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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2월
평점 :
원청,을 읽었다.
잃어버린 도시라니,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인가, 라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인간도 잔인하고, 시간은 더 잔인하다.
중국 소설 특유의 짧게 퉁 치는 태도는 이야기를 우화처럼 보이게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싶은 설정 가운데 살아남고 죽는 사람들 가운데, 인간의 잔인함을 본다.
공산당 이전의 중국, 청나라는 망했고, 아직 새로운 질서는 잡히지 않았다.
사람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는 토비가 있고, 토비에게 총을 파는 기강이 안 선 군인들이 있고, 그 사이 농부는 인질도 토비도 된다. 나는 그 지옥도가 너무 무서워서 물러선다.
무서운 이야기라, 읽으면서 저항하지 않는 중국인이 떠올랐다. 억울한 개인에게 이입하기 보다 공안의 처사에 그럴 수도 있다,고 인터뷰하던 중국인에게는 아예 공공의 안전을 개개인이 책임지게 되는 시대가 있었구나, 싶었다. 그럴 수도 있는 역사, 가 있는 것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얼기설기 엮인 바닥이라, 억울한 사람이 생길지언정 그 바닥마저 없다면 펼쳐지는 지옥도는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거 같다. 인간은 잔인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그 잔인함은 드러난다.
시장바닥에서 관상가 노릇을 하던 남자라도 바닥이 무너져서 통제받지 않는다면, 도끼를 손에 들고 길을 나서서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약탈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려 들 수도 있다.
삶이란 언제나 쉽지 않으니, 노력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놓쳐버리는 순간, 인간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거다. 스스로에 대한 관대함으로 인간이나 인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 둘 수도 있고, 그저 '왜 안 되?'라고 질문하면서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의 수고를 때려치울 수도 있다.
결국 시간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고, 복수도 있고, 결국 만나지 못하는 인연도 있는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