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 보다가 혈압이 파~악! 혈압이 올랐다.

한국 기독교 100주면 기념 행사에 참석한

청와대 홍보기회비서관이 이런 말을 했단다.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

@#%&*%@#%%%#@$^%*&%$#@@....

옆에서 아이가 지켜보고 있어서 험한 말이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입 속에 머물고 말았지만...

니네들, 이제 정말 막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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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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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 천원짜리에 있는 사람이다!!”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큰아이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누군지 이름을 아느냐고 했더니 뭐 그리 쉬운걸 묻냐는 투로 “당연히 퇴계 이황이지!”하고 대답하면서 “그 사람이 아들한테 뭐라고 편지 썼어?” 묻길래 다 보고 나면 알려주겠노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나 역시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라고, 연암 박지원이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출간한 책을 봤는데 거기엔 편지를 보낸 대상 때문인지 정말 사적이고 자잘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또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편지를 써서 두 아들의 평소 생활의 공부 방법까지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유박해로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두 아들에게 게으름을 멀리하고 학문에 힘쓰라고 하거나 근과 검에 대한 것,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귀한 것은 성실함이며 어떤 것도 속여서는 안 된다고 하거나 자신의 집안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독서와 수양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편지글에서 문인으로서의 다신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다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선지 이 책을 보기 전에 퇴계 이황은 과연 어떤 편지를 썼을까...기대가 컸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퇴계가 맏아들 준에게 보낸 편지는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짐작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학자로서의 퇴계 이황이 아닌 생활인, 두 아들의 아버지인 이황을 만날 수 있었다.







학자여서 인지 아들의 공부를 염려하는 글이 유독 많았다. 독서를 함에 있어 어찌 장소를 택해서 하느냐, 어디에 있더라도 뜻을 세워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한가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하거나(24쪽)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꼬집어주기도 했다. 즉,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버리고 한번 지나간 것은 따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 ‘끝내는 농부나 군대의 졸병으로 일생을 보내고자 하느냐?’하고 따끔하게 질책을 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선 나도 순간 뜨끔했다.







또 계모의 초상이 났을 때 계모가 친모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대개 뜻을 알지 못해서 경솔하게 하는 말이니 이를 듣지 말고 계모상을 친모상 같이 지내라며 당부하기도 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이 편지는 ‘가정윤리관리’사상에도 매우 중요한 편지였다고 한다. 퇴계의 이 편지로 말미암아 계모를 하대하는 습속을 개선하게 됐다고 한다. 이 외에 노비들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에서부터 기와 굽는 일이나 집안의 자잘한 대소사를 챙기는 편지들이 많았다.




반면에 무척 의외다...싶은 편지도 눈에 많이 띄였다. 또 퇴계 이황 선생은 벼슬에 대해 그다지 욕심이 없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책 속의 편지를 보니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옛사람의 말을 빌어 아들이 앞으로 나아갈 줄을 모르니 아마도 날로 퇴보하여 마침내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말까 두렵다며 걱정하면서 아들이 부지런히 공부하여 벼슬에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과 주고 받은 편지 모두가 수록된 것이 아닌 퇴계 이황선생의 편지만 실려 있다. 더구나 편지에서 거론되는 일이나 대소사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알 수 없는데다가 소설처럼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책을 읽어나갈 때 다소 지루했다. 하지만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이황의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에게 매일 ‘필통편지’를 썼다. 학교 생활 재밌게 보내라거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혹은 급식으로 나오는 음식 모두 골고루 먹어야 튼튼하게 자란다거나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하는 식의 편지를 짤막하게 써서 아이 필통에 넣어줬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어쩌다 바빠서 미처 쓰지 못한 날은 집에 오자마자 오늘은 왜 안 썼냐고 서운해하기도 했다. 큰아이에게 보내는 필통편지도 6개월 정도 쓰다가 흐지부지 되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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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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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구텐베르크의 조선> 이 책의 뒷표지와 작가의 말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인쇄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란 말에 인터넷을 검색했다. 엘 고어가 정말 이런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2005년 5월 19일(작가의 말 부분엔 2006년이라고 되어 있다. 책의 제일 처음부터 오타라니) 연합뉴스에 <엘 고어 전미부통령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식>이란 기사가 있었다. 사실이구나! 세상에 그때부터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중요한 뉴스를 잊고 있었다니!!




<베니스의 개성상인> <원행> 등 역사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써온 작가 오세영은 엘 고어의 이 연설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즉시 역사적 사실 추적에 들어간다. 정말인가? 구텐베르크의 친구는 누구고 교황청의 사절은 또 누구인가? 언제 조선을 다녀갔는가?...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들, 도무지 알 수 없는 공백을 저자는 상상력을 동원해 메워나간다. 베워진 역사의 행간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읽고 쓰기 쉬운 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백성들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최만리를 비롯한 사대부들이 훈민정음의 반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세종은 석주원에게 명나라(북경)에 있는 장영실을 도와 훈민정음을 인쇄하기 위한 활자를 주조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훈민정음. 말 그대로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다. 유사 이래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백성이 있었던가.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긴 중원의 역사를 살펴봐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문자는 언제나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장영실이 활자주조기를 개발했지만 정작 중요한 향동활자제작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일시에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는 해탄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중 우연히 해탄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명나라와 마찰이 생기면서 석주원은 명의 사절단 자격으로 티무르제국, 사마르칸트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석주원은 로마 교황청의 사절단인 쿠자누스 신부와 운명의 여인 이레네를 만난다. 사마르칸트에서의 일을 마치고 북경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석주원은 이레네가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독일 마인츠로 떠난다.



