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그에게 덧씌어진 친부살해와 근친상간의 이미지, 이것이야말로 진짜 비극이 아닌가!

   어떤 이들은 고전이 진부할 것이라 지레짐작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남은 고전은 처음부터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웠는데 지금 읽어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읽어도 새로운 것은 쓰인 당시에도 새로웠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전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 역시 당대의 진부함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낡거나 진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들은 살아남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후대로 전승되었을 겁니다. 김영하, 『읽다』 16쪽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왜 고전을 읽는가』 9쪽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왜 고전을 읽는가』 12쪽


   그러니까 이탈로 칼비노의 화법을 빌려 말해보자면, 최근에 「오이디푸스 왕」을 다시 읽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게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을 이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더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 '다시' 읽어보니, 비록 그 덕분에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자신을 '친부살해'와 '근친상간'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린 프로이트가 꽤 원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억울함 때문에 없던 콤플렉스가 오이디푸스 왕에게 생기지는 않았을까요?

   「오이디푸스 왕」은 프로이트가 정의하는 그런 콤플렉스를 가진 아들이 아닙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키운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가 친부가 아니라는 술 취한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을 알기 위해 아버지 몰래 포이보스(아폴론)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포이보스는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이디푸스가 '어머니와 살을 섞을 운명이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자식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될 것이며,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죽이게 되리라는'(60쪽) 이야기였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오이디푸스는 사악한 신탁이 이뤄지지 않도록 집을 떠납니다.
   테바이를 지나던 중, 사악한 문제를 내 그곳 사람들을 괴롭혔던 스핑크스의 문제를 맞춰 그곳의 왕이 됩니다. 마침 그곳의 왕도 살해되어 자리가 빈 상태였고, 혼자 남은 왕비 이오카스테까지 취해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그런데 사악한 역병이 온 나라에 퍼져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왕비의 오라비 크레온은 라이오스 왕이 살해되었는데, 살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오이디푸스는 살해자들을 찾아내 처벌하라고 명하는데, 이때 테바이의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나타납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를 향해 '그대가 찾고 있는 범인이 바로 그대'(43쪽)라고 말합니다. 오이디푸스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고, 눈먼 것까지 조롱하자 테이레시아스는 들려주기를 주저했던 말들까지 쏟아 냅니다.

   "눈먼 것까지 그대가 조롱하니 하는 말이지만, 그대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오. 그대가 어떤 불행에 빠졌는지, 어디서 사는지, 누구와 사는지 말이오. 그대가 누구 자손인지 알고나 있소? 그대는 모르겠지만, 그대는 지하와 지상에 있는 그대의 혈족에게는 원수외다. 그러니 언젠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저주라는 이중의 채찍이 무서운 발걸음으로 그대를 뒤쫓아 이 나라 밖으로 몰아낼것이오." 45쪽

   "단언하건대, 그대가 아까부터 위협적인 말로 라이오스의 피살 사건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하며 찾던 그 사람은 바로 여기에 있소이다. 그는 이곳으로 이주해온 외지인으로 여겨지지만 머지않아 테바이 토박이임이 밝혀질 것이오. 하지만 그는 그런 행운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오. 앞 못 보는 장님이 되고 부자에서 거지가 되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이국땅으로 길을 떠날 운명이니까요. 그리고 그는 함께 살고 있는 그의 자식들의 형이자 아버지이며, 자신을 낳아준 여인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아버지의 침대를 이어받은 자이자 자기 아버지의 살해자임이 밝혀질 것이오. 안으로 들어 그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시오. 그러고도 내 말이 틀렸거든 그때부터는 예언에 관해 내가 무식하다고 말하시오." 47쪽

