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치 K 1 - 진짜 얼굴, 가짜 얼굴
이진 지음, 재수 그림, 조벽 외 감수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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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아세요? 주인공은 천재 심리학자인 닥터 프로스트.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대학의 심리상담소에서 상담교수로 근무하게 됩니다. 심리학 연구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복잡한 심리를 프로스트 교수가 분석하고 치료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졌는데요.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취하는 행동과 말을 통해 심리를 유추하고 분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만화이기 때문에 현실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진 않겠죠. 하지만 재미삼아 보던 웹툰을 통해 때론 제 마음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감정코치 K>를 만난 큰 아이도 그랬을까요?

 

온라인서점의 신간코너에서 <감정코치 K>를 보자마자 ‘바로 이거다!’ 했습니다. 감수를 맡은 이가 최성애와 조벽, 거기에 만화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지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큰아이에게 건네줬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망치고도 태연한 큰아이에게 호통을 쳤거든요. 한바탕 야단을 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아직은 애인데 하는 생각에 갑자기 미안해지는 거예요. 아이는 엄마가 이해해주지 않아서 서운한 마음, 전 아이가 노력하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을 서로 돌아보고 힐링하자고 말입니다. 만화인데다 쉬운 내용이어서 금방 읽은 아이는 딱 한 마디 하네요. “괜찮네. 재밌고”

 

가출 아동 10만 명. 학업중단 청소년 20만 명. 학교부적응 문제아 178만 명.

학교붕괴의 현장에서 흔들리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 1권/ 9쪽.

 

책은 우리의 무너진 교육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이들도, 교사들도 절망하고 괴로움을 느끼는 어느날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정체불명의 스티커가 발견되는데요. 스티커에 적힌 이메일로 고민을 털어놓으면 해결사가 학교를 방문합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불러달라고 요청합니다. ‘감정코치 K’

 

두 권의 책에는 각각 3~4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권 ‘진짜 얼굴, 가짜 얼굴’편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서툴러서 혼자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다가 어느새 투명인간처럼 되어버린 재식이, 얼굴이 예뻐야 타인의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에 진한 화장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세린이, 항상 웃는 모범생의 얼굴 뒤에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있는 영익이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해 점점 비뚤어진 행동을 일삼는 호철이. 2권 ‘내 안의 불협화음’편은 공부는 전교 1등이지만 꿈이 없는 민영이와 가난한 가정형편 속에 춤을 좋아해서 일찍 꿈을 찾은 순애,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인해 음식에 집착하는 미아, 잦은 전학으로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 없었던 재우, 우람한 외모와는 달리 소녀 취향의 봉만이...어찌보면 이 아이들이 모두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유형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는데요.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되고 또 사람들을 통해 전해 듣는 이야기를 보면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조금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요즘 학교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거지요. 다만 책에서는 여러 유형의 아이들을 짧은 분량 속에 다루려고 하다 보니 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다루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문제없는 완벽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듯, 문제없는 아이도 없습니다.

다만 ‘어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할 뿐이지요. - 2권/ 164쪽.

 

감정코치 K는 말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문제인 학생은 없다. 문제행동이 있을 뿐이다. 문제를 일으킨 아이의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수정하는 것이 감정코칭의 핵심’이라고. 억눌러진 감정, 인정받지 못하는 서운한 마음들이 한계에 달한 아이는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감정의 폭발이라고 할까요? 그런 순간 취하는 감정코치 K의 행동이 저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모교육을 받을 때 아이로 인해 화가 치솟을 때 아이와 대면하고 있는 장소를 벗어나서 5초간 심호흡을 하라고 하는데요. 그것과 같은 형식인 것 같아요. 겨우 15초지만 그동안 아이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군요. 그림에서조차 투명하게 묘사되었던 재식이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감정은 물과 같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죠. 부모에서 자식으로, 교사에서 학생으로.

어쩌면 세상의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지만 부정과 절망의 대물림만은 끊어내야 하겠지요. - 1권/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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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4-10-2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순식간에 닥터 프로스트를 달렸네요. ㅎㅎ

몽당연필 2014-11-04 01:00   좋아요 0 | URL
닥터 프로스트, 만나보니 어떠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