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친구랑 장난삼아 주고 받는 편지지 묶음에 다음과 같은 설문지 페이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는 친구 대신 엄마를 상대로 해서 빈칸을 메워나가더니 나에게 잘 간직하라고 준다. 아이가 쓴 그대로 옮겨본다. (그러니까 아래글중의 '너'는 엄마, 바로 나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 사이의 일어났던 큰 사건 베스트 3
1. 뽀뽀
2. 쿠폰 주기 (아이가 며칠 전에 내게 발행한 쿠폰북을 말한다. 이중에서 설겆이 쿠폰을 사용해 아이에게 설겆이를 하게한 적이 있다.)
3. 같이 자기 (이제 많이 컸다는 이유로 요즘 잘때 옆에 함께 누워 재워주는 것을 잘 안해주고 있는데도 매일 잘 때마다 조른다, 옆에서 같이 자 달라고.)
습관적인 너의 말투 베스트 3
1. 니가 하고 싶은거 아무거나 해도 돼
2. 사랑해
3. 재미있다
이럴 때 니가 최고로 보여! 베스트 3
1. 행복할 때
2. 책 볼때
3. 상 탈때 (엄마가 언제 상을 탔어? 물었더니 엄마가 인터넷에 독후감 쓴 것 뽑혔을때란다. 아마 지난 번에 알라딘 리뷰 한번 당선된 것 가지고 내가 꽤나 흥분했었나 보다 ㅋㅋ)
요것만 고치면 넌 완벽해!
1. 화내는거
2. 소리지르기
3. "바보니?" 라고 할때
(이것 보고 남편한테 한소리 들었다. 알면서 잘 안돼 다린아 흑흑...)
너에게 사주고 싶은 선물 베스트 3
1. 책
2. 아파트 (괄호하고 joke라고 썼다.)
3. 뽀~ 뽀
우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반성의 뜻으로 여기 올려놓으며 생각한다.
앞으로 화내지 말고, 소리 지르지 말고, 바보란 소리는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알라딘에서 상도 많이 타고,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