   눈먼 예언자의 예언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오이디푸스에게 왕비 이오카스테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그를 위로해 줍니다.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미래사를 예언할 수 없어요. 이에 대해 내가 간단한 증거를 보여드리지요. 전에 라이오스에게 신탁이 내린 적이 있었어요. 아폰론 자신이 아니라 그분의 사제로부터 말예요. 그 신탁이란 운명이 그를 따라잡아 그이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손에 그이가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소문대로라면, 라이오스는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세 길이 만나는 곳에서 어느 날 다른 나라 도적들 손에 살해당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아들은 태어난 지 사흘도 안 돼 라이오스가 두 발을 함께 묶은 뒤 하인을 시켜 인적 없는 산에다 내다 버렸어요. 그리하여 아폴론께서는 아이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라이오스는 아들의 손에 죽는다는, 그이가 두려워한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셨답니다." 57쪽

   이 이야기를 들은 오이디푸스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세 길이 만나는 곳을 지나던 중 다른 무리와 부딪혔고, 그 중 한 노인이 나뭇가지로 자신의 머리를 내려쳐 그를 죽였던 것입니다.
   이때 오이디푸스의 고향에서 사자가 찾아옵니다. 그의 부친 폴뤼보스가 죽었으니, 고향으로 돌아와서 코린토스의 왕이 되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친부살해'라는 신탁은 벗어났지만 아직 어머니가 살아있으니 돌아갈 수 없다고 하자 사자는 오이디푸스가 코린토스 왕과 왕비의 친아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연하게도 사자가 버려진 오이디푸스를 주워 왕에게 선물로 전했다는 것입니다.
   오이디푸스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신탁이 적중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오이디푸스는 좌절하고 그의 왕비이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는 자살을 합니다. 이것을 본 오이디푸스 또한 왕비 옷에 꽂혀 있던 황금 브로치를 뽑아 자신의 두 눈앞을 여러 번 찔러 스스로 눈을 멀게 만듭니다.

   "아아, 슬프고 슬프도다! 가련한 내 신세.
불쌍한 나는 대지 위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 목소리는 어디로 흩날려 가는가?
내 운명이여, 너는 얼마나 멀리 뛰었는가!" 81쪽

   "모든 재앙을 능가하는 재앙이 있다면,
그것은 오이디푸스의 몫이로구나." 83쪽

   이제 오이디푸스의 억울함을 아시겠죠? 오이디푸스는 자신에게 내려진 신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와 고향을 떠났지만, 결국 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최악의 치욕과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런 오이디푸스에게 '친부살해'와 '근친상간'의 콤플렉스를 덮어 씌우다니, 아마도 오이디푸스는 지하에서도 영원히 고통받고 있겠죠. 이것이야 말로 오이디푸스의 진짜 '비극'이 아닐까요?

   소포클레스(BC496~BC406)보다 백 년 정도 늦게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는 『시학』에서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오이디푸스 왕」을 극찬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건과 플롯이 비극의 목적이며, 목적은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수사학/시학』 363쪽)하며 '비극에서 우리를 가장 감동시키는 것은 급반전과 발견'(『수사학/시학』 364쪽)인데 「오이디푸스 왕」은 이 요소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뻔하디 뻔한 출생의 비밀과 반전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막장'이라 부르며, 이 '막장 드라마'들의 인기비결이 궁금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제야 그 대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비극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혹은 가장 완벽하다는 「오이디푸스 왕」을 닮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항상 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기를 지켜보며 기다리되,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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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1-08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읽은 오이디푸스 비극과 나이 들어 읽게
된 오이디푸스 비극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던 것
같습니다.

어려서는 참 별 일도 다 있구나 싶었는데 말이죠.

고전이 그냥 허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뒷북소녀 2018-11-09 13:05   좋아요 0 | URL
저두요. 고전은 읽을 때마다 항상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탈로 칼비노는 정말... 관찰력이 대단한듯 합니다.ㅋㅋㅋ
 

E4 : 책 좋아한다며? 나도 책 좋아해서 책 읽는 사람 좋더라. 그런데 요즘 무슨 책 읽어?

: ...... 유발 하라리?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많았지만 재빨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E4 차 뒷좌석에 유발 하라리의 신간이 있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유발 하라리의 신간은 아직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채 책상 위에 쌓여 있다.

