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해서 요 며칠 좀 얘기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째 이 책에 대해선 아예 언급들 자체를 안 하는 거 같다. 이런 무관심은 태양신 기념일이 예수의 탄생일로 변해서, 그게 다시 뭔가의 요인들로 천민자본주의적 떡데이로 변질된 현재에 이른 상황을 은연중에 증명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되었든 누군가가 만든 세계 4대 성인 중 기록상으로 예수가 유일하게 동정남이었다는 걸 감안해보자면 따따블을 안 부르는 여관을 찾아 새벽길을 헤매는 현재 크리스마스 이브의 풍속상은 모종의 억울함마저 담보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뭐 반은 농담이고, 암튼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인데 어째 이번 달 4일에 발간된 건데 아직까지 거의 이슈가 안되고 있다. 관련 기사도 연합뉴스에서 나온 한꼭지가 다이고. 중역이지만 나름 사해문서의 최초 전문 국역본이란 점에서, 그리고 중세철학조차도 소화 못하는 국내 기독교계 학문의 차원을 고고학적 영역으로 보다 넓혀주는 역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어쩌면 책이 도서관에서나 받아줄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라서 별로 인기가 없는 걸 수도 있겠다.
뭐 요즘에 사해문서라고 하면 [에반게리온] 정도를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연하게도 여기에 제례의 계획 같은 건 나와있지 않으니 착각할 필요는 없겠고. 그래도 난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를 하고 나서 큭큭거리면서 나이프 사이트를 뒤지는 것보단 [아발론 연대기]를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에반게리온]을 보고 인류보완계획에 감동받은 이가 [사해문서]도 선택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루트를 타고 좀 비틀어진 성서학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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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문서' 국역본 전 4권 출간
기사입력 2008-12-04 19:28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사해(The Dead Sea) 연안 동굴들에서 발견됐다 해서 '사해문서'(The Dead Sea Scrolls)라고 일컫는 고문서 진본 일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대관 전시 형태로 선보인 적이 있다.
사해문서와 함께 기독교 관련 유물들을 이스라엘에서 대여한 주최 측은 주된 관람층으로 기독교인들을 겨냥했으며, 실제 이곳을 다녀간 이는 대체로 교인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빌려준 이스라엘 측에서는 사해문서를 기독교 유산이 아니라 유대교의 성보(聖寶)로 간주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1947년 2월 예루살렘 동쪽 사해 연안의 키르벳 쿰란이라 일컫는 곳에서 잃어버린 염소를 찾던 베두인족 한 소년이 동굴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면서 존재가 알려진 사해문서는 기원전 2-기원후 1세기 무렵 종말론에 심취한 특정 유대교 종파가 남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고문서 발견'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이 사해문서가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서양편)에 포함되어 '사해문서'(전4권.나남출판 펴냄)라는 제목으로 최근 완역돼 나왔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인 강성열 호남신학대학 신학과 교수가 그 번역 대본으로 삼은 판본은 히브리어 원전이 아니라, 네덜란드 그로닝엔 대학 쿰란연구소에 근무하는 두 사람, 즉, 마르티네즈와 티그셸라아르가 원전을 재편집하고 영어로 옮긴 'The Dead Sea Scrolls : Study Edition,Ⅰ-Ⅱ'(1998)라고 한다.
사해문서는 1947년 존재가 보고된 뒤, 1949년 이후 1956년까지 고고학자들과 민간인들이 쿰란 일대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11개 동굴에서 발견됐다. 이들 11개 동굴은 1G, 2Q와 같은 식으로 번호를 매겨 구분하는데 이번 영어판 번역 대본은 동굴 순서대로 거의 모든 발견 문서를 정리했다.
역자인 강 교수는 사해문서가 ▲히브리 성서 사본과 그에 대한 일부 주석 자료 ▲동굴에 살던 쿰란 공동체의 조직, 행정, 종교생활, 규율 등과 관련되는 각종 문서 ▲신약과 구약 중간 시대에 속한 일부 외경(外經)과 위경(僞經)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 사해문서들이 갖는 의미로 "에스더서를 제외한 히브리 성서 전체를 포함하고 있어 성서의 전승(傳承)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쿰란공동체의 신학적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비록 영어판을 번역 대본으로 삼기는 했지만 히브리어 원전도 권말에 첨부했다. 각권 570쪽 안팎, 권당 3만2천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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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해문서의 내용은 띄엄띄엄 찢어져서 예전에 [숨겨진 성서]란 책에서 다른 성서 외경들과 함께 섞여서 깔짝 소개된 적이 있었다. 당시 출판사인 문학수첩이 한창 조선일보에 광고를 때려댔던 덕에 나도 혹해서 읽긴 읽었는데 베드로서의 내용외엔 잘 생각이 안 난다. 아마도 베드로서에 그려진 예수의 모습이 왼뺨과 오른뺨을 동시에 내미는 마조히즘적인 양반이 아니라 심판의 날에 해당하는 가혹한 신으로서의 모습이어서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