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 (Hardcover)
Park, Linda Sue / Arthur a Levine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Linda Sue Park이 관여한 책들을 하나 하나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이게 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표지 그림은 카메라이다. 제목의 Click은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 우리 말의 '찰칵'이라고나 할까.
열명의 작가가 각자 한꼭지씩 담당하여 열 편의 작품이 열개의 챕터로,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는 책이다. 
사진기자였던 할아버지 Gee는 손주인 Maggie와 Jason에게 특별한 유물을 남기고 죽는다. 사진을 찍느라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했던 할아버지가 각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일곱개가 담긴 상자는 Maggie에게 남겨지며 그 조개껍데기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주라고 부탁한다. Jason에게 남겨진 것은 할아버지가 쓰던 카메라와 여러 장의 사진들. Maggie와 Jason은 할아버지로 부터의 이 유물과 유언의 의미가 무엇일지 의아해하는 것이 이 책의 첫 chapter의 내용이고 Linda Sue Park이 집필한 부분이다. 이후로는 할아버지가 남긴 사진과 연관된 인물들이 각 chapter의 제목이 되어 각기 다른 작가들이 맡아 쓰고 있는데 이들 작가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Nick Hornby도 포함되어 있다.
할아버지가 찍은 사진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적인 면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인종, 국적을 막론한다. 몸에 비늘이 돋아 있는 선천적인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 Annie, 일곱 번째 탈옥은 꼭 성공하고 싶다는, 러시아에서 만난 어린 죄수 Lev, 경기장 근처의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소년 Vincent, 2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잃고 형마저 필리핀의 전쟁터에서 다리를 잃고 돌아와 구걸하여 생활해야할 처지에 놓인, 미국을 미워하는 일본 소년 Jiro, 성장한 Jason이 개인적인 트라우마에 갇혀 세상과 벽을 두고 있는 여자 아이 Jasmine의 사진을 찍으면서 그녀로 하여금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게 하는 이야기,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기억이 자꾸 희미해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할아버지가 비틀즈처럼 노래를 남기고 갔다면 매일 들으며 할아버지를 잊지 않을 수 있었을거라는 Maggie의 이야기.
각 chapter의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연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해가며 읽는 재미는 단순히 재미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서로 물고 물리며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하고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의미도 떠올리게 한다. 제일 놀라왔던 것은 아홉 째 chapter인 Afela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였다. 할아버지가 남긴 사진 속의 인물들은 대개 과거 혹은 현재의 인물들이었는데 이 chapter에서는 2030년, 즉 미래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손녀인 Maggie는 그녀대로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손자인 Jason에게는 할아버지의 죽음은 특별한 상실감을 남긴다. Jason은 Maggie와 달리 입양아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의 끈마저 떨어진 후 마침내Tobago란 섬으로 친아버지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려던 때 뒤늦게 발견한 할아버지의 편지가 Jason의 생각을 바꿔 놓는다. Dear Jason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의 내용이 무척 감동적이다. I am sorry란 말로 시작되는 구절이 계속 반복되는 이 편지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제이슨에게

내가 너의 친할아버지가 아닌 것이 유감이구나. 내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것도 유감이고 말이야. 네가 만약 Tobago로 떠난다면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지금의 네 엄마가 얼마나 슬퍼할까 생각하니 그것도 유감이구나. 아마 남은 식구들은 그들이 너에게 혹시 무얼 잘못한 걸까 생각하겠지.
네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렴. 우리는 너에게 사랑과 음식과 살곳을 주었는데 너는 지금 그것들을 모두 져버리고 너를 내치고 떠난 너의 아버지를 찾아가려고 하는구나. 네 가족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네 아버지를 찾는 방법은 없을까?
너를 사랑하고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네가 지금 서 있는 길, 그리고 그 길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렴.

 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언젠가 Jason에게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편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미래엔 이 책의 어느 chapter에서 묘사된 것 처럼 사진이라는 것이 단지 진부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더 멋진 매체가 등장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편하게 찍고 있는 사진 속에 이렇게 평소 미처 생각 못했던 의미들, 그리고 관계들이 담겨질 수 있다는 것을, 열 명의 작가들은, 그들의 개별적인 작품들이 보여주는 연관된 의미와 관계를 통해 독자에게 몇배의 감동와 여운으로 전해주고 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결국 따로따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주제, 그리고 이 책 마지막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국제 인권 협회에 대한 소개는 이 책의 취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해주고 있었다.

