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세계문학의 숲 7
마크 트웨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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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만났던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그 두 친구 덕분에 내 어린 시절이 무척 즐거웠다. 그 동화를 마크 트웨인이란 동화작가의 작품이란 것도 모른 채 그저 나와 다른 나라에 사는 아이들의 모습, 일상, 놀이가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곤 했다. 그리고 몇 년 전 다시 마크 트웨인을 만났는데 그의 동화나 문학작품이 아닌 유쾌한 일상의 모습들을 담은 책이었다. 유머나 넘치는 다정한 사람일거라는 예상을 깨고 버럭 화를 내거나 투덜대고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는 그의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 시공사에서 내놓은 시리즈 ‘세계문학의 숲’으로 출간된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는 내가 중년이 되어 처음 만나는 마크 트웨인의 문학작품이다. 탁월한 상상력과 유머, 날카로운 비판과 더불어 해학적이고 독설적이라는 작품설명에 궁금증이 일었다. 대체 어떤 이야길까. ‘아서왕 궁전’과 미국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인 ‘양키’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기이한 낯선 사람을 우연히 만난 곳은 워릭 성이었다’로 시작한 책은 내게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19세기 미국에서 살던 사람이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타임슬립을 하는데 그가 도착한 곳이 미국의 지난 과거나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6세기, 그것도 ‘영국’이라는 점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난데없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뀌다니.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자가 다름아닌 풍자와 해학의 대명사, 마크 트웨인이니까.




소설의 주인공은 행크 모건이란 이름의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온갖 무기와 기계를 만드는 기술자이자 공장의 수석 작업반장으로 일하던 그는 어느날 한 남자와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머리를 다치면서 정신을 잃고 만다.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이 달라진 게 아닌가. 기계의 소음이 가득한 공장 안이 아니라 초록이 드넓게 펼쳐진 시골이라니. 게다가 바로 곁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무쇠로 된 갑옷과 투구를 쓰고 거기에 방패와 칼, 창을 든 남자가 있다니.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남자에게 묻는다. 저 멀리 보이는 성을 가리키며 ‘브리지포트냐’고. 그런데 남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말을 뱉는다. “카멜롯이요.” 정신병자 보호소나 정신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으로 짐작했던 곳이 바로 아서왕이 지배하던 6세기 영국이라니. 거기다 자신이 포로 신세라니. 세상에, 얼마나 놀랐을까. 이후 행크는 엄청난 위험을 맞딱뜨리게 되는데....




타임슬립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궁금한 것이 있다. 그들이 당시의 사회,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할 것도 없는 뻔한 의문이지만 그것을 작가는 얼마나 흥미있게 재미있게 만들었을까.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저자가 다름아닌 마크 트웨인이니까. 도대체 주인공을 저토록 가혹한 환경에 떨어뜨린 이유는 뭘까. 행크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오게 될까. 그는 과연 19세기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의 모험에 주목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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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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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척 사랑하는 영화가 몇 편 있습니다. 조용한 호수에 일렁이는 작은 물결처럼 잔잔한 감동을 남기는 영화는 하도 여러 번 봐서 스토리는 물론이구요. 어떤 영화는 일부 대사까지도 훤하게 기억하곤 합니다. 나만의 보물상자에 넣어두었다가 아련히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도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긴박감이나 스릴과는 거리가 먼, 조용한 일상의 모습들을 담은 영화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지와 루스, 에벌린과 니니의 사랑과 우정, 아름다운 추억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바로 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원작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한동안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올랐라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지와 루스, 에벌린과 니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그것도 책으로, 이렇게 멋진 일이 또 있을까요!




삶의 회의에 깊이 침잠한 중년 여성 에벌린, 그녀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갔다가 우연히 어떤 노부인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휘슬스톱 출신의 스레드굿 부인(니니)이라고 소개한 노부인은 나이에 비해 무척 밝고 명랑하며 생기가 넘쳤습니다. 생전 처음 본, 그것도 요양원의 휴게소에서 만난 에벌린에게 노부인은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시끌벅적했던 어린 시절, 스레드굿 가에서 벌어진 갖가지 이야기들을. 어렸을 때부터 제일의 말괄량이이자 엉뚱한 장난을 일삼던 언제나 활달하고 당당하며 자신감 넘치는 이지, 이지가 사랑했던 루스, 솜씨좋은 흑인 요리사 십시, 그들의 휘슬스톱 카페... 에벌린은 노부인의 이야기에 단박에 매료되어 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다녔던 매주 일요일의 요양원 방문은 노부인의 이야기로 인해 즐거움과 기대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1920~30년대는 여성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던 시기였습니다. 인종차별도 극심했구요. 하지만 이지는 그런 것들을 모두 떨쳐버립니다. 흑인들에게 음식을 파는가하면 떠돌이나 부랑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벌린은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남편의 사랑과 관심에서 멀어진데다 단 것을 좋아해서 펑퍼짐해진 몸매는 그녀를 더욱 의기소침하고 주눅 들게 했는데요. 그런 에벌린에게 이지는 그야말로 자극제이자 그녀가 삶에 보다 당당해질 수 있도록 생활의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주차장에서 자신에게 무려한 행동을 한 십대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영화에서는 “토완다~!!”를 외치며)을 가할 때는 얼마나 통쾌한지! 




