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K > [알립니다] 이벤트 합니다!

봄도 됐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나만 이러나? 그래도 명색이 '별'인데!) 서재에 활력도 불어 넣을 겸 오랫만에, 이벤트 해 버리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 이벤트라는 걸 하면 좋잖아요!

이번에 주제는, 자기 소개서 를 써 주십시오. 이거 한 번씩은 다 써 보시지 않으셨습까?  아직까지 안 써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써 보시는 것도 좋겠죠. 자기 소개서를 쓰는데 특별한 규정은 없습니다. 가급적 평범하게 쓰시는 것 보단 재밌게 또는 튀게 때론 인상 깊게 쓰시면 좋겠죠? 예제를 보면,

- 1960년 7월 5일, 미명에 태어났다고함.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근무 중,
증조부를 여의고 난 후 귀향,읍내 시장에 서민금융(시장상인들을 상대로 한
신용조합의 일종)을 운영하는 한편 농사도 지었음.

  - 조부모, 종조모, 부모, 고모셋, 삼촌, 아홉 살 위인 형, 여섯 살 위인
큰 누이, 세 살 위인 작은 누이,머슴까지 합해 열세 명이 밥상에 둘러앉는 대가족.
3년 후남동생, 또 3년 후 여동생이 태어나 최고 15명분의 수저를 밥상에 놓아야 했음.
따라서 밥상이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저절로,확실히 깨닫게 되고
밥상을 연모하는 마음을 평생 가지게 됨.

 - 스무 살 때까지 편식. 물고기,뭍고기를 먹지 않는 식성이어서 반드시 그것을
먹어야만 하는 다른 식구들에게 우호적인 대우를 받음.
최초로 돼지갈비를 먹은 것은 군대시절 휴가 때로 '야,이 놈들이 이렇게 맛있는
걸 저희끼리만 처먹고 살았구나.' 하고 바글바글한 옆자리 손님들에게 눈을 부릅뜬
적이 있음.

 - 67년 국민학교 입학. 여리고 청초한 처녀를 담임선생으로 맞아 사모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함. 그해 겨울 선생은 결혼식을 한다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
그때 딴 녀석들은 수업시간이 줄어들어서 좋다고 책상에 뛰어오르는 등 광란을
하며 환호했는데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길, 십릿 길을 울면서걸었음.
다시는 여선생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결심.

 - 2학년 때 담임선생은 여성은 여성이었으되 영국의 대처 수상을 연상케 하는 강철
같은 의지와 철권의 소유자. 감히 딴 마음을 품을 수 없어서 책으로 관심을 돌림.
집에 있던 책들은 옥루몽, 금병매,수호전, 연산군 같은 소설에 그림으로 보는 이야기 성서
(이야기로 읽는 그림 성서였나?), 축산전서, 정체불명의 일본 추리소설,
[사랑이 메아리 칠 때] 같은 저자 불명의 연애소설, 경향잡지(가톨릭 교회에서
간행하는잡지) 따위. 그걸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다보니
학교에서 보고 배우는 이야기는 한 마디로 우스웠음.
따라서 학교에서 내내 실실 웃고 지냄.

 - 3학년 때 {아라비안나이트}와 세익스피어의 {햄릿}, 중고등학생용 자유교양신서를 만남.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각 백번은 읽어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뜻을 체득하게 됨.

 - 4학년 때 백일장에 나가 [노을]이라는
제목으로 '노을을 보면 시집 간 누나가 생각난다'는 요지의 거짓말을
주워 섬겨대 당선있는 가작 상을 받음. 그때 누나는 고등학생으로 시집은 십 년
후에나 고려할 나이였음. 그 다음부터 갖가지 백일장에 반 대표, 학년 대표,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됨. 거짓말 선수가 됐음.

