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한빛문고 12
이문열 지음, 김동성 그림 / 다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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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대로 읽었던 걸까, 이전에 읽은 민담 가운데 아는 걸까, 모르겠다. 

너무 너무 박복해서 고아가 된 가난한 소년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이 모든 복없음에 대하여 옥황상제에게 말해보려고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난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처녀 혼자 지키는 외딴 집에서 괴물을 물리치고, 끝없는 벌을 가로지르고, 높이를 알 수 없는 산을 오르고, 이무기의 등에 타서는 결국 옥황상제를 만난다. 벌 끝에 선비는 세상 모든 책 속에서 하늘 가는 길을 찾는 중이고, 높이를 알 수 없는 산의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읊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늘에 닿느니보다, 자신의 춤과 노래와 시로 하늘의 한 자락을 땅에 불러오려고 하고, 높은 산 높은 곳의 도 닦는 사람은 자신의 정신만이라도 하늘로 보내보려고 하고, 이무기는 날아서 하늘에 가려고 한다. 그 모든 사람이 결국 닿지 못한 그 하늘을 청년은 이무기의 등에 올라 내던져져서 결국 닿는다. 옥황상제에게 탄원해서 비어있는 자신의 복단지를 채우고 다른 사람들의 의문에 답을 듣는다. 돌아오는 길에 왜 이무기가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지, 왜 도인이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지, 그 사람들이 하늘을 조금이나마 당겼는지, 왜 선비는 하늘에 닿지 못했는지, 왜 처녀의 집에 머리 둘 달린 괴물이 나왔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처럼, 그 처녀와 결혼해서 살다가 다시 길을 나서는 것으로 마친다. 

전설의 고향,이나 전래동화집,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였는데, 다시 쓴 사람이 이문열, 이라서 읽어볼 마음을 먹고 읽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어서 재미가 없나, 싶어서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했는데, 아이는 처녀 집에 괴물을 처리하기도 전에 못 읽겠다고 했다.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은데, 싶었다. 

어른인 내가 아이가 읽었으면 싶은 어떤 주제들이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읽기 싫은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인지도 궁금했는데 알 수 없게 되었다. 엄마의 궁금증을 고려해서 힘들어도 끝까지 읽고 얘기해 줬으면 좋으련만, 그러질 않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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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07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작가가 이런 아동 동화책도 썼는지 몰랐네요.
 
채석장의 소년 한빛문고 19
염상섭 지음, 유기훈 그림 / 다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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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하늘길,을 사면서 염상섭의 채석장의 소년,도 같이 넣었다. 

이문열,의 하늘길,은 이미 내가 읽었었나, 싶은 이야기였고, 채석장의 소년,은 애니 개봉 후 구해 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이 났다. 계급이 다른 소년들이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과거란 잊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기부 전단지에 보이던 어린 나이에 엄마와 아니면 엄마도 없이 채석장에서 돌을 깨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봤는데, 처음 그런 장면이 나온다. 열 두세 살쯤 먹은 소년이 더운 날 땡볕아래서 엄마와 돌을 깨고, 그 옆에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논다. 작업장과 놀이터가 분리될 수 없는, 해방 이후 복작대는 도시의 풍경이다. 전재민,이라고 불리는 여기서 전쟁은 일본이 패망한 전쟁이고, 전쟁의 재앙을 겪은 이라면 만주나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가 돌아와 몸 누일 방 한 칸 없이 돌아온 사람들이다. 돌을 깨는 소년은 그런 전재민이라, 언덕배기 방공호에 살고, 공을 차고 노는 소년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옛날을 좀 더 그럴 듯하게 상상하는 가운데, 나는 모두가 가난해서 그래도 덜 박탈감을 느끼는 시대라고, 혹은 그래도 좀 더 인간적이고 믿을 만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는 그렇지만은 않다. 

모두가 가난하지는 않지만, 아예 생존이 위협받는 중이라, 다른 쪽에 눈 돌릴 틈이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거 같은 묘사다. 학교에는 자기 책상은 들여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난한 학생이 그 돈을 벌려고 돌을 깨고 있고, 가난한 엄마가 친정에 가 있는 사이에 배를 쫄쫄 곯다가 쓰러지는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 2층 양옥에 맞춤 운동화를 신고, 간식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소년도 있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삶은 고되고, 그 와중에도 우정이 있어 살 만해지는 어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재미나게 읽었는데, 아이들은 읽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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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2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염상섭하면 고작 표본실의 청개구리만 생각나는데 이런 청소년 책들도 저술하셨나 보네요.어느 시대건 빈부의 격차는 생기나 본데 비록 전란이후 시대라고 하지만 채석장에서 일하는 어린이가 한국에서도 있었던 시절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참 아파옵니다.
 
