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지』 1권은 <수학의정석> 책에서 집합과도 같다.
벌써 몇 번을 읽었는지 인물들이 주고 받은 대화까지 고스란히 기억할 정도다.
하지만 2권으로 바로 넘어갔던 적은, 『토지』를 처음 읽었을 때, 그 한번 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1권은 더이상 읽고 싶지 않다. (물론 이번에는 반드시 완독을 할테지만) 혹시 다음에 또 읽게 된다면, 다음에는 2권에서부터 시작하리라. 그래서 정리해 본다.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을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놓은 새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토지』 1권, 39쪽


   『토지』는 이렇게 한가위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경남 하동의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 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인데, 1권은 크게 3개의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참판 댁 별당 아씨가 근본도 모르는 구천과 야반도주를 했다. 그의 남편 최치수는 재종 조준구를 서울로 보내 엽총을 구해 오라고 하는 한편, 사냥으로 이름 난 강포수도 데려오라고 한다. 욕심이 많은 귀녀는 최치수의 아들을 낳아 신분상승을 꿈꾸며 이름만 양반인 김평산과 계략을 꾸민다.
   최참판 댁 윤씨 부인은 갈수록 시름이 깊다. 20여년 전 김개주로부터 치욕을 당했을 때 죽으려 했지만, 죽지 못하고 그의 아들 김환을 낳았다. 구천이 환이라는 사실은 윤씨 부인의 죽음을 막았던 간난 할매와 바우 할아범, 문의원, 연곡사의 우관스님만 알고 있다.
   최참판 댁 밖에서는 월선과 이용의 기구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당 딸에게는 절대 장가 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 때문에 강청댁과 결혼한 이용. 하지만 월선이 10년 만에 다시 하동 읍내로 돌아와 주막을 차리게 되자 강청댁은 하루가 멀다하고 남편에게 강짜를 부린다. 심지어 월선을 찾아가 행패를 부려 월선이 또다시 마을을 떠나게 만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구천과 별당아씨는 거지와도 같은 행색으로 지리산을 떠돌아 다닌다고 한다. 과연 윤씨 부인의 선택이 옳았던 것일까? 아들을 생각했다면, 하인으로라도 곁에 붙잡아두고 지켜봐야 했던게 아닐까.
   1권에서 가장 답답했던 인물은 두 여자 사이에서 우유부단했던 이용이다. 어머니가 월선이를 반대했고, 조강지처를 버리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면 마음을 다잡았어야 했는데 월선과 강청댁 사이에서 흔들리는게 너무 답답해 보였다. 강청댁을 버리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월선을 잡지도 못하고. 아마 강청댁이 가장 답답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리라. 그러니까 매일 그렇듯 강짜를 부리지.

 

 


1권 주요 사건별 인물 정리

■ 윤씨 부인 : 최 참판가의 안주인이며 최치수의 어머니. 큰 키, 곧은 상체, 두드러진 뼈대에 선비 같은 느낌을 주는 여성으로 당당하게 집안의 권위와 재산을 지켜나간다. 요절한 남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연곡사에 기도드리러 갔다가 휴양차 와 있던 김개주에게 겁탈당한다. 문 의원과 월선네의 도움으로 무사히 김환을 낳고 이 사건은 집안의 비밀로 묻어버린다. 불륜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치수에게 냉정한 어머니가 되며, 김환에 대한 어미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찾아온 그를 하인으로 곁에 두며, 며느리 별당아씨와의 불륜을 용인한다.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은 저울의 추처럼 갈등을 안겨주어 평생의 한으로 간직하며, 김개주의 처형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 오류인듯. '윤씨 부인은 아무런 변화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어느덧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굳은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1권 369쪽)

■ 최치수 : 호는 석운. 최 참판가의 당주. 불륜에 대한 죄의식으로 냉엄한 어머니에 의해 신경질적이고 잔인하며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성장한다. 또한 부정적이고 인간혐오적인 선비 장암 선생의 영향을 깊게 받아 매사에 냉소적이다. '온갖 신경질과 우수가 감도는 모습', '당장에 눈을 부릅뜨고 고함칠 것 같은 위태위태한 분위기', '어떤 일에도 감동되지 않을 눈빛, 철저하게 스스로를 거부하는 눈빛'을 가진 인물로 표현된다.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여자를 혐오하여 별당아씨를 냉정하게 대하며, 조준구와 어울려 자학적으로 여자들을 상대함으로써 남성을 잃는다. 또한 속박 당하지 않기 위해 집안의 재산관리를 의식적으로 피한다. 별당아씨가 구천과 도망한 후, 총을 구해 그들을 찾아나서지만 결국 그냥 돌아오고 만다.