 - 6학년 때 대학에 다니던 형이 군대 갔다가 사망. 온집안의 기대를
모으고 있던 형의 죽음으로 졸지에 장남이 됐고 무관심 속에서
누리던 은일과 평화의 시대는 종막을 고함.

 - 교내 폭력의 전성기에 거의 한 대도 맞지 않고 국민학교를 졸업.
졸업식 때 받은 상은 육성회장상인데 부상은 주판.

 - 73년 아버지와 형이 졸업한 중학교로 진학, 자전거로 통학했음.
한없이 긴 방죽을 따라 등교를 하다 보면  스스로 한심하고  슬퍼지는 때가 많았음.
여름에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 조부모와 나만 커다란 시골집에 남게 됨.
담임 선생과 세계관이 맞지 않아 불화, 도서실에서 책을 훔쳐나오다 적발된 이후
학교에 가기가 싫어 시냇가에 앉아 혼자 가르치고 혼자 배우는  시간을 보냈음.
그때 공책을 찢어 띄워보낸 종이배는 지금 어디에서 항해를 멈추었는지.

 - 2학년 봄에 서울로 전학. 말이 서울이지 구로공단의 배후지인 가리봉동이라는
변두리 동네는 수채가 질질 흐르고 비닐조각에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가운데 산업전사들이
사단급, 군단급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지옥같은 수용소였음.

 - 독서실이라는 해방구에서 변두리 동네 사춘기 소년들이 즐기는 갖은 장난을
다 배우고 익힘. 여자 목욕탕을 들여다보다 불때는 할아버지에게 잡혀서 머리에서
예배당 종소리가 나도록 맞았음. 복수를 위해 세 번을 더 떼지어 출격했으나
처음처럼 많은, 아리따운 여인들을 볼 수는 없었음. '나는 봤다!'고 목욕탕 벽에
낙서를 하는 것으로 복수를 마무리.

 - 76년 2월 중학교 졸업. 지옥구 졸업. 뺑뺑이(추첨)로 혜화동의 경신고등학교로 진학.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은사(주호수 선생)을 만남. 매타작 전문가인 선생의 덕분으로 문예반에
들고 교지 편집이라는 걸 하고 1년 만에 문예반을 탈퇴하고 바둑도 두고 술도 마시고
선생이 압수해 집안에 쌓아둔 무협지도 읽고. 어릴  읽어둔 책들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 40대의 성인과 대등한 사고를 하는 이상한 고등학생이 되는 데
성공하여 선생한테서는 한대도 맞지 않았음.

 - 연세대에 진학(정법계열).후에 법학으로 전공을 정함. 법학을 전공으로 한 것은
고시생들이 많아 출석을 잘 부르지 않는다는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

 - 기형도라는 인간을 만나 그가 나가는 사교 집단 연세문학회에 들어감.
교주는 문학이었고 교주 권한 대행은 술, 주정, 성원근(작고시인)의 철권,
시합평회의 난도질 등등. 성원근에게 한대도 맞지 않고 무사히 군대로 감.

 - 군대 시절 벗들과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글의 위대함에 대해 눈을 뜸.
파블로 네루다(칠레의 시인), [창작과 비평] 영인본,[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미술의 역사], [음악의 역사], [철학사], [전쟁사], [역사란 무엇인가]를 접함.

 - 84년 복학. 기형도의 인도로 교내신문인 연세춘추에서 주관하는 [윤동주 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 당선 있는 가작으로 입선.

 - 85년 독자적으로 다채로운 영역을 개척하던 끝에 시, 소설, 희곡,3부문에 응모.
당연히 당선될 줄 알았던 (그 전해 당선자가 졸업했으니까) 윤동주문학상에서 낙선.
그때 심사위원은 정현종. 희곡은 당선작 없음으로 낙선. 심사위원은 오태석.
소설([박영준 문학상])이 가작 없는 당선으로 간신히 체면 유지. 심사위원은 잘
기억나지 않음.

