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알프스가 눈에 덮일 무렵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만약 정원 꾸미기에 정신을 쏟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진정 기뻐하며 위대한 범인으로서 생애를 장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즉, 철학자들의 이런저런 고민은 육체를 너무 등한시한,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데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을 일구고 돌을 나르고 좋아하는 초목을 심어 기르는 등의 생활을 체험했다면 살아가는 의미 등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그토록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현세의 생명체에 대해 어떠한 의혹도 끼어들 여지가 없지 않았을까.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척추동물로서 당연히 흘려야 하는 땀과, 꾀죄죄한 현실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은 겨우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아 고민에 휩싸였던 것은 아닐까. (126쪽)
요즘 들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 읽어보는 일이 가끔 있다.
위의 작가 같은 삶을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단박에 공감을 하고 밑줄 남긴 곳, 다시 읽어봐도 좋기에 옮겨 적어보았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 더 나은 생을 살 수 있는것인가.'
'내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로 얻는게 무엇인가.'
나 자신 이런 생각을 근래 종종 하던 중이라서 더 마음에 와닿는것인지 모른다.
오늘 새벽 다시 찾은 책의 저 문구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책 읽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고는 있지만 어쩌랴 공감이 가는 저 문장 역시 책에서 찾아낸 것을.
아직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그동안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들 목록.
<달에 울다>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