 

 

예전에 자기계발서만 주로 읽는 4zzang이 고전을 주로 읽는 나에게 고루하다고 해서, 그것이 트라우마가 됐나보다.

(별 희한한 트라우마도) 내가 읽고 있는 책, 좋아하는 책들의 리스트는 상대에 따라서 바뀐다.
그러니까 이 공간에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내가 (진짜로) 읽고 있는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괴테와 박경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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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1-07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 고루하다니요! 넘 므찐데... (고전 못읽는 사람)

뒷북소녀 2018-11-09 13: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공장쟝님. 전 반대로 현대 소설들을 잘 못 읽겠어요 ㅠㅠ

목나무 2018-11-08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계속 읽다보면 결국은 고전으로 책읽기가 귀결되는 것 같아...
나도 내년에는 고전읽기에 도전해봐야겠다. ^^
뒷북소녀의 현재 독서는 아주 굿굿굿~~ ^^

뒷북소녀 2018-11-09 13:0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빨리 마무리하고... 지난번에 읽다만 페소아... 저도 도전해 보고 싶은데...
저는 고전들보다 페소아가 더 읽기 어려워서요.ㅋㅋㅋ
 

나도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문학적 허세 『시학』

요즘 그리스 고전 읽기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 소포클레스가 쓴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을 읽었는데, 2천년 전에 쓰여진 비극이라고 하기엔 너무 재미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극찬했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았다. 나도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문학적 허세도 부릴 겸, 비극을 대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나의 안목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포클레스를 극찬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떻게 2천년도 훨씬 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었을까. 학창시절 우리에게 아리스토텔레스를 죽도록 재미없게 소개시켜준 도덕 쌤만 아니었다면, 나는 좀 더 일찍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재성과 매력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희극은 우리만 못한 인간을 모방하려 하고, 비극은 우리보다 더 나은 인간을 모방하려 한다. 346쪽

   인간은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모방을 하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도 인간이 가장 모방을 잘하며,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된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사실은 경험이 입증한다. 아주 혐오스러운 동물이나 시신의 형상처럼 실물을 보면 불쾌감만 주는 대상도 더없이 정확히 그려놓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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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1-0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허세,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니깐요.

뒷북소녀 2018-11-09 13:07   좋아요 0 | URL
ㅋㅋㅋ문학적 허세 부리느라 책값도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있어요.
이런 책들은... 보통 많이... 비싸네요.ㅋㅋㅋ
 
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건 전개를 알고 있어도 훅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토지』 2권

예전에 구판으로 한번 읽은 적이 있어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1권보다 2권이 더욱 그러하다.

일단, 구천과 별당아씨를 쫓는 최치수. 정말 조마조마하다. 일부러 놓쳐주는 것 같기도 하고. 비록 아버지는 다르더라도 어머니가 낳은 동생이니까. 이렇게라도 자신의 의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니까. 산 속을 뛰어다니니 답답했던 마음도 어느 정도 풀렸으니까. 그래서 애써 잡으려하지 않았던 것일까.
서희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은 이후로 복수를 꿈꾸고 있는 귀녀. 그녀는 최치수의 아들을 낳아 면천하고자 한다. 자신을 종 부리듯 한 사람들을 반대로 부려 먹으며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최치수는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심지어 그런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비웃고 있다. 하지만 귀녀의 집념이 더 컸던 탓인지, 최치수의 아들을 낳았다고 완벽하게 꾸미기 위해 살인까지 계획하는 귀녀와 김평산.
이런 귀녀를 사랑하는 강포수. 그는 용기내어 최치수에게 귀녀를 달라고까지 한다. 그런데 최치수는 때가 되면 알아서 해줄테니 산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산에서는 날아다녀도 역시 사람들 속에서는 바보인가보다. 곰같이 둔한 강포수는 이런 최치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평생 최치수를 원망한다.
2권에서는 아들에게 냉정했던 윤씨 부인과 그런 어머니 때문에 냉정해졌던 최치수의 속내까지 드러난다.

