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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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인가 텔레비젼 프로그램 '힐링캠프'  강신주 편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만난 철학자지만, 소설들에 밀려 만나보지 못한 분인데, 이번 기회에 강신주 철학자의 생각을 좀 들어볼까 싶었다. 그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가, 궁금했던 탓이다. 프로그램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인생상담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일반인이 질문하는 것에 어쩌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날카롭게 그에 따른 질문을 하는게 놀라웠다. 급기야는 상담자가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선 말 때문에 나 또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해답을 준 탓이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아 은퇴를 앞둔 아버지가 가족에게 집착해 아버지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한 여대생의 질문에 상담할 때였다. 가족에게 애정을 쏟으려는 아버지의 심정을 귀찮게 생각한다는 게 상담자의 내면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처럼 돌직구 답변도 있던가.

 

더불어 프로그램이 끝난후 내가 읽고 싶었던 신작에 대해 이제는 구매 결정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철학자 강신주 답게 명쾌했다. 물어보는 질문마다 날카롭고도 명쾌한 답변으로 진행자의 허를 찔렀다. 이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철학자다워 보였다.

 

평소 문학작품을 읽기 때문에 나는 감정적인 편이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기 전부터 나는 감정적이었던 듯 하다. 그만큼 감성이 풍부해 책을 읽을때도, 영화를 볼때도 나는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감정이 극에 달하는 책을 읽을때면, 책을 뒤집어놓고 목놓아 울때도 많다. 그만큼 감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들을 갖고 살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주 철학자의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사람에게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는구나 싶었다. 모두 48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48가지의 감정들을 대입시켜 설명하는 글을 만났다. 또한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감정,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감정을 문학작품과 더불어 만날 수 있다. 내가 전에 읽었던 작품도 그렇고, 읽지 않는 미지의 작품들에서도 그렇다. 이 많은 책들을 읽고, 그에 따른 인간의 감정들을 대입시켰다.

 

저자가 언급한 문학 작품 속에서 대입한 감정들이 너무도 딱 들어맞는 사실이다.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감정들을 살펴보자.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에 나오는 감정은 자긍심이다. 연상의 동거녀인 상턀이 자신은 늙었다며 시름에 빠져있을때, 스토커인양 가명으로 사랑한다며 편지를 써 상턀로 하여금 아직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좌, 앙리 루소 「카니발의 밤」우, 샤갈 「푸른 연인들」 

 

측은은 사람에게 우리는 연민을 가진다. 하지만 이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해 버리면 나중에는 더할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 연민인것 같다. 강신주 철학자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소개하면서 연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민'의 장에서의 부제는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이라고 표현했다.

 

불의의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아름다운 그녀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 호프밀러 소위는 자신이 느끼는 연민을 사랑이라 착각했다. 애써 사랑이라고 포장했다. 더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준 에디트는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에티카』에서 스피노자는 연민을 가리켜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라고 말했다. 이에 저자는 상대방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키스를 포함한 육체적 접촉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로의 감정이 당혹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감정으로 친절했을 뿐이라며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도 우를 범하지 않는가. 사랑일거라는 감정으로 대하지만, 전혀 아니었을 경우,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억지로 사랑이라는 이유를 대 나중에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좌, 오딜롱 르동「나비들」 우,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크리스티나」

감정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삶의 추억도, 그리고 삶의 설렘도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는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이처럼 저자가 소개하는 감정에 따라 문학 작품들을 따라 읽다보면, 우리는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감동깊게 읽었던 책은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읽지 않은 작품은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한 작품이 끝날때마다 작가와 사진과 간단한 소개에 그 작품을 썼던 작가에게 다가가는 계기를 준다.

 

책 속에 삽입된 그림들은 또 어떤가. 위 네 개의 그림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매 장 마다 한 편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그 책에서 나타낸 감정에 맞게 선택된 그림들이다. 감정을 소개하는 매 장을 읽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그림을 소개할까, 기대감이 컸다. 각 감정에 맞게 그림을 편집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더불어 멋진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 느낀 감정들을 내일 느끼란 법도 없다. 오늘의 삶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듯, 저자의 말처럼 다시 반복되지 않는 소중한 삶을 위해 감정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스피노자의 감정론을 읽으며, 감정에 따른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하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훨씬 솔직해 질 수 있다.

