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 좋아하는 일들로만 먹고사는 지속 가능한 삶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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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향은 OOO입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이텀에서 나온 노트를 독서노트로 사용하고 있다. 여러 노트를 써보고 정착한 노트이다. 가격은 착하지 않다. 이 노트를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똑같은 노트를 계속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싫증이 나서 도중에 멈추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 년 동안 독서노트를 몇 권이나 쓴다고, 기껏해야 한 권일 텐데 마음에 드는 노트를 한 권 사서 끝까지 사용하는 게 오히려 효율적인 게 아닐까? 종이 쓰레기도 줄이고.

나와 똑같은 생각으로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우선 반갑고, 게다가 놀랍기까지 하다. 나는 내 취향에 맞는 노트를 찾아 꽤 오랫동안 방황했었는데, 이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노트가 없자 직접 만들어 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노트를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사를 하더라도 노트 한 권을 다 쓰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오래 쓰는 제품인데 조금 아끼자고, 조금 더 벌자고 퀄리티를 포기하기는 싫었다. 112쪽

좋은 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쓰게 되기 마련이다. 180쪽

온라인에서 펜글씨 장인, '펜크래프트'로 더 유명한 저자 유한빈(이니셜은 HB, 문구 덕후가 되기에 딱인 이름이라고.)은 안 팔리면 자신이 평생 쓴다는 생각으로 노트를 만들었다. 진짜 없어서 직접 만든 사람이 여기 또 있다니. 비록 노트 한 권이지만 대충 만들지 않았다. 본인이 두고두고 쓸 작정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신경 썼을 테지만, 게다가 성격까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INTJ란다. 그런데 이 노트를 어디에서 팔까?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문구점에서 판다. 어릴 때부터 "이 담에 크면 문구점 아저씨가 될 거야"라고 말했던 저자가 진짜 '문구점 아저씨'가 된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 망원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은 절대 들어올 일이 없는 분위기의 문구점을 오픈한 것. 저자를 보면서 "좋아하는 일들로만 먹고사는 지속 가능한 삶(이 책의 부제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역설적으로 손글씨를 쓰지 않는 요즘이 손글씨가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손글씨는 한번 연습해 놓으면 평생 써먹을 수 있을 만큼 가성비가 좋다. 171쪽

그 역시 처음부터 예쁘게 글씨를 썼던 것은 아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몽블랑 만년필을 사서 글씨를 썼는데 그의 글씨는 몽블랑 만년필의 품격에 걸맞지 않은 초등학생 글씨 그 자체였던 것. 만년필과 어울리는 품격 있는 글씨를 쓰기 위해 여러 책들을 보면서 연습해서 만든 글씨가 지금의 글씨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씨 쓰기 강연도 하고 유튜브도 하는데, 글씨 쓰기를 통해 번 돈으로 문구점을 차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의 삶은 덕업일치가 아닌가.

좋아하는 게 비슷해서인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나는 책을 읽어야 해서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데, 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면 책을 읽곤 했다. 그런데 저자는 나와 똑같았다. 이렇게 똑같다니, 정말 신기할 정도다. (저자는 INTJ, 나는 ISTJ인데 말이다.)

음악을 들으며 글씨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일을 못한다. 우리의 뇌는 음악 청취와 작업을 빠른 속도로 왔다 갔다 하는 거지 동시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214쪽

이어폰은 끼고 있지만 음악은 켜지 않는다. 그냥 귀마개의 역할을 할 뿐이다. 231쪽

스프링 노트는 음, 일단 못생겼다. 173쪽

어쩌다 읽게 된 책인데, 이 책을 몰랐다면 정말 아쉬울 뻔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가 운영하고 있는 동백 문구점도 한번 방문해 보고 싶고, 그가 했던 것처럼 김훈 작가의 소설을 다시 한번 필사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가 소개했던 펜들은 이미 사서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다음 에세이가 기다려진다. 그런데 문구점 이름이 왜 '동백'일까?

여러분도 인생 책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보는 경험을 살면서 꼭 한 번은 해봤으면 좋겠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책의 새로운 면모까지 보게 될 것이다. 뿌듯함은 덤. 200쪽

필사를 하면 구사 가능한 어휘가 다양해져 어휘력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문장력이 향상된다. 또 손으로 쓰면 기억에 오래 남고, 천천히 읽게 되니 눈으로 읽었을 때 놓쳤던 부분을 자세히 보게 된다. 따라서 심오한 의미가 담긴 문장을 필사를 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211쪽

중요한 내용이 담긴 노트는 그 사람만의 보물이 된다. 179쪽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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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2-06-28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이텀 좋죠!!

뒷북소녀 2022-06-28 14:22   좋아요 1 | URL
왜 그동안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어요.
시즌마다 바뀌는 디자인, 정말 싫었거든요.
이제 로이텀으로 깔맞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보물선 2022-06-28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겉모습도 보고 싶어요.

뒷북소녀 2022-06-28 14:24   좋아요 1 | URL
지금 사용하는 노트가 이제 3페이지 밖에 남지 않아서 조만간 독서노트에 대한 포스팅을 올릴 예정입니다.
기다려주세요, 제발~~~~~~~~~~~ㅋㅋㅋ

보물선 2022-06-2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