역시 2권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최치수다. 비록 불륜을 저지른 아내와 구천을 잡아 죽이겠다고 이 산 저 산 누비고 다녔지만, 결국 계략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귀녀와 결혼시켜주겠다고 강포수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줬더라면 죽어서라도 강포수에게 원망 듣는 일은 없었을텐데. 계집종의 일은 자신이 직접 나서지 말고 어머니에게 맡겼더라면 그렇게 죽는 일도 없었을텐데.
현명하고 강직한 윤씨 부인과 충성스러운 봉순이네 덕분에 이 비극의 전말은 밝혀졌지만 나이든 윤씨 부인과 어린 서희 밖에 없는 이 집안이 걱정이라서 3권도 참 궁금하다.



어떤 분이 『토지』를 읽으면서 올린 평을 보니 재미있는 구석을 하나도 못 찾겠다고 하던데, 반대로 나는 잠도 물리칠만큼 너무 재미있어서 어느 부분이 그렇게 재미없었는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구어체처럼 툭툭 튀어나오는 『토지』를 타 지역이나 서울 사람들은 어떻게 읽을까, 이것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어른들로부터 같은 말씨를 듣고 자란 내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1~2권 주요 사건별 인물 정리

■ 윤씨 부인 : 최 참판가의 안주인이며 최치수의 어머니. 큰 키, 곧은 상체, 두드러진 뼈대에 선비 같은 느낌을 주는 여성으로 당당하게 집안의 권위와 재산을 지켜나간다. 요절한 남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연곡사에 기도드리러 갔다가 휴양차 와 있던 김개주에게 겁탈당한다. 문 의원과 월선네의 도움으로 무사히 김환을 낳고 이 사건은 집안의 비밀로 묻어버린다. 불륜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치수에게 냉정한 어머니가 되며, 김환에 대한 어미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찾아온 그를 하인으로 곁에 두며, 며느리 별당아씨와의 불륜을 용인한다.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은 저울의 추처럼 갈등을 안겨주어 평생의 한으로 간직하며, 김개주의 처형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 최치수 : 호는 석운. 최 참판가의 당주. 불륜에 대한 죄의식으로 냉엄한 어머니에 의해 신경질적이고 잔인하며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성장한다. 또한 부정적이고 인간혐오적인 선비 장암 선생의 영향을 깊게 받아 매사에 냉소적이다. '온갖 신경질과 우수가 감도는 모습', '당장에 눈을 부릅뜨고 고함칠 것 같은 위태위태한 분위기', '어떤 일에도 감동되지 않을 눈빛, 철저하게 스스로를 거부하는 눈빛'을 가진 인물로 표현된다.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여자를 혐오하여 별당아씨를 냉정하게 대하며, 조준구와 어울려 자학적으로 여자들을 상대함으로써 남성을 잃는다. 또한 속박 당하지 않기 위해 집안의 재산관리를 의식적으로 피한다. 별당아씨가 구천과 도망한 후, 총을 구해 그들을 찾아나서지만 결국 그냥 돌아오고 만다. 귀녀의 음모를 눈치채고 강 포수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김평산에게 살해되고 만다.

■ 김환 : 구천. 윤씨 부인이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낳은 아들. 준수한 용모에 고귀한 풍모와 인품을 지녔으며, 우관은 '삭발 안 한 비구요 투구 없는 장수'로 비유한다. 연곡사에서 성장하다 동학혁명 당시 아버지인 김개주를 따라다닌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추척의 눈을 피해 방랑하다가 윤씨 부인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최 참판가에 찾아간다. 최 참판가의 하인으로 갔을 때 성만을 말하고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무주구천동에서 왔다 하여 구천이로 불린다. 별당아씨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다가 윤씨 부인의 도움을 얻어 산으로 도망한다.

■ 김개주 : 호는 해월(海月). 중인출신이며 우관 스님의 동생. 형인 우관 선사가 있는 연곡사에 휴양차 와 있는 동안, 그곳에 불공드리러 온 윤씨 부인을 겁탈하여 아들 김환을 얻는다.

