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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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바로 유럽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자주 접했던 미국의 현란하고 화려한 아름다움도 물론 직접 눈으로 보고 싶지요. 하지만 유럽만은 못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럽에는 왠지 저의 시선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어요. 엄숙한 듯하면서도 귀를 기울이면 재잘거리고 속닥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고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한 건물이 가득한 거리에선 왠지 낭만적인 사랑이 무르익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동유럽은 좀 다릅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에 비해 좀 경직된 느낌이 들어요. 왜 그럴까요?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최근 들어 쏟아지듯 출간되는 수많은 여행서적 중에서 이 책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에 저자의 전작인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를 읽은 것도 이유겠지만 그보다 제목의 ‘동유럽’이란 단어가 절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읽게 됐어요. 어떤 나라가 동유럽에 속하는지도 모르는 제가.




책에는 여러 동유럽 국가 중에서 체코와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대한 여행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체코, 특히 프라하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습니다. 학창시절 읽었던 친구의 추천으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을 통해 프라하를 처음 접했는데요. 당시 체코가 어떤 상황인지 몰랐던 저는 책에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뒤늦게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지요. 저자 역시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가 봅니다. 밀란 쿤데라를 비롯해 밀로스 포만, 야나체프 등 프라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세계에 닿기 위해 동유럽으로 향하게 됐다고 합니다.




백만 불짜리 야경이라는 프라하의 카를교에서 저자는 연인들이 다리를 건널 때 주문을 외우면 일 년 뒤 다시 프라하에 오게 된다는 것과 다섯 개의 별을 목에 두르고 있는 얀 네포무크가 카를 다리의 수호신이 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또 프라하의 모든 건축양식을 담고 있어 건축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성 비트 성당에서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에 담긴 의미를, ‘프라하하면 카프카’로 통하지만 카프카는 위대한 체코인 순위에서 55위에 머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데요.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나 ‘프라하의 봄’이었습니다. 과거 우리가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일어섰던 것처럼 체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련군 탱크 위에 올라 체코 국기를 흔드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며 문득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오래전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책 속의 편지를 통해 만나니 베토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답니다.




책은 여느 여행서적과 달랐어요. 어딜 가면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떤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그 흔한 여행정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400쪽 가까이 되는 책을 빼곡이 메우고 있는 것은 오로지 ‘드넓고 깊은 동유럽의 예술 기행’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동유럽의 문화와 예술, 그곳에 전하는 전설과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체코어로 문지방을 뜻하는 ‘프라하’. 어릴적 어른들에게서 문지방 밟지 마라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이 문지방만은 꼭 밟아보고 싶습니다. 일생에 꼭 한 번은!. 요즘 한창 로봇에 몰입한 큰아들도 이 여행에는 두 팔 벌려 환호할 거예요.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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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살인
윌리엄 베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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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라는 소설을 읽었다. 시신경의 이상으로 색깔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여자 사진작가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남창의 살인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작품이었는데 등장인물에게 색명이라는 신체적인 제약이 있어선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이 생소하면서도 독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그 작품을 쓴 저자의 이력이었다. ‘데이비드 헌트’라는 저자의 이름이 다름아닌 필명이었던 것. 본명은 윌리엄 베이어. 익명으로 발표한 소설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줄곧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된 작품이 미국 추리소설가 협회의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다는 <새의 살인>이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또다시 커다란 충격을 선사한다. 그것은 <새의 살인>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살인이 인간에 의해 벌어지는 게 아니라 바로 ‘새’라는 점이다.




한 방송국의 여기자 팸은 상관으로부터 기자로서의 능력이 모자란다는 질타를 받고 실망한 나머지 뉴욕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그러다 근처 아이스링크장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새 한 마리가 스케이트를 타던 여자를 공격하고 살해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 것.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인 장면에 비명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갑작스런 사고로 혼란에 빠진 인파를 헤집으며 누군가를 찾는다. 우연히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일본인을 찾은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아까 카메라로 찍은 것, 그게 필요하다고. 도심의 한복판에서 거대한 새가 사람을 공격해서 목을 물어뜯어 살해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담은 영상을 단독 보도하는 특종으로 팸은 다시 기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녀는 더 이상 스포츠 전담 기자의 보조가 아니었다. 살인을 저지르는 새 사건의 뒷이야기, 피해자 가족을 비롯해 새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사건의 이면에 숨은 비밀을 캐나가기 시작하고 매 사냥꾼은 그런 팸을 잡아서 매처럼 길들이겠다며 노리고 있는데...




