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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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인가 텔레비젼 프로그램 '힐링캠프'  강신주 편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만난 철학자지만, 소설들에 밀려 만나보지 못한 분인데, 이번 기회에 강신주 철학자의 생각을 좀 들어볼까 싶었다. 그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가, 궁금했던 탓이다. 프로그램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인생상담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일반인이 질문하는 것에 어쩌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날카롭게 그에 따른 질문을 하는게 놀라웠다. 급기야는 상담자가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선 말 때문에 나 또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해답을 준 탓이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아 은퇴를 앞둔 아버지가 가족에게 집착해 아버지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한 여대생의 질문에 상담할 때였다. 가족에게 애정을 쏟으려는 아버지의 심정을 귀찮게 생각한다는 게 상담자의 내면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처럼 돌직구 답변도 있던가.

 

더불어 프로그램이 끝난후 내가 읽고 싶었던 신작에 대해 이제는 구매 결정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철학자 강신주 답게 명쾌했다. 물어보는 질문마다 날카롭고도 명쾌한 답변으로 진행자의 허를 찔렀다. 이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철학자다워 보였다.

 

평소 문학작품을 읽기 때문에 나는 감정적인 편이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기 전부터 나는 감정적이었던 듯 하다. 그만큼 감성이 풍부해 책을 읽을때도, 영화를 볼때도 나는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감정이 극에 달하는 책을 읽을때면, 책을 뒤집어놓고 목놓아 울때도 많다. 그만큼 감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들을 갖고 살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주 철학자의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사람에게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는구나 싶었다. 모두 48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48가지의 감정들을 대입시켜 설명하는 글을 만났다. 또한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감정,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감정을 문학작품과 더불어 만날 수 있다. 내가 전에 읽었던 작품도 그렇고, 읽지 않는 미지의 작품들에서도 그렇다. 이 많은 책들을 읽고, 그에 따른 인간의 감정들을 대입시켰다.

 

저자가 언급한 문학 작품 속에서 대입한 감정들이 너무도 딱 들어맞는 사실이다.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감정들을 살펴보자.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에 나오는 감정은 자긍심이다. 연상의 동거녀인 상턀이 자신은 늙었다며 시름에 빠져있을때, 스토커인양 가명으로 사랑한다며 편지를 써 상턀로 하여금 아직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좌, 앙리 루소 「카니발의 밤」우, 샤갈 「푸른 연인들」 

 

측은은 사람에게 우리는 연민을 가진다. 하지만 이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해 버리면 나중에는 더할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 연민인것 같다. 강신주 철학자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소개하면서 연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민'의 장에서의 부제는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이라고 표현했다.

 

불의의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아름다운 그녀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 호프밀러 소위는 자신이 느끼는 연민을 사랑이라 착각했다. 애써 사랑이라고 포장했다. 더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준 에디트는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에티카』에서 스피노자는 연민을 가리켜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라고 말했다. 이에 저자는 상대방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키스를 포함한 육체적 접촉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로의 감정이 당혹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감정으로 친절했을 뿐이라며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도 우를 범하지 않는가. 사랑일거라는 감정으로 대하지만, 전혀 아니었을 경우,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억지로 사랑이라는 이유를 대 나중에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좌, 오딜롱 르동「나비들」 우,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크리스티나」

감정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삶의 추억도, 그리고 삶의 설렘도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는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이처럼 저자가 소개하는 감정에 따라 문학 작품들을 따라 읽다보면, 우리는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감동깊게 읽었던 책은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읽지 않은 작품은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한 작품이 끝날때마다 작가와 사진과 간단한 소개에 그 작품을 썼던 작가에게 다가가는 계기를 준다.

 

책 속에 삽입된 그림들은 또 어떤가. 위 네 개의 그림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매 장 마다 한 편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그 책에서 나타낸 감정에 맞게 선택된 그림들이다. 감정을 소개하는 매 장을 읽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그림을 소개할까, 기대감이 컸다. 각 감정에 맞게 그림을 편집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더불어 멋진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 느낀 감정들을 내일 느끼란 법도 없다. 오늘의 삶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듯, 저자의 말처럼 다시 반복되지 않는 소중한 삶을 위해 감정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스피노자의 감정론을 읽으며, 감정에 따른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하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훨씬 솔직해 질 수 있다.

 

아,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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