■ 간난 할매 : 바우 할아범의 처. 윤씨 부인의 몸종으로 최 참판가에 와서 일생을 보낸다. 자식이 없어 조카뻘이 되는 김이평의 둘째 영만을 양자로 삼아 대를 잇는다. 최치수 부친의 죽음과 삼수 할아버지(쇠돌)의 죽음, 최 참판가의 손이 귀하게 된 까닭 등의 내력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준다. 윤씨 부인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며, 독자에게 김환의 정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 김길상 : 고아로 구례 연곡사 우관 스님에게 거두어져 자라며, 금어(金魚)인 혜관에게서 그림을 배워 자신도 금어가 될 꿈을 키운다. 최 참판댁의 심부름꾼으로 소년기를 보낸다.

■ 귀녀 : 최 참판댁의 계집종. 상전인 어린 서희의 모욕에 '원한과 저주가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눈길'을 쏟을 만큼 노비 신분에 대한 열등감과 양반에 대한 원한이 가득하다. 별당 아씨가 사라지자 최치수의 사랑을 얻어 아이를 낳음으로써 면천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김평산, 칠성과 모의하여 보복의 의지를 불태운다. 임신을 위해 자수당에서 칠성과 '추악하고 비인간적인' 밀회를 거듭하던 중, 뒤따라 온 강 포수와 하룻밤을 보낸다. 귀녀의 임신사실과 음모를 눈치 챈 최치수가 강 포수와 강제로 결혼을 시키려고 하자, '여자로서 물리침을 당한 원한', '노비로서 짓밟힘을 당한 원한'에 사무쳐, 서둘러 김평산으로 하여금 최치수를 교살하게 한다. 최치수가 성불구라는 사실을 모른 채 최치수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결국 윤씨 부인에게 모든 사실이 발각되자 당당하게 사실을 실토한다. 강포수의 헌신적인 옥바라지에 감동하여 모든 죄를 뉘우치고 옥중에서 아들 강두메를 낳은 후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는다.

■ 김평산 : '개다리'(무반) 출신의 몰락양반으로 학식도 경제력도 없으면서, 일은 하지 않고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는 인물. 게으르며 탐욕스러울 뿐 아니라, 중인출신의 아내 함안댁을 수시로 구타하고, 손버릇이 나쁜 큰아들 거복의 행동을 은근히 조장하는 등 악행을 일삼아 마을사람들로부터 천시당한다. 최치수에 대해 같은 양반 출신으로서의 이상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조준구의 암시를 받아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귀녀와 함께 최치수 살해모의를 하고 삼끈으로 교살하나, 윤씨 부인에게 발각되어 처형당한다. 잡힌 후에 자신의 죄를 끝까지 부인하며 떠넘기는 등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 조준구 : 몰락양반의 후예로 최치수의 재종형. 작가가 지적한, 『토지』의 가장 속악한 인물이다. 기질적으로 간교하고 음험하며 교만하다. 먼 친척인 최 참판가에 유하면서 김평산에게 최치수의 살해를 넘지시 암시하여 최치수 살해에 간접적으로 관여한다.

강포수 : 지리산 일대에 이름난 명포수. 무성한 구레나룻에 완강한 골격, 힘줄이 솟은 큰 손등을 가졌다. 이 빠진 주막집 할머니가 주어다 길러 그 성을 따라 강씨이다. 노루사냥설화로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함부로 사냥하지 않는다. 최치수가 구천을 쫓으러 산에 갈 때 수동과 함께 동행하며, 오발사고로 수동을 다치게 한다. 이 일로 최 참판가에 머물면서 귀녀를 짝사랑하게 된다. 귀녀가 옥에 갇힌 후 헌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바치다가 옥중에서 출생한 아이를 거두어 사라진다.

박수동 : 최 참판가의 하인으로 우직하고 정이 깊으며 사려 깊다. 마음이 혼란한 구천에게 충고를 하기도 했으나, 구천이 달아나자 그를 잡으러 최치수의 산행에 따라가는 운명에 처한다. 산행중에는 젊은이로서의 욕정에 시달리기도 한다. 구천을 발견하자 놓아주고 강 포수의 오발사고로 성난 산돼지에게 다리를 다친다.

