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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 보고 듣는 클래식 이야기 04
애너 하웰 셀렌자 지음, 조앤 E. 키첼 그림, 이상희 옮김 / 책그릇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이의 표정이 생각나네요.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그림책을 꾸준히 보아온 아이였는데도 이 책은 무척 신기해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해줬죠. "이건 음악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야. 음악 한 곡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이걸 보면 알 수 있지"
이렇게 귀뜸을 해주니 아이는 당장 읽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호기심과 집중력이 오래 가진 않더군요. 그림책을 절반 정도 읽었을때쯤...아이는 슬슬 지겨워하면서 딴청을 피우는 거였어요.
내용이 실린 본문이 책 한 쪽면에, 그것도 완전히 채워진 게 아니었지만 7살짜리 아이에게 있어선 다소 지루한, 그다지 매혹적인 내용이 아니었던 거겠죠.
그다음부터는 작전을 바꿨습니다. 그림책은 덮어두고 CD만 열심히 들려줬어요.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번 정도? 그것도 첨엔 소리를 좀 작은듯...하게 틀었다가 어느 정도 귀에 익었겠다...싶을때 볼륨을 조금씩 높였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엔 아이가 음을 따라하는 거예요. 비록 부분적으로,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이때다!...싶어서 아이한테 슬며시 물었어요. "이 음악 어때? 맘에 들어??"...하면서 그림책에 나온 내용을 짧게 얘기해줬답니다.
물론 이 음악의 제목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고 얘기해줘도 이제야 겨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 기억하긴 무리일 거란건 알았죠.
하지만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이 음악을 듣게 될지도 모를 아이를 상상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나즈막히 불러준 자장가며 노래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머리속에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싶어요.
더구나 그 곳이 아이에게 전혀 낯선 장소였다면 어린 시절 들었던 이 음악에서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