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완벽한 메이크업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할머니. 거기다 왼쪽 눈에 바싹 돋보기를 들이대고서 정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여느 할머니와 다른 모습에 살짝 당황할 수도 있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다. 왜냐면 그녀는 평범한 할머니가 아니다. 할머니 탐정단,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의 당당한 리더시다.




추리소설에서 살인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건이다. 예사롭지 않은 표지그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에 바치는 오마주’란 붉은 글씨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도 안녕하세요?’란 제목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장에서부터 살인이 벌어진다. 그것도 피해자의 집, 식탁위에서 버젓이.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독약은 구운 소고기에 들어 있었다. 셀마 벨러의 목숨은 겨우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셀마에게는 정말 통탄할 만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내일 생일을 무척 기다렸기 때문이다...오, 불쌍한 셀마 - 11쪽.




이 책의 주인공은 글래디스 골드. 75세로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은퇴한 그녀는 동생이 있는 플로리다의 ‘라나이 가든’으로 이사온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그곳에서 그녀는 개성적인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매일 즐겁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래디의 가장 친한 친구인 프렌시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죽는 일이 발생한다. 프렌시를 자신의 소울메이트라 여겼던 글래디에게 친구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프렌시의 짐 정리를 하던 글래디는 문득 친구의 죽음에서 의문점을 발견한다. 얼마전 죽은 셀마 역시 프렌시처럼 생일 하루 전날 갑자기 죽은데다가 둘 다 어딘가 전화를 걸려다 죽음을 맞은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엔 께름칙한 공통점을 수상히 여긴 글래디는 동생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증거가 없는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는 형사의 말에 그녀와 친구들은 직접 사건에 뛰어든다.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란 멋진 이름까지 지어놓고...




“내가 추리작가라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잊지 말아요. 살인범은 항상 가장 의심을 덜 받는 사람이에요. 홈스의 말처럼 ‘그건 기본’이죠.” - 215쪽.




7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 사건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오늘도 안녕하세요?>. 분명 추리소설인데도 정통 추리소설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다. 우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인물들의 성격이 상당히 개성적이다. 본문 중에 구체적인 나이가 언급되지 않았다면 10대 소녀들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밝고 수다 떨기 좋아하며 쾌활하다. 심각한 고민과는 거리감이 있다.




스토리 구성도 추리소설치고는 다소 허술했다. 소설 중반쯤 이미 범인이 누군지 왜 살인을 했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저자가 독자를 위해 소설 곳곳에 배치해 둔 복선이나 암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로 주인공 할머니들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녀들에게 나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해 보인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자신을 가꾸어 나가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멋진 이성을 보면 가슴 설렌다.




“이제 나이도 먹고 더 현명해졌으니 철없던 시절에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사귀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 더 편하고 단순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앞으로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방법....혹시 남은 시간이 몇 년, 아니 일 년, 아니 한 달이나 하루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렇다면 그만큼 완벽한 하루가 또 어디 있겠어요.” - 290쪽.




책 뒤쪽의 역자후기를 보니 이 책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한다. 가벼운 분위기의 추리소설, 코지 미스터리엔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없다. 정통 추리소설처럼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나 반전은 없지만 아마추어 탐정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기대치를 살짝 낮추기는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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