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친구랑 장난삼아 주고 받는 편지지 묶음에 다음과 같은 설문지 페이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는 친구 대신 엄마를 상대로 해서 빈칸을 메워나가더니 나에게 잘 간직하라고 준다.  아이가 쓴 그대로 옮겨본다. (그러니까 아래글중의 '너'는 엄마, 바로 나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 사이의 일어났던 큰 사건 베스트 3 

1. 뽀뽀
2. 쿠폰 주기 (아이가 며칠 전에 내게 발행한 쿠폰북을 말한다. 이중에서 설겆이 쿠폰을 사용해 아이에게 설겆이를 하게한 적이 있다.)
3. 같이 자기 (이제 많이 컸다는 이유로 요즘 잘때 옆에 함께 누워 재워주는 것을 잘 안해주고 있는데도 매일 잘 때마다 조른다, 옆에서 같이 자 달라고.) 

 

습관적인 너의 말투 베스트 3 

1. 니가 하고 싶은거 아무거나 해도 돼
2. 사랑해
3. 재미있다 



이럴 때 니가 최고로 보여! 베스트 3 

1. 행복할 때
2. 책 볼때
3. 상 탈때 (엄마가 언제 상을 탔어? 물었더니 엄마가 인터넷에 독후감 쓴 것 뽑혔을때란다. 아마 지난 번에 알라딘 리뷰 한번 당선된 것 가지고 내가 꽤나 흥분했었나 보다 ㅋㅋ) 

 

요것만 고치면 넌 완벽해!

1. 화내는거
2. 소리지르기
3. "바보니?" 라고 할때 
(이것 보고 남편한테 한소리 들었다. 알면서 잘 안돼 다린아 흑흑...) 

 

너에게 사주고 싶은 선물 베스트 3 

1. 책
2. 아파트 (괄호하고 joke라고 썼다.)
3. 뽀~ 뽀

 

우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반성의 뜻으로 여기 올려놓으며 생각한다.
앞으로 화내지 말고, 소리 지르지 말고, 바보란 소리는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알라딘에서 상도 많이 타고,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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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01-09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는 진지하게 사 달라고 하세요 ㅋㅋ

hnine 2010-01-09 07:13   좋아요 0 | URL
그 문제는 아마도 남편과 아이, 제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ㅋㅋ
큰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는 말은 저희집에서는 사실 어른보다는 아이가 종종 하지요. 그럼 전 항상 큰집으로 이사갈 수는 있지만 (갈수 있기는요~) 엄마가 청소하기가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대답한답니다 ^^

bookJourney 2010-01-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내고 소리 지르는 거는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
다린이와 hnine님 사이, 참 보기 좋아요~ ^^

hnine 2010-01-09 07:15   좋아요 0 | URL
아니, 책세상님도 소리를?? ^^ 어디서 보니까 아이들은 엄마가 야단칠 때보다 소리지를 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네요. 이렇게 알면서도 꽥꽥 소리질러대는 엄마랍니다 에구구구...

하늘바람 2010-01-0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랑해를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하는게 더 충격인데요? 저도 많이 하고 진심인데 아이는 엄마의 습관이라고 한다면~
설문을 보니 다린이는 참 야무지고 용기있어요
님이 화내고 소리질렀다지만 다린이는 무섭지 않나봐요.
전 어릴때 엄마가 무서워서 감히 이런 표현을 할 엄두도 못 냈었거든요.
무섭지 않고 엄마가 좋다는 건 화내고 소리지른게 이유가 있고 분명하다는 걸 아이도 아는 거지요.

hnine 2010-01-09 09:50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생각안했는데 아이는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화를 안내기란 제 짧은 수양에 참 어려워요 흑흑...그나마 오래 가지 않고 빨리 풀어지고, 마무리라도 잘 하려고는 하지요.
하늘바람님도 저 어렸을 때와 비슷하시네요. 저도 부모님 앞에서 제 생각을 이렇게 맘 놓고 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상미 2010-01-0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랑 재밌는거 했네.
화내면서 소리지르는거 안하는 엄마는 친엄마가 아닌거라 애들을 세뇌 시켰지.ㅋ
새해에도 책 읽으면서 독후감 쓰고 행복하게 살기바래.

