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을 좀만 돌아다니면 잘 굴러다니는 책. 실제로 내가 가본 거의 모든 헌책방에 이 책이 있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지인의 지인쯤 되는 사람이 김완섭이었다. 하이텔에서 [창녀론]을 연재하여 일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핫윈드에서 같은 내용을 연재했던 그 양반 말이다. 그즈음의 핫윈드는 달마다 사보는 나의 필수 구매 목록중 하나였지만 어느 사이엔가 시들해졌고 이후 그의 소식을 알게된 것은 박혜경이 핫윈드 모델로 나왔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과 비슷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어디에 창녀 얘기를 실었다고 보게 된 것이 아니라 신문 사회면에서였다. '친일 서적 작가, 출국금지 당하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난 그가 [창녀론]을 쓴 김완섭이란 걸 처음엔 알 수가 없었다. 세상 모조리 여자들은 창녀여~ 이러던 작자가 뭔 엉뚱하게 친일서적을 써서 붙들린 거라니까. 그의 글에 따르면 종군위안부 할머니나 학도병이나 독립 운동이나 모두 돈 벌러 그 일을 한 것이며 그시절 우리나라에서 친일파가 아닌 사람은 없었고 우리나라의 현대는 일본에게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뭐 그런 내용들이었다. 이런 내용이 팔리긴 할려나....

이건 아마... 레어일려나.

그런데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 책이 일본에선 40만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일본내 우익계 인사들하고도 친해서 자주 초청받는다나 뭐라나.... 이시하라 신타로와 짝짜궁 인터뷰까지 가진 걸 보면 그럭저럭 인기가 좋은 듯. 아무튼, 자신의 책을 팔아먹어야 할 방법을 제대로 잡아낸 셈이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2&article_id=0000003309§ion_id=100&menu_id=100

이 사람의 과거 얘길 들은 건 1980년 5월 즈음의 광주의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가 알게된 것이었는데, 지인의 말에 따르자면 이 사람이 실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였다는 것이다. 지인은 덧붙여 얘기했다. 뭐 근데 그 때는 길거리에서 붙들려 잡혀갔다가 살아돌아오기만 해도 유공자가 됐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에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다가 이사람 얘기가 나온 걸 볼 수 있었다. 이 양반이 명예훼손죄로 불구속 기소됐다는, 역시 사회면 기사였는데 그에 달린 리플들 중에서 하이텔 시절 이 사람을 만나봤다는 사람의 얘기가 있었다.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이 김완섭이란 사람, 광주시청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몇 안되는 생존자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 때, 그는 고등학생이었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구는 그를 생계형 친일 작가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의 책은 일본에서만큼은 확실하게 팔리니까. 그러나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이론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듯 했다. 이제 세파가 피곤해진 그는 일본이나 괌으로 가서 살고 싶어 한다고, 그리 얘기했다고.

이 양반의 말들에서 지적해야 할 것은 그의 말 속에 산재한 모순들이다. 자유주의자, 문화게릴라를 자처하고 조선, 중앙, 동아를 반동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박홍의 매카시즘에 존경심을 표하고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이 벌였던 학살은 비판하면서 일제 식민 통치는 괜찮은 시절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 그 모순된 판단의 근거는 중간-경계-나쁜 것보다는 덜 나쁜 것이 더 낫다는 가치판단에서 파생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 여자가 길을 가다가 강도강간범을 만났다. 막 강도강간범이 일을 저지르려는 순간 강간범이 나타나서 강도강간범을 해치우고 여자를 강간만 했다. 그렇다면 여자는 강간범에게 강도강간범에게 당했으면 강간에 강도까지 당할 뻔 했는데 강간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김완섭과 같은 의견인 양반들이 하는 생각이란 게 이정도 수준이다. 이런 정신상태로 극단적 주장을 누그러뜨리는 중화작용으로서의 자신의 역할론을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이시하라 신타로와 만나서 나눈 언어유희는 어떻게 된 것일까. 강한 일본, 군사 국가로의 도약을 주장하는 도쿄도지사와 만난 김완섭은 비위 긁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베트남과 광주에서 벌어진 자국의 치부를 비판하며 과거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를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논리적으로 봐서는 군국주의 전반에 대한 거부감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김완섭은 일본이랑 한국이랑 같이 군사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기이한 판단논리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약육강식. 어차피 먹힐 거, 혹은 먹을 거 더 좋은 걸로 골라보자 라는 의식상태에서 나온다. 그의 기준에서 더 나은 선택이란 것은 결국 나름대로 생각하기에 최선의 것에 대한 판단에서 결정이 나는 것이고 그는 그에 충실했을 뿐이다. 좋다. 어떤 인간이나 판단의 순간이 되면 이득을 향한 열망이 절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일본인가. 같은 아시아인이라서라고 말한다면 중국은 왜 제쳐놓는가. 가장 힘이 쎈 나라라면 미국을 뺐으니 해당이 안된다.  그렇다고 일본과 우리가 가진 상호간 국가적 부채가 중국이나 미국보다 나은 편인가, 그렇지도 않다. 일본이 예전에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 그 노하우 한번 되살려달라는 건가. 이 양반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적당적당하게 둘러친 일본에 대한 우호표현은 가장 장사가 될 것 같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장사가 될 법한 이슈를 잠재하고 있고 그만한 경제적 여건도 가지고 있는 나라. 툭 봐도 드러나는 모순까지 무시할 정도로. 이것은 그가 이전에 했던 모든 말들을 허언의 범위 안으로 밀어넣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니까, 여기가 그를 '생계형' 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찌되었든 그의 책은 일본에서만큼은 확실하게 팔린다.

물론 이 사람의 말도 의견, 하나의 단순한 의견일 뿐이다. 당연하지만 생계형이고 죽야청청형이고 사람은 저마다 다른 가치판단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이쪽 부류들이 그렇듯이 어지간히 얼그러지고 한심한 의견인 이 양반은 같은 부류들처럼 자신의 모순을 이론화하려고 노력한다.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그 작업이 애초에 글러먹은 것은 그 판단의 논거란 것이 전혀 객관적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주장처럼 진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쪼잔하게 팔아버리는 일이다. 진짜 극단적인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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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ip.choi 2021-03-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폄훼하여 낙인찍을 일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