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린아, 오늘 아침은 죽이야. 어제 배 아파서 고생했으니까. 

다린: 엄마, 나 죽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죽 먹기 싫어요. 

엄마: 너 어쩌면 엄마랑 그렇게 똑같니. 엄마도 너 만할 때 아픈 것 보다 아프면 죽 먹어야 하는게 더 싫었는데. 

다린: 엄마도요? ㅋㅋ. 아 그런데 왜 저보고 죽을 먹으라고 하시는거예요? 진짜 왜 아프면 죽을 먹는거예요?

엄마: 그러게말이다. 엄마도 밥 하는것 보다 죽 만드는게 시간도 더 걸리고 훨씬 어렵던데 참. 

다린: 죽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고 책에서 본 것 같은데. 

엄마: 딩동댕~ 맞습니다. 

다린: 그런데 왜 죽을 먹으면 소화가 잘 돼요? 

엄마: 우리가 먹는 음식의 성분을 보면 탄수화물, 단백질, 또는 지방, 이런 성분으로 되어 있거든. 그런데 얘네들이 다 똑같이 소화되는 게 아니야. 소화되기 시작하는 시점, 장소, 방법이 조금씩 다르거든. 제일 먼저 소화되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이중에 탄수화물 되겠습니다~ 

다린: 먹은 것은 전부 '위'에서 소화가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엄마: 위에서 소화가 일어나는 것 맞는데 '전부'는 아닌거지. 탄수화물은 위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다린: 잉? 위에 도착하기도 전이라면 어디요? 

엄마: 음식이 맨 처음 어디로 들어가지? 

다린: 입? 

엄마: 그렇지. 입에 들어오면 벌써 소화가 일어나기 시작해. 입에는 침이 있잖아. 침이 괜히 심심해서 나오는거 절대 아니거든. 침이 하는 일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소화효소를 그 속에 가지고 있다는거야. 

다린: 그런데 아까 탄수화물만 그렇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단백질이랑 지방은 그럼 입에서 소화가 안 일어나요? 

엄마: 아까 탄수화물이랑 단백질, 지방이 소화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지?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일을 하는 담당자, 단백질 소화 담당자, 지방 소화 담당자가 다 다르거든. 입의 침 속에 있는 소화 담당자는 탄수화물 소화 담당자야. 그러니까 단백질이랑 지방은 입을 거쳐 가도 입에서 소화가 시작되지는 않지. 

다린: 죽 먹는 거랑 그게 어떤 상관이 있어요? 

엄마: 엄마가  샛길로 빠지려던 참인데 땡큐~ 에, 그러니까, 죽은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지 않고 대개 간단한 재료, 즉 쌀 같은 곡류를 주 재료로 뭉근히 끓여 만들거든. 대부분이 탄수화물이란 말이지. 그래서 충분히 씹지 않아도 입에 들어가는 순간 벌써 소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겠지? 물론 본격적인 소화는 위와 소장을 거치면서 일어나지만 말야. 그러니까 고기라든지, 계란, 또는 기름에 볶거나 튀긴 음식 등을 먹는 것 보다 소화가 잘 되는거야. 배탈이 났다던지, 약을 먹는 중이라던지 그럴 땐 소화 기능이 약해져 있기 쉬우니까 그럴 땐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이 모두 포함된 식사를 하기보다는 탄수화물이 주 성분인 죽을 먹는거야. 탄수화물만 들어와도 우리 몸이 버틸 수 있는 에너지는 공급이 되거든. 

다린: 아, 그런데 죽도 좀 맛있을 수는 없나요? 

엄마: 맛있게 만들려면 여러가지 다른 재료, 양념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죽을 먹는 효과가 없겠지. 

다린: 엄마도 옛날엔 죽 싫어하셨다면서 요즘은 아플 때 죽 드시나요? 

엄마: 아니~ 죽을 먹느니 아예 아무것도 안 먹고 말때가 많지 ㅋㅋ 

다린: 엄마, 나도 아예 안 먹으면 안되요? 

엄마: 엄마는 어른이니까 안 먹고 하루쯤 버틸 수 있지만 다린이는 아직 성장기 어린이라서 안되겠습니다~ 너도 열여덟살 넘으면 네 맘대로 해도 돼.  

다린: 엄마는 뭐든지 열여덟살 넘으면 맘대로 하래... 아침 밥도 열여덟살 넘으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하더니. 

엄마: 다린아, 열 여덟살 생각보다 금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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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1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이번에도 말풍선이 보이는 듯 합니다.
근데 전 막상 열 여덟이 되어 보니 할일이 한 세배쯤은 늘어나던데요..^^
금새 그 나이가 된다는 거 약간은 씁쓸하네요..

