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공부습관 87가지! - 올바른 습관이 명품자녀를 만든다
친위 지음, 오혜령 옮김 / 청어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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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문이 열린다. 제 방에 공부하러 들어간 아이가 5분도 채 안되어 나온다. 냉장고 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우유가 눈에 띈 모양이다. 벌컥거리며 마시곤 들어간다. 그리고 또 금방 나와서 이번엔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게 몇 번 반복되면 나는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넌 어찌된 애가 공부만 하라고 하면 금방 나와서 먹을 거부터 찾니?” 아이도 덩달아 소리친다. “그럼 목이 마른 걸 어떡해!”




그야말로 전쟁이다. 선혈이 낭자하지 않을 뿐 아이와 나는 매일 전쟁을 치른다. 숙제와 공부부터 하라는 나와 무조건 놀고 싶은 아이. 누가 우세하고 열세인지 결코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평화는 둘째치고 협상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적당한 선에서 서로 양보하고 인정해주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다짐했다. 아이에게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고! 아이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고.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그때의 다짐과는 너무나 다르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어느새 정반대의 위치에 서버렸다.




도대체 원인이 뭘까. 깊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원인제공자가 바로 나니까. 내가 아이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지 않았던 데에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 그때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전엔 책을 열심히 재밌게 읽는 게 최고라고 여겼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다. 습관이란 게 어떤 건지, 얼마나 무서운 건줄 모르고 내가 까불었다.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아줘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당췌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귀중한 숭례문이 타버렸듯 아이의 미래도 홀랑 다 태워먹게 생겼다.




중국인 저자 친위의 <명품 공부습관 87가지> 이 책에서는 자녀의 잘못된 습관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부터,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기 위한 원인파악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은 크게 6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떤 습관들이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인용된 사례들이 결코 낯설지 않다. 내가 학창시절 겪었거나 지금 아이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 잘못된 공부습관 87가지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지적해놓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유독 주의깊게 봤던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글씨를 엉망으로 쓰는 우리 아이 나쁜 습관 고쳐주기’. 예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학교나 집에서 글씨를 쓰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자연히 손의 소근육 발달이 무뎌져서  필체도 엉망일 경우가 많은데 그게 습관의 차원을 떠나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다니 무척 놀라웠다. 그런데도 천재는 악필이라며 애써 위안을 하고 있었다니...참 멍청한 엄마였구나 싶다.




물론 책에서는 아이의 글씨 쓰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해결책도 제시해놓고 있다. ‘모래 위나 모래사장에 글씨 쓰기, 혹은 그림 그리기’....그런 놀이를 통해 아이가 글씨 쓰기를 재밌게 여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땐 학교 운동장이 종이고 스케치북이었는데...언제든 아이와 이런 얘길 해봐야겠다.




또 어렸을 때부터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줘서 다른 사람의 충고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독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색이기 때문에 책을 읽더라도 그냥 아무렇게나 읽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탓하기 전에 우선 부모인 나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거였다. 아이에게 어떤 규칙이나 습관을 길러주려면 그전에 부모의 생활습관이 모범이 되어야하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엄마아빠가 하는 말은 무조건 들어!!”라며 억지로 들이밀고 시켰다. 대신 왜 그래야 하는지 아이에게 이유를  잘 설명했다면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갖게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무리 좋은 습관이라도 매로 채찍질하듯 억지로 시킬 때와 잘 이야기해서 아이가 자발적으로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명품 공부습관 87가지> 아이의 공부하는 감각, 올바른 공부습관을 위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지만 몇 가지 흠이 눈에 띄었다. 본문의 편집 방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았다. 습관의 예시를 다른 글자체로 해놓았지만 그것 외에는 동일한 구성 방식이 다소 지루했다. 본문 내용이나 예시를 부분적으로 사각의 테두리로 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흠은 바로 ‘차례’ 부분이었다. 이 책엔 ‘##### 나쁜 습관 고쳐주기’란 항목이 모두 87가지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차례엔 그런 구체적인 습관이 어디에 속하는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필요한 대목을 찾기 위해 책을 이리저리 뒤적거려야 했다. 자기계발서나 자녀교육서는 한번 읽는 걸로 그치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은 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닐까.




