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 - 씨앗 속 생명 이야기 산대장 솔뫼 아저씨 시리즈
솔뫼 지음, 김정선 그림, 권오길 감수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내 손에 들려진 한 권의 책! 열매와 꽃이 달린 나뭇가지로 집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생물학교! 그 곳에서는 생물 중에서도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식물을 위주로 가르치는 모양이다. 생물학교란 글자를 나뭇가지와 꽃, 잎사귀로 모양을 낸 걸 보면....




이렇게 표지부터 이쁘고 싱그러운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란 책을 읽고 있으니 어린 시절이 자꾸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나는 과일 대장이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엔 온가족이 수박 한덩이로 더위를 잊곤 했다. 그런데 이 수박을 먹을땐 무엇보다 순발력이 필요했다. 여러 개로 조각낸 것 중에 제일 가운데의 큰 조각을 집으려면 다른 형제들보다 손이 재빨라야했다. 포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도알이 빼곡하게 달렸으면서도 입에 넣었을때 단물이 쫙~ 퍼지는 송이를 고르기 위해 눈을 열심히 돌렸다.




이렇게 과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게 엄마랑 언니들은 이렇게 말했다. “야, 씨 좀 뱉으면서 먹어라. 그거 다 삼키면 몇 년 있다가 니 뱃속에 수박이랑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는 거 아나?” 엄마와 언니의 그 말이 장난이란 걸 알기까지나는 해마다 여름이면 내 뱃속이 걱정됐다. 작년에 먹은 씨도 엄청인데...이것까지 먹으면....이담에 진짜 내 배 터지는 거 아냐? ㅠㅠ.




도시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집주변엔 공터가 많았고 거기엔 호박이며 콩, 가지, 오이, 고추 같은 것들이 자라곤 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친구들과 진탕 놀고 집으로 돌아올때면 뾰족한 가시가 난 것들이 내 옷에 들러붙어서 따라왔다. 또 여름이면 언니들과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에 빨갛게 물 들였는데 그때마다 언니들은 불평을 늘어놨다. 손톱에 봉선화 꽃물이 남아있을때 첫눈이 오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데 부산엔 눈구경하기도 힘들다고...제발 올겨울엔 부산에 눈이 좀 왔으면 좋겠다고.




어린 시절 뛰어놀면서 보고 듣고 가지고 놀았던 많은 풀들을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만나면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아하...내 옷에 붙어왔던 게 이것들이구나...전공이 생물학과라 식물분류학, 식물생리학을 전공과목으로 공부으면서도 대학때 배웠던 건 그다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경험하지 못한 지식은 뇌에서도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가보다.




그러고보면 내 아이를 비롯한 도시에 사는 요즘 아이이 참으로 안쓰럽다.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어린 아이때부터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하는데다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어린 시절 내가 몸으로 자연스레 체험했던 것들을 요즘 아이들에겐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 이 책이 그래서 더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책 속의 내용, 꽃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어떻게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트리는지...하는 지식보다 더 값진 것을 이 책은 전해준다. 바로 부모와 아이의 공감이다. 부모는 자신들이 어렸을 때 여러 가지 꽃과 열매, 씨앗들을 가지고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 아이들에게 얘기해주고 함께 해보는 것. 도꼬마리나 도깨비바늘의 씨앗이 어떻게 옷에 달라붙는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은 도와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은행나무가 암나무, 수나무가 따로 있어서 멀리서라도 마주 보고 있어야 열매는 맺는다는 것이나 단풍나무, 밤나무, 소나무는 다른 식물의 열매가 자기 땅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도토리나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참나무 집안의 나무에선 모두 도토리가 열린다는 것...등의 얘기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입말체로 써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씨앗의 이동에 관한 표현이 무척 재미있었다. 우주선처럼 발사되는 씨앗이라든가 폭탄처럼 터져서 날아가는 씨앗, 낙하산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가는 씨앗,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씨앗, 동물을 몰래 타고 이사가는 얌체 씨앗 등 상황에 맞게 재치있는 표현을 써서 아이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연이란 영원히 변치않는 친구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천사 2007-08-1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글입니다~ ㅎㅎㅎ
책이 궁금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