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형경의 <사람풍경> 이 책은 저자가 9개월동안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서 느껴진 마음의 풍경, 심리를 담아내고 있다. 그다지 어려운 대목 없이 쉽게 쓰여진 이 책을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기본적인 감정들, 선택된 생존법들, 긍정적인 가치들...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일 먼저 언급한 '무의식'과 '사랑'만해도 그랬다.  무의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비밀을 쥐고 있는지 특히 유년에 만들어진 무의식이 남은 평생을 좌우한다는 첫대목에서부터 매끄럽게 넘어가질 않았다.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비밀 한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살아간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생의 모든 문제가 사랑에서 시작되는데 그 이유는 기대했던 사랑이 결핍되었을때의 감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생애 초기에 엄마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이 갖는 문제 중에는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 있다. ...그 시기의 결핍이 정신의 일부로 형성되어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대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모든 문제들이 유년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대체 인간은 유년으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한마디로 이 책은 유아기가 우리의 긴 생애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유년 시절에 받았던 상처나 분노, 불안감, 공포와 같은 감정으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그것을 깨닫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불편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 밝지않은 내 유년시절을 자꾸 돌아보게 만들었다. 딸부자집의 3대독자로 태어난 남동생을 나보다 위하는 엄마로 인해 분노하고 홋시 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과 공포, 예쁘고 재주많은 언니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등..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한껏 웅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감을 고를 때도 왠지 듬직한, 내가 마음놓고 비벼도 될만한 언덕을 제일로 꼽았던 이유가 바로 내가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 추억이 그리 많지 않은 부성의 결핍이 이유라는 것, 엄마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의견 충돌을 극히 꺼리고 회피하는 것 역시 유아기때부터 외부의 고통스런 상황이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기질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라니....

이쯤되니 순간 무섭고 걱정이 된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내 아이의 유아기는 어땠을까...혹시 내 아이에게 나와 같은 유아기를 겪게 한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과 우려로 인해 요즘 부쩍 마음자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 <사람풍경>을 만났다는 사실이 내겐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찾아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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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1-2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의문스러웠던 문제가 이해되기만 해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심리적인 것일 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꿈도 그런 면에서 재미있습니다.
꿈 속에서는 우리들의 무의식이 듬성 듬성 어떤 상징과 메세지를 가지고 나타나기도 합니다.
현실의 욕망이나 억눌린 부분들,,
아니면 좀 더 오래된 억압들도..
많은 꿈의 징후들 중 나타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김형경씨는 그 아픈 유년시절을 지금이라도 맞닥뜨려서
헤쳐나가고자 하는 용기가 있는 분 같군요..

담엔 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