전 서른이 이렇게 빨리 올줄 몰랐는데 말이죠~ ㅎ

hnine 2010-01-19 09:08   좋아요 0 | URL
예, 말풍선을 상상하며 읽어주시면 좋지요 ^^
할일이 세배쯤 늘어나는 나이 열 여덟...아이가 열 여덟이 되어서도 제가 이것 저것 간섭할까봐 제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잇점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항상 남보다 느린 저는 이십대보다 더 고달픈 삼십대를 보냈지만요 ^^

2010-01-1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1-1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 여덟살 생각보다 금방 온다
참~ 얼마나 아득해 보이는 말일까요?
하지만 얼마나 와닿는 말인지
저도 다린이 부러워요

hnine 2010-01-19 12:15   좋아요 0 | URL
에이, 부러우시긴요~ ^^
태은이 지금쯤 신이 나서 눈위에서 놀고 있을까요?

stella.K 2010-01-1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 몇살이어요? 다린이. 이름 참 예쁘네요.
혹시 제가 이야기를 쓴다면 꼭 써 보고 싶은 이름이어요.
아, 저는 죽 없어서 못 먹는데...ㅋ

hnine 2010-01-19 12:18   좋아요 0 | URL
김다린은 방년 열살, 만나이 여덟살 개구장이 소년이랍니다.
stella님 죽 좋아하시는군요. 아프지 않을 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죽도 요즘은 많이 팔더군요. 저도 팥죽은 좋아하는데 아마 그건 팥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좋아서 드시는 것 말고, 아파서 죽 드시는 일은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1-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린이가 무척 부러워요. 다린이는 알까요? 자신이 얼마나 멋진 엄마를 두었는지!

hnine 2010-01-19 12:19   좋아요 0 | URL
저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때보다 책 찾아보라던가, 엄마도 모른다던가, 그렇게 대꾸할때가 훨씬 많은 엄마임을 고백합니다 흑흑...

같은하늘 2010-01-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멋진 엄마를 둔 다린이...
전 그냥 먹어~~했을것 같은데..ㅎㅎㅎ

hnine 2010-01-19 12:20   좋아요 0 | URL
푸하하...'그냥 먹어~' 저도 사실 그래요 ㅋㅋ

2010-01-1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1-19 13:48   좋아요 0 | URL
에이, 왜 그러세요~ 겸손의 말씀인 줄 알지만 그래도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순오기 2010-01-19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이야기를 올려주셔야 우리가 배우고 실습하지요.
다린이는 엄마랑 대화가 통해서 좋겠어요~ 보기 좋아요!^^

hnine 2010-01-19 18:07   좋아요 0 | URL
제 설명이 좀 딱딱했나요? 그렇다면 알려주세요. 다린이도 완전히 이해가 안되었어도 뭔가 이유가 설명되고 있다는 것에 끄덕거렸을 수도 있어요.

카스피 2010-01-2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아드님 이시네요.아마도 흰죽이라서 먹기 싫은가 보네요.건강과 원기 보강을 위해서 전복죽을 끓여주세요.전복죽을 끓이시다 전복을 꺼내 믹서에 간다음 체에 걸러 갈은 국물을 넣고 다시 끓이면 깔끔하면서도 영양가 풍부한 전복죽이 됩니다.뭐 전복 싫어하는 어린이도 맛있게 먹을수 있어요^^

hnine 2010-01-20 11:36   좋아요 0 | URL
어머, 카스피님, 전복죽도 만드시는군요. 죽 전문점에서도 전복죽이 제일 비싸더라고요. 전복이 워낙 비싸서 말이지요 ^^

상미 2010-01-2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죽은 언제 먹어도 좋더라구.덜씹어도 되잖아.ㅋㅋ
열여덟살 금새 오더라 .경은이 보니까....

hnine 2010-01-20 11:37   좋아요 0 | URL
너 죽 좋아하는 것 알고 있지 ^^
다린아빠가 죽 무척 좋아해. 나랑 식성도 반대~ ㅋㅋ

bookJourney 2010-01-2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에 이런 심오한 이유가 있었군요. (저는 죽 좋아해요. ^^)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시는 hnine님과 그걸 이해하고 대화할 줄 아는 다린이, 너무 멋져요!!!

hnine 2010-01-21 09:59   좋아요 0 | URL
애들에게 그냥 뭘 하라고 하면 말을 잘 안 듣는데, 이해가 되든 안되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주고 하라고 하면 그래도 듣더라고요.
다음엔 잠을 늦게 자면 안좋은 이유에 대해서 한번 써보려고요. 아이가 더 있다가 자겠다고 고집 피우는 경우 설득용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