자신이 돌아갈 나라 조선에서 더욱 멀리 떨어진 이역만리 독일의 마인츠에 도착한 석주원은 구텐베르크를 만나 그의 인쇄공방에 임시 머물게 된다. 당시 교황청은 성서 인쇄 사업을 시도하는데 그 일환으로 구텐베르크가 ‘42행 성서’ 인쇄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구텐베르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마인츠 상사길드연합회는 그의 성서인쇄사업을 가로채기 위해 계속해서 방해와 음모를 꾸민다. 구텐베르크와 길드상사연합회의 대결은 곧 석주원과 아비뇽의 야금장과의 향동활자 대결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스승님께서 그리도 염원하시던 향동활자란 말인가. 최상의 향동은 종금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그럼 좀 전의 맑고 경쾌한 종소리는 최상의 향동임을 말해주는....'그래, 나는 해냈다. 그리고 이레네의 말대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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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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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앨범을 들춰봤다. 살림이 어렵던 시절이라 사진이 그리 많진 않지만 나의 유년 시절을 돌아볼 수 있을 딱 고만큼의 사진. 그것도 형제가 많아서 혼자 찍은 것보다 언니들이나 동생과 함께 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있기에 매년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지난 시절을 잊지 않고 지낸다는 생각이 든다. 내 위로 두 명의 언니들(언니는 모두 5명이지만 어렸을땐 이상하게 1,2,3번째 언니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과 함께 세 명이 쪼로록 똑같은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당시 텔레비전에선 6백만불의 사나이와 원더우먼이 최고 인기였고 우리들의 우상이었다. 머슴애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고 두 팔을 천천히 흔들면서 뜨드드드드..... 6백만불의 사나이가 달리는 시늉을 했고, 기집애들은 은박지나 두꺼운 종이에 별 모양을 그려 머리에 쓰고서 원더우먼 흉내를 내고 다녔다. 거기에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나타나는 정의의 사나이, 슈퍼맨이 가세하면서 서로 누가 최고냐를 두고 다투기도 했다. 영웅놀이, 고무줄 뛰기, 숨바꼭질, 다망구...쉴새없이 뛰고 구르면서(그때의 나는 혹시 백만돌이?) 놀았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때쯤, 동네에 불쑥 나타나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 뒤를 신나게 쫓아다녔다. 매일 똑같은 놀이가 반복됐지만 지겨운 줄도 몰랐다. 일찍 찾아오는 밤이 야속할 뿐이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나를 부르는 숲>의 저자, 빌 브라이슨.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 혹은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더 타임스)'라고 알려진 그 유명한 저자를 이제야 만났다.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보고 그때를 회고한 글들이다. 우리나라가 한창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1950년대, 미국의 중부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렸을 때 지하실에서 우연히 번개 무늬가 그려진 낡은 스웨터를 발견한다. 그것을 보고 저자는 그때부터 자신이 다른 별에서 온 초능력자 ‘썬더볼트 키드’라고 여기게 된다. 번개 무늬 스웨터에 망토를 두른 그는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서고 장난꾸러기 말썽쟁이 친구들과 온 동네를 누비며 다니는데 태어난 시기도 나라도 다르지만 그의 어린 시절과 나의 유년 시절은 참 많이도 닮았다.







다른 아이보다 우월해보이고 싶은 욕심에 일단 도전하고 보는 그 대책없는 무모함, 머리에서 철철 흐르는 피도 두려워하지 않는 살짝 비껴나간 용감함, 하지만 어처구니 없을만큼 순진해서 때론 뒷마당의 딸기덤불과 작은 벌의 날개짓에서조차 죽음의 공포를 실감할 정도로  바보처럼 순진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을 읽으면서 쿡쿡 웃음이 터져나왔다. 유쾌한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 정치적으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에서부터 식사하기 전의 음주를 비롯해 담배가 자신들을 더 건강하게 해준다고 믿었고 ‘의사들이 즐겨 태우는 담배’라며 광고까지 했다고 한다. 또 방사능 낙진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 했던 미국 정부를 비꼬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가진 것은 언젠가 버려지기 마련이며 1950년대에 우리를 특별하고 남다르게 만들어주던 것들을 지키지 못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른 도시에는 없는 것으로 가득한 도시, 옛날의 디모인은 그렇게 멋진 세상이었는데 이제 그런 도시를 다시는 보지 못할까 두려울 뿐이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에 감탄했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변신시키는 저자의 유머넘치고  맛깔난 문장과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놓은 엄청난 자료수집은 독자로 하여금 그 당시의 풍경을 저절로 떠올리게 했다. 어린시절 날 무지 괴롭혔던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섬머슴애가 떠올라 유쾌하고 그리운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안타깝다. 지금 내 아이들, 학교 운동장에서 놀이터에서 골목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어노는 게 아니라 학원순례에 바쁜 요즘 아이들이 이담에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찌릿하게 아파온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특별한 유년시절, 즐겁게 뛰어노는 놀이를 돌려줄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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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빠다! - 물구나무 그림책 66 파랑새 그림책 63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김정화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게 바로 부모 마음.  이런 부모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 있다. 마이클 그레니엣의 <코끼리 아빠다!> 표지엔 안경과 모자를 쓴 커다란 코끼리가 아이를 태우고 있다. 등에 탄 아이는 양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 무척 신이 난 듯한데...대체 이 코끼리와 아이는 과연 무슨 관계일까.







