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하루 종일 부어있었다.
주말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의 희망이 또 날라가버리고 있었다.
느즈막히 일어나는 남편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면 아이에게 사우나를 가자며 목욕 가방을 챙긴다. 둘이 함께 사우나를 하러 가면 나는 집에서 곧 점심 준비를 하고 있게 된다. 다 준비 해놓고 집안 좀 치우고 있으면 개운해 하며 들어서는 두 사람. 준비해놓은 점심을 먹고서 배가 든든해지면 이번엔 아이가 남편을 졸라 농구나 축구를 하러 가자고 한다. 그럼 둘은 또 축구공, 농구공, 럭비공 등, 집에 있는 온갖 공을 다 짊어지고 집을 나간다.
"너무 오래 있지마~" 뒤통수에 대고 하는 나의 말은 하나마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보면 하루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저녁 준비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나는 집 밖으로 꼼짝도 못한채 하루가 가는구나 생각하며 저녁 준비를 하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대로는 폭발해버릴 것 같다. 아니 조금씩 폭발 중이다.
국, 밥, 낙지볶음까지 다 해놓고, 상까지 다 차려 놓으니 그때서야 둘이서 들어온다. 그때 이미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둘이 밥 먹으라고 해놓고 나는 위에 겉옷만 하나 걸치고 집을 나와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버스를 타고 영화를 보러 간다.
이렇게 일요일 저녁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를 올해만 벌써 몇번째인지.
올 봄엔 차례대로 피는 꽃구경도 하고 싶고,
서울대공원에 불시착해있다는 북극곰도 가서 보고 싶고,
높지 않더라도 산이라는 곳에 올라가 꼭대기에서 낮은 곳도 내려다 보고 싶고,
아이 손잡고 전시회도 보고 싶고,
까페맘이 많아지기 때문인지 요즘 동네에만 해도 여기 저기 새로 생겨나는 까페에도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은데 말이다.
아예 일요일에 하는 무슨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혼자 배우러 다닐까보다 생각하다가, 그건 차선이라고,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