 

아,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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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프 Rebuff
최양윤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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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아야 그 추억이 오래가지 않을까.

영원한 추억이 되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어야 제맛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꽤 된것 같다. '첫사랑과 결혼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어렸을때 만나 헤어졌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하는 커플도 있을 것이고, 첫사랑과 계속 사귀다가 결혼한 커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랜시간동안 사귀다가 결혼한 커플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랜시간동안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기도 어려울테고, 그 시간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로맨스는 첫사랑에게 퇴짜를 맞고 십 년이 지난후 우연히 재회하는 이야기이다.

국제일보의 사회부 기자로 일하는 채영, 정치부 땜방을 나갔다가 국회의원 선거의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도규를 만났다. 한 사람은 국회의원 당선자로, 한 사람은 기자로 재회한 것이다. 채영에게 도규는 아픈 첫사랑이었다. 대학교 다닐때 같은 수업을 들었던 두 사람은 친하게 지냈고, 도규는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그런 도규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거절의 말로 인해 영은 대학에서 채불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그랬던 영에게 도규가 그에게 키스를 하며 보통의 연애를 하자며 구애를 하는 것이다.

 

경찰서에서 먹고 살다시피하는 사회부 기자로서의 채영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사건을 보는 감도 있었기 때문에, 채영도 굉장히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는 거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여성 캐릭터가 좋다. 그랬기에 채영이 도규와 사귀게 되면서 다른 결정을 하기 바랐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버렸다. 물론 정치인과 기자라는 특성때문에 곤란한 점도 많겠지만,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수 있었을텐데, 채영의 결정이 안타까웠다.

 

 

 

리버프(rebuff)라는 말은 퇴짜라는 뜻을 가졌다. 고백을 한 이에게 퇴짜를 맞고 다시 좋은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 건 힘들다고 본다. 차라리 도규가 그냥 퇴짜 놓은거였고, 도규에게 채영도 첫사랑이 아니었고, 그냥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에게도 첫사랑이었는데, 친구때문이었다고 해도, 퇴짜를 놓은후 십 년이 지나도록 연락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정치인이 나오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이길 바랬는데, 도규에겐 당선자 시절이 너무 길었다. 열심히 일하는 남자 멋진데 말이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도규의 부모 때문에 충분히 채영이 자신의 직장생활을 조율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혀 재미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위의 감정은 순전히 나의 취향이나 바램을 말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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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4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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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되어 학교에 갈일이 있어 다른 엄마들을 볼때면 하나같이 정장을 차려 입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다녔던 엄마들이 학교에 가는 날이면 옷을 새로 장만하는 경우도 보았다. 위에 걸칠 자켓을 산다든가, 트렌치 코트를 산다던가 하고, 그 중에서 가장 놀랜 건 집에 있는 가방 중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다른 엄마들에게 기죽지 않으려는 것도 있겠고, 아이 담임 선생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 이쁘시다' 라는 말을 듣게 하려고 일수도 있다. 왜냐면 아이들 스스로 늙은 엄마 보다는 젊은 엄마, 이왕이면 얼굴이 예뻐보이는 엄마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약 부모가 장애인인 경우는 아예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게 무엇보다 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자신이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인다면 그것처럼 창피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옥수 작가님의 신작 『파라나』에서 백정호가 그렇다. 훤칠하게 잘생긴 열일곱 살의 백정호는 장애인 부모를 두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무도 아는 아이들이 없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장애인 부모를 둔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동정어린 눈빛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착한 정호'라는 말이다. 동네사람들은 장애인인 부모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그에게 모두 착한 정호 라는 말을 한다. 마음속에서는 불꽃이 활활 타오를 정도로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속말을 한다. 그래서 그가 키우는 것도 독을 품고 있는 전갈이다.

