hnine 2011-07-12 13:22   좋아요 0 | URL
이런. 요즘은 결혼 해도 일할 생각 접으면 안될텐데요. 육아의 문제로 잠시 유보하는 것은 몰라도요.
결혼 후엔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많아지거든요. 그때 후회없을 선택을 할수 있으려면 생각을 잘 해야겠지요.
춤추는 인생님은 은근히 강단있고 다부지지 않나요? 하고 싶은 일을 꼭 이루실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