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별 것 아닌 곳에 지원서 한장 작성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지원서 항목중 '연구 경력' 란엔 최근 3년 이내 경력'만' 기재하란다. 즉 2007년 1월 1일 부터 현재까지의 발표 논문 목록을 쓰라는 얘기인데, 뭐 으례 그래왔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요구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긴 하지만,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이 살다보면 한가지 경력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것인데, 결혼한 여자의 육아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말이다. 왜 3년 이내 경력만 경력인가요? 그 이전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경력은 볼 가치도 없으신가요?
다른 경력도 아니고 연구 경력이란,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밤샘도 각오하고 몇달, 혹은 1년 이상 한가지 연구에 매달려 겨우 괜찮은 곳에 논문 한편 내어 쌓이는 것이 그 연구 경력이라는 것인데, 나 처럼 사정상 2006년 이후로 연구실을 떠난 사람에게는 최근 3년 이내 실적만 적으라는 그 란은 고스란히 공란으로 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난 3년 동안 쉬지도 않았는데.
융통성있는 행정, 이 길이 막히면 돌아서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하나마나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다음은 사이언스 타임즈 2010년 11월 23일자에서 발췌한 내용-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세계 중심 국가를 향한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건의했다.

자문회의는 초중고교의 암기 위주의 교육 과정 내용을 20% 줄이고 대신 창의성을 키워주는 심화학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한 문, 이과의 장벽을 제거한 학문간의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는 융합교육을 강화하고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언어교육을 개편하는 한편, 교원의 복수 과목의 자격 취득을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자문회의는 대통령 장학금 제도와 여성 과학자의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지난 2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분석한 결과 30대의 연구 성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48%에 이른 다는 것을 근거로 20, 30대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석박사 학위 취득 후 5년간 일자리와 연구비를 제공하는 대통령 장학금 신설 방안을 건의한 것이다.

자문회의는 “대학과 연구소가 박사 후 과정(post doctorate) 인력에 자리를 제공하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5년간 지원한다면 1개의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능한 과학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유망 과학자의 연구가 사장되지 않고 노벨상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날 보고에서는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여성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의 이공계 여성 박사 취업자 가운데 36.3%가 비정규직으로 여성과학자의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문회의는 여성 과학자를 위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 ‘파트타임 정규직’을 도입하여 여성 과학자가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한 인력은 전일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장학금 제도와 여성 과학자의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혀 두 제도가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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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군요! 그 칸은 할수없이 비워놓고 대신 '잠시 떠나보니 역시 연구가 천직인 것 같아서요' 그러셔요. ㅎㅎ

hnine 2011-01-19 12:07   좋아요 0 | URL
manci님, 새로운 도전이랄 것도 없는 자리랍니다. 연구직도 아니어요. 저런 지원서 없이 마구잡이로 끌어다 쓰더니, 이젠 저런 지원서 형식이 갑자기 필요하다네요 ^^
'연구? 나도 연구 싫소!' --> 저는 이러는 타입인데~ ㅋㅋ

깐따삐야 2011-01-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적힌 대로 우선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애 낳으라고 하던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hnine 2011-01-19 15:24   좋아요 0 | URL
일과 가정 양립이 자신없었던 저 같은 사람이 당분간이라며 잠시 일을 손에 놓으면 저렇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끝까지 두가지 다 손에서 못놓고 일을 하느라 워킹맘들과 그의 아이들은 고달픈 것이고...딜레마 맞지요?

섬사이 2011-01-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여자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죠.
허, 그것 참.... -.-;;

hnine 2011-01-19 15:21   좋아요 0 | URL
처음 겪고 보는 일 아니면서 그냥 오늘 아침에 새삼 울적하여 끄적거렸습니다.
3년보다 전에 내가 했던 일들은 다 어디로? 이러면서 다 다시 집어넣고 지원서는 빈칸으로 내려니 마음이 휑 하더라고요.

마녀고양이 2011-01-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언니, 절대 추천이염!!!
그리고 몸에 쌓인 경험이란게 무시할 수 없는데, 3년 이내 라니요! 불끈!!!
사람은 무의식 중으로, 되새기는 경향이 있어서 모르는 사이에 발전한다고 하던데요.
뽑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군요!!!

여하튼... ^^, 하고자 하시는 일,,, 잘 되시기 바랍니다~~~

hnine 2011-01-20 08:10   좋아요 0 | URL
경력단절 기간 없이, 한분야에서 계속 일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뭐, 다 살 방법이야 있겠지요. 단절된 경력을 요구하는 곳에는 못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을 찾아다녀요.
격려 고맙습니다. ^^

세실 2011-01-2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딜레마 맞아요....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주었네요.
3년이내 경력이 없어도 빈칸보다는 그동안의 경력을 적으면 어떨까요? ㅋ
제가 하는 스타일입니다.

hnine 2011-01-20 08:14   좋아요 0 | URL
어제 남편도 같은 말을 했어요. 3년 이내 경력 아니더라도 그냥 그 전의 경력으로 채워넣지 그랬냐고.^^
연구 경력란에는 적을 것이 없고 그래도 다른 난에는 좀 적을 것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 삼았습니다.
그래도 전 지난 3년, 후회없이 살았다고 생각해요. 에이, 그러면 되었지? 저 자신에게 그렇게 다독이고 있답니다. ^^

울보 2011-01-2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참 불공평하지요,
여자는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모두 잘하기를 원하고 가정에 충실하고자 잠시 쉬고 나면,,
돌아오는것은,,일을 하는 엄마들 이야기를 들으면 좀 마음이 그럴때가 많아요,,
그리고 종종 아이가 커가면서 집에만 안주하고 있는 저자신을 생각하면 좀 쓸쓸해지면서 난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3년 길면 긴시간 짧으면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을 했는데 그렇지요,,

hnine 2011-01-20 17:45   좋아요 0 | URL
류가 커가면서 지금까지 보다는 울보님 시간이 많이 생길텐데 지금부터 울보님의 일을 잘 찾아보시고 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잘 하실 수 있는 일이 꼭 있을 거예요. 그럴거라 믿어요.

반딧불이 2011-01-2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산파업'이라는 용어를 보면 여성의 생산능력을 직업으로 보는 것인데 이런것을 인정해주는 제도는 어디에도 없죠. 용어선택을 잘하던지 정책수립을 잘하던지 해야하는데 어느쪽도 제대로 되어있는 것이 없는것 같아요.

hnine 2011-01-20 17:4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는 왜 유독 이런 분야에서는 발전이 없을까요? 위에 인용한 기사대로라도 좀 바뀔지,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우리의 자식 세대쯤 가면 좀 나아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