 

그런 정호에게 일이 생겼다. 엄마와 아빠를 아는 아이들이 없는 학교로 진학했지만, 수업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불려오셨다. 숨기고 싶었던 그의 부모를 아이들이 봐버렸다. 그리고 정호에게 효행상을 주겠다고 한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하지만, 선생님은 겸손으로 알고 그대로 진행했다. 교문에 걸린 플래카드를 찢어버리려고 했으나 그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마음속에서는 불이 타오르는데 착한 아이라며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때 아마 정호처럼 미칠것 같으리라.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착한 아이'라는 말, 부모에 의해 착한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 정호는 그 타이틀이 너무도 싫었다. 정호가 원한건 그저 평범함이었던 것 같다. 자기를 왜 낳았느냐고 아버지에게 소리칠때도 평범한 부모를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정호가 자신의 부모 때문에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때 알게 된 친구 효은을 보자.

정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효은의 집에 가서 보고는 자신보다 더 나쁜 상황인걸 보고 놀랬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다들 고생하고 있는 모습, 쌀이 없어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 정호였다. 정호에게 건네는 효은의 말에 점점 자신을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이제 정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자신의 베프와도, 부모에게도, 모든 이들에게도 떳떳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무심코 무거운 짐을 선사하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며, 그 무거운 짐을 가득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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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청접대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2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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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다닐때 여행지에서 처음에 하는 일은 여행안내서가 되는 지도를 구하는 일이다.

예전에 비해 최근엔 여행지의 지도와 안내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전체면에 그 지역의 지도를 그리고 각 부분마다 관광명소를 표시하고 있어 가까운 거리부터 관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뒷 면에 보면 각각의 명소와 함께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어 그 이해를 돕는다. 또한 지방 특산물이며 음식도 언급되어 있어 찾아가 볼수 있게 한다.

 

여행할때 1박을 하게 되면 대부분 음식물을 준비해 가지만, 점심 정도는 그 지방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게 된다. 또한 여행 떠나기전에는 각시군청의 홈페이지를 이용해 그 지방의 관광지역을 훑어 보게 된다. 요즘은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그에 따라 각 시군청에서도 특색있는 축제를 기획해 지역을 알리고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제는 계절마다 유명한 축제 장소가 생길 정도다. 봄이 되면 광양의 매화마을과 벚꽃 축제 장소로 유명한 진해가 각광 받듯 말이다. 멀리까지 가지 못하게 되면 가까운 곳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 모두의 지역 관광지를 알리기 위해 각 시군청의 관광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백수 알바 내집 장만기』나  『스토리셀러』, 『사랑도감』의 작가 아리카와 히로는 자신의 고향 고치 현의 이야기인 『현청접대과』라는 작품을 썼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느낌의 책으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에 대해 스스럼없이 공감하게 되는 역량을 가진 작가다. 작가의 작품을 몇 작품 읽었던 느낌이 모두 그랬다.

 

