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라딘 서재에 끄적거리고 댓글 달고 읽고 하는 것을 벌써 몇년째 옆에서 보고 있는 아이가 자기도 해보고 싶었나보다. 자기도 블로그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예전에 아이가 더 어릴 때 내 아이디로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두고 그곳에 아이의 독후감 같은 것을 내가 대신 올려주곤 했었는데 이번에 아예 아이의 아이디로 새로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아이 스스로 관리하게 가르쳐 주었더니 요즘 블로그에 재미붙였다. 좋아하는 축구 얘기에, 책 얘기에,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 얘기에, 일기도 가끔 블로그에 쓰고 있으니.
어제 올린 글을 살짝 옮겨와보았다. 

   
  내 엄마는 예쁘다.
아주 착하다.
혼낼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내 엄마를 사랑한다.

내 엄마는 나랑 산책하는것을 좋아한다.
같이 비밀도 털어놓는다.
같이 재미있는 얘기도 나눈다.
나는 내 엄마를 사랑한다.

내 엄마는 나랑 먹을것을 사서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국화빵도 먹는다.
아이스크림도 먹는다.
나는 내 엄마를 사랑한다.
 
   

 

'내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했더니, 자기는 형제도 없는데 '우리'라고 쓰는 것이 이상하다며 꼭 저렇게 내 엄마라고 쓴다. 

저 글만 보면 내가 아주 다정다감한 엄마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로 전 날에는 '엄마가 화가 나서 속상하다, 나랑 말도 안하려고 한다, 슬프다, 우리 엄마는 왜 맨날 화만 낼까...' 뭐 이런 내용의 일기를 썼었으니까.  그걸 보고 당장 켕기는 이 엄마, 아이에게 한마디 안 할수 없었다. 공책에 쓰는 일기에는 어떤 글이든 써도 상관없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네가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누구든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써야 한다고. 그 말을 듣더니 당장 가서 썼던 글을 지운 일도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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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03-25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쁜 글이에요. ^^

hnine 2010-03-25 07:52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웃기기만 하네요 ^^

2010-03-25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5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3-2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엄마'가 맞아요 ^^
(어려서 my mother 라고 말해버릇해서 입에 배서 그럴지도 모르죠.ㅎㅎ)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계신 엄마세요.

hnine 2010-03-25 12:10   좋아요 0 | URL
친구의 어머니보고도 우리가 흔히 '어머니'하고 부르듯이 우리 말에는 개인 소유보다는 '공유'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ㅋㅋ 절대적인 신뢰 아니랍니다. 부분적 신뢰 정도 될까요 ^^

순오기 2010-03-2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내엄마'로 읽히는데요.^^
저는 엄마들은 모두 '천의 얼굴'을 가진 마녀쯤 된다고 생각해요.ㅋㅋ
학교에서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서 엄마가 보면 화낸다고 쓸 얘기를 제대로 못 쓰는 아이들 많아요. 그건 아이들 글쓰기에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해요.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그 일기를 쓰고 싶을까요?
우리 큰딸은 5학년 때 어찌나 일기에 심하게 써댔는지 담임이 무슨 일 있냐고 상담을 청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그런 사춘기를 겪었기에 일기에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거 지지한다, 일기에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다...엄마 입장에서 쪽 팔리긴 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ㅋㅋ

hnine 2010-03-25 12: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천의 얼굴을 가진 마녀 ㅋㅋ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 역시 여러 가지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5학년이면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했을 무렵일테니 불만도 많아질 때이겠지요. 감정을 숨길 자신이 없어서 저도 아이의 공책일기장은 아예 보지도 않아요. 선생님께 드린 말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락방 2010-03-2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엄마'라고 하니깐 뭔가 더 단단한 느낌인데요. 그러고보니 저는 한번도 '내 엄마'라고 해본적이 없는데, hnine님 아이의 말대로라면, 형제가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당연히 '우리 엄마'가 맞는 표현이었기 때문일까요?

내 아이가 나에 대해 쓴 글을 읽는다는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hnine 2010-03-25 12:31   좋아요 0 | URL
단단한 느낌이란 단단한 '결속력'의 느낌이겠지요. 언젠가 풀어서 내보내야할 결속인데 말이지요.
내 아이가 나에 대해 쓴 글을 읽는 기분은, 그야말로 하루 차이로 이랬다 저랬다 하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는 만화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

무해한모리군 2010-03-2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같아요.
쭉 저렇게 엄마와 밀접하게 지내길 바래봅니다.

hnine 2010-03-25 12:32   좋아요 0 | URL
아마 제 딴에는 시의 형식으로 쓴다고 썼을 거여요.
형제가 없어서 그런지 엄마와의 관계에 특히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잘 보이려고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을 세번씩이나 쓴 것 좀 보세요 ㅋㅋ

마노아 2010-03-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뻐요. 아이의 사랑이 담뿍 전해져요. '내 엄마'란 표현도 참 마음에 듭니다. 애정이 가득 묻어 있어요.

hnine 2010-03-25 12:34   좋아요 0 | URL
저나 남편이나 별로 표현을 잘 하는 성격들이 아니라서 아이는 감정 표현을 제대로 잘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늘 바라고 있지요.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세실 2010-03-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엄마, 나만의 엄마 좋아요^*^
많은 부분을 함께 공유하네요.
한편의 예쁜 동시예요.

hnine 2010-03-25 14:05   좋아요 0 | URL
혼자이다보니 많은 부분을 엄마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매일 저녁 공원에 나가 축구에 럭비에, 운동꽝인 제가 요즘 별것을 다 하고 있답니다 ^^

프레이야 2010-03-2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워요. 아이와 엄마 모두요.ㅎㅎ
내 엄마, 내 엄마 이러면서요..^^

hnine 2010-03-25 21:49   좋아요 0 | URL
ㅋㅋ 둘이 길에서 국화빵 사먹는 모습을 떠올리신거죠? ^^

상미 2010-03-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는 네가 어린 시절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데로 자라고 있나보다...

hnine 2010-03-25 21:50   좋아요 0 | URL
역시 베프의 댓글답군... ^^

L.SHIN 2010-03-2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사람 앞에서 한국식으로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를 그대로 'Our mom said..'
라고 해버리면 당장 오해받잖아요. '너와 나의 엄마가 아닌데, 왜 '우리' 엄마?'하고.^^
그러니까 '내 엄마'가 맞는 표현이죠.

hnine 2010-03-26 17:42   좋아요 0 | URL
그게 언어의 관습인지 저는 영어로 할때는 my mom이라고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우리 말로는 '우리 엄마'라고 나오더라고요. 논리적으로는 말씀하신대로 내 엄마라고 하는게 맞겠지요 ^^

울보 2010-03-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류도 그러는데 내 엄마라고,
아빠한테도 ,,내엄마야,,"라고 말을 해서 한참 웃었는데 류만 그런것이 아니군요,,

hnine 2010-03-26 17:43   좋아요 0 | URL
하하~ 아빠한테 "내 엄마야~" ^^
'내' 엄마라고 하면 소유의 의미가 더 강하게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