예전에 읽었던 신의진 교수의 책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많은 부모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고 자기 자신들은 마치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처럼 군다. 아이들 보는 눈에 욕심이 덧씌워지는 걸 느끼면 한번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 부족했던 ‘올챙이 시절’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라.’




평생토록 공부해야하는 인생여정에 아이는 이제 막 발을 들여놓았다. 서투르다고 걸음이 늦다고 무작정 다그치기보다 아이가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줘야겠다.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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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책을 읽는 방법> 댓글 이벤트"

전 책을 천천히 읽는 편입니다. 꼭꼭 씹어가며 읽는 경우가 많아요. 오탈자나 좋은 대목은 포스트 잇으로 표시도 하면서요. 하지만 매번 그렇게 읽는 건 아닙니다. 빨리 속도를 내도 되는 책이라면 휘리릭 읽어갈 때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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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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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메이크업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할머니. 거기다 왼쪽 눈에 바싹 돋보기를 들이대고서 정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여느 할머니와 다른 모습에 살짝 당황할 수도 있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다. 왜냐면 그녀는 평범한 할머니가 아니다. 할머니 탐정단,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의 당당한 리더시다.




추리소설에서 살인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건이다. 예사롭지 않은 표지그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에 바치는 오마주’란 붉은 글씨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도 안녕하세요?’란 제목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장에서부터 살인이 벌어진다. 그것도 피해자의 집, 식탁위에서 버젓이.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독약은 구운 소고기에 들어 있었다. 셀마 벨러의 목숨은 겨우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셀마에게는 정말 통탄할 만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내일 생일을 무척 기다렸기 때문이다...오, 불쌍한 셀마 - 11쪽.




이 책의 주인공은 글래디스 골드. 75세로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은퇴한 그녀는 동생이 있는 플로리다의 ‘라나이 가든’으로 이사온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그곳에서 그녀는 개성적인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매일 즐겁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래디의 가장 친한 친구인 프렌시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죽는 일이 발생한다. 프렌시를 자신의 소울메이트라 여겼던 글래디에게 친구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프렌시의 짐 정리를 하던 글래디는 문득 친구의 죽음에서 의문점을 발견한다. 얼마전 죽은 셀마 역시 프렌시처럼 생일 하루 전날 갑자기 죽은데다가 둘 다 어딘가 전화를 걸려다 죽음을 맞은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엔 께름칙한 공통점을 수상히 여긴 글래디는 동생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증거가 없는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는 형사의 말에 그녀와 친구들은 직접 사건에 뛰어든다.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란 멋진 이름까지 지어놓고...




“내가 추리작가라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잊지 말아요. 살인범은 항상 가장 의심을 덜 받는 사람이에요. 홈스의 말처럼 ‘그건 기본’이죠.” - 215쪽.




7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 사건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오늘도 안녕하세요?>. 분명 추리소설인데도 정통 추리소설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다. 우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인물들의 성격이 상당히 개성적이다. 본문 중에 구체적인 나이가 언급되지 않았다면 10대 소녀들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밝고 수다 떨기 좋아하며 쾌활하다. 심각한 고민과는 거리감이 있다.




스토리 구성도 추리소설치고는 다소 허술했다. 소설 중반쯤 이미 범인이 누군지 왜 살인을 했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저자가 독자를 위해 소설 곳곳에 배치해 둔 복선이나 암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로 주인공 할머니들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녀들에게 나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해 보인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자신을 가꾸어 나가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멋진 이성을 보면 가슴 설렌다.




“이제 나이도 먹고 더 현명해졌으니 철없던 시절에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사귀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 더 편하고 단순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앞으로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방법....혹시 남은 시간이 몇 년, 아니 일 년, 아니 한 달이나 하루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렇다면 그만큼 완벽한 하루가 또 어디 있겠어요.” - 290쪽.




