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썩 애착이 안 가지만, 사운드 스케이프적 지평으로서의 소리는 좋다. 특히 그 맘에 안 드는 보컬이.

 

"특별히 유다른 걸 소재로 삼지는 않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뭐 그런 것들, 자연과 삶과 영혼 같은 그런.... 그런 거겠죠 제 소재도.

사명이라면 좀 거창하지만 힘들고 지쳤을 때 들으면 위로가 될 수 있는 노래는 아주 기쁜 일이죠.

아마 음악이 탄생한 이후로 수많은, 기록되어지지 않고 녹음되어지지 않은 굉장히 아름다운 곡들이 많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이 되지 않습니까.... 노래가 태어날 때 녹음할 수 있다면 아마 제일 좋은 노래가 될 거예요....

(PD)아름다우면 됐지 남을 필요는 없다, 그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다 웃으며)아니, 우리가 남기려고 해도 결국에는 다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제 음악은 차라리 기록되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녹음을 하고 앨범을 내는 거하곤 모순되는 입장이긴 하지만, 것도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결국 사라지게 되겠죠. 시간문제죠.

썩을 놈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건 욕이 아니에요. 축복이지. 썩지도 않을 놈이란 게, 그건 아름다움과 멀잖아요.... 썩지도 않는 것들이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그러지 않습니까."

-EBS SPACE 공감 2008.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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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자신이 MPB 장르의 아이콘 자체인 동시에 장르가 이뤄낸 거대한(GREAT) 성과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마리사 몬찌의 1996년 앨범. 묘하게 해탈한 듯한 목소리인 마리사 몬찌가 보여줄 수 있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거의 모든 양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거느리고 있으며 데뷔 앨범을 라이브 앨범으로 낸 그녀의 베짱을 스튜디오 녹음으로 이뤄진 1~7번 트랙 이후인 나머지 라이브로 녹음된 11개의 트랙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쪽이나 버릴 거 하나 없이 일관되게 좋음. 뭔가 남부 유럽 성인만화풍인 부클릿은 안을 열면 같은 스타일로 그려진 여러 종류의 떡치는 그림들로 점철되어(레즈, 수녀 플레이 등등) 과연 브라질이라는 감탄과 함께 결혼 전까지 노떡 선언을 한 아드리아나 리마를 떠오르게 만든다....

청교도와 NRA의 나라 미국판은 무슨 쌍팔년도 대한민국 에로잡지에 나온 누드 사진처럼 표지 유두에 까만 줄이 쫙 가 있지만 드럭스토어와 공창과 튤립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판은 무삭제임.... 난 물론 네덜란드판을 갖고 있다!

 

아 뭐 근데 별로 취향도 아닌 그림이니 이런 그림 가지고 오른손이랑 놀 사람은 우리나라에선 좀 희박할 거 같고, 그런 외적인 거 신경 쓰지 말고 음악만 들어도 정말 끝내줌. 서슴 없는 별 다섯 개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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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리스닝으로서의 누재즈 장르를 괜찮게 소화해 낸 거 같음. 클래지콰이가 엠피삼 뿌릴 때의 추억이 솔솔. 최고다, 뿅 간다라고 외칠 수는 없겠지만 이 장르의 음악들이 완성도 있게 구축됐을 때 들을 수 있는 세련된 세공미라는 표현은 받을 만하다. 다만 듣기 전에 개인적으론 좀 더 복고풍으로 밀어부쳐주길 바라기도 했었는데, 그런 인상을 들을 거면 우선 미나(익히 알려진 92학번 그녀 말고) 앨범부터 구해놓고 말해야한다는 생각이. 어쨌든 프러듀싱이 너무 깔끔한 건지, 복고적인 이미지는 많이 약함(뭐 윤상 스타일의 사운드를 복고의 기준으로 본다면 복고적이랄 수도 있겠다). 재료의 성질은 다른데 묘하게 몬도 그로소틱하다고나 할까. 전반적인 템포의 흐름이 쉴 틈을 안 주기 때문에 통시적으로 듣다보면 좀 피곤해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 것도 몬도 그로소랑 비슷했고.