 - 86년 6월 월간 {문학사상}의 신인발굴에 시 [유리닦는 사람] 외 4편으로 등단.
졸업 후 출판사인 현암사에 취직.

 - 11월 출판사 사직하고 제주-해남-상주로 이어지는 순례 시작.
6개월 정도 절에서 생활(절 생활은 종교문제 때문이 아니라 식성 때문임).

 - 87년 겨울, 동양시멘트라는 회사에 취직. 홍보 일을 봄.

 - 88년 5월 결혼. 현재 1남1녀.

 - 91년 그동안 발표한 시를 모아 첫시집 {낯선 길에 묻다}(민음사)를 냄. 판매 실적 저조.

 - 93년 8월 해마다 거듭된 시도 끝에 직장을 그만두는 데 성공. 주특기인 놀기에 탐닉,
마냥 신나게 먹고 놀았음.

 - 94년 여름, 편서풍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대결장이 된 서울 신림동 산자락 하숙집에서
악전고투 끝에 시도 소설도 산문도 아닌 이상한 글을, 미욱스럽게 책 한 권 분량이나 쓰게 됨.
그해 겨울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민음사)로 펴냄. 판매실적 저조.

 - 95년 1월 산문집 {위대한 거짓말}(문예마당)을 냄. 물어보나마나 판매 실적 저조.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를 발표함으로써 소설가
행세를 하게 됨. 단편 [금과 은의 왈츠],단편 [첫사랑], 단편[이른 봄]을 발표하는 한편
장편 {왕을 찾아서}를 흑심을 가지고 씀.

- 96년 2월 {왕을 찾아서}(웅진출판)드디어 출간. 그러나 또 판매실적 저조.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 되면?  모르겠다.
 6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침. 성한 왼쪽 다리도 노리는 인간들이 많은 세상에서 힘겹게
살고있음. 낫기만 하면 손보아줄 인간들 역시 많은 세상에서 야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

 - 현재 원고노동자, 사과나무에 반한 자, 막걸리 잔에서 복숭아꽃 피기를 기다리는 자
등 스무 개 정도의 직업 내지는 직함을 가지고 있음.

 출처:은비령(隱秘嶺)

이것은 소설가 성석제님이 쓰신 자기 소개죠. 재밌고, 인상적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솔직 단백하게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괜히 이벤트 여는 사람 무안하지 않게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충, 화요일 정도까지만 이 카테고리 이용하셔서 응모해 주십시오.

혹시 많이 참여 안 하실지도 모르니까. 세 분 추첨해서 만원 내외의 책을 선물로 드리겠슴다. 아무리 못해도 설마 세 분은 참여해 주시겠죠? 그러면 응모만 해도 당선입니다. ㅋ. 플리즈~(으, 내가 지금 뭐하는 거냐?ㅜ.ㅜ)

그럼 기다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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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이벤트 예고] 2006년 4월 1일, 그들이 (또) 몰려온다!


우절 가짜책을 잊지 않으셨다고요?

해가 갈수록 열광적으로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창작의 고통을 무릅쓰고 또다시 이벤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슬쩍 넘어가려고 했지만 무려 2,189통의 격려 메일을 받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일시: 3월 31일(토요일) 오후 9시 ~ 4월 2일(월요일) 오전 9시

*찾는 방법: 알라딘 홈페이지 구석구석에 숨겨진 가짜 상품을 찾아주세요! '이 책, 가짜 아니야?' 하는 것은 어떻게 확인할까요? '장바구니에 담기' 버튼을 눌러보세요.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납니다.

*응모 방법: 3월 31일 오후 9시, '만우절 이벤트' 페이퍼가 올라갑니다. 그 페이퍼에 '서재 주인장에게만 공개'로 댓글을 달아주시면 됩니다.


