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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뜻을 알아?

아들에게서 놀라운 해석을 들었다. 

'목소리가 달달하다??'

포도청,을 매실청,같은 걸로 생각한 거다. 


목구멍이 포도청,은 배가 고프면 뭐든 할 수 있게 된다,라는 말,이라고 설명해준다. 


포도청,은 경찰서, 같은 조선시대의 관청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은 배가 고파서 목구멍에 들어가는 게 없으면, 감옥에 갈 줄 알면서도 나쁜 짓도 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준다. 

목구멍과 포도청은 나에게 같은 존재라는 말이라고. 목구멍이 밥 내놔라,라고 명하면, 나라는 존재는 얄짤없이 그 무엇이라도 하게 마련이라는 말이라고. 

포도청,을 설명하기 위해 포도대장,이라는 말을 해도, 아들에게는 달콤한 연상들이 따라온다. 나의 이 익숙함은 사극으로 단련된 어휘인가,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 

시장이 반찬, - 이 말도 뜻을 잘 모르더라. 시장하다,라는 말이 배고프다,라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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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장을 가서, 초6 딸래미랑 걸어서 출근하는 길이다. 

그 날 아침에 '경험의 멸종'책 광고를 본 이야기를 해 줬다. 

"엄마가 아침에 책 광고를 봤는데, 요즘 십대는 선호하는 기술이랑 후각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기술을 선택한대."

"?"

"그러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거지. 스마트폰을 안 쓸래? 냄새를 못 맡을래?라고 물어보면 냄새를 못 맡고 말지'라고 대답한다는 거야."

그런데 애한테 설명해주다 보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이 후각을 잃는다는 게 뭔지 알까? 싶은 거지. 저런 질문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질문이 아닌가. 십대라면 죽음의 무게도 모를 텐데, 저런 질문이 유효할까. 만약 정말 냄새를 못 맡는 채로 하루만 지내봐도 그런 선택을 할까, 의문이 들었다. 

"냄새를 못 맡아도 불편한 게 없지 않아?"

"에? 냄새를 못 맡으면 맛을 못 느낀대."

"그래?"

아무 것도 모르는데, 냄새를 못 맡는 불편을 모르는데, 그런 선택을 어떻게 질문하고, 그 대답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지, 싶었다.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대답을 듣던, 균형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 상대의 말이 어떤 배경 가운데 나온 지 안다면 연구는 가능할까. 책이 묘사한 근심은 정말 유효할까. 

경험의 멸종,이라는 실제의 모험 대신 가상공간의 모험을 모험이라고 상상하는 세태에 대한 어쩌면 경각심은 나나 아이에게는 아직 없는가, 싶다. 책을 읽어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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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6-02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식대가 이연복 쉐프가 후각을 잃어 맛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군요.그분이 하는 요리는 수십년간의 경험이 쌓여서 맛을 안보고도 가능하지만 일반인이 그렇다면 엄청 불편할 겁니다.
하지만 10대들에게 스마트폰을 뺏는 것은 그 어떤 처벌 보다도 가혹하게 느껴질 거에요.
 

명절 연휴, 여기 저기로 달리는 차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8JdUI51NZg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내가 남편에게 말한다. 

"글쎄, 애들이 반딧불이가 개똥벌레랑 같은 건 줄 몰랐대!"

"에? 그래? 둘이 다른 게 아냐?"

"어, 아빠도 모르네."


딸아이는 뒷자리에서 나무위키를 검색한다. 

반딧불이,는 개똥벌레와 같다,는 설명을 찾고, 다시 반디,가 그 벌레의 옛이름이라고도 찾는다. 옛이름 반디,에서 반딧불,이 되고 벌레의 이름이 반딧불이,가 되다니. 

"에? 초였다가 촛불이었다가 촛불이,가 되었네."

개똥벌레,는 옛날에 그 벌레가 너무 흔해서,이기도 하고 개똥이나 소똥에서 생겨난 줄 알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호박잎으로 반딧불이를 감싸서 호롱불처럼 가지고 놀았다시는데, 냄새가 났었다고 그래서 아마도 개똥벌레일까,라고 하셨다. 


반디,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도 개똥벌레도 되고, 반딧불이도 되네. 

참,이름이란 것도 부질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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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이르게 퇴근했다. 

있으려니 초5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편의 퇴근시간도 늦지는 않고, 아들의 하교시간하고 얼추 맞을 거 같아서, 혼잣말도 아닌 혼잣말로 "아빠가 오빠 태워서 독감예방접종 맞춰 오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초5 딸래미가 

"그걸 바라기만 하면 돼? 말을 해야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얼른 전화해서 통화했다. 전활 막 끊었는데 문을 열고 아들이 들어왔다. 

웃겼다. 아들은 집에서 아빠를 기다렸다가, 주사맞고 아빠랑 같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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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11-08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독감주사를 맞을 시기가 다시 왔네요.작년에 맞은것이 엊그제 갖은데 벌써 11월 이군요.그나저나 요즘 독감주사도 한 5만원 정도 해서 가격이 참 만만치 않을것 같습니다.

별족 2024-11-08 06:5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무료예요. 저도 더 늙으면 무료겠죠. ㅋ

카스피 2024-11-08 17:34   좋아요 0 | URL
어 보건소에서 맞히셨나요.동네 소아과(내과도 함께 운영)에서 4가 백신인가 4~5만원 하는것 같던데요.

별족 2024-11-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건소는 아니고 지정의료기관?에서 맞췄습니다.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초5 딸래미가 물었다.

"딸만 셋이면 제사를 못 지내?" 

"왜? 지낼 수 있지. 먼 소리냐?"

"썰에서 봤는데, 어떤 여자가 딸만 셋인 집에서 아들만 셋인 집에 시집가서 시어머니랑 이야기한 게 나왔는데, 시어머니가 딸만 셋인 엄마 불쌍하다고 했다고."

"뭐라고 해야 하나. 제사야 지내도 되는데, 규칙은 남자들보고 지내라고 하기는 하지. 제사를 지내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안 지내겠다고 싸우기도 하니까, 규칙을 만든 거지. 봐, 성씨를 아빠 성씨 따르게 규칙을 만든 것처럼 제사는 아들이 지내게 하자, 이렇게 규칙을 만든 거야. 규칙이야 그렇지만 딸도 지내도 되. 딸이 지내면 절대 안 된다, 그런 규칙은 아니니까."

"그럼 아들 없으면 제사 못 받아서 불쌍한 건가?"

"뭐, 엄마도 안 죽어봐서 모른다. 죽은 다음에 제삿밥 먹을 수 있는지, 없으면 불쌍할지 안 불쌍할지."

...

"근데, 제사는 산 사람들이 기억하느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 사람이 죽고 나면 점점 잊히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고맙고 그립고 그런 사람들이 일년에 한 번 그 사람 생각을 하려고 모이는 거지. 그런 게 제사라고 생각해. 그리고, 조상을 기억한다는 거, 나를 있게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건 좋은 일이니까. 예전에 부자나 높은 사람들이 더 윗대까지 제사지내고 그랬던 거지. 다른 사람들은 멋지고 높은 사람들이 하는 걸 따라하고 싶어하니까. 살만해지면 제사를 더 지내고 싶어하고. 그런 거지. 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살아간다. 

가끔 이야기가 의미를 가리고, 부여한 의미가 본질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실상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나에게 그럴 듯한 의미들을 수용하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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