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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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를 궁금해한다. 

PC주의가 창궐한 작금의 문학에서, 노골적인 묘사는 검열당한다. 

작가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아마도 그래서, 찬사가 붙었나, 생각한다. 

말 자체는 누구한테 나오던지 독립적,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말이 누구에게는 가능하고, 누구에게는 가능하지 않다,라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조차도, 검열한다. 

어, 위험한 묘사다. 

아, 작가가 그렇구나. 

당사자만이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면, 세상은 얼마나 편협할 것인가. 

그런데, 소설 한 편을 읽으면서도, 가능한 말과 가능하지 않은 말을 검열한다. 

간접체험으로 소설을 읽고, 그걸 통해서 다른 면을 조금은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런 검열들이 이해의 폭을 좁힌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몸에 갇혀서, 타인의 마음은 모른다. 똑같은 몸에 갇혔대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른 해석을 한다. 다른 문화라면, 다른 종교라면, 다른 가정이라면, 내가 겪는 그 좁은 한계를 벗어나는 경험은 타인을 보고, 타인과 말하는 가운데 겨우 가능하다. 


작가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자신의 경험을 깔고, 선택의 순간에 했을 이런 조승리, 저런 조승리,를 소설적으로 그렸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경험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시력을 잃는다는 절망감 가운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 어둠의 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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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 특서 청소년문학 46
임지형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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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불안에 대한 단편소설을 묶었다. 

네 명의 소설가가 네 편의 단편소설을 같은 주제로 썼다. 


임지형은 자해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손목 위의 별]를

장강명은 아주 먼 미래를 가상한 SF[졸업식]를 썼다. 

정명섭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소년의 분노[축하공연]에 대해 썼다. 

김민성은 좀비물의 형식으로 불안한 또래집단의 모험기[안전지대]를 썼다. 


자신을 상처입히거나, 멀리 떠나거나, 타인을 죽이려 들거나,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하거나, 청소년기의 마음을 작가들은 상상하고 그려낸다. 그 마음들은 함께 하는 또래집단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위로받는다. 

나는, 정명섭과 김민성의 소설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작가 이름으로 책을 찾아 읽었다. (성균관 불량유생전(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1018766),이랑 다시피는 오월(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924282) )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불안을 내가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자살,은 정말이지 갑갑하다. (https://blog.aladin.co.kr/hahayo/8192500

백은별의 시한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2493692 )나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083714 )을 읽으면서 지금의 아이들이 얼마나 죽음에 끌리는지 본다. 무섭다. 아이들이 얼마나 결벅적인지, 그래서 세상을 얼마나 불편부당하다고 느끼는지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어서, 안전하고, 몸으로 경험하기 보다 눈이나 귀로 보고 듣고 읽는 게 더 많은 지금의 세상이 얼마나 버거울 지 가늠도 안 된다. 


인생의 한 시기, 위태롭고 불안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지금 이 세상이 이미 완전하다는 생각따위 집어치우고(졸업식,은 그래서 좀 별로다), 차라리 망해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기분으로 용맹하게(안전지대), 작은 마음들에 크게 의지하면서(손목위의 별), 즐기면서(축하공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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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시 피는 오월 - 5·18 앤솔러지
정명섭 외 지음 / 올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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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광주 이야기를 묻는 청소년에게 권할 만한 단편집이다. 

총 네 편의 단편소설이 있는데, 세 편은 5월 광주의 앞 뒤로 불안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같은 단편이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떠난 축구부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어찌어찌 광주를 빠져나오는 이야기, <5월 17일>

경찰서 앞의 탱크를 목격한 소년이 광주의 외삼촌 소식을 기다리는 이야기. <양치기 소년>

경찰인 오빠와 의지하며 지내는 여고생이 친구들과 부상자들을 돌보고, 시위자들을 지원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 <봄날, 송곳을 쥐다>

오월의 전과 중의 이야기는 훌쩍 뛰어서, 현재이거나 조금 가까운 시점 교실에서 오월을 조롱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화만 낼 뿐 할 말을 찾지 못하던 학생,에 대한 이야기.<투사의 탄생>


5월17일이나, 양치기 소년이 어쩌면 당사자성이 없는 서사라서 조금은 부담없이 읽다가, 봄날, 송곳을 쥐다,에서 마음으로 말리는 나를 본다. 전단지를 필사하고, 주먹밥을 만들고, 송곳을 쥐고 길로 나서기를 결심하며 마치는 이야기에서 나는 소녀들의 치마끝을 쥐고 그러지,말라고 하고 싶었다. 예정된 비극을 아는 심정으로, 말렸다. 깨진 계란이 다른 사람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그 선생님의 믿음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내 자신은 언제나 살아남기로 선택한다. 


투사의 탄생,은 지금 교실에서 벌어지는 혐오표현에 대한 이야기라서 작금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안다고 해도 진지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알면서도 할까봐 가르치는 게 두렵다. 