1)제목
2)위치(url이 제일 좋지만, 글로 설명해주셔도 좋습니다~)
3)알라딘 계정 이메일 주소와 성함

예시)
1)제목: <가짜책이 별거라고>
2)위치: 도서 첫페이지 오른쪽 상단 이벤트 배너 중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060401_building)
3)paper@aladin.co.kr / 지니

*추첨상품
1)1등 - <신의 물방울> 일반판 전권 세트 3명

 

 


2)2등 - 도넛 라디오 5명


3)3등 - 시네마 포토박스 5명

4)아차상 - 알라딘 적립금 5천원 6명

*주의사항!!!
-정답은 꼭, '비공개 덧글'로 해주세요. 누출되면 억울하지요.^^;
-정답 힌트가 있습니다. 힌트 시간은 오후 1시, 오후 6시입니다.
-전부 못 찾았지만 아깝다고 생각하는 분도 응모해주세요.

4월 1일, 알라딘에 시선 고정!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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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문제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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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게으름 -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개정판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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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게으름뱅이다. 하지만 손은 부지런하다”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이다. 잔뜩 쌓인 일거리를 눈으로만 백날 봐야 줄어들진 않으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손을 부지런히 놀리라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나라고 그걸 왜 모르겠는가.  실천하는 게 어려울 뿐이지. 아니, 실천도 했었다.


아기가 낮잠 자거나 유치원 갔을 때 평소 같았으면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았겠지만 이렇게 살지 말자..고 결심한 바가 있었기에 바로 집안 일을 시작했다. 어질러진 거실을 정리하고 책이랑 인쇄물에 파묻혀 실종된 책상도 구출하고...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참담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선전포고도 없이 아주 간단하게 집안을 초토화시켰다. 단 5분도 안되는 동안 내가 몇 시간이나 공들여 정리했던 게 물거품이 되버리는 것이다. 거기다 갑자기 무리한 탓에 몸살이 나서 드러누워 버리고 나는 좌절한다.


그러다보니 난 언제나 이렇게 생각해왔다. ‘아무래도 내 DNA엔 게으름이란 유전자가 있나봐. 그러니 어떻게 해도 안되잖아. ’


하지만 <굿바이, 게으름> 이 책을 보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게으름 유전자? 천만의 말씀!! 그런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게으름이란 꼭 빈둥거리거나 뒹구는 게 아니라 삶의 에너지가 저하되거나 흩어진 상태라고 한다. 다만 이 게으름이 늪과도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탈출하기가 어려워지고 급기야 자기가 원래부터 게으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거였다.


<굿바이, 게으름>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찔린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1부 <새로 쓰는 게으름> 게으름이란 과연 어떤 것이고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헉! 이거 완전히 나 아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2부 <게으름과의 결별>에선 앞에서 자각한 자신의 게으름에서 탈출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10가지 열쇠를 제시하고 있다. 1부에 비해 내용이 다소 지루했지만 새롭게 느낀 것과 소득은 많았다.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실패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만회 가능한 실수로 인식하고 보완해서 재시도를 해야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과 계획을 세울 때도 자신의 능력에 맞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나의 가장 취약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ㅠㅠ) 게으름의 습관을 하나하나 벗겨내기 위해선 가장자리에서부터 조금씩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습관은 ‘만족’을 주는 어떤 행위를 ‘반복’했을 때 만들어진다. 나쁜 습관과 좋은 습관의 차이는 만족의 내용에서 비롯된다. 나쁜 습관은 ‘수동적인 만족’을 추구하다가 만들어지고 좋은 습관은 ‘능동적인 만족’을 추구했을 때 만들어진다.

게으름 역시 일종의 습관이라 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피해버리고 일시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생겨난 것이다. - 196쪽.