hnine 2010-01-09 09:50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나 유용한 팁을 줘서 고맙다. 친엄마이기 때문에 화내고 소리지르는거라 이거지, 흠~ ^^

상미 2010-01-09 14:3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성탄전날 자정미사에 사람이 많을까봐 병규랑 같이 일찍 도착했지.
올 한해 엄마가 기억 못하지만 너 기분나쁘게 한거 있으면
다 잊고 이해해줘 그랬더니
( 자기 땜에 엄마 속상한거 있음 잘못했다고 아들도 그래주길 바라면서 )
엄마가 저번에 나 때린거 너무 아팠어 그러더라.
자기가 맞을 짓한건 싹 잊은거지....
이런 넘하고 말한 나만 바보....

hnine 2010-01-09 14:50   좋아요 0 | URL
다린이도 언젠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얘기하더라. 들을 때에는 참 속상했는데 다린이 잠든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저도 속으로 쌓인 것이 많았구나 싶더라고. 그렇게 털어놓고서 이제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더라고.
앞으로도 종종 물어봐주려고. 마음에 담아놓고 있는 것 너무 쌓이지 않게.

비로그인 2010-01-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hnine 님께서 "바보니?" 라고 외치는 것이 상상이 가질 않네요

마지막에 적으신 물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가운데 "절대로" 란 단어만 쓰지 않으신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


hnine 2010-01-09 14:34   좋아요 0 | URL
틀린 문제 설명해주는데 몇번씩 설명해줘도, 아니 몇번씩도 아니어요, 얼른 알아듣지 못할때 주로 제 입에서 "바보니?"란 말이 나가지요. 저 잘 그런답니다. 그러면서도 곧죽어도 학원 안보내고 제가 가르쳐보겠다고 하는건 또 무슨 심리인지...참 제가 봐도 제가 이해가 안되네요 ㅋㅋ

무스탕 2010-01-0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거 보면 아이들 눈이, 귀가 참 매서울때가 있어요.
나인님댁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어쩌고 있나 생각해 봤네요.
결과는.. 부끄럽습니다 -///-

hnine 2010-01-09 14: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스탕님,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해야할 사람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어요.

2010-01-09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1-09 14:36   좋아요 0 | URL
아이쿠, 요즘 얼마나 말을 안듣는지 몰라요.

미설 2010-01-0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무서워요.. 울 애들도요. 요즘 방학이라 소리를 엄청 지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알도 등짝도 하루에 세번은 때리는 듯.. 계속 이런 식이다가는 애들한테 한소리 듣겠다 싶은 생각을 스스로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끙.

hnine 2010-01-09 14:38   좋아요 0 | URL
미설님은 돌보아야 하는 아이가 둘이니 더 그러시겠지요. 하나인 저도 저러는데... 방학이 되니 하루 종일 옆에 붙어 있으면서 자꾸 간섭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 하루 세끼 먹이는 것도 꽤 머리쓰이고 그렇네요.

순오기 2010-01-0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무심히 했는데 아이들은 안 좋은 기억으로 다 저장하고 있더라고요.ㅜㅠ
엄마되기는 쉬워도 엄마답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 아이랑 같이 날마다 성장해야될 듯...^^

hnine 2010-01-09 14:39   좋아요 0 | URL
나중에 엄마의 모습을 떠올릴때 소리지르고 화내는 모습부터 떠올리면 안될텐데 말이지요. 작심3일도 아니고 이건 매일 작심입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화내지 말자고요 ^^

같은하늘 2010-01-0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이글 보고 엄청 반성합니다. 요즘 방학인 큰 아이와 말 엄청 안듣는 둘째 때문에 제 별명이 꽥꽥이 엄마가 되었거든요. ㅜㅜ 저도 안그러고 싶다고요...

hnine 2010-01-09 22:15   좋아요 0 | URL
남자 형제들끼리면 특히 그렇겠어요. 저 같아도 별 방법 없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