책 뒤쪽의 역자후기를 보니 이 책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한다. 가벼운 분위기의 추리소설, 코지 미스터리엔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없다. 정통 추리소설처럼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나 반전은 없지만 아마추어 탐정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기대치를 살짝 낮추기는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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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의 시간 - 빈센트 반 고흐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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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미술시간이나 사생대회 때 그린 그림을 미술선생님께선 샘플용으로 가져가셨다. 그런 날 친구들은 “우어어...”하며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넌 당연히 미대지?”란 얘길 했다. 그땐 나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대학진로를 결정해야할 때가 다가오자 상황은 180도 급변했다. “미대는 절대 안된다”고 엄마가 반대하셨다. 이유를 묻자 “언니가 이미 미대를 다니고 있으니까”라고 말씀하셨다. 즉, 우리 집안 형편에 두 명의 미대생은 무리라는 거였다.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된다니 깨끗이 포기할 수 밖에...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림에 미련을 버려야지...하면서도 학교 미술실 근처를 배회하고 언니의 스케치북을 뒤적거렸다. 내가 딱해 보였던지 언니는 이런 얘길 했다. “넌 꼭 미대가 아니라도 되잖아. 또 내가 볼 때 넌 스케치는 좀 되는데 그 다음이 별로야. 특히 색감이 짙은 그림은.” 의외였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나의 약점을, 정곡을 사정없이 콕, 찌르는 언니가 야속했다.




사실 내가 봐도 내 그림은 예쁜 그림이긴 하지만 생동감이 없었다. 서툰 붓놀림과 매끄럽지 않는 명암표현, 어울리지 않는 칼라배합은 밋밋하고 매력없는 그림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런 내게 고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듯한 붓터치에서부터 마구잡이로 그린 게 아닐까...란 의구심이 들 정도의 칼라선택. 하지만 그 색채들은 고흐의 손을 거치면서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서 열기와 생동감 넘치는 그림,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고 탄성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별들이 반짝이는 밤>이나 <밤의 카페테라스> <해바라기>...같은 작품은 꼭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그림이 안된다면 십자수로 수를 놓아서라도 고흐만의 색채와 열정을 품어보고 싶었다.




단 한 점이라도 고흐의 작품을 그린다는 것은 그의 전기를 수십 번 읽거나, 전시회를 수십 번 보는 것보다 훨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그의 그림을 모사한다는 것은 다양하고 원색적인 색깔들이 서로 충돌하며 어우러지며 고양되고 흥분된 듯한 표현의 강력함을 배우는 것입니다. - 2쪽. <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김충원의 <채색의 시간, 빈센트 반 고흐편>. 이 책에는 고흐의 그림 중에서 12편의 작품을 선정한 다음 책 속의 밑그림에 직접 따라서 그려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유화로 그려진 그림을 색연필로 그리기 때문에 고흐의 작품을 원화 그대로 재현할 순 없다. 그래서 저자는 고흐의 과장된 색감과 선 중심의 표현방식을 새로운 색연필 버전으로 탄생시킨다는 기분으로 채색을 즐기라....고 가볍게 충고한다.




책에서는 고흐의 그림을 본격적으로 따라 그리기에 앞서 고흐의 채색과 색연필 사용법에 관해 설명해놓고 있다. 선 하나를 길게 그을 때도 힘을 주는 정도에 따라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서부터 두세 가지 색깔을 섞어서 짧게 선을 긋는 방법, 선을 서로 겹치게 그어서 색깔을 섞는 방법, 서로 다른 색깔을 덧칠하는 방법, 명암을 넣는 방법 등이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다. 단 몇 번 연습하고 말 게 아니라 꾸준히 연습하면 고흐의 그림뿐 아니라 색연필 그림을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그 맛을 알 수 없듯이, 그림도 직접 그려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그림은 그리면 그릴수록 그 느낌이 달라지고 분명해집니다. - 7쪽.




그리하여 드디어 만난 <밤의 카페테라스>와 <별이 빛나는 밤에>...고호의 뛰어난 색감과 꿈틀대는 붓터치가 일품인 두 작품을 난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고호의 멋진 색감은커녕 우선  색연필을 쥔 손에 힘을 주어서 그리는 것부터 어려웠다. 조금만 그려도 팔이 저렸고 어깨가 뻐근했다. 고흐의 특기였던 보색관계의 색깔 선택이 내 그림에선 전혀 어우러지지 않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첫 술에 배부르려고 하다니...내가 과한 욕심을 부렸다.