‘누가, 무엇 때문에 살인을 하는가?’는 추리소설의 핵심공식은 이 작품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소설 초반 누군가가 길들인 매가 살인을 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누가 왜, 무엇 때문에 매를 길들여서 살인하게 하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팸과 매 사냥꾼, 형사가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점차 사건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가는 팸, 그녀가 마주하게 될 사건의 어둠과 그림자는 과연 무엇일까. 전작에 비해 다소 느슨한 감이 들었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새를 훈련시켜 살인을 일삼는 모습에서 인간이 지닌 잔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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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독서처방 - 매혹적인 독서가 마녀의 아주 특별한 冊 처방전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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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이들 그림책 중에 제가 무척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바로 ‘마녀 위니’랍니다. 메부리코에 뾰족한 턱, 검은 옷, 검은 모자, 검은 고양이. 이런 외모만 보면 마녀 위니는 정말 마녀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마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녀 위니를 마녀임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바로 그녀의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엉뚱함과 발랄함, 그리고 따스함이 아닐까 싶어요. 그녀가 벌이는 코믹하고 유쾌한 소동을 보면서 한바탕 웃고 나면 왠지 가슴에 꽉 막혀있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마녀의 독서처방>이라는 책을 보고 바로 마녀 위니를 떠올렸는데요. 한편으론 궁금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우아하고 곱고 아름다운 공주나 왕비, 하다못해 언제나 순수한 소녀이길 원하는데 왜 굳이 마녀이길 자청했을까...저의 궁금증은 이내 풀렸습니다. 누군가의 위에서 군림하고 대접받기를 원하는 공주가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 남의 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겠다는 다짐때문이라는 겁니다. 정말 근사한 생각 아닌가요? 저, 완전 반했습니다.




책은 ‘설렘’, ‘사랑’, ‘치유’, ‘희망’, ‘위로’, ‘이별’이라는 주제어에 따라 여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매 주제어마다 다시 여러 상황으로 나누어놓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설렘’ 파트에서 ‘처음처럼’,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과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이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우아한 숙취 해소제나 열대야에 잠을 설칠 때, 값싸고 몸에 좋은 다이어트 비법처럼 ‘아니, 이런 것도?’란 의문이 들만큼 의외의 상황들과 슬픔이 목까지 차오르거나 뜻밖의 봉변을 당하거나 사랑을 잃었을 때처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하나하나 말을 건네고 들어주고 상처를 쓰다듬고 위로의 말, 치유의 책을 건네줍니다. 그것도 단순히 ‘이런 상황에서는 이러이러한 책을 읽으세요’라는 식으로 상황과 책을 연결 짓는 것이 아니에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과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변화가 어떠했는지 일러주고 있어서 평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상징적으로 학문적인 언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책은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그냥 설렁설렁 읽고 넘어가면 이 책을 읽는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감기나 몸살, 체했을 때 말간 죽을 먹으면서도 꼭꼭 씹어서 먹는 것처럼 이 책도 꼭꼭 씹는 느낌으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각자가 처한 상황, 치유해야할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차례를 보고 골라서 읽으면 더 좋겠지요.




