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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에 대해 쓰면서 우리 문화의 여자들, 특히 어머니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강한 존재'라고 썼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2575630 )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지 나의 클릭질에서 다 드러나니까, 유튜브는 쇼츠로 저 한국엄마 콘텐츠를 보여주는 거다. 

유튜브 쇼츠로 '한국엄마'라는 게 떳다. 한국인 엄마와 흑인 물리학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 스탠딩 코미디언 마이클 요의 콘텐츠다. 


흑인,을 흑인이라고 부르는 게 인종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이 의아한 나의 태도가 저 엄마에게 모두 드러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bXyL3hqefI



https://www.youtube.com/watch?v=1CiUaP8r7Xw


"그래? 거짓말 하랴?"-"뭐? 내가 없는 말 했어?"라고 번역되어 있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게 나는 무례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라는 도구가 갈등을 다루기 위해 개발되어 있는데, 그 말을 왜 자꾸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말라고 하는지 의심한다. 그래도 개중 가장 평화로운 도구, 말로 갈등을 다루기 위해서 우리는 분명하게 말해야만 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자신의 느낌 그대로, 듣는 나는 그 사람의 말의 의도를 넘겨짚지 말고, 들은 데서 출발해서 다시 또 말해야 한다. 내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다면 나쁜 대로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얼굴을 보고 표정을 보고 하던 말이, 글이 되고, 더 넓게 확장되면서 둘 사이 문제 없던 대화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문제가 되는 말들 가운데, 우리는 대화하기 보다 말하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으레 상대를 어떤 틀에 넣어 넘겨짚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면서 오해를 마음 속에 쌓아두는 건 아닌가. 나와 같은 사람은 없는데, 그래서 조율하기 위해 말이 있는 건데, 숨기고 감추고 조심하느라, 아예 말하지 않기로 결심하다니 너무 답답한 세상이다. 

그래, 세상 모두가 이런 나를 무식하고 무례하다고 해도 나는 저 한국엄마처럼 굴어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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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같이 보고 나와서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으니, 아이들이 재밌다고 했다. 


나는 심심하고, 별 재미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반응이 신기했다. 

요즘 좀 진지한 문화비평을 읽고 있나 싶은 중딩 아들은 '어려운 질문을 쉽게 보여주는 영화'라는 감상을 남기고, 초딩 딸은 '재밌었다'는 짧은 감상이었지만 재밌었던 거 같다. 

폭력이 난무하는 오락영화들을 주로 같이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 못한 나의 감상은 역시 범죄도시인가, 싶었는데 말이지. 이야기가 여러 갈래고, 복잡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단순한 이야기가 좋은데,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의 감상은 나중에 남편이랑 둘이서만 차에서 했다. 나는 개의 설계사,를 읽은 데다가, 지금 어떤 관계들은 물성이 없어서-전화통화로만 이루어진 관계들이 있다, ㅋ- 저런 이별을 상상하는 것, AI로 죽은 사람의 가상 시뮬을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AI가 스스로를 엄마로 상상하면서 폭주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려주지 않은 정보를 알은 채 하는 게 가능한가, 같은 생각을 했다. 플래너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남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을 했지. 나는 그 서비스가 보여주는 어떤 형태가 진실이 아니라, 내가 제공한 정보로 만든 허상이라고 생각하니까, 영화가 아닌 채 해도 그런 거니까 말이지. 남편은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에 불만이 있는 거 같았다. 원더랜드라는 가상공간에 자신의 삶이 있는 AI라는 설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 같다. 

찾아 본 어떤 감상은 죽음을 슬퍼하지 않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거였다. 

그렇지,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지, 라고 새삼 자각했다. 

어려운 질문을 쉬운 그림으로 보여주는 영화였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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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이들 모두와 영화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봤다. 

보고 나온 차 안 에서, 

"어떻게 제 머리를 그렇게 피가 철철 나게 칠 수 있다니?"

"나도 그 생각 했는데."

"왜 그랬다니?"

"학교가기 싫으니까."


"센과 치히로,도 생각나고, 하울도 생각나고 좋던데."


"어려웠어. 하고 싶은 말은 뭘까."


나는 이 영화에서 노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하려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다. 

가상의 공간으로 달아나지 마, 살아. 현실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거다. 


악의가 없이 선의로만 가득 찬 세상은 불가능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삶보다 선의만큼 악의도 있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들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노골적이라 싫었고, 별로였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하고 싶은 말은 그거지만, 나도 어떻게 말할 지 알 수 없다는 혼돈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어서 좋았다. 

살아가는 가운데 마주치는 모순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로 한다.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환상적인 모험 다음 순간, 언제나 돌아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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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수학
https://www.youtube.com/watch?v=Zh3Yz3PiXZw&t=46s


네가 믿는 걸 나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너와 적대한다. 
그렇지만 나의 믿음은 너를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너의 믿음으로 너를 공격해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믿음 자체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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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고 싶대서 보러 갔다. 

나는 양이 늑대랑 우정을 나누는 것도 싫어하고(https://blog.aladin.co.kr/hahayo/5025827), 주토피아도 싫어하는데(https://blog.aladin.co.kr/hahayo/8604003), 여기서는 물이 불이랑 사귄다. 좋을 리가 없다. 

사랑은 생존 다음에나 누리는 건데, 이야기를 만드는 한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너무 당연시하는 문제가 있다. 물이 불이랑 만나면 물이 증발하든, 불이 꺼지든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판에 사랑이라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답없는 존재들이다. 

코코에서도 드러나는 문화창작자의 우월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7267949)가족을 떠나는 존재들의 묘사,는 역시 서구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더하여, 이민자 정체성,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아들의 절을 받지 않는 엠버의 할아버지같은 사람인 거다. 

파친코를 볼 때도, 엘리멘탈을 볼 때도, 서구인의 비대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 한국계임을 드러내어 스스로를 파는 이민 2-3세대에 대한 거리감이 생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2-3세대야, 뭐 미국사람이지 한국계라는 게 의미가 있어?라고 말하더라. 뭐, 나는 2-3세대가 가지는 묘한 심사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외로움이나 고립을 부풀려서 생각하기 마련인 십대시절을 지나고, 성인이 되어 부모가 떠나온 자신의 뿌리가 지금 자신에 속한 산업(문화지)에서 각광받고 있는 걸 보는 건 어떤 마음일까, 싶은 거다. 여기가 얼마나 고 레벨의 경쟁사회인지는 모르면서, 부모가 떠나온 세상의 어떤 걸 들어 자신을 팔려고 한다. 미국인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면서, 스스로를 한국계,라고 부르겠지, 싶다. 선택하지 않은 이주라서 피해의식이 드러나 보인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했으니, 뭐, 나는 이제 너무 어른인가, 생각하고. 

구름이 내리고 홀쭉해졌던 비행선이 다시 구름을 태우고 빵빵해지는 게 좋았다고 해서, 뭐 그럼 됐다, 싶다. 


나는, 디즈니와 결합한 픽사가 유머감각을 잃었다고, 지나친 은유가운데, 대책없는 이야기 가운데, 겨울왕국에서 멋지게 비튼 어떤 클리쉐들이 다시 등장한다. 사랑이 전부인 양 키스로 마치고, 죽음 뒤에 다시 살아난다. 뒤에 꼬맹이들은 울었다는데, 다시 살아나다니. 

음, 조만간 디즈니는 양치기 소년처럼 아무도 울리지 못하는 이야기나 만들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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