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내 방 창문에서 내다 본 풍경이다.

멀리 움직이지도 않고 앉은 자리에서 계절 바뀌는 것도 보고 매일 달도 보고 해 뜨는 것도 보는, 내 책상 자리가 명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도 따라서 생각나지 않았으면 더 좋을텐데.






겨울이다.

아들이 지나가다 찍어온 눈사람 사진.

이것도 오랜만에 보네.






1박 2일로 경주에 다녀왔다. 벌서 몇번째 경주 방문인지 모른다.

1998년 결혼할때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자고 제안한 것도, 경주에 친척들이 살고있는 남편이 아니라, 경주에 아무 연고도 없는 나였다. 그냥 경주가 좋았다. 그후로도 여러 번 다녀온 경주.


아침에 숙소있는 동네 산책하다 오랜만에 밭에 뿌려진 연탄재를 보았다. 

자기 할일 다 마친, 대견한 연탄이구나.


















돌아가신 시아버지 어릴 때 사셨다는 경주 옛집을 찾아가보았다. 아버님께서 대구로 중학교 가기 전까지 이 집에서 사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이다. 남편 본적지이기도 하고 결혼과 함께 나도 본적지가 서울에서 이곳으로 자동변경되어 나의 본적지이기도 하다.






주소 보고 본적지 집을 찾아가다가 전혀 계획에 없던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시인 박목월 생가가 바로 이웃에 있는 것이다. 걸어서 갈 거리. 아버님과 이웃이었겠네 ^^

박 시인은 1915년생, 우리 아버님은 1933년 생.












정원이 멋진 곳에서 식사도 하고.

나는 분명 처음 와보는 곳인데 남편은 예전에 나도 와본 곳이라고 우겨서 싸울 뻔 ^^











경주 왔으면 박물관을 안들리고 갈 순 없지.

'신라의 미소'




어디를 가든, 가족과 함께 가는 곳이면 다 좋다. 집을 떠난 아들까지 같이한 시간들은 다 좋다. 남편이 듣더니 나이든 증거란다. 아무렴~




지난 가을부터 일주일에 하루 병원 가서 안내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제일 눈이 많이 가는 분들은 나이 드셔서 혼자 오신 어르신들인데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더 유독 눈에 띈다. 

몸이 불편하여 오신 분들에 비하면 이렇게 서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나는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하지만 나중엔 그 생각도 접어넣는다. 저 분들이 원래부터 저렇게 아프셨을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건강하기만 할까.

모든 사람이 거쳐가는 길. 

겸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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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07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네요. 제 수명 다한 연탄이 쓸쓸하기도 하고. 눈사람이 아직도 있다니. ㅋㅋ 서울은 눈구경 하기가 어렵습니다. ㅠ

hnine 2024-01-07 13:01   좋아요 2 | URL
어제밤에 서울에 눈이 왔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대전에는 약간 내려 지금은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눈사람 표정이 재미있지요? ‘나 어때?‘ 하고 뽐내는 것 같아요. 연탄도, 눈사람도, 이젠 추억이려니 묻어두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연탄이 여전히 겨울의 중요한 난방수단이고, 눈오면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세상에는 있는데, 그걸 잊고 살았네요.

서곡 2024-01-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hnine 2024-01-07 13:02   좋아요 1 | URL
서곡님 댓글은 가끔 달아도 올리시는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고요.
새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yamoo 2024-01-0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제일 첫번째 사진이 제일 좋습니다~ 그나저나 나인님은 98년에 결혼하셨군요!^^

hnine 2024-01-07 20:45   좋아요 0 | URL
이런 일상 페이퍼를 예전만큼 자주 올리지 않다가, 그래도 가끔은 털어놓고 싶어서 오늘 사진으로 몇장 올렸어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예, 1998년 서른셋에 결혼했는데, 그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라고 했었답니다.

페넬로페 2024-01-0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넘 명당자리입니다^^
풍경도 멋지고~~
경주도 좋아요.
hnine 님
저도 98년에 결혼했는데 그 당시엔 늦은 나이였거든요.
저와 연배가 비슷해 반가워요.
병원에서의 봉사활동도 멋지십니다.

hnine 2024-01-08 07:32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저와 연배가 비슷하시다니 반갑습니다!! 결혼도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하셨다니 더욱 더.
친구하면 수다 거리가 많겠네요 ^^ 결혼이 친구들보다 늦어 아이도 늦게 낳다보니 아직 대학생입니다.
병원에서의 봉사활동은 보수 없이 하는 것이라서 더 보람되고 계속 하고 싶답니다. 몸도 아프고 표정도 어두우신 분들, 어린이 환자들, 침상에 실려 중환자실에서 수술이나 검사를 위해 나오는 환자분들 보면서 느끼는게 많답니다.
올해도 서재에서 자주 뵈어요!

다락방 2024-01-0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 안내 자원 봉사자 분들을 병원 가면 마주치긴 했지만, 그 자원 봉사를 내가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고보니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나인 님 덕분에 좋은 풍경도 감상하고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일들에 어떤 가능성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인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24-03-31 05:50   좋아요 0 | URL
자원봉사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을 보고 신청했어요.
손을 흔들어 주고 지나가는 꼬마 환자들도 있고요, 의사선생님이 머리숙여 인사하고 지나가시는 분도 계시고요. 중환자실에서 호명하는 것을 듣고 달려가는 가족들도 있고요. 많이 배우고 느낀답니다.
잊고 사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락방님, 새해에도 재미있는 얘기 많이 들려주시고, 요리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여행 이야기도요. 다락방님께 기대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네요 ^^

자목련 2024-01-0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의 책상 자리, 명당이네요!
이야기를 품고 말을 건네는 사진, 좋아요^^

hnine 2024-01-08 23:12   좋아요 0 | URL
아직 밤이 길어서 아침에 이불 개키느라 창문을 열다가 달 구경을 하게 되요. 오늘 아침엔 눈썹같은 그믐달이더라고요. 창문을 향해 책상을 놓으니 수시로 밖을 내다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정작 사람한테는 말을 잘 못건네면서 말 못하는 것들을 향해서는 의인화시켜 말 건네기를 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