■ 김환 : 구천. 윤씨 부인이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낳은 아들. 준수한 용모에 고귀한 풍모와 인품을 지녔으며, 우관은 '삭발 안 한 비구요 투구 없는 장수'로 비유한다. 연곡사에서 성장하다 동학혁명 당시 아버지인 김개주를 따라다닌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추척의 눈을 피해 방랑하다가 윤씨 부인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최 참판가에 찾아간다. 최 참판가의 하인으로 갔을 때 성만을 말하고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무주구천동에서 왔다 하여 구천이로 불린다. 별당아씨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다가 윤씨 부인의 도움을 얻어 산으로 도망한다.

■ 김개주 : 호는 해월(海月). 중인출신이며 우관 스님의 동생. 형인 우관 선사가 있는 연곡사에 휴양차 와 있는 동안, 그곳에 불공드리러 온 윤씨 부인을 겁탈하여 아들 김환을 얻는다.

■ 간난 할매 : 바우 할아범의 처. 윤씨 부인의 몸종으로 최 참판가에 와서 일생을 보낸다. 자식이 없어 조카뻘이 되는 김이평의 둘째 영만을 양자로 삼아 대를 잇는다. 최치수 부친의 죽음과 삼수 할아버지(쇠돌)의 죽음, 최 참판가의 손이 귀하게 된 까닭 등의 내력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준다. 윤씨 부인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며, 독자에게 김환의 정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 김길상 : 고아로 구례 연곡사 우관 스님에게 거두어져 자라며, 금어(金魚)인 혜관에게서 그림을 배워 자신도 금어가 될 꿈을 키운다. 최 참판댁의 심부름꾼으로 소년기를 보낸다.

■ 귀녀 : 최 참판댁의 계집종. 상전인 어린 서희의 모욕에 '원한과 저주가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눈길'을 쏟을 만큼 노비 신분에 대한 열등감과 양반에 대한 원한이 가득하다. 별당 아씨가 사라지자 최치수의 사랑을 얻어 아이를 낳음으로써 면천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김평산, 칠성과 모의하여 보복의 의지를 불태운다.

■ 김평산 : '개다리'(무반) 출신의 몰락양반으로 학식도 경제력도 없으면서, 일은 하지 않고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는 인물. 게으르며 탐욕스러울 뿐 아니라, 중인출신의 아내 함안댁을 수시로 구타하고, 손버릇이 나쁜 큰아들 거복의 행동을 은근히 조장하는 등 악행을 일삼아 마을사람들로부터 천시당한다. 최치수에 대해 같은 양반 출신으로서의 이상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조준구의 암시를 받아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귀녀와 함께 손을 잡는다.

■ 조준구 : 몰락양반의 후예로 최치수의 재종형. 작가가 지적한, 『토지』의 가장 속악한 인물이다. 기질적으로 간교하고 음험하며 교만하다.

■ 이용 : 평사리의 상민. 부드럽고 자상하며 인색하지 않고 여자를 위해 주는 성품. 월선을 사랑하나 신분차이로 헤어지고, 강청댁과 결혼하나 정을 못 붙이고 자식도 없이 살아간다. 조강지처를 박대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 월선을 바라보고만 사낟. 하동에서 주막을 하던 월선이 강청댁의 질투로 떠나버리자 심한 갈등을 겪으며 일시적인 무력감에 빠진다.

■ 공월선 : 무당 월선네의 딸로, 백부 공 노인이 사는 용정으로 서희 일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과 평생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인물로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 이용과 서로 사랑하나 천민의 딸이라는 이유로 헤어지고, 이용은 강청댁과 결혼한다. 20살 연상의 봇짐장수에게 시집갔으나 살지 못하고 돌아와, 하동 읍네에서 주막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웃집 사내아이인 천석을 양자로 삼으려고 하기도 한다. 가끔 용이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던 중, 강청댁의 행패에 못 이겨 백부인 공 노인을 따라 용정에 가기도 한다.

※ 출처 : 『박경리대하소설 토지 인물사전』
이 인물 사전에는 더 많은 내용들이 실려 있지만, 1권에 나왔던 내용들로만 정리했다. 왜냐하면 이 인물 사전에는 엄청난 스포일러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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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06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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