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가 눈에 덮일 무렵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만약 정원 꾸미기에 정신을 쏟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진정 기뻐하며 위대한 범인으로서 생애를 장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즉, 철학자들의 이런저런 고민은 육체를 너무 등한시한,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데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을 일구고 돌을 나르고 좋아하는 초목을 심어 기르는 등의 생활을 체험했다면 살아가는 의미 등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그토록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현세의 생명체에 대해 어떠한 의혹도 끼어들 여지가 없지 않았을까.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척추동물로서 당연히 흘려야 하는 땀과, 꾀죄죄한 현실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은 겨우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아 고민에 휩싸였던 것은 아닐까. (126쪽)
























요즘 들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 읽어보는 일이 가끔 있다. 

위의 작가 같은 삶을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단박에 공감을 하고 밑줄 남긴 곳, 다시 읽어봐도 좋기에 옮겨 적어보았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 더 나은 생을 살 수 있는것인가.'

'내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로 얻는게 무엇인가.'

나 자신 이런 생각을 근래 종종 하던 중이라서 더 마음에 와닿는것인지 모른다.


오늘 새벽 다시 찾은 책의 저 문구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책 읽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고는 있지만 어쩌랴 공감이 가는 저 문장 역시 책에서 찾아낸 것을. 

아직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그동안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들 목록.

<달에 울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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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04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루야마겐지 좋죠. 오래 전에 읽었는데 h님 페이퍼 보니까 읽고 싶네요.

hnine 2021-12-04 13:48   좋아요 2 | URL
한권이라도 새로운 책을 더 읽을 욕심에 읽은 책 다시 들춰보는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요즘은 가끔 예전에 읽은 책 다시 들춰봐요. 밑줄 그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읽어보고 이런 좋은 문장을 한번 보고 말았다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고 보니 제목도 의미심장하네요. 석양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해지는 석양도 석양이지만 인생의 석양을 의미하기도 하겠지요? 제가 꼭 그 나이라는 것은 아니지만...(말꼬리 흐림 ^^)

scott 2021-12-04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손글씨!
키티 만큼 귀엽!
마루야마 겐지
한국 작가들에 문인 스승!
그의 문장 속에는 여러 인물들의 움직임 목소리들이 들어 있죠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완성한 글로 그림을 그리고 소리를 울려대듯!^^

hnine 2021-12-04 13:51   좋아요 1 | URL
똑같이 생긴 키티가 색깔별로 있답니다 ㅋㅋ
미니 만년필 끝에 장식으로 달려있던 것인데 부러져서 저렇게 키티만 남았어요.
제가 일본 소설을 잘 못 읽고 몇권 읽지도 못했는데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거의다 찾아 읽었어요. <달에 울다>는 제가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 딱 두권 있는데 그중 한권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12-05 23:26   좋아요 1 | URL
hnine님 동글동글, 반듯반듯
손글씨체에서 인성이 보입니다.
부럽부럽^^

알라딘 페이퍼에 제 손글씨를 실수로라도 올리지 않으려 조심하는 일인으로서 완전 부럽습니다!

hnine 2021-12-06 04:36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제 손글씨가 여러분에게 귀염 많이 받네요 ^^ 감사합니다.
(쉿! 그런데요, 저 성격은 그렇게 동글동글, 반듯반듯 하지 못하네요. 삐죽빼죽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1-12-04 2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글 읽고 어제 오늘 김치 담는다고 이제사 댓글 답니다~^^
아까 나인님 손글씨 넘 예쁘다고 남기려 했었거든요.전 손글씨 이쁜 사람들 넘나 부러워요.
미루야마 겐지 책은 한 권도 안읽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hnine 2021-12-05 04:46   좋아요 3 | URL
김치 담그셨다니, 큰 일 하셨네요. 저는 따로 김장 안하고 김치 떨어지면 두 포기씩 사다가 담궈먹어요.
제 글씨체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분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지기도 해서 아주 다른 글씨체로 쓰기도 한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다 같아 보인다고 할지도 모르지만요.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은요, 소설과 에세이에서 그 느낌이 많이 달라요. 소설은 소설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저는 좋았답니다. 말씀드렸지만 제가 꼽는 최고는 <달에울다>요. 그림을 보는 듯 문장을 읽게 되는 소설이예요.

mini74 2021-12-04 2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씨가 예쁘세요. 글씨 쓰실 맛이 날듯 한 ㅎㅎ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최고시라니 읽고 싶어집니다 *^^*

hnine 2021-12-05 04:51   좋아요 2 | URL
글씨체 보면 제 나이와 제 얼굴과 연결이 안될수도 있답니다 ^^ 중학교때 수학선생님께서 남자 분인데 글씨를 동글동글 아주 귀엽게, 초성을 다른 부분보다 더 크게 쓰시는걸 보고 맘에 들어 따라쓰다보니 점점 닮아 간것 같아요. 지금 봐도 제 글씨체보다는 그때 그 수학선생님이 글씨가 훨씬 더 예뻤는데 다시 볼 수가 없네요.
마루야마 겐지의 <달에 울다>는 그의 대표작, <여름의 흐름>은 그가 작가로서 그야말로 확 뜨게 한, 큰 상 받으며 데뷔하게 한 작품이랍니다. <여름의 흐름>도 좋았는데 제 의견에는 <달에 울다>가 더 예술적이랄까요.

페크pek0501 2021-12-1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에 울다, 를 갖고 있는데 완독하지 못했어요. 얼마쯤 읽었는지도 가물가물...
찾아봐야겠어요. 잘 알려 주셨습니다. ^^

hnine 2021-12-10 17:55   좋아요 2 | URL
제목부터 마음을 끌지 않나요? 달에 울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눈으로 읽는 것은 분명 글자인데 읽는 동안에는 마치 어떤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언젠가 한번 만나보시기를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