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하루 종일 부어있었다. 
주말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의 희망이 또 날라가버리고 있었다.
느즈막히 일어나는 남편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면 아이에게 사우나를 가자며 목욕 가방을 챙긴다. 둘이 함께 사우나를 하러 가면 나는 집에서 곧 점심 준비를 하고 있게 된다. 다 준비 해놓고 집안 좀 치우고 있으면 개운해 하며 들어서는 두 사람. 준비해놓은 점심을 먹고서 배가 든든해지면 이번엔 아이가 남편을 졸라 농구나 축구를 하러 가자고 한다. 그럼 둘은 또 축구공, 농구공, 럭비공 등, 집에 있는 온갖 공을 다 짊어지고 집을 나간다.
"너무 오래 있지마~" 뒤통수에 대고 하는 나의 말은 하나마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보면 하루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저녁 준비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나는 집 밖으로 꼼짝도 못한채 하루가 가는구나 생각하며 저녁 준비를 하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대로는 폭발해버릴 것 같다. 아니 조금씩 폭발 중이다.
국, 밥, 낙지볶음까지 다 해놓고, 상까지 다 차려 놓으니 그때서야 둘이서 들어온다. 그때 이미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둘이 밥 먹으라고 해놓고 나는 위에 겉옷만 하나 걸치고 집을 나와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버스를 타고 영화를 보러 간다.
이렇게 일요일 저녁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를 올해만 벌써 몇번째인지. 

올 봄엔 차례대로 피는 꽃구경도 하고 싶고,
서울대공원에 불시착해있다는 북극곰도 가서 보고 싶고,
높지 않더라도 산이라는 곳에 올라가 꼭대기에서 낮은 곳도 내려다 보고 싶고,
아이 손잡고 전시회도 보고 싶고,
까페맘이 많아지기 때문인지 요즘 동네에만 해도 여기 저기 새로 생겨나는 까페에도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은데 말이다. 

아예 일요일에 하는 무슨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혼자 배우러 다닐까보다 생각하다가, 그건 차선이라고,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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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8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0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gmee 2011-03-2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랑 나랑 근처에 살면 딱 좋겠다.
주중엔 두 녀석 다 11시반에 오고
토요일 ,일요일에는 주중 못가는 학원 가느라, 둘 다 집에 없단다.

hnine 2011-03-29 06:11   좋아요 0 | URL
네 앞에서는 할말이 없구나.
노후 대책이란 경제적인 것만 뜻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니까.

책가방 2011-03-2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일요일에 아빠 혼자 배낚시 가는 바람에 우리끼리 영화보러 갔답니다.
전 아빠가 애들이랑 좀 놀아줬으면 좋겠는뎅...^^

hnine 2011-03-29 06:13   좋아요 0 | URL
남자 아이라서 함께 영화보러 가는 것보다는 아빠랑 공차러 나가는 쪽을 택할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아예 일요일 계획을 저 혼자 따로 세워야 할까봐요. 그런데 모양새가 좀 그래서 희망을 못버리고 있는가봐요. 좀 바보 같지요? ^^

마녀고양이 2011-03-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영화 보셨어여?
<내 이름은 칸> 상영하던데, 그거 보고 싶어요. 그리구
로맨틱 코미디두 하던데, 그것두 보고 싶구요.

저는 주말 내내 딸과 신랑 내팽개치고, 미싱질만 했어요.. ㅎㅎ

hnine 2011-03-29 06:15   좋아요 0 | URL
킹스 스피치 봤어요. 보는 내내 떠오르는게 많아서 별로 몰입은 못했어요.
<내 이름은 칸> 12세 이상인데 자기는 딱 한살 모자라니까 그거 보러가면 안되냐고 아이가 그러더군요. ^^
마녀고양이님 서재 가서 보고 저도 바느질 배울까 매번 갈등합니다.

반딧불,, 2011-03-2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혼자서 영화 무지 잘보는데 누가 그러더군요. 그럴려면 결혼을 왜 했냐구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면 그런 결혼은 더 웃기지 않냐구요.
강요는 안되는거고, 협상 좀 필요하시겠네요. 님이 같이 동참을 하시던지 일요일 오후의 식사당번은 둘이서 해결하는 걸로요. 그나저나 파랑이 꼬셔셔 밖에 못나가게 하려고 했는데 잠깐 사이에 또 튀.었.군.요. 끙~~.
도서관에 폭독하러 갑니다. 제가 읽고픈 책 못 읽었거든요.

hnine 2011-03-29 06:21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 혼자 보는거 잘 해요. 그런데 저 날은 영화 볼려고 본게 아니라 집을 뛰쳐 나가 (!) 그 시간에 다른 할일이 없어서 본 영화이니 좀 다르더라고요.
협상 시도를 몇차례 해봤는데 몇 주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워낙 취미가 다른 탓이다 싶어서 아무래도 저만의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책 많이 읽고 오셨어요?

프레이야 2011-03-2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아들만 하나 아니 둘 있으니 이런 일이 ^^(그냥 웃으시라고 농담이에요)
딸이 있으면 좀 나을 거 같아요.
전 어제 작은딸이랑 딸친구랑 놀았어요.ㅋ
딸 생일이 다가와서요. 놀았다기보다 점심 사주고 운전수노릇해주고
악기사 찾아다니다 한곳에 가서 바이얼린 여러군데 손보고,,에고..
가까이 살면 저랑 같이 일욜영화 보러가면 좋겠어요, 나인님. 토닥토닥.

hnine 2011-03-29 06: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아들만 둘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어요.
작은 딸 생일이었군요? 예쁜 엄마가 옆에서 함께 해주니 딸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친구들 앞에서 으쓱하기도 하고요.
작은 딸은 바이얼린을 하나봐요? 피아노도 하지 않았나요?
딸들은 나이 들어서도 엄마 생각을 늘 할 것 같아요.
저날따라 딱히 보고 싶은 영화도 없더라고요. 그냥 시간 맞는 것으로 보고 왔네요.