누구나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림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그림을 즐길 수 있다는 취지로 출간된 책 <채색의 시간>. 하지만 이 책의 설명에 따라 그림을 그려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고흐의 그림은 한 두 번 그린다고 해서 그의 테크닉이나 색감을 표현해낼 수 없는데 그에 비해 뒷부분에 마련된 밑그림이 그려진 실습용 스케치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복사종이에 비해 그릴 때 느낄 수 있는 질감이나 색채감에서도 차이가 났다. 출판사에서 그 부분만을 별도 제작해서 독자들이 원하는 밑그림을 언제든 추가구입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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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 - 붓으로 칼과 맞선 500년 조선전쟁사 KODEF 한국 전쟁사 1
장학근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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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이었다. 한 대형서점에서 주최하는 작가토론회에 참석했다. 조금 늦었는지 도착했을 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일단 눈에 띄는 빈자리에 앉았다. 그때 들려온 작가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 “전 조선시대때, 아니 임진왜란때 우리나라가 망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가 망했어야 한다니...왜, 이유가 뭔데?...순간 어리둥절해하는 참석자들에게 작가는 뒤를 이어 얘기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었는지, 문(文)은 무(武)를 업신여겼으며, 강한 자는 약한 자들을 누르고 억압하는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점을 모르고 무조건 우리는 잘못없다, 피해자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내게 작가의 그 말은 당시 토론내용보다 몇 배나 더 인상적이었다. 깊게 남았다.




‘우리는 잘못없다. 피해자다’...는 얘긴 학창시절부터 수없이 들었던 얘기다. ‘평화를 사랑했기에 다른 나라를 단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는, 순수한 백의민족’이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나라....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그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평화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오늘도 무사히’...정도의 수준이랄까.




‘붓으로 칼과 맞선 500년 조선전쟁사’란 부제가 붙은 <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 이 책은 조선의 5백년 역사 중에 일어난 크고 작은 전쟁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1392년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가 조선의 태조로 즉위하기까지의 과정, 흔히 말하는 ‘위화도 회군’의 배경과 과정에서부터 시작한 이 책은 조선의 전쟁사를 ‘영토개척 전쟁’ ‘동아시아 삼국전쟁’ ‘외교의 실패가 부른 전쟁’ ‘ 제국주의 열강과의 전쟁’...크게 네 부분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마도정벌에서부터 세종의 여진정벌.북진정책이라든가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등을 전쟁전후 당시 국내외의 상황이 어떠했으며 전쟁발발 후 조선의 대응방식과 전개양상, 전후 복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배경, 문제점, 나아가 조선사회에 미친 영향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짚어서 서술해놓았다.




그 중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역사...라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일 듯하다. 내가 알고 있는 무수히 많은 전쟁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용감한 장군들은 500년 조선전쟁사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실리보다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겼던 나라, 스스로 힘을 길러 나라를 지키려고 하기보다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그 힘을 빌리려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지닌 나라가 바로 조선이었다.




특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당파싸움에 열을 올리지 말고 나라를 굳건히 하고 이웃 주변국의 정세가 어떠한지에 관심을 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랬다면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임진왜란을 일으켰더라도 능히 조선을 지켜낼 수 있었을텐데...그랬다면 조선의 왕자와 대신들이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는 치욕을 겪지는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에 관해 전쟁의 전술과 무기를 얘기하고 있는 책, <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 이 책을 읽어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내용도 다소 어려웠고 “왜?”하는 의문이 수시로 떠올라 마음이 힘겨웠다.




우리는 영화와 소설로 전쟁을 만난다. 그 간접 경험을 통해서 전쟁이 얼마나 잔인하고 파괴적인가...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  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전쟁이 일어나게 된 가장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한번 표지를 보니 <부산진 순절도>의 일부가 보인다. 굳게 닫힌 성문 밖엔 이미 일본군이 엄청난 수의 배와 군대가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조선군의 수는 형편없이 빈약해 보인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도 짝사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역사는 조금씩 더 건강해진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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