책을 좋아해서인지 책에 관한 책,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왠지 끌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부담스러웠어요. 책 속의 저자가 말하는 책들을 나는 아직도 안 읽고 뭐했나 싶어 조바심이 나곤 했거든요.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책을 안 읽었더라도 아무렴 어때...언제든 마음이 원할 때 읽으면 되지...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방이란 게 바로 그런 거잖아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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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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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Numbers]란 미국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수학천재인 동생이 FBI 수사관인 형을 도와서 사소한 절도범에서부터 크게는 테러범을 추적하는 등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드라마인데요. 처음 볼 땐 왠지 과장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아무리 수학이 논리적이고 다른 학문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 하더라도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범인을 추적하는데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국가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행동과 성향들을 수학천재인 동생이 분석과 추론, 예측의 단계를 거치는 수학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요. 아무리 난해한 사건도 수학을 이용해서 도전적인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난데없이 웬 드라마 얘기?’싶지만 이번에 <버스트>란 책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게 바로 그 드라마였습니다. 왜냐면 이 책 <버스트>의 부제이자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바로 드라마 속 수학천재가 역할이자 임무인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이었거든요.




책은 우리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예측가능한지 하산이라는 사람의 일화를 통해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하산은 설치예술가라는 직업과 뉴욕 억양을 쓰는 엄연한 미국인이었지만 9.11 테러가 벌어진 이후였기에 FBI는 ‘하산’이란 이름과 짙은 피부색의 외모, 잦은 해외방문에 초점을 맞추고 그가 틀림없는 무슬림, 그것도 폭탄물을 소지한 테러리스트라고 짐작해버립니다. 터무니없는 오해 때문에 오랫동안 FBI로부터 심문을 받은 하산은 이후 자신의 모든 행적을 낱낱이 FBI에 보고하는가 하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만인에게 공개하기에 이릅니다. 또 고든 벨과 데브 로이도 하산처럼 자신의 모든 행동과 일상을 사진과 데이터로 저장해두는데요. 이들의 일상과 행동들이 기록된 데이터베이스가 물리학자에서부터 컴퓨터 과학자, 수학자, 심리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서 연구 분석되었구요. 더 나아가 우리의 행동 대부분이 자연계에서처럼 어떤 법칙, 패턴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거지요. 다만 어떤 법칙에도 예외가 존재하듯이 인간의 행동도 마찬가지인데요. 하산처럼 인간 행동의 규칙적인 패턴을 따르지 않는 경우를 책에선 ‘예욋값(아웃라이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이기도 한 'Bursts'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터지다’, ‘파열하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저자는 우리 인간의 행동을 분석할 때 중요도에 따라 큰 사건과 작은 사건으로 이뤄져있는데요. 어느 시점에 이르러 갑자기 어떤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폭발성을 띄는데 이것이 우리 인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희 친정엄마께서 간혹 이런 말씀을 하세요. “오늘은 하루종~일 쌍나팔이 분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하루 종일 찾는 사람도 전화도 없어서 심심한 날이 있는가하면 또 어떤 날은 가족이나 친구들간에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나 여러 개 겹쳐서 생기는 바람에 아침부터 정신없이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할 때. 그래서 그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꼭 가야되는 곳은 가고, 다른 곳에는 못가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저희 엄마가 ‘쌍나팔 분다’고 하는 이런 현상을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것 역시 우리 인간의 행동에 나타나는 패턴이고 법칙이라는 겁니다. 또 바로 그럴 때 우리에게서 ‘우선순위 결정’이라는 행동이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책에서 그런 패턴들을 볼 수 있는 여러 경우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증명해보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소설인지, 과학서적인지 간혹 분간하기 어려웠는데요. 그건 이 책이 과학과 역사 두 가지 내용 모두를 담고 있어서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16세기 당시 헝가리의 십자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죄르지 세케이가 십자군을 이끌고 원정길에 나섰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역사적인 사건 앞에서 그가 어떻게 대응했으며 그로 인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알려주는데요. 이는 현대가 아닌 16세기에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우연히 만난 친구가 자신의 가방에 몰래 넣어둔 디스켓 때문에 사무실에서 해고당하고 모든 금융거래도 중지된 채 순식간에 국가 안보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주인공(윌 스미스), 그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국가안보국과 싸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는데요.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 것은 ‘한 나라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감청과 도청 행위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가?’하는 거였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만 봐도 저것이 우리 시민을 위한 도구인지, 우리를 감시하고 언젠가 위협하기 위한 공포의 도구인지 헛갈리곤 했는데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도 사실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무심결에 한 행동들,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쓰고, 여러 사이트를 검색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할 때, 누군가와 전화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등의 모든 일상적인 행동이 전부 데이터베이스로 저장, 분석의 과정을 거쳐 제가 어떤 행동의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의 제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니...실로 놀랍습니다. 동전의 뒷면처럼 과학의 이면을 본 것 같아 섬뜩하지만 그래도 볼 가치는 충분한 책이었어요. 저자의 다른 책 <링크>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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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In the Blue 3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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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작은 가방을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사람 많고 번잡한 곳을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부끄럽게도 후자에 속합니다. 물론 마음만으로는 언제나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충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거 왜 모르겠습니까. 다만 용기가 없어서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건데요. 이런 제게 불쑥불쑥 여행 가방을 꾸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어요. 바로 가치창조의 번짐 시리즈랍니다.