우리 나라의 더 작가 모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에서 여덟 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낸 책 <박 순미 미용실>, 그리고 바람의 아이들에서 펴낸 <가족입니까>라는 소설이 잠깐 떠올랐다. <박 순미 미용실>은 여덟 편의 작품이 인권이라는 주제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책 Click과 달리 작품들 사이에 다른 연계성은 갖고 있지 않은, 독립적인 작품 모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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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1-04-29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재밌겠는데요? 읽어봐야겠어요!

hnine 2011-04-29 18:02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면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참 많아요. 사진 속의 인물도 그렇지만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하는 것도요.
이 책에서 사진기자 출신 할아버지가 찍은 모든 사진들의 주제는 '인권'이랍니다. 멋진 책이어요. 권해드립니다 ^^

비로그인 2011-04-2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린다 수 박 책 중에 이런 책이 있었군요. 표지도 멋져요.
아이들은 재밌게 읽으려나요?

hnine 2011-04-29 18:03   좋아요 0 | URL
린다 수 박이 열명 중 한 사람으로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지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지, 글쎄요, 아이들 나름이겠지만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어른들에게 저는 더 권하고 싶네요.

starover 2011-04-29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금 파리 한 조각의 작가 린다 수박..... 또 감동을 볼 수 있을까요?

hnine 2011-04-29 22:32   좋아요 0 | URL
사금파리 한조각을 읽으면서는 문학성도 문학성이지만 저자의 치밀한 자료 조사에 놀랐었지요.
이 책은 사금파리 한조각에서와 좀 다른 종류의 감동을 줄거라 생각되어요. 권해드립니다 ^^

잘잘라 2011-04-2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꼬부랑 글씨 책을... 보시는군요. ^ ^;;

『박순미 미용실』이랑 『가족입니까』 링크가 잘못됐다고 나와요.

hnine 2011-04-30 06:01   좋아요 0 | URL
전 제대로 보이길래 올렸는데 잘못됐다고 나온다고 하시기에 얼른 지웠습니다 ^^ 린다 수 박 책을 아이가 한번에 여러 권을 사놓고 안읽길래 제가 먼저 읽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 책은 린다 수 박 혼자 쓴 책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런 책을 기획하게 되었을까 부터 참 감탄하게 하는 책이더군요.
박 순미 미용실이랑 가족입니까 도 재미있어요.

마녀고양이 2011-04-3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좋은 매체가 나와도 순간을 영원처럼 만드는
마법과 같은 사진만의 매력이 따로 있을거 같아요. ^^

그런데여, 원서로 원어 그대로의 느낌을 읽으실 수 있는
나인언니가 한번씩 부러워요. 저는 도저히........ 그 실력이. ㅠㅠ
(그랬으면 앤 라이스의 미번역서 벌써 홀랑 해치웠을건데요.)

hnine 2011-04-30 06:0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사진이여 영원하라~
남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그저 사진 좋다, 멋지다 는 느낌이 고작이었는데, 사진들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수 있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누군가에게 유산이나 유물 대신 남겨줄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고, 글이나 편지, 그림, 노래 만 후세에게 전해져 내려갈 수 있는게 아니라 사진 역시 한편의 작품이 되어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저도 원서 읽는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어요. 영어 실력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읽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sslmo 2011-04-30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이렇게 멋진 책과 멋진 리뷰가 올라오느라 뜸을 들이셨군요.
저도 요즘 디카 때문에 거리두기와 관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어서 말이지요~^^

hnine 2011-04-30 06:11   좋아요 0 | URL
거리를 두고 봐야 저 정확히 보일때가 많지요. 때로는 현미경으로 보듯 자세히 봐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러니 참 인생 복잡하고 한마디로 뭐라 하기 주춤하게 되지요. 양철댁님 서재 가서 댓글 다는데 이노무 컴퓨터가 한글 키가 왜 거기선 안 먹는지, 그냥 돌아왔네요. 좀 있다가 다시 가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