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 - 붓으로 칼과 맞선 500년 조선전쟁사 KODEF 한국 전쟁사 1
장학근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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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이었다. 한 대형서점에서 주최하는 작가토론회에 참석했다. 조금 늦었는지 도착했을 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일단 눈에 띄는 빈자리에 앉았다. 그때 들려온 작가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 “전 조선시대때, 아니 임진왜란때 우리나라가 망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가 망했어야 한다니...왜, 이유가 뭔데?...순간 어리둥절해하는 참석자들에게 작가는 뒤를 이어 얘기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었는지, 문(文)은 무(武)를 업신여겼으며, 강한 자는 약한 자들을 누르고 억압하는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점을 모르고 무조건 우리는 잘못없다, 피해자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내게 작가의 그 말은 당시 토론내용보다 몇 배나 더 인상적이었다. 깊게 남았다.




‘우리는 잘못없다. 피해자다’...는 얘긴 학창시절부터 수없이 들었던 얘기다. ‘평화를 사랑했기에 다른 나라를 단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는, 순수한 백의민족’이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나라....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그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평화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오늘도 무사히’...정도의 수준이랄까.




‘붓으로 칼과 맞선 500년 조선전쟁사’란 부제가 붙은 <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 이 책은 조선의 5백년 역사 중에 일어난 크고 작은 전쟁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1392년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가 조선의 태조로 즉위하기까지의 과정, 흔히 말하는 ‘위화도 회군’의 배경과 과정에서부터 시작한 이 책은 조선의 전쟁사를 ‘영토개척 전쟁’ ‘동아시아 삼국전쟁’ ‘외교의 실패가 부른 전쟁’ ‘ 제국주의 열강과의 전쟁’...크게 네 부분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마도정벌에서부터 세종의 여진정벌.북진정책이라든가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등을 전쟁전후 당시 국내외의 상황이 어떠했으며 전쟁발발 후 조선의 대응방식과 전개양상, 전후 복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배경, 문제점, 나아가 조선사회에 미친 영향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짚어서 서술해놓았다.




그 중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역사...라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일 듯하다. 내가 알고 있는 무수히 많은 전쟁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용감한 장군들은 500년 조선전쟁사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실리보다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겼던 나라, 스스로 힘을 길러 나라를 지키려고 하기보다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그 힘을 빌리려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지닌 나라가 바로 조선이었다.




특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당파싸움에 열을 올리지 말고 나라를 굳건히 하고 이웃 주변국의 정세가 어떠한지에 관심을 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랬다면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임진왜란을 일으켰더라도 능히 조선을 지켜낼 수 있었을텐데...그랬다면 조선의 왕자와 대신들이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는 치욕을 겪지는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에 관해 전쟁의 전술과 무기를 얘기하고 있는 책, <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 이 책을 읽어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내용도 다소 어려웠고 “왜?”하는 의문이 수시로 떠올라 마음이 힘겨웠다.




우리는 영화와 소설로 전쟁을 만난다. 그 간접 경험을 통해서 전쟁이 얼마나 잔인하고 파괴적인가...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  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전쟁이 일어나게 된 가장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한번 표지를 보니 <부산진 순절도>의 일부가 보인다. 굳게 닫힌 성문 밖엔 이미 일본군이 엄청난 수의 배와 군대가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조선군의 수는 형편없이 빈약해 보인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도 짝사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역사는 조금씩 더 건강해진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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