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본 게 아니고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다. 

나는 한살 터울의 언니, 두 살 터울의 여동생, 다섯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데 엄마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형제들은 없다. 

모두 같이 자는 안방에 엄마랑 나 둘만 있고,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거다. 

부잣집 노마님이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 나갔다가 너무 재밌는 웃음소리가 들려서, 두리번거리다가 쌓아놓은 낟가리 뒤에 키득거리는 거지 엄마와 아이를 찾았다. 이 낟가리가 다 노마님의 건데도, 웃을 일 없는 노마님은 정신없이 웃고 있는 아이와 엄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던가. 

엄마는 가진 것과 웃을 일은 다른 거라고 했던가. 

아이가 웃게 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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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인터넷 검색(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1s1268b)을 가지고 와서는 이게 뭐냐고 묻는다. 그 그림은 원자를 단순화시켜 그린 그림이고, 핵을 중심으로 궤도를 따라 도는 전자를 그렸다. 주기율표는 뭔지, 원자는 뭔지, 분자는 뭔지 묻는다. 예전에 블랙독을 봤을 때 닥쳤던 그 딜레마가 내게 닥쳤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1422180) 게다가 그 설명에는 전자의 배치를 전자구름모델로 P니 S니 하는 것까지 있었다. 

다들 선생질 하려고 든다고 그게 문제라고 맹자님도 써놨던데, 가르치려고 해도 뭘 알아야 가르치지, 싶은 순간이다. 그런데다가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들을 자꾸 자꾸 보는 아들은 주기율표는 뭔지, 이것들의 순서는 뭔지, 원자량은 뭔지 물어본다. 


봐라, 이건 다 상상이야. 알 수가 없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 사람들은 다 잘게 잘게 쪼개면 뭐가 될까 생각했거든. 아주 잘게 쪼갠 가장 작은 단위를 원자라고 이름붙인 거야. 그런데 또 쪼갰어, 원자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가 있다고 설명한 거야.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로 구성된 원자가 분자가 되고 다른 거랑 결합하고. 그런데, 이건 다 상상이야. 정말 그런지는 알 수가 없어.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어떤 성격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말들이야. 정전기가 일어나는 걸 봐, 왜 그럴까 궁리하다가 찾아낸 설명인데, 잘 들어맞으니까 계속 쓰는 거야. 눈에 보이는 현상, 왜 정전기가 일어날까, 왜 촛불은 불면 꺼질까, 같은 질문들을 대답하기 위해 만든 설명이야. 그 설명이 잘 들어맞으니까 계속 사람들이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거야. 원자량은 무게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무게는 아니야. 


내가 이런 식으로 설명하니까, 질문해놓고도 대답을 다 못 듣고 애들이 자꾸 도망간다. 질문해놓고 대답을 다 못 듣고 도망가면서 그러고 또 다음에 질문을 한다. 그것도 꽤나 까다로운 질문들을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를 설명하기 위해 하는 물리학 실험같은 걸 물어보니까. 자꾸 대답이 길어지지. 뭐, 대답이 길어지는 건 내가 쉽게 설명할 만큼 잘 알고 있지 못해서인 거라는 건 알고 있다. 


배움은 계단과 같아. 처음에 자연수를 배우고 음수를 배우는 것처럼 2에서 3을 뺄 수 없다가 빼는 것처럼, 낮은 계단에서는 안 되는 일이 다음에서는 되기도 해. 그런데, 낮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높은 데 있는 걸 알려고 하면 그건 너무 힘든 거야.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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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어 세 번 찢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0881133

읽고 인용도 했지만, 서양의 어떤 사고 중 내가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정치 때문이라기보다 종교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과 서양의 전통은 사실 다‘구분‘을 말하고 있으나, 정치와 종교, 승려와 속인의 관계가 다르며 구조도 완전히 상반된다. 저들의 전통은 정치와 종교의 합일이다. 즉 종교는 통일되었고 국가는 다원화되었다. 반대로 우리의 전통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이다. 즉 국가는 통일되었고 종교는 다원회되었다. 만일 기어코 천일합일을 논해야 한다면, 그 역시 저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은 정치를 부각시키는 것이고, 저들의 전통은 종교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




2.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

친구가 권해서 읽고, 뭐라도 쓴 줄 알았는데 쓰지 않았네. 

책 속에서 신의 기준은 너무도 높기 때문에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는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나는 그대로 수긍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잘 어울려 살기는 되게 어렵겠다, 생각했다.

