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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4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학부모가 되어 학교에 갈일이 있어 다른 엄마들을 볼때면 하나같이 정장을 차려 입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다녔던 엄마들이 학교에 가는 날이면 옷을 새로 장만하는 경우도 보았다. 위에 걸칠 자켓을 산다든가, 트렌치 코트를 산다던가 하고, 그 중에서 가장 놀랜 건 집에 있는 가방 중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다른 엄마들에게 기죽지 않으려는 것도 있겠고, 아이 담임 선생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 이쁘시다' 라는 말을 듣게 하려고 일수도 있다. 왜냐면 아이들 스스로 늙은 엄마 보다는 젊은 엄마, 이왕이면 얼굴이 예뻐보이는 엄마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약 부모가 장애인인 경우는 아예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게 무엇보다 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자신이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인다면 그것처럼 창피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옥수 작가님의 신작 『파라나』에서 백정호가 그렇다. 훤칠하게 잘생긴 열일곱 살의 백정호는 장애인 부모를 두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무도 아는 아이들이 없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장애인 부모를 둔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동정어린 눈빛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착한 정호'라는 말이다. 동네사람들은 장애인인 부모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그에게 모두 착한 정호 라는 말을 한다. 마음속에서는 불꽃이 활활 타오를 정도로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속말을 한다. 그래서 그가 키우는 것도 독을 품고 있는 전갈이다.
그런 정호에게 일이 생겼다. 엄마와 아빠를 아는 아이들이 없는 학교로 진학했지만, 수업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불려오셨다. 숨기고 싶었던 그의 부모를 아이들이 봐버렸다. 그리고 정호에게 효행상을 주겠다고 한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하지만, 선생님은 겸손으로 알고 그대로 진행했다. 교문에 걸린 플래카드를 찢어버리려고 했으나 그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마음속에서는 불이 타오르는데 착한 아이라며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때 아마 정호처럼 미칠것 같으리라.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착한 아이'라는 말, 부모에 의해 착한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 정호는 그 타이틀이 너무도 싫었다. 정호가 원한건 그저 평범함이었던 것 같다. 자기를 왜 낳았느냐고 아버지에게 소리칠때도 평범한 부모를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정호가 자신의 부모 때문에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때 알게 된 친구 효은을 보자.
정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효은의 집에 가서 보고는 자신보다 더 나쁜 상황인걸 보고 놀랬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다들 고생하고 있는 모습, 쌀이 없어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 정호였다. 정호에게 건네는 효은의 말에 점점 자신을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이제 정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자신의 베프와도, 부모에게도, 모든 이들에게도 떳떳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무심코 무거운 짐을 선사하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며, 그 무거운 짐을 가득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