뭐 지친 몸뚱아리 위로하기엔 적절하다. 그리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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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을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했는데.... 이거 원 상태 최상이라길래 덥썩 물었더니만 이놈이 상태 최상인 게 가격이 3000원대일 리가 없지-_- 아무리 관대하게 봐줘도 중급. 쟈켓은 군데군데 접혀 있고 표지엔 뭐에 찍혔었는지 살짝쿵 구멍이 나 있더군요. 케이스는 어디 여러 군데 굴러다녔던 모양인지 누렇고 흐리고  뭐 이건 교체하면 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시디 본체 또한 잔기스들이 줄줄이 가 있습니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워낙 곡수가 적어서 프레싱된 부분엔 큼지막한 기스는 없다는 것....

기스 아무리 나도 시디의 무지막지한 내구성이라면 음악 돌리는 덴 문제가 없다는 얘기야 익히 들어왔지만 기스가 많으면 읽기가 그만큼 힘들어져서, 읽어내려고 레이저를 심하게 뿡뿡 쏴야 하기 때문에 렌즈 쪽의 수명이 그만큼 승천합니다. 뭐 그래도 빵꾸 나는 트랙은 없다는 거.... 나오긴 하니 듣기야 하겠습니다만 이 꽐라스런 기분은 참.

판매자가 누군지 밝히고 싶은데 아이디를 까먹은데다 어떻게 알아내는 질 몰라서 못 적네요. 암튼 중고샵 이용하시는 분들은 긴장 타시길.

아 뭐 근데 전에 주문한 것들은 최상 딱지 붙은대로였으니. 이건 약간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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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3-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이럴수도 있군요.

hallonin 2008-03-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가능성이 더 높았죠 사실.

다락방 2008-03-1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 팔았는데, 좀 떨리네요. 휴~ 저는 괜찮다고 팔았는데 구매자의 입장에선 그러지 않을수 있으니깐요.

hallonin 2008-03-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튼튼한 심장은 풍요로운 삶의 필수품이죠.
 

사람들이 프록에 대해 으례 떠올리게 되는 난해한 인상의 모든 것을 정석처럼 들려주는 닥터 지의 유일작. 전개의 난해함이라든지 익숙한 멜로디를 억지로 피해가는 듯한 인상이라든지 밥맛 떨어지는 보컬이라든지 닭살 돋을 정도의 주제의 알레고리화와 자뻑마인드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기술적 테크닉과 공존한다든지 하는. 거기에 더해 영국산 프록다운 다크하고 신경질적인 우울삘까지. 이 모든 요소들은 이 앨범이 어째서 핑크플로이드나 킹 크림슨만한 중용적이고 보편적인 세련미에 도달하지 못하고 매니아들의 성전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즐겁고, 또 이 시대에 이르러 그 투박하게까지 느껴지는 독불장구니즘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처음 들었을 땐 거의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확실히 이 과소한 포장 안에 자신들의 음악적 야심을 과포화 상태로 밀어넣는 그 뚝심과 그것이 이뤄낸 앨범 전체를 유기적으로 엮는 기묘한 불협화음적인 성과의 매력에 슬슬 매혹되기 시작한다. 프록 장르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전형화된 비판인 '그딴 자뻑을 뭐하러 듣나'라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 일단, 재밌다.

의미에 대한 결론이 '없다', 로 끝나는 건 세계에 대한 무시이며 그것은 다른 세계에서 위치지어졌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적절한 타협으로서의 차단을 수행하지 않는 한에, 적어도 현재의 세계에선 그 수천 년 전에 나온 고리짝적 결론 너머로 넘어서야 한다. 의미란 애초에 없는 것이기에, 창의라는 유희가 보장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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