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본 게 아니고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다. 

나는 한살 터울의 언니, 두 살 터울의 여동생, 다섯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데 엄마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형제들은 없다. 

모두 같이 자는 안방에 엄마랑 나 둘만 있고,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거다. 

부잣집 노마님이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 나갔다가 너무 재밌는 웃음소리가 들려서, 두리번거리다가 쌓아놓은 낟가리 뒤에 키득거리는 거지 엄마와 아이를 찾았다. 이 낟가리가 다 노마님의 건데도, 웃을 일 없는 노마님은 정신없이 웃고 있는 아이와 엄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던가. 

엄마는 가진 것과 웃을 일은 다른 거라고 했던가. 

아이가 웃게 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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