[전자책] 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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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드라마 광고를 보고 책을 찾아 읽었다. 

탄금,이라, 어찌저찌 옛 형벌이라는데 진짜일까 의심이 든다. 금을 삼키는 벌이라, 무용광고였던가, 중국에서 황실의 여자를 폭포처럼 쏟아지는 흰 비단으로 죽였다는 이야기도 생각나고 말이지. 모르는 일이라고, 쓸데없이 사치스럽다.  

드라마,는 음, 여자 주인공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안 보기로 했다.

여성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는 현대의 여성이, 사극이라는 설정 안에서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들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같을 수도 있겠다. 드라마를 먼저 봤으면 좋아서 책을 봤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냥 취미로 지붕에 올라가는 여자애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취향의 문제다.

작가는 어떤 이미지를 원했던 건가, 생각은 해 봤다. 

이복동생임을 주장하는 낯 선 남자와 양자로 들여 오라비가 된 남자, 사이에서 가짜 이복동생에게 마음이 쏠리는 아슬아슬한 금지된 마음을 묘사하는 것. 

조선시대,라는 배경 가운데 금지된 것들로 성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고, 그래서, 온 몸을 꽁꽁 싸맨 사극 속의 남녀가 손만 스쳤어도 절절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서, 물론 나도 사극 좋아하는데, 나의 취향에는 좀 노골적인 데다가, 여주인공이 정말 별 역할이 없다. 이미지로만 전시되는 강인함에는 끝까지 알맹이가 없고, 그 와중에 그 여주인공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는 채로 쉽게 끝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라마,를 보면 다를까. 모르겠네. 

제목이 왜 탄금,일까 계속 생각하는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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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1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족님 글을 읽으니 드라마 탄금이 궁금해서 보고 싶었는데 공중파가 아니라 넷플릭스라서 시청 보기해야 겠네요ㅜ.ㅜ
 
[전자책] 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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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상나라-내가 배울 때는 은나라였다-에 대한 최신의 발굴결과를 토대로 상나라가 어떠했는지, 주나라는 어떻게 세워졌는지에 대해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상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이야기는 주지육림의 마지막 왕에 대한 이야기와 봉신연의다. 봉신연의는 책으로도 드라마로도 봤다. 

상나라에 대한 최신의 발굴결과들을 묘사하는 내용들은 무섭다. 무섭지만 계속 읽었다. 무섭지만, 재밌었다. 인간의 잔인함을 보는 일은 경각심을 준다. 


한자에 대한 책을 볼 때, 한자는 '전쟁과 제사를 위해 만들어졌다'라는 묘사를 본 적이 있다. 한자라는 문자의 많은 부분이 전쟁과 제사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전쟁과 제사,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제사,를 개별 가문에서 이뤄지는 선대 조상에 대한 공양, 정도로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최신의 고고학적 발굴이 드러내는 제사,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니까, 제사장인 공자가 제사 예법 전문가로서 안내하던 그 제사의 원형은 잔인하고 무시무시하다. 피와 살이 튀는 언어,의 묘사가 함축적이거나 현대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문자의 형상 가운데 숨어 있었던 거다. 코를 베고(劓), 귀를 베고(刵), 눈을 뚫고(民), 창으로 목을 치고(伐), 묶어 질질 끌고 가고, 고통으로 소리지르고, 그 소리가 하늘에 닿게 하고, 죽여 그 살을 나눠먹는 제사의 모습이 문자로 남아 있었다. 이제 새로이 발굴된 제사갱의 뼈로도 남아 있다. 


국가,가 생기기 전 고만고만한 부족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시대에 두드러지게 강력한 부족이나 나라가 돌출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의 등장 가운데, 그 존재의 믿음을 알게 된다. 저 강한 나라/부족이 신에게 선택을 받아 자신을 지배하고 있고, 그 신께 무엇을 바치고 있는지 보는 순간의 두려움을 상상한다. 다시 역사 가운데, 그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새로운 나라의 믿음을 구성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후대에서, 새로운 나라의 믿음을 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과거를 덮었는지도 상상한다. 


믿음,은 무섭고, 믿음을 이겨내기 위해 다른 걸 믿기로 한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국가의 새로운 믿음을 위해 아예 이전의 역사를 날조하기로 공모하는 후세에 대한 이야기로 역경과 사서에 대해 썼다. 애달프고도 간절하다. 


우리가 이걸 알게 되는 건 도움이 될까.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는 모두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지만, 이 두 용어의 의미는 전혀 대등하지 않다. 청동기는 석기를 완전히 도태시키지 못했으며, 그저 상류사회 사름들의 생활이 바뀌었음을 나타낼 뿐이었다. 마치 문자를 발명한 뒤에도 대다수 사람이 여전히 문맹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의 발전 수준은 종종 소수 엘리트 계층이 대표하곤 한다. - 12%


바꾸어 말하자면 그들은 '야만'의 이족異族을 신들과 선조에게 바치는 방식으로 하늘의 축복과 보우를 기원하고 그것을 통해 대지에 군림하면서 여러 부족을 통치할 칼자루를 획득했던 셈이다. 

