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서재’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서적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이라고 되어있다. 무척이나 간단하고 명쾌한 설명,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언제나 그렇듯 정작 중요한 핵심인 ‘서재’란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있었다.




옛 선비들에게 있어 서재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수양하고 사색하는 곳일뿐 아니라 벗들과 함께 토론하기도 하는 어울림의 장소였다. 한마디로 서재가 선비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공간이었기에 서재를 지으면 심혈을 기울여 서재 이름을 짓고 친지나 지인에게 글을 받았다고 한다.




[서재 ;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 이 책은 옛 선비들의 서재와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내용은 크게 ‘서재에 담긴 뜻’,‘ 자연의 덕성을 담다’, ‘삶을 담다. 마음을 담다’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 각각의 주제에 따라 옛 선비의 서재를 10개씩, 총 30개의 서재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서재가 담고 있는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서재는 성종의 ‘독서당’이었다. 나라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기르기 위해 젊고 유능한 문신들에게 학문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고 서재도 따로 지어 그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었다고 한다. 성종의 이런 ‘독서당’은 세종대왕의 사가독서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 사가독서제와 독서당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했을 때 그 권위와 학문적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김득신의 서재, ‘억만재에 대해 팔십년 행한 마음 하루처럼 한결같이 억만번 독서함이 기이하고 기이하구나...하고 순암 안정복이 적은 글에서는 나의 책읽는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정약전의 서재, 사촌서실에 동생인 정약용이 누에의 예를 들어 조그마한 섬의  백성들도 큰 땅의 백성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글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내게 책이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인 동시에 지식과 교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 이런 글귀가 있다. 공자는 ‘배우기만 할 뿐 생각하지 않는다면 속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책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옛 선비들이 가장 경계했던 것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옛 선비들의 감성과 곧은 절개를 닮은 서재를 글로나마 돌아볼 수 있었다는 건 무척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소개되는 서재가 현존하는지 여부사진자료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특히 유성룡의 서재, 옥연서당을 소개하는 부분에선 옥연서당이 자리잡은 부용대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면 유성룡이 그 서재에 품고자 했던 의미와 옥연서당의 풍광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68페이지에 이성계와 정도전의 손에 동문인 정도전과 이승인이 죽고...’란 대목이 있는데 연이어 나온 정도전이 같은 인물인건지 아니면 동명이인인건지...지식이 짧은 나로선 혼란스러웠다. 원문해석이 잘못된 것이거나 오타가 아닐까싶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웃집이나 친구의 집을 방문할 때면 은근히 기대를 한다. 그 사람의 집엔 어떤 책들이 있을까...거실이든 아이들 공부방이든 한켠에 책장을 마련해두고 그 곳에 빼곡하게 들어찬 책들을 보면 막 진수성찬을 먹은듯 포만감에 젖는다. 이 책을 읽을 때의 느낌도 그랬다. 갖가지 양념으로 맛을 내고 화려하게 꾸미진 않았지만 씹을수록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우리 고유의 음식처럼  담백한 문장으로 이뤄진 이 책의 글귀들이 막 읽고 나서도 자꾸만 생각나고 떠오른다.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옛 서재에 담긴 마음과 생각을 오늘날 우리에게 비춰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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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7-2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선비들의 서재라.. 궁금해 지는 데요. ^^
조선 지식인 시리즈 꽤 마음에 드는 시리즈죠.ㅎㅎ

석란1 2007-07-3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발동무에 엄청나게(조금은 과장임) 많은 책들이 들어왔더군요. 읽고는 싶으나 사기는 망설여지는 그런 책들도 많이 들어와서 내가 요즘 신이 났답니다. 앞으로 한달 후면 대여도 할것 같아요. 그래서 눈으로만 미리 찜해두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