믿고 있는 신이, 선에 대한 기준이 높고 결벽적인데-한순간에, 라는 소설을 읽고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아서 남겼었다. 욥기얘기도 하면서(https://blog.aladin.co.kr/hahayo/12696791)-, 그 신의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라면, 음, 그런 종교를 가진 사람은 좀 이상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게다가 그 종교가 정치권력까지 가졌다면, 굉장히 위험하지 않나,라고도.



3. 코코

https://blog.aladin.co.kr/hahayo/10022361

어떤 사후세계를 믿는가. 

그래서 어떤 현실을 살려고 하는가. 

코코를 보면서, 코코의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들보다, '신과함께'의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들과 같이 사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후세계를 믿는다면, 악명도 유명이라는 말은 진실이 아닌가.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자원이 되서 죽음 이후에도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어떤 방식이든지 기억되려고 하지 않을까.

기억,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고 좋은 기억만큼 나쁜 기억도 오래가니까 말이다. 



4. 사자왕 형제의 모험

https://blog.aladin.co.kr/hahayo/9922625

어떤 사후 세계를 믿는가.

사자왕 형제의 모험, 을 아이들에게 권하지 못했다.

현실과 연결없는 목가적인 전원의 사후세계는 동양인이 상상하는 양심의 심판,이 이뤄지는 절대적인 위계의 공간이 아니다. 

나는 지나간 역사에 대한 기억 가운데, 여기 저기 권력을 휘두르는 작은 권력자들보다 차라리 한 명의 가혹한 권력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더하여 나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나는 어느 정도 복종할 마음을 먹는다. 태종 이방원(https://blog.aladin.co.kr/hahayo/13623739) 에서 권문세족의 무기와 사병을 혁파하는 것이 여성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보다 반가운 식. 

아나키즘적인 사후세계와 위계적이고 현실의 잘못에 대한 단죄가 기다리고 있는 사후세계. 어떤 믿음을 가진 사람과 같이 살기 좋을까.


5. 붓다순례

https://blog.aladin.co.kr/hahayo/11489172

영적 믿음을 추구하는 부처의 시대에 깨달음에 대한 터무니없는 믿음들도 휭행한다. 책 속에 이야기 속의 잘 생긴 수행자는 스승이 악의적으로 설파한 깨달음의 방식 100명을 죽인 다음 깨달음을 얻게 된다,를 실천한다. 자신이 깨닫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이 수행자가 이제 그 스승을 버리고 부처를 따르기로 한 다음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죄는 씻을 수 있는가. 부처님은 모래알은 모래알이라고, 아무리 작다고 해도 물에 가라앉는 법이라고,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100명을 죽이라고 그러면 깨달음을 얻게 될 거라고 말한 앞선 스승의 죄는 스승의 죄고, 죽인 너의 죄는 너의 죄이니 그 무게만큼 치러야 하는 댓가가 있다고 대답한다. 어리석거나 몰랐다고 해서, 죄가 죄가 아닐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 부처님을 따르기로 한 수행자는 유가족의 돌에 맞아 죽는다. 


6. 곰돌이 푸, 이야기전집

읽어보려고 했지만 읽지 못했다. 

이야기의 어떤 태도,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리석음을 칭찬하는 태도. 

재미가 없었다.  

아이였을 때도, 나를 아이취급하는 게 싫었는데, 어른인 지금 나를 아이취급한다면 나는 싫을 거거든.

내가 저지른 잘못을 나는 안다.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 따위를 바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상대에게 무기를 빼앗으려면, 나의 무기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안다. 국가를 썩 믿어서가 아니라, 방법이 그것 뿐이라서, 그런 식으로 심판을 이양했다는 걸 수용한다.




내가 정말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은 믿음들인데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 가운데, 생각이 많다. 

덱스터,의 설정- 연쇄 살인마를 죽이는 연쇄 살인마-을 듣기만 하고 보지 못하는, 여성이고 동양인인 나는, 내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단죄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없다. 믿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가 굳이 현세에서 죄를 묻지 않아도, 결국 죗값은 치르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식인 거다. 내가 단죄하지 않아도, 심판하지 않아도, 결국 이루어진다,는 식의 속 편한 믿음 가운데, 총기를 가지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태도가 없는 거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를 떠받치는 종교적인 믿음이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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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사회,를 읽을 때, 고려시대는 여성의 지위가 높았는데 조선시대에 여성의 지위가 떨어졌다고 말한다.(https://blog.aladin.co.kr/hahayo/13163847지금 내 지위가 낮은지 잘 모르겠어서, 여성의 지위가 높은 세상은 과연 어떤 사회인지 상상이 잘 안 됐다. 

