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름이라는 착각 - 우리는 왜 조던 피터슨에 열광하는가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 지음 / 데이포미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아이가 혼자서 읍내에 나가서는 책을 사가지고 왔다. 재미있게 읽었다. 회사에서 걸을 때는 전자책으로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2650050 ) 를 읽고 집에서는 이 책을 읽었다. 내 자신이 책 속에서 비판받는 사람과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왜 나는 그런 말들에 경도되었던 걸까, 생각했다.

전자책으로 읽는 책에서 다음 문장을 만났다.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옳아야 한다고 느꼈다'-44%,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젊은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는 채로, 나 자신을 부풀려 생각했다.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영향력있는 존재이고 싶어서 능력없이 책임지려는 태도로 여기저기 발언하고 싶어했다. 당장 제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작은 이야기대신 큰 이야기를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나라가, 제도가, 블라블라. 그리고 내 자신에 꽤나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누군가의 대변인이 되려고 했다. 엄마가 된 지금 가끔 아이들의 말을 가로채서 대변하려고 하는 것처럼, 그 때 나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던 요청하지 않던 내 눈에 부당해보이면 나서서 대신 말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부풀린 자아상을 확인하고 우쭐해하는 마음도 있었나보다. 내가 계속 그럴 수 없었던 건, 내 부풀린 자아상이 살아가면서 거짓인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삶을 보면서 배우고 알아차렸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내리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생각들을 부풀리는 대신,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함께 일하면서, 내가 말했던 상황과 충돌하는 상황들에 부딪치는 와중에 조금씩 조금씩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은 다른 어떤 에세이보다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무래도 구독자가 늘지 않는 초짜 유튜버였던 자신이 어떻게 방향을 바꾸고 나아갔는지 이야기하고,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준 유튜브 영상은 하나하나 큐알코드를 넣었다.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더 낫게 바꾸고, 감사할 줄 알게 된다. 남자에게 필요한 이야기와 여자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조금은 부딪치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11-1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21-11-10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조던 피터슨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을 하기에는 열정이 부족한 축이라서^^;; 유튜브를 열심히 본 건 아니라서 굴곡진 삶이라는 부분은 모르겠네요.
 
그리드 - 기후 위기 시대,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온다
그레천 바크 지음, 김선교 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바쁘게 읽었다. 

사무실에서 찻물을 받으면서 나의 사치스러움을 자각했다. 그 때, 나는 차를 우리려고 뜨거운 물을 받고는 다시 적당히 식었으면 해서 얼음을 추가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사치스러움을 자각하고 나니 부끄러웠다.

전기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전기를 대하는 일반인의 감각에 뜨악한 적이 많았다. 전기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석탄화력과 원자력, 가스발전소 등)은 물을 끓이고, 그 물로 터빈을 돌린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전기로 난방을 하고, 물을 끓여 먹고, 빵을 굽는 건 정말 사치스럽다. 모든 단계에서 에너지는 줄어드는 중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스렌지를 인덕션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게 너무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도 조금도 다르지는 않다. 뜨거운 물에 찻잎을 우려서, 얼음을 보탠다. 물을 끓이는 데도 에너지가 들고, 물을 얼리는 데도 에너지가 든다. 나도 참 다를 바 없네. 알고 있지만, 다르게 살고 있지는 않다. 전기는 코드를 꽂기만 하면 내게 오는 거고, 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크게 상관없다. 우리나라처럼 전기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국가, 또는 국가를 대신하는 공기업에서 한다면 전기가 제 때 제대로 오지 않는 것은 다 나라의 잘못이니 항의하고 따지면 될 일이다.

전기처럼 보이지도 않는 물건을 환영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어서, 사람들의 어떤 태도에 위축되는 순간들이 있다. 근처 산 정상에서 만난 등산객이 전망을 보면서 '저 흉물스러운 송전탑'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었다. 내가 하는 어떤 말에 선배가 '그건 네 직장이 독점산업이라 그런 거 아니야?'라고 했던 말도 생각났다. 