상나라 사람들의 인신공양제사가 흥성할 무렵에 왕실은 그런 제사의 최대 주관자가 되었다. 이것은 왕권과 신권이 고도로 융합했음을 나타낸다. - 22%


게다가 사회의 잉여 생산품을 소모하여 부의 지나친 집중으로 인해 직업적 통치계층이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26%


상나라 사람들의 관점에서 세계는 냉혹하고 폭력과 살육, 약탈, 불안전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그들은 귀신에게 명확한 선악개념이 있다고 여기지 않았고, 어쩌면 그들에게 본래 명확한 선악개념이 없으니 당연히 귀신이 그런 것을 가졌으리라 상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34%


선조가 되는 신들의 관계가 화해를 이루어야 인간 세상의 각 부족의 관계도 화해를 이룰 수 있다. - 50%


사기 은본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주왕은 달변인 데다가 견문이 무척 민첩하여 용력이 남들보다 뛰어나 손으로 맹수를 때려잡았다. 


그러나 그의 결점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수 있다. 자신감이 지나쳐서 세상 사람들의 능력이 모두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고 남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변명할 재능이 있었다. 그야말로 이런 격이었다. 


지혜는 간언을 막기에 충분했고, 말 솜씨는 잘못을 꾸미기에 충분했다. 신하들에게 능력을 자랑하고 천하에 명성이 높아서 모두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겼다. - 61%


이 때문에 상 왕조와 적대한다는 것은 귀신 세계의 의지를 위반한다는 뜻이니, 성공할 수 없었다. - 63%


사기 은본기에서는 또 주창이 석방된 뒤에 '낙서의 땅'을 바치며 주왕에게 포락형을 폐지하라고 청하자, 주왕이 허락했다고 했다. 사실 이것은 후세에 만든 도덕적 서사일 뿐 당시의 규칙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주왕 시기의 큰 특징은 다른 부족의 인간 희생뿐만 아니라, 상족의 귀족도 죽여 제사에 바쳤다는 것이다. - 71%


신과 소통하는 이 두 사람은 모두 각자의 문명을 변화시켰다. 다만 모세는 하느님과 특정 부족에만 묶여 있었으나, 문왕은 상제와 특정 부족 사이의 연결을 풀어버렸다는 점에서 달랐다. - 75%


'덕'에 대한 그의 해석은 그저 보통 사람의 아름다운 바람일 뿐이었다. 즉, 살인하고 싶지도 않고, 까닭없이 살해당하고 싶지도 않으며, 성스럽고 명명한 군주의 통치 아래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갈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형 주발은 반드시 '덕'이 있는 군주가 되어야 했으니, 그렇지 않으면 주족 전체가 죽어도 묻힐 곳이 없어지는 지경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 79%


때로 주공은 노골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고 위협하고 이익을 내세워 유혹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상족이 이런 것들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그들에게 도덕을 이야기하면 지나치게 심오해서 쇠귀에 경을 읽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이것은 긴급한 일이 있을 때였고, 평소라면 상족에게 도덕을 설교해도 괜찮았다. -86%


이번 주공과 소공의 대화 가운데 일부는 『상서』「군석 君奭」에 수록되었다. 거기서 주공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왕조의 흥망과 교체의 교훈이었다. 그는 이 일의 배후에 하늘-상제의 변화 의지가 있으나, 천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바로 사람의 '덕', 그러니까 현실 문제를 처리하는 인간의 준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공은 "하늘은 믿을 수 없다 天不可信"라고 하면서 사람이 상제의 뜻을 짐작하려는 것은 지나친 욕망이니, 그저 인간 세상에서 해야 할 의무를 잘 이행해야 할 뿐이라고 했다. - 87%


너 주봉이 형벌을 가하고 죽이는 경우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하라. 네 주봉이 또 코를 베고 귀를 자르라고 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하라. 

