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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여기 저기로 달리는 차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8JdUI51NZg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내가 남편에게 말한다. 

"글쎄, 애들이 반딧불이가 개똥벌레랑 같은 건 줄 몰랐대!"

"에? 그래? 둘이 다른 게 아냐?"

"어, 아빠도 모르네."


딸아이는 뒷자리에서 나무위키를 검색한다. 

반딧불이,는 개똥벌레와 같다,는 설명을 찾고, 다시 반디,가 그 벌레의 옛이름이라고도 찾는다. 옛이름 반디,에서 반딧불,이 되고 벌레의 이름이 반딧불이,가 되다니. 

"에? 초였다가 촛불이었다가 촛불이,가 되었네."

개똥벌레,는 옛날에 그 벌레가 너무 흔해서,이기도 하고 개똥이나 소똥에서 생겨난 줄 알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호박잎으로 반딧불이를 감싸서 호롱불처럼 가지고 놀았다시는데, 냄새가 났었다고 그래서 아마도 개똥벌레일까,라고 하셨다. 


반디,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도 개똥벌레도 되고, 반딧불이도 되네. 

참,이름이란 것도 부질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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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이르게 퇴근했다. 

있으려니 초5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편의 퇴근시간도 늦지는 않고, 아들의 하교시간하고 얼추 맞을 거 같아서, 혼잣말도 아닌 혼잣말로 "아빠가 오빠 태워서 독감예방접종 맞춰 오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초5 딸래미가 

"그걸 바라기만 하면 돼? 말을 해야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얼른 전화해서 통화했다. 전활 막 끊었는데 문을 열고 아들이 들어왔다. 

웃겼다. 아들은 집에서 아빠를 기다렸다가, 주사맞고 아빠랑 같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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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11-08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독감주사를 맞을 시기가 다시 왔네요.작년에 맞은것이 엊그제 갖은데 벌써 11월 이군요.그나저나 요즘 독감주사도 한 5만원 정도 해서 가격이 참 만만치 않을것 같습니다.

별족 2024-11-08 06:5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무료예요. 저도 더 늙으면 무료겠죠. ㅋ

카스피 2024-11-08 17:34   좋아요 0 | URL
어 보건소에서 맞히셨나요.동네 소아과(내과도 함께 운영)에서 4가 백신인가 4~5만원 하는것 같던데요.

별족 2024-11-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건소는 아니고 지정의료기관?에서 맞췄습니다.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초5 딸래미가 물었다.

"딸만 셋이면 제사를 못 지내?" 

"왜? 지낼 수 있지. 먼 소리냐?"

"썰에서 봤는데, 어떤 여자가 딸만 셋인 집에서 아들만 셋인 집에 시집가서 시어머니랑 이야기한 게 나왔는데, 시어머니가 딸만 셋인 엄마 불쌍하다고 했다고."

"뭐라고 해야 하나. 제사야 지내도 되는데, 규칙은 남자들보고 지내라고 하기는 하지. 제사를 지내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안 지내겠다고 싸우기도 하니까, 규칙을 만든 거지. 봐, 성씨를 아빠 성씨 따르게 규칙을 만든 것처럼 제사는 아들이 지내게 하자, 이렇게 규칙을 만든 거야. 규칙이야 그렇지만 딸도 지내도 되. 딸이 지내면 절대 안 된다, 그런 규칙은 아니니까."

"그럼 아들 없으면 제사 못 받아서 불쌍한 건가?"

"뭐, 엄마도 안 죽어봐서 모른다. 죽은 다음에 제삿밥 먹을 수 있는지, 없으면 불쌍할지 안 불쌍할지."

...

"근데, 제사는 산 사람들이 기억하느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 사람이 죽고 나면 점점 잊히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고맙고 그립고 그런 사람들이 일년에 한 번 그 사람 생각을 하려고 모이는 거지. 그런 게 제사라고 생각해. 그리고, 조상을 기억한다는 거, 나를 있게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건 좋은 일이니까. 예전에 부자나 높은 사람들이 더 윗대까지 제사지내고 그랬던 거지. 다른 사람들은 멋지고 높은 사람들이 하는 걸 따라하고 싶어하니까. 살만해지면 제사를 더 지내고 싶어하고. 그런 거지. 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살아간다. 