내가 이 책을 보고 있을때 큰 아이가 책의 표지를 보고 이런 얘길했다. “으아~, 이 아저씨 머리가 뭐이래? 엄청 이상해!!”....순간 이 엄마의 머리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가슴은 섬뜩했다. 우리 아이는 알까? 엄마의 머릿속 또한 표지의 그림처럼 엉망이라는 것을. 제발 모르길 바라며...알아채기 전에 탈출하자! 이 지긋지긋한 게으름에서.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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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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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이었다.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출간되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그 책을 읽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도 안 되고 은근히 따돌림을 받는다고 엄마들이 챙겨준다고까지 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발생지인 그리스를 벗어나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서까지 붐을 일으킨 셈이다. 혼동되고 외우기 어려운 신의 이름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신들의 관계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 같았던 내겐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를 읽으려고 손에 들었을 때도 솔직히 우려를 했었다. 이것도 역시 엄청 복잡하겠지? 아마 머리에 쥐가 내릴거야...하지만 그 우려보다 호기심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알고 있는 북유럽신화란 고작해야 바그너의 오페라, 그것도 내용만 간단하게 아는 정도였지만 마치 내가 가진 퍼즐 한 조각이 퍼즐 전체의 열쇠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우려했던 것과는 반대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 역시 난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1권을 중간 정도 읽을 쯤엔 신들의 이름이나 관계가 잠깐 혼동되기도 했다. 신들의 관계도라도 만들면서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거기엔 두가지 요소, 바로 이 책의 구성과 저자의 세심한 설명이 나와 같은 신화 초보자들도 북유럽 신화를 무리없이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 2권으로 나눠서 1권엔 신의 생성을 비롯한 신들의 보물과 모험에 대해 얘기하고 2권에선 신의 몰락에 관한 예언과 종말에 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그 사건 하나 하나를 무작정 늘어놓는 게 아니었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그 연결고리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독자가 잊거나 혼동하기 쉬운 신의 이름이나 어떤 일을 했었는지 되짚어주기도 했다.


각 사건에 따라 그에 맞는 그림이나 조각 같은 자료사진을 함께 실어서 본문 내용인 신화의 세계와 사건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신화란 무조건 어렵고 복잡하기만한 게 아니란 것이다. 아니, 오히려 무척 재미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전지전능하고 완벽하지 않은 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혜의 신이자 최고신이라 일컫는 오딘은 애꾸눈이고 지혜 그 자체를 상징하는 거인 미미르는 머리뿐이다. 천둥과 풍요의 신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거인에 맞서 싸우는 토르는 오로지 힘만 세다.


불의 신, 로키는 또 어떤가. 신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사건의 원인제공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사 노릇을 하는 한마디로 변덕쟁이에 천덕꾸러기 말썽쟁이로 묘사되고 있다.


신들에겐 각자의 신을 상징하는 보물이 있는데 그 보물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로 알려진 안드바리의 보물, 반지 부분에선 이 반지가 혹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절대 반지가 아닐까...추측을 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미처 몰랐을 뿐이지 북유럽 신화는 우리 주변에 이미 여러 가지 형태와 장르로 존재해왔다는 걸 알았다. 신들의 몰락, 종말로 일컬어지는 ‘라그나뢰크’는 이미 인터넷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고 에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있었다. 운명의 여신으로서 인간과 신의 운명의 실을 잣는다는 노르네 여신들은 일본 만화작가의 만화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역시 여신이며 같은 이름을 쓴다. 단, 독일식 발음이 아닌 울드, 베르단디, 스쿨드..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신화를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은 바로 내게 신화의 상상력이 부족했던 게 이유인 것 같다. 신화의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신의 이름이나 사건의 이유를 따지려고 들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앞으론 신화 읽는 재미에 폭 빠질 듯하다.


이윤기의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로마 신화> 에필로그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어른들에게 신화가 중요한 까닭은...신화는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인류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은 것, 인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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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3-2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유럽 신화는 저도 한 번도 접한적이 없는데 워밍업으로 좋은 책일것 같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
 
 전출처 : 이매지 > 이래라 저래라 시리즈

 

출처 : http://marineblues.net/marine/index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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