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유럽여행 90일의 diary
류종승 지음 / 지식공감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알라딘서재 붉은돼지님이 이미 오래전 책을 내신걸 뒤늦게 알았다

가족과 함께 90일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온 여행기이다. 기간은 2012426일 에서 724일 까지 90일간, 동반자는 아내와 다섯살 딸, 여행지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스위스 등 유럽 7개국, 현지에서 이동수단은 첫도착지인 파리에서 리스한 자동차, 숙박은 모바일홈, 호텔, 민박 중 현지 상황에 맞게 선택, 식사는 대체로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거나 현지 음식 이용. 여행 성격을 요약하자면 그렇다.


저자의 프롤로그 첫문장처럼 누구나 여행을 동경하고 꿈꾼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섯살 어린딸을 동반하여 90일간 여행을 시도했다는 것만해도 보통사람이면 엄두를 못냈을 일이다.


객관적인 설명과 주관적인 소감의 적절한 분배와 조화는 여행기를 작성하는데 있어 중요하고 또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객관적 설명이 허술하거나 부족하면 한낱 감상문에 그칠 염려가 있고, 객관적인 설명이 지나치다보면 개성이 떨어지는 글,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이 될 염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관심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설명이 적절한 양과 적절한 수준으로 잘 삽입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족 여행이라는 특수성에 맞는 구체적이고 사사로운 내용과 소감, 에피소드들은 지루함 없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리게 하는 묘수였다.

방문지에 따라 그곳과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금방 연상하여 가볍게 그 사연을 풀어놓는 대목들이 좋았고, 삽입된 사진들도 어찌나 좋던지. 관련된 내용과 사진이 책의 한 바닥에 배치되어 있고 사진 위에 지명이 바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편하게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90일동안 주행거리 11,000 km. 유럽은 역시 하나로 묶여있다는 느낌이 든다.


2007년이었던가 당시 나는 빠지고 일곱살 아들을 남편과 함께 여행보낸 경험을 갖고 있다. 비용문제도 있고, 하고 있던 일을 장기간 놓을 수 없다는 지금 생각하면 불필요한 알량한 책임감으로 나는 빠졌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 나도 함께 할걸.

여행 자체는 고생이다. 친숙한 것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경험, 낯설고 불편하고 불안함의 연속이니까. 하지만 흔들리는 혼합물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가라앉는 것이 있듯이 당시는 모를 결정체는 나중에 비로소 발견되는 법이다.

인생 자체가 거대한 회전목마를 타고 도는 것일지 모른다는 마지막 구절도 공감한다.

책 제목을 좀 더 눈에 띄게 했더라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여 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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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08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 님의 여행기라니. 나인 님 덕에 지금 알게 됐네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hnine 2022-06-08 15:23   좋아요 1 | URL
재미있게, 후딱 읽었습니다.
군더더기없이, 그러면서 재미있게 잘 쓰셨더라고요.

붉은돼지 2022-06-08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렇게 따뜻하고 친절하신 서평을 써주시다니 정말 너무 감사해용 ㅎㅎㅎ
오랜만에 책을 뒤적여 보니 십년 전 오늘, 저는 저 멀리 브루넬레스키의 두오모가 보이는
피렌체의 한 캠핑장에 있었는데요...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제가 정말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는지 문득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부모 욕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생고생만 한 다섯 살 딸은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거금 들여 이런 여행기를 자비 출판한 이유 중에는 우리가 오래전에 이런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딸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내와 저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죠

hnine 2022-06-08 22:36   좋아요 1 | URL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10년 전이면 오래전 같기도 하고 그리 오래전이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더라고요. 또 가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아이스크림과 놀이터 좋아하는 혜림양, 김치까지 직접 담그시며 난처한 일 해결사 역할 잘 해내시던 아내분, 봐야할 곳은 긴 줄 서서 혼자라도 보고 오시는 붉은돼지님 ^^
여행도, 여행기를 내신 것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리스펙!

책읽는나무 2022-06-0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붉은돼지님의 여행기 책이라뇨??
우와.....깜짝 놀랐습니다.
자랑 좀 하시지??
저도 읽어 봐야겠군요^^

hnine 2022-06-08 22:3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최근에 붉은돼지님 1일출판에 대한 포스팅 읽다가 알게 되었네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큼직큼직한 글자로 페이지 채워진 그런 책 아님에도 재미있어서 금방 읽는답니다.

stella.K 2022-06-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코로나 전에 영국 여행 혼자 다녀오시지 않았나요? ㅎ 혼자 가는 여행이 진짜 여행할 줄 아는 거죠. 저는 언감생심입니다.ㅠ
지난 달 초에 언니와 조카가 부추겨 속초 다녀왔는데 고맙더군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마도 붉은돼지님 딸램도 아빠와 함께한 여행 잊지못할 것같아요^^

hnine 2022-06-09 12:28   좋아요 1 | URL
기억력 좋으시네요. 2018년에 갔었죠. 혼자 가는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는 것과 많이 다르더라는 것도 맞고요. 붉은돼지님 가족이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셨겠듯이 이 또한 용기와 결단력이 좀 더 필요할뿐 닥치면 누구나 다 할 것 같아요.
예전엔 식구 (함께 밥을 먹는)라는 말로 가족을 정의할수 있었다면 요즘은 함께 보내는 시간, 추억, 이런 것이 가족이라는 연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돈주고 살수 없는 것이고 단숨에 갖출수 없는 것이지요. 속초 어떠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기회를 만들며 살아야겠어요. 갈수록 행동반경이 좁아지니 일부러 길을 나서지 않으면 사고 범위도 자꾸 좁아질까 걱정이 드네요.

프레이야 2022-06-0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종승 님이 붉은돼지 님이군요. 품절로 나오네요 ㅠ 인생은 커다란 회전목마라고 하니 데몰리션 한 장면이 떠올라요. 그 장면 너무 좋았거든요. 책 멋질 것 같아요 내용. 여행기 책으로 남아서 온가족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좋아 보입니다.

hnine 2022-06-09 15:32   좋아요 1 | URL
책 속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을텐데 적절하게 풀고 마무리하고를 잘 하셨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행만큼 영원한 글쓰기 거리,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건강할때 여행 많이 다녀야겠다고 또 결심했습니다 ^^
(품절되어 저도 겨우 중고책으로 구입해서 읽었어요)

페크pek0501 2022-06-1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처음 아는 소식이네요. 붉은돼지 님의 여행기... 좀 더 알려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품절이라...
여행 작가 님이라 생각하니 멋있네요!!!

hnine 2022-06-15 05:02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여행기에는 저도 관심이 있고 해서 구입해서 읽어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