非汝封刑人殺人, 無或刑人殺人. 非汝封又曰劓刵人, 無或劓刵人.(『尙西』「강고」) -88%


이것은 주나라의 전통적인 '동성불혼 同姓不婚' 즉, 존외혼 族外婚 관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 90%


첫째, 그것은 상족의 문자 체계를 계승했으나 일부 언어 습관은 주족에게서 비롯되었다. 둘쩨, 그것은 상족의 '상제'관념을 계승했으나 또 점차적으로 약화시켜서 뜻이 애매모호한 '하늘天'로 바뀌었다. 셋째, 그것은 상족의 인신공양제사 종교를 엄격히 금지하고 인간과 신 사이의 거리를 멀리 벌려놓아서, 신들이 직접 인간 세상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거절했다. 넷째, 주족은 신중하고 겸손하며 집단을 중시하고 우환 의식이 풍부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새로운 화하족의 전형적인 품격이 되었다. - 90% 


부귀한 자는 처첩과 노비를 저승으로 데려가서 계속 자기를 모시게 하고 싶었으므로, 고대 사회에서 인간 순장은 단절되지 않고 청나라 때까지 면면히 이어졌다. - 92%


3000년 전의 고대 인류 문명에서 오직 화하만이 독자적으로 신권의 통제에서 벗어나 하나의 '이류異類'가 되었더. 이것은 지나치게 조숙한 세속 문명으로서 지금까지 줄곧 지속되고 있다. - 93%


하지만 주공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상족의 인신공양제사 종교와 그와 짝을 이루는 약육강식의 종교적 가치체계를 소멸한 것이었다. - 93%


주공의 사상이 나타나고 형성된 것은 주로 인신공양제사를 지내는 종교에 대한 두려움과 그런 종교를 소멸해야 할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 93%


이런 세속적 도덕 원리는 '추기급인推己及人'즉, 자기와 타인의 입장을 바꾸어 고려해서 타인을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 93%


말하자면, 민족 간의 정복과 살육에서 화해와 융합으로 나아갔고, 공자는 그 수혜자이자 이 은밀한 비밀을 풀어낸 사람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으나 분명히 말하지 못하고, 그저 꿈속에서만 하소연할 수 있을 뿐이었다. - 95%


어쩌면 인간은 깊은 연못을 응시하지 말아야 할 듯하다. 설령 깊은 연못이 거기에 있더라도. -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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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11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나라는 사기에 기록되어 있었지만 중국에서도 신화로 취급했지요.근데 갑골문에서 발견한 역대왕의 이름이 사기와 동일해 실존하는 나라로 판명되었지요.그리고 상나리시대의 청동기는 현대에도 복원이 불가능한데 주조방법이 노예의 희생을 담보로해서 현대에는 제작불가라고 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살아남기 - 밈과 혐오의 세계 생존 전략
마이너 리뷰 갤러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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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재밌다고 자꾸 권해서 읽어보았다. 유튜버 마이너리뷰갤러리,의 두번째 책이다. 

만화책으로 많이 나오는 '살아남기'류의 안내서다. 

나는, 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읽는데, 딸아이가 재밌다면 뭘까 궁금하기는 하다. 

"내가 커뮤니티는 안 해서"라고 감상을 시작하려고 했더니, "거기 나온 거 거진 다 알지?" "응", "엄마는 하는 거야", "안 쓰는데?", "그래도 하는 거야", 라고 한다. 뭐 그런 건가. 

나는 하릴없이 폰을 볼 때, 다음에 가서 펀 게시판을 계속 링크따라 여는데, 그러면서 커뮤의 글들을 본다. 그리고, 굳이 꼽자면 알라딘을 하고 있고, 여기는 글도 쓰고 있다. 커뮤의 말들을 내가 거진 아는 이유는, 펀 게시판을 계속 열어보기 때문인가, 싶다. 

게다가, 인터넷 세상이 처음 열린 순간부터 어쩌면 밀도는 낮을지 몰라도 꾸준하게 계속 해 오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인터넷 세상에 막 진입한 어떤 사람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에 깊게 몰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터넷 세상의 성격을 알려주려고 쓴 글이다. 여기는 가상의 공간이고, 실재의 삶이 너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먼저 화내는 사람이 지는 사람'이라는 태도로 달려드는 공간이라는 거다. 조롱과 혐오가 기본값이고, 너무 진지한 건 웃음거리가 되는 가장 사랑하는 걸 공격하기 위해 숨죽이고 그게 드러나길 기대하는 공간. 

주목받고 싶었던 날들에 '무플보다 악플'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들락거리는 어떤 곳, 현실이 커지면 외면하다가, 커졌던 현실이 작아지는 순간이나, 커졌던 현실에서 내쳐졌을 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놓는 곳, 커뮤의 말들이나 커뮤의 태도라는 안경으로 현실을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는 공간, 현실과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는 현실이 되는 공간. 함께 만드는 어쩌면 지옥.

나는, 이 안내서가 알려주는 '혐오와 조롱이 기본값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고지식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예전에 다른 책을 읽고 비슷한 감상을 남긴 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hahayo/9134986 ) 삶의 균형은 내가 잡아야 하고, 어디에 살든 사람이 살고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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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10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Z세대들이 과거 세대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과도한 SNS탓이란 의견도 있더군요

별족 2025-05-10 17:10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가운데 행복은 없죠. 그게 뭐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