역사를 보면, 가끔은, 너무 가까운 일들은 아직 '우리'의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6.25 때 총부리를 서로 겨눴던 가문, 조선시대 사화에서 서로를 밀고했던 가문일 수도 있고, 수양대군이 나설 때 수양대군 편에 서서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이거나 단종 편에 서서 가문이 몰살당하는 와중에 겨우 살아남은 사람의 자손일 수도 있는 거니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고, 그 시간에 필요한 건 그저 단순한 도덕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이 있었고, 죽은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우리 가운데, 가까운 이를 잃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조심하는 마음. 투사이거나, 정의일 필요는 없이, 그저 버거운 일을 좀 더 가까이 겪은 사람 앞에서 조심하는 마음 정도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너무 가까워서 아직 '우리'의 역사가 되지 못한 상황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가 제일 중요한 덕목인 정권에서는 그 가치가 좀 더 높게 여겨지다가, 국가가 더 중요한 정권에서는 좀 덜 존중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세월이 흘러서 그 모든 적대와 대립 가운데서 그래도 건전하게 '우리'를 유지하면서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것만이 정의라면, 서로가 상대를 용납할 수 없지만, 우리가 겪은 아픈 역사라는 인식이라면,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같이 살아갈 수는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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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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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읽었다. 

그래도 마치고는, 나는 한겨레문학상과 안 맞다,고 결론지었다.( https://namu.wiki/w/%ED%95%9C%EA%B2%A8%EB%A0%88%EB%AC%B8%ED%95%99%EC%83%81 ) 읽은 것도 별로 없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그래도 그런 인상은 아닌데([알라딘서재]능소화가 궁금하다. ), '표백'도 끔찍했고([알라딘서재]나는 특별하지 않다(스포일러 많음), '말뚝들'도 그렇다. 


그래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해서였다.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다가 다른 서평도 찾아보고, 그래도 좋다는 사람이 있었어서, 더 읽으면 괜찮아지려나, 싶어 읽었던 것도 있다. 

그래도 역시 나는 아니다. 왜 그게 나일리 없다는 거야,라고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에, 그 다음에, 내가 동의하는 그 말을 어떻게 뒤집을지 기대하고 있었다. 이야기에서 전혀 전복되지 않는다. 

나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나는 그걸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라는 허상은 사람의 일이라,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국가던지, 재벌이던지, 뭔가 거대하게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도 역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그 이상한 사건들을 대하는 국가나 재벌에 대한 묘사가 풍자로 읽히지 않는다. 

책 속의 화자가 스스로를 거대하게 생각하는데, 또 그렇게 국가나 자본을 거대하게 생각하는데 따라가지 못한다. 


작가의 야망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한겨레문학상,의 야망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곰곰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좀 이상하지만 말해보자면 이렇다. 

티끌만한 빚조차 잊지 못하는 죽음,만이 순정하다???? 

티끌만한 빚조차 잊지 못하는 순정하고 정순한 우리는, 거대한 빚조차 갚지 않는 저들과 다르다???

죽음조차 정파적인, 이야기 속에서,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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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어서 오세요! FACT에 : 도쿄 S구 제2지부 (총4권/완결)
우오토 / 문학동네/DCW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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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추천해서 본 만화다. 

다 읽고 나서, 나의 재미는 좀 더 액티브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을 거의 옮겨놓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7h4H1CshpM )도 보고, 좋았다면 뭐였을까,라고도 생각한다. 

세상이 이야기로 가득 차고, 삶은 멀고, 이야기는 가까운, 읽어대는 존재라서, 이야기 가운데, 자신이 주인공이기를 바랐었던가, 생각했다. 

나도 젊은이였을 때는 내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거 갈아서, 삶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감각을 가졌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대하소설,같은 거였으니까, 평화로운 시대의 평화로운 삶은, 혹은 격변하는 시대 변두리의 삶은, 이야기가 안 된다고도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가 이야기의 한 가운데 있다고 해도 이야기가 쓰여지기 전에, 그 삶을 알아차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같다. 

젊은이는 결벽적이고, 무한한 가능성 아래 불안하고, 스스로를 거대하게 착각하고, 스스로의 거대함이 외부에 의해 제약된다고 또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인생의 스펙터클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도 있으니, 모든 삶에서 주인공/엑스트라 따위의 구분은 잊으라고 하겠다. 모두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인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히어로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 찌질해보이는 주인공도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라. 

모두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다. 가장 확실한 주인공이 되는 방법이라면, 역시 자신의 삶을 쓰는 것이다. 일없이 다른 삶을 읽고, 나는 엑스트라야,라면서 폄하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쓰지 않더라도, 다른 눈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본다면, 역시 또 그것만으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살아가는 것, 보잘 것 없다는 마음이 닥쳐도, 캄캄한 미래가 앞을 막아도,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역시 미래는 몰라야 제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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