드라마는 오랜만에 시작한 정통사극이었고, 진행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어쩌다 한 번씩 토막난 드라마를 보면서 나라가 되는 가문과 여성들을 본다. 고려의 마지막을 보던 공민왕의 비, 이성계의 경처였고 조선 최초의 왕비가 된 강씨, 이방원의 아내 민씨.

강씨는 이미 장성한 향처의 아들들 대신,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앉힌다. '당신을 어머니로 생각했다'는 이방원에게 핏줄에 대해 말한다. 어미없는 자식의 위치는 그런 거라면서, 자신은 너의 배경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 태도는 오히려, 자신의 죽음 뒤에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고, 조선왕조 내내 극심한 서얼차별을 만들었다. 

민씨는 자신의 남편과 함께 권력을 잡은 순간, 자신의 가문이 권력을 분점할 수 있기를 바랬다. 왕이 된 남편의 신하되기를 거부한 아내는 자신의 오라비들이 죽고, 며느리의 아비가 죽는 걸 본다. 

이미 지나간 날들인 데다가, 주인공이 주인공이니만큼 나는 이방원에 이입해서 보았다. 국가도 결국 환상이지만, 이방원의 행동들에 당위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려 말에 가문이 살아남기 위해 선죽교의 살인자가 되는 순간부터,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나라의 처지를 알게 되고, 결국 왕이 되어 아버지와 형제와 전쟁을 벌일 때에도, 정치가 이방원의 행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이고, 그 다음을 알고 있으니, 세종대왕의 아버지고. 죽임을 당한 세자가 항변했듯이 좋은 왕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거고, 혼란한 정치상황이 얼마나 피로한 지 아는 국민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거다. 무기를 숨겨 자신을 지킨 처가부터 무기를 거둬들이는 정치가 이방원을 나는 지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경처였던 강씨가 죽고 그녀의 자녀들이 실권하는 과정이, 이방원이 권력을 잡도록 도왔던 민씨가 내처지는 과정이 여성의 지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경처와 향처의 지위에 대한 차별이 없어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세운 강씨나, 남편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가문에도 나라의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민씨는 강한 여성들이지만,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의견들이다. 강씨에 대해서는, 이미 사라진 일부다처제가 과연 남성에게만 유리한 제도였던가 의심하고 있지만-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충분히 부유하고 강력한 남자란 희소자원이 아닌가, 싶은 거지. 여자들은 못생긴 남자의 단 한 명의 부인보다, 잘생긴 남자의 백 번째 부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처럼-, 다시 일부다처제인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사회적 억압 가운데, 일부일처제인 사회를 나는 선택하고 싶다. 민씨에 대해서는, 권력자 가문이 아닌 국민의 입장이 되어, 왕이 있는데, 왕의 부인까지 국가를 갖겠다고 해서 동의가 안 된다. 보면 여성 지위가 떨어진 게 맞는 것도 같은데, 그게 나쁜 방향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다행이네, 싶었다. 일개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된 가문이 모계든지 부계든지 하나인 편이 차라리 낫고, 현대 여자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위해 결탁하는 결혼의 선택지가 하나 뿐인 일부일처제가 다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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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책이 새 옷을 입고 있는데, 나는 구판이 더 좋다. 


1. 인재시교(https://blog.aladin.co.kr/hahayo/9371196)














단 한 권의 육아서를 읽는다면 인재시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권으로 묶였던 책이 인성편과 공부편으로 나뉘어서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는 제목의 두 권만 살 수 있는 상태다. 

자질에 맞추어 가르침을 베푼다,라는 제목의 육아서는 직접적인 제목으로 분책되었다.

같은 내용인 데도 아이를 키우는 철학서 같던 책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실용서처럼 보인다. 실용서는 권하기에 너무 노골적이라 일부러 구판을 찾는다. 


2. 상상의 초가교실














상상의 초가교실, 이 힘센 상상1,2 로 나뉘어져서 새로 나왔다. 

상상의 초가교실, 은 각각의 완결된 이야기들이 있고,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상상은 조연일 때도 주연일 때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가지는 관계는 상상의 초가교실,이라는 제목이 힘센 상상보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힘센 상상1,2보다는 상상의 초가교실,이 더 좋은데 다 절판이고 재출간 계획조차 없다니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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