또출네 : 평사리의 미친 여자. 아들이 동학당으로 포살되자 실성하여 마을을 떠돈다. 최치수가 살해당하던 날 그곳에 불을 질러 함께 죽는다.


■ 이용 : 평사리의 상민. 부드럽고 자상하며 인색하지 않고 여자를 위해 주는 성품. 월선을 사랑하나 신분차이로 헤어지고, 강청댁과 결혼하나 정을 못 붙이고 자식도 없이 살아간다. 조강지처를 박대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 월선을 바라보고만 사낟. 하동에서 주막을 하던 월선이 강청댁의 질투로 떠나버리자 심한 갈등을 겪으며 일시적인 무력감에 빠진다.

■ 공월선 : 무당 월선네의 딸로, 백부 공 노인이 사는 용정으로 서희 일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과 평생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인물로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 이용과 서로 사랑하나 천민의 딸이라는 이유로 헤어지고, 이용은 강청댁과 결혼한다. 20살 연상의 봇짐장수에게 시집갔으나 살지 못하고 돌아와, 하동 읍네에서 주막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웃집 사내아이인 천석을 양자로 삼으려고 하기도 한다. 가끔 용이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던 중, 강청댁의 행패에 못 이겨 백부인 공 노인을 따라 용정에 가기도 한다.

※ 출처 : 『박경리대하소설 토지 인물사전』
이 인물 사전에는 더 많은 내용들이 실려 있지만, 2권에 나왔던 내용들로만 정리했다. 왜냐하면 이 인물 사전에는 엄청난 스포일러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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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06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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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11-07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정말이지 대하소설에는 눈조차 안돌아가네.... 그래도 이십대때는 대하소설들 꽤나 읽었었는데....
<토지>와 <혼불>은 꼭 완독하고 싶은 소설인데 언제나 손이 갈지...ㅎㅎㅎㅎ;;;
다행히 뒷북소녀에게는 <토지>가 재미있다 하니 곧 완독할 듯... ^^

뒷북소녀 2018-11-07 12:39   좋아요 0 | URL
저도 있어요. <토지>, <혼불>, <임꺽정>까지.
저는 요즘 나오는 소설들에 흥미가 떨어져서요... <열하일기>부터 시작해서...그리스 고전까지... 고전들만 파고 있어요. <토지>는 예전에 읽어서 줄거리도 알고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또 재미있더라구요.
우리 다음에 꼭 <혼불> 같이 읽어요.

레삭매냐 2018-11-07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쓸에 나오는 월선이가 맨 끝줄의 동일인물
이던가요?

대하소설은 정말 끈기가 없으면 읽지 못할
듯 싶네요.

뒷북소녀 2018-11-07 22:22   좋아요 0 | URL
제가 알쓸을 안 봐서요...월선이가 맨 끝줄의 동일인물?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저도... 끈기는... 없지만... 그래도... 없는 끈기라도 강제로 만들어 가면서 읽고 있어요.
 
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지』 1권은 <수학의정석> 책에서 집합과도 같다.
벌써 몇 번을 읽었는지 인물들이 주고 받은 대화까지 고스란히 기억할 정도다.
하지만 2권으로 바로 넘어갔던 적은, 『토지』를 처음 읽었을 때, 그 한번 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1권은 더이상 읽고 싶지 않다. (물론 이번에는 반드시 완독을 할테지만) 혹시 다음에 또 읽게 된다면, 다음에는 2권에서부터 시작하리라. 그래서 정리해 본다.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을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놓은 새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토지』 1권, 39쪽