한 권의 책이 우리의 삶에 전환점이 되기도 하듯이 때론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우리의 삶은 변화를 맞게 됩니다. 자신을 둘러싼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 큰 용기를 보여준 이지와 루스의 사랑, 세대를 뛰어넘은 에벌린과 노부인의 우정, 그 속에서 또 한 번 감동과 희망을 느낍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영화와 책, 모두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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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개의 봄 -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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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시어머니께서 갑작스런 마비 증세를 보이셨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를 해보니 뇌졸중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요. 빨리 조치를 취한 덕분에 심한 후유증은 남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나이가 그런 시기인가요. 찬바람이 불면서부터 지인들에게서 슬픈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습니다. 어른이 돌아가시고 중풍으로 쓰러지고 지병으로 고생하신다는 얘길 자주 듣습니다. 그래선지 언제부턴가는 만나면 자연스레 이런 얘기부터 나옵니다. “요즘은 어떠셔?” “평안하신가?” “차도는 있고?” 어르신들의 연세가 연세인지라 자리보전하다가 하루아침에 쾌차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잘 알지요. 하지만 밤새 안녕이라고 그간의 안부를 건네게 되더군요. 어찌보면 그게 또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간의 예의이기도 합니다만...




노인의 미소가 눈길을 끈 책이었습니다. <아흔개의 봄>은. 사실 그동안 전 주름진 얼굴에선 쇠잔함과 처연함, 깊은 회한이 배어나온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어요. 아무런 장신구도 없는, 그것도 흑백으로 된 사진이지만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참 말갛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쯤 되니 궁금해지더군요. 어떤 사연일까.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란 부제를 보니 누군가의 간병일기 같은데 이 분은 어떤 병을 앓고 계실까...




책은 역사학자인 저자가 2008년 11월 26일부터 2010년 11월 22일까지 2년간의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적은 글입니다. 늦게 절 살림에 드셨던 저자의 어머니가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고 맙니다. 크게 위급한 병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무엇보다 기억력 감퇴가 큰 문제였다는군요.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어머니를 걱정하고 소식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노모의 근황을 알려주고자 글을 쓰게 됩니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뭐든 글로 쓰기 위해선 그 대상에 대해 단편적인 것만 알아선 불가능하지요. 대상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매순간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저자에게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글의 성격이 소설이든 논문이든 보고서든 다른 무엇이든 말입니다.




저자에게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말썽쟁이, 사고도 제일 많이 친 그야말로 불효자였던 저자가 병든 노모의 간병일기를 쓰려고 마음먹는 순간 저자와 노모의 관계는 달라졌습니다. 아내가 있는 남자와 결혼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어 미워했던 저자는 예전과 다른 시선으로 노모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미움을 조금씩 덜어내고 그 자리를 사랑으로 메워가면서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게 됩니다.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라 여겼던 노모가 알고보니 누구보다 낙천적이고 밝은 사람이란 걸 말이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는 서서히 자신의 마음속 벽을 허물어냅니다. 무심코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예전의 저자가 아니었습니다. 아흔 번의 봄을 맞이한 노모의 “뭐 해줄 거야?”는 말에 선뜻 “업어드릴게요.”라고 대답하고 ‘똥배’를 ‘효자배’라며 능청을 떨고 예순이 넘은 나이에 노모의 이마에 뽀뽀를 합니다.




솔직히 처음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역사학자였던 아버지와 국어학자이자 대학교수였던 어머니를 둔, 역사학자인 저자의 글. 그것도 전문서적이 아닌 어머니의 간병기라고 하니 왠지 귀가 솔깃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학자집안, 이들의 일상은 얼마나 특별할까, 나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요. 저자가 성장할 당시의 상황, 시대적인 아픔이 다르긴 하지만 그들도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부당함에 상처받고 아파했으며 가족, 혹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갈등하는 나날을 보냈다는 것을...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의 ‘엄마 찾기’는 화해의 과정이었다고. 노모와의 화해를 통해 세상과 화해하고 자기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었다고. 뒤늦게 꽃이 핀 저자의 노모에 대한 사랑과 화해를 보면서 어머니와 아들,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년간 적은 글은 어머니의 ‘인생강의’를 받아쓴 노트인 셈이다. 이제 노트 필기는 접어놓고, 어머니 얼굴만 기분 좋게 쳐다보며 지내겠다. 언젠가 다음 노트 필기를 시작하게 되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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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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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만큼 독자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작가가 또 있을까. [미저리], [캐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그의 작품은 영화면 영화, 소설이면 소설, 모두 흥미 있고 스릴 넘치며 때로 감동을 전한다. 한마디로 기대이상.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의 원작소설이 모두 스티븐 킹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그의 예전 작품은 물론이고 새로운 작품도 출간소식이 들리는 대로, 따끈한 상태로 손에 잡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가 됐다.