프레이야 2011-03-29 09:03   좋아요 0 | URL
나인님, 킹스 스피치 보셨군요. 아무리 괜찮은 영화도 생각이 많아
몰입 안 되면 형편없는 영화가 되더라구요.ㅎㅎ
오늘아침 기분은 어떠세요? 내일이 작은딸 생일인데 98년 그날 아침이
생각 나는 게, 중학생 된 딸이 저보다 키도 훌쩍 큰 게 참 많이
자랐구나 싶네요. 피아노 잘 치는데 바이올린은 한 2년 쉬다가
다시 하겠다고 해서요. 악기 한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이 더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부럽기도 해요. 전 끈기부족으로다가..ㅋ

hnine 2011-03-29 21:2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때로 얼마나 삶에 위로가 되는데요. 책과는 또다른 친구가 되어주지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음악을 전공으로 한다면 더 치열하게 해야하는지라 오히려 이를 악물고 해야하는지도요. 그래도 좋지요. 음악을 나의 길로 알고 정진한다는 것이요. 벌써 엄마보다 더 큰딸이라,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그동안 낳고 키우신 프레이야님, 수고 많으셨어요.

진주 2011-03-2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였다면..남편과 아이들이 목욕탕 갈 때 같이 따라나서요. 물론 저는 여탕에 가야겠지만요ㅋ 약속한 시간에 목욕탕에서 나와서 함께 점심은 외식하자고 조를거고..공들고 나갈 때도 필히 따라 붙었을거예요ㅎㅎ 농구나 풋살같은 거 안 끼워주면 배드민턴 한 판 치자고 협박을 할 테지만 아마도 난 공원 주위를 파워워킹하면서 예쁜 꽃이라도 보이면 사진찍고 그럴거예요. 그..그런데 우리집은 주말에 뭐하나?
저는 나인님이 대단하게 보여요. 혼자 버스타고 영화보러 나갈만큼 독립 정신이 강하게 보여서요. 그것도 멋있어 보여요...이거 위로의 댓글을 남겨야 하는데...왠지 프렌치코트 자락 펄럭이며 혼자 영화보러 가는 멋있는 여인이 자꾸만 상상되어서 저는 토닥토닥은 못하고 침만 질질 흘리다 갑니다^^

hnine 2011-03-29 21:24   좋아요 0 | URL
진주님, 저도 몇번은 그렇게 해서 같이 따라나서기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몇번 하고 나니까 제가 재미없어서 함께 못하겠더라고요 흑흑...그러니 자업자득인 셈인가요?
혼자 버스타고 영화보러 간 것은 독립 정신이라기보다 제가 은근히 버럭!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보게 된 영화 중 좋은 영화도 있었긴 해요.
걸치고 나간 옷은 프렌치코트도 아니고 잠바떼기였어요.

진주 2011-03-30 12:19   좋아요 0 | URL
앜~잠바떼기!!
ㅎㅎㅎㅎ넘 재밌어요 나인님ㅋㅋㅋㅋㅋㅋㅋ
잠바 입어도 그 멋이 어딜 가나요? 제 머릿속엔 세련되고 약간은 도도하며 그러면서도 지적으로 보이는 나인님이 프렌치 코트를 벗어 놓고 조용히 잠바로 갈아 입으시는걸요~ㅎㅎ

hnine 2011-03-30 18:50   좋아요 0 | URL
ㅋㅋ 진주님은 잠바떼기란 말 안쓰세요? 전 잘 쓰는데 ^^ 남들이 입은 것 보면 '점퍼', 제가 입으면 잠바떼기... ^^
(저요, 도도해보여봤으면 좋겠어요. 그 반대거든요. 어리숙~ )

비로그인 2011-03-2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잘 보셨을까요..?
부어 있던 마음도 좀 풀리셨을까..? 궁금한데요~ ㅎ
오랜만에 들렸더니 그간 쌓인 얘기들이 참 많아서 막 시간 가는지 모릅니다.

hnine 2011-03-29 21:2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랜만에 뵙고 서재 갔다 왔어요. 혹시 새로운 글이나 음악 올리셨나 하고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잘 지내고 있으셨지요? 그래야하는데~ ^^

순오기 2011-03-2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혼자 영화보러 다니는 게 제일 좋은데...
아무때나 마음 내키면 부담없이 나설 수 있는 어쩜 유일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영화 보고 나서 마음은 좀 풀렸나요?

hnine 2011-03-29 21:28   좋아요 0 | URL
저도 혼자 영화보러 다니는 것 좋아하는데 저 날은 영화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집에서 뛰쳐 나가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좀 다르더라고요.
집에서 부글부글 하고 있었으면 아마 그 화살이 결국 남편이나 아이에게 날라가고 말았을텐데 그나마 저렇게 해소하고 와서 가라앉았으니 다행이지요 ^^

sslmo 2011-03-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찜질방에 가자고는 제가 먼저 얘기해요.
다른데 가는 건...부디 절 빼고 둘만 다녀왔으면 싶고요.

저도 혼자 영화보러 다니는 여자, 쫌 멋지게 보여요~^^

hnine 2011-03-29 21:29   좋아요 0 | URL
찜질방은 남편은 좋아하는데 저는 별로 안좋아하고...저희 집, 이렇답니다. 취향이 이렇게 달라요 ㅋㅋ
저도 원래는 혼자도 영화 잘 보고 혼자도 아무데나 들어가 밥 잘 먹는 여자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