책은 미국의 이야기다. 끔찍하고 무시무시하다. 도대체 가능한가 싶게 굴러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래도, 어찌저찌 굴러가던 대형 사업자들의 이야기들이 지구 환경을 위한 노력 가운데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되면서 커다란 도전을 맞는 이야기다.

해체되는 망 산업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읽을 때는 한국통신 생각도 났다.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서 소송 중이고, 여전히 강짜를 부리고 있는데, 넷플릭스 욕하는 만큼, 망사업자 욕도 꽤 많았다.

원자력발전소에 다니고 있고, 한국전력으로 입사했다. 책에서 만나는 장면장면이 남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우리와 너무 다른 미국의 이야기라서, 번역한 사람도 진지하게 꽤나 긴 글을 덧붙였다. 정치에 대한 은유로도 읽히고 결국 어느 방향일지 가늠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2002년 경까지 전력의 생산과 송배전을 모두 한국전력에서 담당했다. 분사가 이루어졌고, 송·배전망은 한국전력이, 각각의 발전소들은 권역별로 개별 사업자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애초 분사의 목적은 너무 큰 산업, 그리고 꽤나 건전하고 이익이 있는 산업을 쪼개어 팔려는 것이었으나, 발전노조의 강경한 저항에 부딪쳐 모든 개별 발전사업자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전기를 파는 방식은 매 분기 한전과 가격 협상을 해서 정산받는다. 한국전력의 손해는 각각의 발전사업자의 손실로 전가된다. 결국 한 몸이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한국전력 시절이라서 전기세,가 아니라고 요금으로 불러야 한다고 배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팔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말을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나는 언니랑 세 시간 가까이 논쟁하던 기억이 있다. 연구하는 쪽인 언니는 신재생에너지로 돈이 돌아야, 기술이 나올 텐데, 정치적으로 천명하지 않으면 돈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었거든. 

나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이해했었다. 중앙집권 형태의 에너지 권력이 분산되는 이야기. 그러나, 어쩌면 먼저 그 길로 나아갔다는 미국의 상황은 아수라장이다. 모두 다 제각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미국의 이야기는 꽤나 생경하기도 하고, 정말 저러면 큰 일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이미지, 태양광을 지붕에 달고, 해가 있는 동안 전기를 팔다가, 해가 떨어지면 전기를 사는 식으로 망에 연결하면, 망은 감당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참을 하고 있다. 감당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망을 유지보수할 비용을 산업이 이익을 낼 수가 없다는 말이다. 망이라는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넘치는 생산을 담아둘 수도, 부족한 생산을 감당할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어지러웠다.

망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국민의료보험을 이탈하겠다는 부자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망은 지금의 기술수준에서 불가피한데, 사람들은 송전탑을 끔찍이도 싫어하고 만들기만 하면 어떻게든 팔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쓸 수도 있는 거라고도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망에 대한 이해가 별반 다르지도 않았던 것도 같다. 전기의 특성이 언제나 가장 큰 제약이 된다. 담아 둘 수 없고, 설비는 언제나 가장 큰 수요에 맞춰야 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총량이 늘어나면 같이 커져야 하는 망,은 어떤 비용으로 이익이 생겨서 개보수될 수 있을까. 신재생에너지를 망에 통합하고도 전력망은 지금처럼 안정적일 수 있을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도전 앞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인에이블러의 고백
앤절린 밀러 지음, 이미애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아직 없을 때 다른 분의 서평(https://blog.aladin.co.kr/smila/761186) 을 보고 나는 아이가 팔 없는 사람을 그리게 키우지 않아야지, 생각했다. 첫 아이가 네 살일 때는 다른 엄마들한테 자꾸 말하게 되서 일부러 책을 구해 읽었다.(https://blog.aladin.co.kr/hahayo/3331734 )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른 엄마들의 말들에 휩쓸리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되었을 거다. 무서운 상상들을 부풀리면서도, 혼자 나서는 아이를 내버려두는 것은 아이에게 아이의 인생이 있고, 아이가 자신의 팔을 언제라도 그리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아마도 팔 없는 사람을 그리게 만들었을 엄마가, 늦게나마 깨닫고 쓴 고백서다. 보살피는 '엄마'의 일을 하는 존재라면 누구나, 자신과 같은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전자책으로 걸으면서 읽으면서, 다시 읽을 때마다 줄치고 싶은 문장들을 만난다.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어떤 관계에서라도 내가 누군가의 조장자는 아닌가 주의해야 한다. 밑줄긋기는 P로 표시되지만 모두 %이다. 

