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라딘 서재에 끄적거리고 댓글 달고 읽고 하는 것을 벌써 몇년째 옆에서 보고 있는 아이가 자기도 해보고 싶었나보다. 자기도 블로그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예전에 아이가 더 어릴 때 내 아이디로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두고 그곳에 아이의 독후감 같은 것을 내가 대신 올려주곤 했었는데 이번에 아예 아이의 아이디로 새로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아이 스스로 관리하게 가르쳐 주었더니 요즘 블로그에 재미붙였다. 좋아하는 축구 얘기에, 책 얘기에,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 얘기에, 일기도 가끔 블로그에 쓰고 있으니.
어제 올린 글을 살짝 옮겨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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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는 예쁘다.
아주 착하다.
혼낼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내 엄마를 사랑한다.
내 엄마는 나랑 산책하는것을 좋아한다.
같이 비밀도 털어놓는다.
같이 재미있는 얘기도 나눈다.
나는 내 엄마를 사랑한다.
내 엄마는 나랑 먹을것을 사서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국화빵도 먹는다.
아이스크림도 먹는다.
나는 내 엄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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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했더니, 자기는 형제도 없는데 '우리'라고 쓰는 것이 이상하다며 꼭 저렇게 내 엄마라고 쓴다.
저 글만 보면 내가 아주 다정다감한 엄마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로 전 날에는 '엄마가 화가 나서 속상하다, 나랑 말도 안하려고 한다, 슬프다, 우리 엄마는 왜 맨날 화만 낼까...' 뭐 이런 내용의 일기를 썼었으니까. 그걸 보고 당장 켕기는 이 엄마, 아이에게 한마디 안 할수 없었다. 공책에 쓰는 일기에는 어떤 글이든 써도 상관없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네가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누구든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써야 한다고. 그 말을 듣더니 당장 가서 썼던 글을 지운 일도 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