<언더 더 돔>도 출간 소식이 들리자마자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3권으로 된 책의 완결편인 3권이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의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해서. 그래서 읽었다. 3권 기다리다 애간장이 타더라도.




분명 밤은 아니다. 구름 사이로 하늘의 파란빛이 언뜻 비치니까. 하지만 어둡다. 하지만 깜깜한 칠흙 같은 어둠이 아니다. 불길한 어둠. 내 주변을 스멀스멀 맴돌다 기어이 옷소매자락으로 비집고 들어올 것 같은 기운이, 소름끼치는 어둠이 가득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이 동네에.




총 인구 천 여 명의 작고 조용한 마을 체스터스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늘엔 비행교습용 경비행기가 날고 땅에선 마을을 떠나는 이가 있는가하면 뒷마당에서 채소를 돌보는 사람도 있었고 마멋은 먹이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한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에 의해 비행기는 추락하고 탑승했던 이도 즉사, 마멋은 몸이 두 동강이 나버리고 하늘을 날던 새도 우수수 땅으로 떨어진다. 식탁에 올릴 채소를 고르던 이는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고 마을의 도로 여기저기에서 교통사고가 벌어진다.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이었다. 한 순간에 평온했던 마을은 피비린내가 흥건한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마을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경찰은 갑작스런 사태에 영문을 몰라 당황한다. 투명한 장벽 때문에 모든 사건이 벌어진 것 같은데, 그것이 무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장벽. 돔 때문이었다. 체스터스밀을 감싸고 있는 돔. 그것이 마을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켜버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위협을 받는 상황 속에서 마을에서는 또 다른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500쪽이 넘는 두툼한 책 두 권을 받아들자마자 와우! 역시 스티븐 킹이야!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책에 따로 수록된 사건이 벌어지는 체스터스밀의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보고선 깜짝 놀랐다. 이거 예사롭지가 않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거야? 순간 당황했다.




궁금함에 조급증까지 겹쳐서 허겁지겁 책장을 넘기고 내뱉은 말, 역시 스티븐 킹이야! 그리고 이내 후회했다. 3권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체스터스밀과 마을 사람들의 미래, 바비의 운명....궁금한 게 산더미 같은데 어떻게 기다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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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삼국사기 우리 역사에 담긴 과학을 찾는다
이종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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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란 책을 읽었다. 모두 5권인데 각 권마다 하나의 분야를 중심으로 그것과 다른 분야를 통합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분야, 혹은 학문이 넘나들고 융합을 거치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하나의 학문을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최근 출간된 <과학 삼국사기> <과학 삼국유사>도 그와 비슷하다. 우리의 고대사를 알 수 있는 역사서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역사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의 역사 속에 존재하는 과학을 찾아 설명하고 있다.




<과학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의 역사서인 [삼국사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은 우리 한국인의 유전자, DNA를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으로 이뤄진 반만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알고 있지만  [삼국사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고대 국가때 이미 외부인이 많이 들어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중국의 ‘양서’에는 삼국의 언어를 비교해봤을 때 신라가 전혀 다른 민족이라는 언급도 있다고 하니 놀랍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의 얼굴과 인체골격구조를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눌 수 있는데 북방계와 남방계의 특징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박찬호 선수와 여자 골프 선수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우리의 골격구조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짚어주는데 가장 큰 변화로 한국인의 턱뼈가 작아져서 한국어의 발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저자는 고구려가 사상 최강의 전투력으로 가장 광대한 영토를 누비고 다닌 데에는 고구려의 막강한 철기병인 개마무사가 있어서 가능했다며 우리의 철기문명이 얼마나 우수했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뉴세문경! 한국의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다뉴세문경은 한때 위조논란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왜냐면 그 생김이나 기하학적인 문양이 도저히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정교하고 세밀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비함과 아름다운 다뉴세문경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오랫동안 있었지만 매번 실패하다가 2006년에 드디어 복제에 성공했다는 대목이 있던데 어떤 모습일지 직접 보고 싶다.




작년 봄, 큰아이의 과제물 때문에 동래읍성을 찾았다가 우연히 ‘장영실 과학동산’을 보게 됐다. 조선시대 제일의 과학자인 장영실이 만든 혼천의를 비롯해서 천상열차분야지도, 앙부일구(해시계), 측우기 등 조선시대 각종 천문기기가 복원 전시되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과학자가 꿈인 아들은 동래읍성 답사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동안 머물며 구경하곤 했다. 또 어린이 대상으로 한 박물관 강좌에 참가해서 투구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옛날 무사들이 썼던 갑옷이나 판갑옷, 칼, 투구 등을 철로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저자가 알려주는 우리의 역사 속 과학, 과학사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표지에 있는 우리의 과학유물을 보고 그 이름을 줄줄이 꿰는 큰아이가 어찌나 신기하던지(난 그것을 봤다는 기억도 제대로 못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순간 놀라고 순간 흥분하기도 했다.




역사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니다. 현재도 그리고 미래까지도 이어질 기나긴 강이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에 과학은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됐다. 기록으로 실물로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의 역사, 과학적 업적은 우리 속에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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