첫 번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오렌지빛 지붕이 오밀조밀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풍경을 수채화풍의 맑은 그림으로 된 책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구요.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는 작은 면적의 왕국에 중세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된 것과 달콤한 초콜릿, 어린 시절 즐거움을 안겨줬던 동화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불가리아 = 요구르트’. 사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가리아는 제게 이런 공식이 성립하는 나라였습니다.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저도 먹을 수 있는 유제품이 있다는 거. 왠지 기분 좋은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불가리아는 ‘요구르트’만이 아니었어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여성 노동자가 많은 여성의 나라이고 온 도시에 장미의 향긋함이 그득한 장미의 나라였으며 어딜 가더라도 거리 곳곳에 노인들이 자리한 노인의 나라, 이름마저 낯선 키릴 문자의 나라였습니다.




책은 불가리아의 수도이자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를 시작으로  발칸반도 최대의 수도원인 릴라 수도원, 슬라브 문화의 중심지이며 ‘불가리아의 아테네’로 불리는 벨리꼬 투르노보, 우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면서 거리 곳곳에 로마와 터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유적이 남아있는 곳 플로브디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번짐시리즈의 책을 보는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엔 책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본문의 글귀는 애써 외면하고 오로지 사진에만 집중해서 봅니다. 그다음엔 사진과 글을 함께 보구요. 세 번째, 앞서 눈여겨봐뒀던 사진들을 또한번 꼼꼼하게 살펴보는데요. 처음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지만 가장 최후까지 남아 제게 큰 인상을 남기는 건 역시 그네들의 일상이 담긴 모습이었습니다.




한껏 짜증이 나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엄마 뒤로 울먹이며 종종 거리며 따라가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엄마가 왜 화가 났지? 아이의 뒤에 보이는 가판대의 풍선과 맥도@@ 간판을 보곤 지레 짐작해보는 거지요. 아하...아이가 아이스크림이나 햄버거를 사달라고 떼를 쓴 모양이네. 근데 엄마는 임신해서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 딱해서 어쩌누...벼룩시장의 도서매장에 늘어놓은 책표지를 보면서 혹시나 제가 읽었던 책은 없나(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코를 박고 뒤져보구요. 우리나라의 변두리 마을이나 산동네 마을을 연상케 하는 사진에선 왠지 친근함이 묻어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은....바로 두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앞과 뒤, 옆에서 볼 때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는 알렉산드르 네브스키 교회를 요모조모 감상할 때였어요. 그 유명하다는 교회를 뒤로 하고 입을 맞추는 연인의 모습. 그들의 옆에 세워진 두 대의 자동차, 운전석 문이 열린 걸 보고 제 식대로 해석해버립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이별을 선언했다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극적인 화해를 한 게 아닐까. 이 얼마나 낭만적인 모습인가....




바로 어제였어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여름휴가로 서유럽을 다녀왔다는 얘길 했는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말이 저절로 나왔답니다. “아아.....지인~짜 부럽다”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이 책을 읽는 데엔 아주 잠깐의 시간이면 됩니다. 책이 담고 있는 모습과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감탄사를 늘어놓는 시간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나고 가슴에 가득 번져오는 기운, 열기, 여행에 대한 충동은...아마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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