젊었을 때는 적당히,라는 말이 안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얼마나 좋은 말인지 생각하고 있다. 좋기만 한 것은 없고, 사는 것은 정말 어렵구나.

내가 낙천주의자가 되는 것이 힘든 일에 대응하는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그릇된 뭔가를 핑곗거리 삼으려는 욕구는 본질적으로 부정적 순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관념주의 철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인생이 우리가 인식하는 그대로라면, 인생을 풍부하고 자애롭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낙관적인 태도는 행복을 자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만일 ‘네가 보는 것이 네가 얻는 것이다‘라면,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을 보는 편이 훨씬 타당한 선택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 철학은 매우 간단하다. - P26

사람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지만, 어떤 형태의 행동이든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른다. 사람의 상호 작용을 통제하는 자연법이 있다. 또한 사회적 관습은 대체로 모든 이들의 이익을 위해 발전해왔다. 이런 원칙들은 상벌 체계와 더불어 우리의 감정 세계를 형성하는 생태 환경을 이룬다. 우리는 확립된 행동양식을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과는 항상 잇따른다. 어떤 특정한 행동의 결과를 견디고 싶지 않으면, 그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 P30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옳아야 한다고 느꼈다. - P44

어떤 고난이나 장애를 겪든 간에 사람들은 그것에 대처할 자기 나름의 개인적 수단을 개발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역경이 닥쳤다고 해서 책임을 떨쳐버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사람은 휠체어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장애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전시키지 않을 타당한 이유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많은 활동을 배울 수 있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중독에 빠지기 쉽지만, 그래도 첫 잔을 마실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계속 절망을 느낄 수 있지만,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을지 말지는 그들의 선택이다. 모든 것은 그들의 문제이고,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한 자신의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사람들도 바로 그들 자신이다. - P53

이러한 덕목들에는 각각 어두운 면이 있다. 어느 한 사람의 능력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 다른 사람은 자신을 무능하게 느낄 수 있다. 용서를 받으면, 죄책감이 생길 수 있다. 친절한 배려를 받으면, 그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너그럽게 용인해주면, 종종 남용을 부추기게 된다. 융통성을 발휘하다 보면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없앨 수도 있고, 한쪽이 강인하면 상대방의 의존을 허용하게 된다 - P55

거부하며 싸우든 기꺼이 받아들이든, 변화는 일어난다. ‘지나간 옛것‘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하거나, 아니면 ‘현재 얻을 수 있는 것‘을 환영하거나,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 P65

운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대체로 지지와 보살핌을 받아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신이 사랑을 받고 존중받으며 가치있다고 느낀다. 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과 힘, 지능을 사용해서 일하고 만족감을 얻을 만한 온갖 일에 참여한다. 어떤 속임수도 곁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에, 이들의 관계는 개방적이고 단순하다. - P48

꼭 필요한 도움과 조장하는 도움 사이의 경계선은 종종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 P54