책장을 넘겨 본문을 펼치자마자 어딘선가 재잘재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란 모자를 쓴 아이들. 그 한 켠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남자, “키아라, 늦어서 미안!” 그 아빠 품으로 달려가는 귀여운 여자아이 키아라. 아빠와 키아라는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장난감 가게 진열창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엔 키아라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코끼리가 있기 때문이다. “저 코끼리 정말 멋지다. 우리 집에도 저런 코끼리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하는 키아라. 아빠는 키아라를 위해 정말로 코끼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코끼리가 아빠에게 “이거 받으세요”하며 상자 하나를 건넨다. 그 속엔 <당신도 코끼리가 될 수 있습니다>란 책과 사람을 코끼리로 만들어주는 약과 크림이 들어 있었다. 코끼리로 변신한 아빠, 키아라를 데리러 유치원에 간다. “뿌~, 뿌우우~” 외치면서. 아빠가 코끼리로 변신한 걸 보고 신이 난 키아라는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 코끼리 아빠도 덩달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서 얘기가 끝나면 재미없다. 유쾌한 반전이 나타난다. 코끼리 아빠를 갖게 되어 정말 기쁜 키아라는 아빠에게 친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가던 장난감가게에 있는 어떤 동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있잖아, 저 사자, 코끼리 아빠랑 친구하면 좋을 것 같지 않아?”







푸하하하하!!! 난 여기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코끼리 아빠와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동물이 하필이면 밀림의 왕, 맹수 사자일 줄이야!!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딸 키아라의 말을 우두커니 서서 듣고 있는 코끼리 아빠를 그림책에선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는데 앞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된다. 보나마나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 않을까. 게다가 더 웃긴 건 그 다음장에 사자가 그려진 상자 하나가 놓여있다. 누구에게 온 걸까? 상자의 임자는 누구?!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아빠가 코끼리로 변하는 장면은 작가가 어떻게 표현할지 무척 궁금했다. 크림을 온몸에 펴 발라서 멋진 코끼리 피부색으로 바뀌고 길쭉한 알약을 삼켜서 몸집이 커지고 꼬리가 길게 자라고 동그란 알약을 먹고 다리가 굵어지고 발톱이 커졌다. 여기까진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코끼리의 가장 큰 특징인 긴 코와 펄럭이는 커다란 귀! 이 부분을 어떻게???







여기서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이 발휘된다. 맛있는 냄새를 찾은 다음, 머얼~리서 킁킁킁 냄새를 쫓아가다 보면 코가 쭈우욱 길어지는데 이 부분은 한쪽의 책장을 옆으로 펼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코가 쭈우욱 길어지는 걸 더욱 실감나게 표현했다.







마치 키아라 또래의 유치원 아이가 그린 듯 크레파스로 아무렇게나 쓱쓱 그린 그림. 그림책을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줄 어떤 장식이나 배경도 없이 단순히 캐릭터의 특징만을 뽑아 그린 그림과 짧막한 문장으로 이뤄진 그림책. 어른의 눈엔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닐까...싶은데도 아이들은 달랐다. 큰아이, 작은아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버렸다. 이런 그림을 아이들이 좋아하나?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 그건 아마 아빠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척척 해내는 슈퍼맨을 자청하고 나서는 아빠.(쫄쫄이바지는 안 입겠지만) 아이가 말타기를 하고 싶다면 즉석에서 인간말이 되어주고 비행기를 타고 싶다면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다리로 비행기를 태워주거나 그게 안된다면 튼튼한 두 팔에 아이를 태워 비행기를 태워줘야 한다. 그냥 하면 재미없다. “히히힝~” “슈우~웅”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줘야 직성이 풀린다. 신이 난 아이가 입 크게 벌리고 까르르...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아빠는 온몸을 던진다. 아빠 만세!!







참, 아빠가 코끼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자. 뒤쪽의 장난감 가게에 전시되어 있던 코끼리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간 걸까? 또 앞쪽과 뒤쪽의 면지도 꼭 챙겨봐야 한다. 앞면지엔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상자가 잔뜩 쌓여있는데(누구에게 가는걸까?) 뒤쪽엔 하나가 비어있다. 아마도 키아라 아빠에게 배달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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