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언니가 집에 찾아왔다. 몇 달 만의 방문이라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언니는 반가움보다 놀라움이 더 컸나보다. 동생이 그동안 어찌하고 살았나...궁금해서 이 방 저 방 기웃하더니 하는 말 “어머, 집이 왜 이러니. 책 좀 정리해라.” 나만큼 책을 좋아하는 언니지만 책장에 그득하다 못해 집안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쌓인 책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던 듯하다. “이건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을 모독하는 거야”라고 했을 정도면. 사실 좁은 아파트에 사람보다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많으니 불편한 점도 있다. 먼지가 자주 많이 쌓이는 건 물론이고 뭔가를 제때 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에 미련,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언젠가 도서관을 열기 위해서다.


책을 좋아해서, 책이 있는 공간, 책을 이야기하는 책은 그냥 넘기지 못한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 출간되었을 때도 그랬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란 제목과 저자가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부부’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일단 무작정 읽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에 이르는 유럽을 방문한 기록이다. 그렇다고 여행기라고 하기엔 유럽의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풍광, 예술품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고 그보다 책이 머문, 책이 함께 하고 있는 공간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도 1부에서는 도서관을, 2부 서점, 3부 동화마을, 4부 책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을 쓴 소설가이자 철학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싫어하는 도서관, 좋아하는 도서관’을 보면서 우리의 도서관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고 책을 펼쳐놓은 듯한 형태라는 ‘미테랑 도서관’을 상상해보고(사진이 없어서 아쉬웠다)  볼로냐 국제도서전으로 유명한 이태리의 어린이 전문서점을 비롯해 책방골목에 줄지어 선 고서점과 <땡땡의 모험>, 그 유명한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선 작은 사진 속의 책 제목에 자꾸만 눈길이 머물고 동화가 눈앞에서 펼쳐진 듯한 동화마을에선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와 눈 쌓인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장난꾸러기 피터와 그의 가족을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통해 작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되살려낸 책마을도 인상적이었다. 책으로 이야기하고 일상 속에 책과 함께 하는 소박한 여유를 지닌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때면 왠지 바쁜 약속도 잊고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지체되곤 했는데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어딜 가더라도 책이 머물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공간, 이야기에 빠져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집안일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쳐두곤 했다. 아이들 키우고 나면, 독립시키고 나면 한적한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열어야지...꿈만 꾸었지 그 이상으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을 보면서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되지 않은 꿈은 실현될 수 없으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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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1-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은 도서관을 꿈꾸며 책을 쌓아놓았었어요. 지금은 그 책들의 빛바랜 색이 더 진해지기전에 처분하고 있지만요. 이 책은 저도 꼭 한번 읽어볼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