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독서처방 - 매혹적인 독서가 마녀의 아주 특별한 冊 처방전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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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이들 그림책 중에 제가 무척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바로 ‘마녀 위니’랍니다. 메부리코에 뾰족한 턱, 검은 옷, 검은 모자, 검은 고양이. 이런 외모만 보면 마녀 위니는 정말 마녀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마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녀 위니를 마녀임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바로 그녀의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엉뚱함과 발랄함, 그리고 따스함이 아닐까 싶어요. 그녀가 벌이는 코믹하고 유쾌한 소동을 보면서 한바탕 웃고 나면 왠지 가슴에 꽉 막혀있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마녀의 독서처방>이라는 책을 보고 바로 마녀 위니를 떠올렸는데요. 한편으론 궁금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우아하고 곱고 아름다운 공주나 왕비, 하다못해 언제나 순수한 소녀이길 원하는데 왜 굳이 마녀이길 자청했을까...저의 궁금증은 이내 풀렸습니다. 누군가의 위에서 군림하고 대접받기를 원하는 공주가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 남의 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겠다는 다짐때문이라는 겁니다. 정말 근사한 생각 아닌가요? 저, 완전 반했습니다.




책은 ‘설렘’, ‘사랑’, ‘치유’, ‘희망’, ‘위로’, ‘이별’이라는 주제어에 따라 여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매 주제어마다 다시 여러 상황으로 나누어놓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설렘’ 파트에서 ‘처음처럼’,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과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이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우아한 숙취 해소제나 열대야에 잠을 설칠 때, 값싸고 몸에 좋은 다이어트 비법처럼 ‘아니, 이런 것도?’란 의문이 들만큼 의외의 상황들과 슬픔이 목까지 차오르거나 뜻밖의 봉변을 당하거나 사랑을 잃었을 때처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하나하나 말을 건네고 들어주고 상처를 쓰다듬고 위로의 말, 치유의 책을 건네줍니다. 그것도 단순히 ‘이런 상황에서는 이러이러한 책을 읽으세요’라는 식으로 상황과 책을 연결 짓는 것이 아니에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과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변화가 어떠했는지 일러주고 있어서 평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상징적으로 학문적인 언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책은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그냥 설렁설렁 읽고 넘어가면 이 책을 읽는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감기나 몸살, 체했을 때 말간 죽을 먹으면서도 꼭꼭 씹어서 먹는 것처럼 이 책도 꼭꼭 씹는 느낌으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각자가 처한 상황, 치유해야할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차례를 보고 골라서 읽으면 더 좋겠지요.




책을 좋아해서인지 책에 관한 책,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왠지 끌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부담스러웠어요. 책 속의 저자가 말하는 책들을 나는 아직도 안 읽고 뭐했나 싶어 조바심이 나곤 했거든요.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책을 안 읽었더라도 아무렴 어때...언제든 마음이 원할 때 읽으면 되지...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방이란 게 바로 그런 거잖아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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