가끔 이야기가 의미를 가리고, 부여한 의미가 본질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실상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나에게 그럴 듯한 의미들을 수용하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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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설명을 이상하게 하니까 아들이 한참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질문을 했는데, 이게 너무 어려워서 또 이상하게 설명했다. 

주말에 과학토론 심사를 받고 자기보다 잘 한 친구때문에 풀 죽어서는 이마트에 가자고 나선 길이다. 아들은 전기가 이상하다면서 질문을 했다. 

"있잖아. 전기에서 움직이는 건 전자잖아? 전자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가는데,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른다고 하잖아? 우리는 이제 움직이는 건 전자라는 걸 아는데, 왜 흐르는 건 양극에서 음극이라고 하는 거야?"

"..."

"..."

"... 음. 과학의 설명은 어차피 다 헛소리야. 우리가 차를 타고 달릴 때 창밖을 보면 막 나무가 뒤로 가는 걸로 보이잖아. 그러니까 티비에서 차타고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차는 가만히 있고 옆에 배경을 움직여서는 우리가 그렇게 보게 하잖아. 사람들은 마이너스가 움직이는 걸 못 본 거야. 움직이는 건 마이너스지만, 플러스만 보고 있으니까 아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네,라고 보고 다음을 다음을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만든 거야. 그러고 나니까, 나중에 아 진짜 움직이는 건 마이너스를 가진 전자네,라는 걸 알아도 뒤에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어쩌지 못하는 거야. 설명이 이대로 남아 있어도 잘 설명이 되니까."

"뭔가 이상한데." 

"그렇지."

"전자도 2,8,16? 뭐 이런 식으로 첫 궤도에는 두 개, 두번째 궤도에는 8개, 그 숫자가 들어차야 안정되잖아. 그러니까, 두번째 궤도에 여섯개밖에 없으면 다른 데서 두 개 가져오거나, 여섯개를 버리나?"

"다른 거랑 손을 잡지. 그러면 좀 궤도도 바뀌고 안정감도 바뀌고. 그러니까,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지는 거 같은 게 생기지."

그런 게 그저 다 이야기라는 걸, 언제 알게 되려나. 그게 다 이야기이고, 실상은 구름처럼 흐릿하고 불투명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될까. 

아직은 선명해서 과학이 재밌을 텐데, 내가 너무 일찍 이야기를 혼돈에 밀어넣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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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4-23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과학설명을 하실수 있다니 별족님 참 대단하셔요^^
 

오랜만에 집에 온 큰 아이가 일찍 깨서 같이 집을 나선 날, 차 안에서의 말들이다. 

아이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는 중인데, 갑자기 

"아비지옥이 뭐야?"

"모르겠다. 지옥이 여러개인데"

"나태지옥밖에 모르겠네. 에이, 검색할께."

폰으로 검색해서 나온 아비지옥,은 범어 아비치의 음차로 가장 큰 죄를 지은 죄인이 가는 지옥으로 고통의 간극이 없이 계속되는 무간지옥과 같다, 고 나왔다. 

"무간지옥이랑 같은 거네."

"그런데 고통에 간극이 없어? 그러면 그게 고통인가?"

"고통이 고통이려면 고통아닌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쭉 고통이면 익숙해지는데. 고통에 간극이 없으면 고통이 고통인 줄 모르게 되는 거라서 거기는 그냥 무척 권태로운 지옥인가?

"에? 최악의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지옥인데 고통이 없다고? 이상한데."

"이상한가?"

그러면서 책의 그 대목을 잠깐 읽어주는데, 역시 사람 생각은 거기서 거기네, 싶었다. 

고통이 간극이 없이 계속된다,는 말은 고통이 최대치를 늘 갱신하면서 상승하는 것인가, 그래야만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거다,라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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