고치 현청의 관광부에 '접대과'가 발족되었다. 관광객을 '접대'하는 마음으로 관광을 부흥시킨다는 취지를 담은 과이다. 물론 그들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특성상 현재를 유지하는게 업무인 만큼 새로운 걸 창조해 내기는 힘들다. 새로운 기획안을 내놔도 윗선까지 가서 허락이 떨어지는 것 또한 힘든 일일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현의 관광 발전을 위해 좋은 기획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어찌보면 구태의연한 그들이 과연 고치 현의 관광 발전을 위해 기획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시행하고 있는 '관광홍보대사'를 도입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또한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특정 지역의 관광홍보대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가 홍보대사에게서 받은 느낌은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아마도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게 없을 수도 있다. 고치 현청의 접대과 직원들도 유명 스포츠 스타나 작가에게 관광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관광홍보대사 제도를 도입했으나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무료 쿠폰등을 만드는 데만도 몇개월이 걸릴 정도다. 접대과의 가장 젊은 직원인 가케미즈는 관광홍보대사로 선택된 요시카도 교스케라는 한 작가가 기획의 취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이에 요시카도와 가케미즈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접대과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바를 콕콕 찝어가며 고치 현의 관광 발전에 대해 안을 내놓는 걸 보며 가케미즈는 요시카도가 안내해 준 새로운 발상에 대해 깊이 연구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관청의 구태의연한 생각보다는 새로운 민간 감각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서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여성 스태프를 구해보라는 말을 듣고 총무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키를 새로운 스태프로 들여 관광 발전에 도움을 받는다. 막힌 생각을 갖는 공무원보다는 민간 감각을 가진 외부인의 감각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역의 축제 장을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을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이용해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따스한 시선이 내재되어 있었다. 아무리 험한 길이어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다니게 되며, 그 지역만의 고유한 느낌이 있는 지역이 좋다. 갈수록 발전된 도시보다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시골의 자연적인 모습에 우리는 안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 본 『현청접대과』는 역시나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곳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각 시군구청에서는 지역 홈페이지의 관광 안내를 자주 업데이트 할 것이며, 관광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의 안내서인 여행지도에 대해서도 꾸준히 추가될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이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여행 안내도 보다 입소문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책 속에서 나왔던 것처럼, 방문했던 곳에서의 주민의 사소한 친절이 그 지역으로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다. 소소한 이야기 같지만 로맨스와 일, 그리고 고치 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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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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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신문에서 위안부였던 한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그 분들이 원한 건 '진정한 사과 한 마디' 였다고 했는데, 일본은 그 한 마디를 하지 않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렇다. 현재의 일본은 그들이 행했던 과거사를 왜곡하며 무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독도와 중국의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이 그렇다. 그들은 한국과 중국의 영토를 일본의 영토라며 우기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영토 분쟁에서 한국과 중국이 대처하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도 독도 분쟁 때문에 노력을 꽤 한다고 보는데, 중국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 이는 각 나라 국민의 특성 차이라고 보는데, 나 또한 일본의 그러한 행태에 대해 열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적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한다던가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러한 나를 채찍질 하기라도 하는 듯, 김진명 작가의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으며 울분을 금할 수 없었다. 작가가 십삼년 전에 썼던 작품을 새로 썼다는 건 그만큼 할말이 많다는 것일테다. 또한 작가는 일본국민들에게 이 책을 꼭 읽히고 말겠다고 했다. 그만큼 작가의 의지가 강하는 뜻도 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울분을 참을 수 없었는데, 많은 일본인들이 읽고 역사적 사실들을 알았으면 좋겠다. 책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일본의 마사코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다루면서 한국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중국의 난징대학살의 내용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황태자비를 납치한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을 빌려, 한국과 중국에게 큰 죄를 져놓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려는 것을 바로잡으려 했다.

 

어느 날 공연을 보던 황태자비가 동창생들을 만나러 갔다가 납치되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시청은 비상 검문을 실시하는 등 납치범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황태자비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납치범 중 한 명이 중국에서 유학 온 펑더화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후 납치범들로부터 전화 한통이 온다. 두 개의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황실은 황태자비의 안위가 걸렸는데도 문서의 존재조차 없다며 부인한다. 납치범을 추적할수록 한국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중국의 난징대학살의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다.   

 

현재의 한.중.일은 역시 불편한 관계다.

역사 왜곡과 영토 분쟁도 그렇고,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도 없는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어떻게 보면 김진명 작가는 일본에 대한 도전을 했다. 한국과 중국 동시 출간이 그의 의지를 분명히 해주고 있었다. 또한 십삼 년 전의 원작에 있었던 한국인 납치범 두 명 중 한 명을 중국인으로 개정해 난징대학살의 비밀을 이야기했다. 갈수록 일본이 우경화 되어 가는 것과 역사 왜곡, 영토 분쟁등을 중국과 합세하여 강력 대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바램처럼, 많은 일본인들이 이 책을 읽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정확하게 알았으면 싶다. 일본의 젊은 친구들이 더 읽어 보았으면 싶고, 자신들의 나라가 어떠한 일들을 했고, 일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싶다. 책 속에서 그들의 역사 교과서에 정신대라는 부분이 아예 들어있지 않을 정도로 숨기고 싶은 과거일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 이게 힘든 일인가.

 

더불어 한국의 어린 친구들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본다.

수능시험에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되었다. 이처럼 국사는 그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과거의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현실에서 꼭 읽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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