   『토지』는 이렇게 한가위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경남 하동의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 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인데, 1권은 크게 3개의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참판 댁 별당 아씨가 근본도 모르는 구천과 야반도주를 했다. 그의 남편 최치수는 재종 조준구를 서울로 보내 엽총을 구해 오라고 하는 한편, 사냥으로 이름 난 강포수도 데려오라고 한다. 욕심이 많은 귀녀는 최치수의 아들을 낳아 신분상승을 꿈꾸며 이름만 양반인 김평산과 계략을 꾸민다.
   최참판 댁 윤씨 부인은 갈수록 시름이 깊다. 20여년 전 김개주로부터 치욕을 당했을 때 죽으려 했지만, 죽지 못하고 그의 아들 김환을 낳았다. 구천이 환이라는 사실은 윤씨 부인의 죽음을 막았던 간난 할매와 바우 할아범, 문의원, 연곡사의 우관스님만 알고 있다.
   최참판 댁 밖에서는 월선과 이용의 기구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당 딸에게는 절대 장가 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 때문에 강청댁과 결혼한 이용. 하지만 월선이 10년 만에 다시 하동 읍내로 돌아와 주막을 차리게 되자 강청댁은 하루가 멀다하고 남편에게 강짜를 부린다. 심지어 월선을 찾아가 행패를 부려 월선이 또다시 마을을 떠나게 만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구천과 별당아씨는 거지와도 같은 행색으로 지리산을 떠돌아 다닌다고 한다. 과연 윤씨 부인의 선택이 옳았던 것일까? 아들을 생각했다면, 하인으로라도 곁에 붙잡아두고 지켜봐야 했던게 아닐까.
   1권에서 가장 답답했던 인물은 두 여자 사이에서 우유부단했던 이용이다. 어머니가 월선이를 반대했고, 조강지처를 버리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면 마음을 다잡았어야 했는데 월선과 강청댁 사이에서 흔들리는게 너무 답답해 보였다. 강청댁을 버리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월선을 잡지도 못하고. 아마 강청댁이 가장 답답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리라. 그러니까 매일 그렇듯 강짜를 부리지.

 

 


1권 주요 사건별 인물 정리

■ 윤씨 부인 : 최 참판가의 안주인이며 최치수의 어머니. 큰 키, 곧은 상체, 두드러진 뼈대에 선비 같은 느낌을 주는 여성으로 당당하게 집안의 권위와 재산을 지켜나간다. 요절한 남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연곡사에 기도드리러 갔다가 휴양차 와 있던 김개주에게 겁탈당한다. 문 의원과 월선네의 도움으로 무사히 김환을 낳고 이 사건은 집안의 비밀로 묻어버린다. 불륜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치수에게 냉정한 어머니가 되며, 김환에 대한 어미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찾아온 그를 하인으로 곁에 두며, 며느리 별당아씨와의 불륜을 용인한다.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은 저울의 추처럼 갈등을 안겨주어 평생의 한으로 간직하며, 김개주의 처형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 오류인듯. '윤씨 부인은 아무런 변화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어느덧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굳은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1권 369쪽)

■ 최치수 : 호는 석운. 최 참판가의 당주. 불륜에 대한 죄의식으로 냉엄한 어머니에 의해 신경질적이고 잔인하며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성장한다. 또한 부정적이고 인간혐오적인 선비 장암 선생의 영향을 깊게 받아 매사에 냉소적이다. '온갖 신경질과 우수가 감도는 모습', '당장에 눈을 부릅뜨고 고함칠 것 같은 위태위태한 분위기', '어떤 일에도 감동되지 않을 눈빛, 철저하게 스스로를 거부하는 눈빛'을 가진 인물로 표현된다.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여자를 혐오하여 별당아씨를 냉정하게 대하며, 조준구와 어울려 자학적으로 여자들을 상대함으로써 남성을 잃는다. 또한 속박 당하지 않기 위해 집안의 재산관리를 의식적으로 피한다. 별당아씨가 구천과 도망한 후, 총을 구해 그들을 찾아나서지만 결국 그냥 돌아오고 만다.