젊은이들은 완벽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흔히 상상한다. 하지만 이런 공상이 성장을 가로막는, 꿰뚫을 수 없는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P6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11-04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4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은 종신의 계약이다. 변호사 유튜버의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6513741 )를 후닥닥 넘겨 읽으면서, 결혼이 얼마나 무거운지, 깜짝 놀란다. 상호 정절의 의무를 지기로 하고, 서로의 짐을 나눠지기로 하고 인생의 끝까지 함께 걷기로 하는 건 그래, 역시 겁이 나는 일이다. 나는 결혼에 환상이 없어서 오히려 쉽게 결혼한 것도 같다. 회사에서 여자들이 모여 왜 결혼했는가,를 주제로 말할 때, 나는 명쾌하게 아이가 갖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사랑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서는 나의 이유가 아니었다. 뭐 사는 거야 살면 되잖아? 그런데 아이를 갖는 건 뭔가 강경한 계약이 필요해,라는 태도가 내게 있었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할 즈음 책을 사서 읽은 거 같다. 무언가 젊은 여성에게 주는 교훈서 같은 인상을 받는다. 아름다움과 젊음으로 자신만만하던 여성이 당시의 결혼적령기를 이미 넘기고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와중에 그래도 자신의 여동생보다 먼저 결혼하려고 마침맞게 청혼한 남자와 결혼을 한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 남자였는데, 사랑의 열정과 사교적인 능숙함, 친절한 말 따위를 원하는 여자에게는 지나치게 진지한 남자여서 여자는 바람을 피운다. 이미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는 남자와 이것은 사랑이라는 확신에 차서 어리석은 정사를 나누고는 남편의 조롱을 받는다. 남편은 극진히 사랑했으나 정절의 의무를 저버린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안전한 식민지 도시를 떠나 전염병이 창궐한 내륙으로 들어간다. 안온한 삶에서 위험한 삶으로 남편을 따라 떠난 젊은 아내는 주변의 죽음 가운데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각하고, 자신의 딸에게는 의존적이지 않은 삶을 주겠다고 결심하면서 맺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했다. 여성에게 어쩌면 강요,되는 정절의 의무는 결혼이란 계약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여전히 성교와 임신을 떼어낼 수는 없고, 결혼이란 계약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보호자가 줄어드는 만큼 위태롭다. 아이를 원했던 여성인 내가,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보증을 원하는 남자와 종신의 계약을 체결한다면, 그 안에서 서로가 져야 하는 책임은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결혼은, 미래를 아이를 위한 계약이지 나를 위한 계약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 계약을 나나 상대에게도 의미있게 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
전광진 엮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가지고 있는 판본을 찾아 겁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산 사전이 많습니다만, 제일 많이 펼쳐봅니다. 인터넷 검색에도 가끔 분명히 한자조어인데, 한자의 뜻풀이가 없는 경우가 있어서 이 책을 찾아보게 됩니다.

한글은 소리글자라 조어의 한계가 분명하고, 이 한계를 뜻글자인 한자가 보완합니다. 짧은 한 문장을 쓸 때도 얼마나 많이 한자어가 쓰입니까? 한자어라는 걸 알고, 그 한자어의 의미가 무언지 알고, 어떤 식으로 조어가 되어있는지 아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용으로 산 국어사전은 한자어를 병기하면서도 한자어 풀이는 따로 없이 그대로 단어의 뜻풀이만 하기 때문에 제가 궁금해서 더 찾아보는 것도 같습니다. 

신문에 한자어를 없앨때, 한글로만 표기하는 신문이 처음 나올 때, 저도 아마 한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도 같은데, 지금은 한글은 부족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글이라서 부족한 게 아니라, 소리글자,라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리글자는 소리값만 담기 때문에,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사를 묘사할 때 조어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미 우리의 문자생활에 한자는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말들의 소리값을 그대로 적을 수 있는 문자로서의 한글이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합니다만, 같은 단어를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 가운데, 한자의 효율성과 역사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문해력이 문제라는 기사건 책이건 볼 때마다, 우리가 쓰는 무수한 한자어,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사전이 얼마나 좋은지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좋은 사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