■ 김환 : 구천. 윤씨 부인이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낳은 아들. 준수한 용모에 고귀한 풍모와 인품을 지녔으며, 우관은 '삭발 안 한 비구요 투구 없는 장수'로 비유한다. 연곡사에서 성장하다 동학혁명 당시 아버지인 김개주를 따라다닌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추척의 눈을 피해 방랑하다가 윤씨 부인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최 참판가에 찾아간다. 최 참판가의 하인으로 갔을 때 성만을 말하고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무주구천동에서 왔다 하여 구천이로 불린다. 별당아씨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다가 윤씨 부인의 도움을 얻어 산으로 도망한다.

■ 김개주 : 호는 해월(海月). 중인출신이며 우관 스님의 동생. 형인 우관 선사가 있는 연곡사에 휴양차 와 있는 동안, 그곳에 불공드리러 온 윤씨 부인을 겁탈하여 아들 김환을 얻는다.

■ 간난 할매 : 바우 할아범의 처. 윤씨 부인의 몸종으로 최 참판가에 와서 일생을 보낸다. 자식이 없어 조카뻘이 되는 김이평의 둘째 영만을 양자로 삼아 대를 잇는다. 최치수 부친의 죽음과 삼수 할아버지(쇠돌)의 죽음, 최 참판가의 손이 귀하게 된 까닭 등의 내력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준다. 윤씨 부인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며, 독자에게 김환의 정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 김길상 : 고아로 구례 연곡사 우관 스님에게 거두어져 자라며, 금어(金魚)인 혜관에게서 그림을 배워 자신도 금어가 될 꿈을 키운다. 최 참판댁의 심부름꾼으로 소년기를 보낸다.

■ 귀녀 : 최 참판댁의 계집종. 상전인 어린 서희의 모욕에 '원한과 저주가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눈길'을 쏟을 만큼 노비 신분에 대한 열등감과 양반에 대한 원한이 가득하다. 별당 아씨가 사라지자 최치수의 사랑을 얻어 아이를 낳음으로써 면천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김평산, 칠성과 모의하여 보복의 의지를 불태운다.

■ 김평산 : '개다리'(무반) 출신의 몰락양반으로 학식도 경제력도 없으면서, 일은 하지 않고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는 인물. 게으르며 탐욕스러울 뿐 아니라, 중인출신의 아내 함안댁을 수시로 구타하고, 손버릇이 나쁜 큰아들 거복의 행동을 은근히 조장하는 등 악행을 일삼아 마을사람들로부터 천시당한다. 최치수에 대해 같은 양반 출신으로서의 이상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조준구의 암시를 받아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귀녀와 함께 손을 잡는다.

■ 조준구 : 몰락양반의 후예로 최치수의 재종형. 작가가 지적한, 『토지』의 가장 속악한 인물이다. 기질적으로 간교하고 음험하며 교만하다.

■ 이용 : 평사리의 상민. 부드럽고 자상하며 인색하지 않고 여자를 위해 주는 성품. 월선을 사랑하나 신분차이로 헤어지고, 강청댁과 결혼하나 정을 못 붙이고 자식도 없이 살아간다. 조강지처를 박대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 월선을 바라보고만 사낟. 하동에서 주막을 하던 월선이 강청댁의 질투로 떠나버리자 심한 갈등을 겪으며 일시적인 무력감에 빠진다.

■ 공월선 : 무당 월선네의 딸로, 백부 공 노인이 사는 용정으로 서희 일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과 평생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인물로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 이용과 서로 사랑하나 천민의 딸이라는 이유로 헤어지고, 이용은 강청댁과 결혼한다. 20살 연상의 봇짐장수에게 시집갔으나 살지 못하고 돌아와, 하동 읍네에서 주막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웃집 사내아이인 천석을 양자로 삼으려고 하기도 한다. 가끔 용이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던 중, 강청댁의 행패에 못 이겨 백부인 공 노인을 따라 용정에 가기도 한다.

※ 출처 : 『박경리대하소설 토지 인물사전』
이 인물 사전에는 더 많은 내용들이 실려 있지만, 1권에 나왔던 내용들로만 정리했다. 왜냐하면 이 인물 사전에는 엄청난 스포일러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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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06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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