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MV로 봤다. 

감독이 균형감각이 없는 거 같다. 

피해의식을 피해,로 생각하는가,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럴 수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피해의식,을 피해,라고 생각하고,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자들이 추근댄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말을 은근한 자랑으로 들었다. 

나의 피해의식,일 수 있지. 나는 성적 매력이 없어서 추근대는 사람도 없구나, 라는 생각도 같이 들어서, 순순하게 들을 수가 없었던 거다. 그러다가 내가 엄청 고달픈 적이 있었는데, 그걸 자랑이라고 받아들였던 내 자신의 순간이 있어서, 나는 아예 말하지 못하겠더라. 

성적인 말들이 비밀이 되는 것은 관계의 은밀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여성 내의 경쟁관계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의식,과 피해,는 다르지 않나. 

영화는 피해의식,과 피해,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만든 이야기 같았다. 

영화 속에서 너무 이해되지 않는 장면은 이런 거다. 


1. 늙은 청풍방직? 사장의 뒤로 벌거벗은 여자들의 흑백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사장은 쿨병 걸린 문화 창작자로 스스로를 여겼어서, 다 늙어 몸도 못 가누며 누워 있는 방에 그런 것들이 다닥다닥 붙여 놓은 건가? 거동도 불편한 그런 할아버지가 자신의 취향으로 전시할 공간을 가질 수 있나? 

아직도 나는, 그 사장이 악당인지 의심하고 있다. 모든 궁녀의 소유권을 행사했던 왕은 어쩌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막기 위해 필살기를 쓴 거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는, 그 사장이 악당인 이유는 그 엄마가 주장하듯이 강간,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원을 약속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그 사장이 악당인 이유로는 그 할머니의 증언밖에 없잖아? 이렇게 의심하고 있으면, 그 감상적이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젊은 여자 피디가 말하는 것처럼, 그 남자의 현 상황이 '천벌'일 수는 없는 거니까 말이다. 이상한 공간에 있는 이상한 할아버지는 이야기 안에서 천벌받은 이상 성욕자여야 할까? 


2.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 앞에서 자신의 강간 경험을 증언하고, 죄를 구하는 말을 한다.

그럴 필요가 있었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나는 그런 이야기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못 한다고 생각했다. 


3.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못 생겼다'고 말한다고? 

딸한테, 못 생긴 얼굴,이란 게 있어? 라고 묻고 응.이란 답을 들었다. 

그럼 그 사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어?라고도 물었어야 했는데. 그 질문을 안 했네. 

사람들이 예의가 없어. 방송국,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하다니 그럴 수 있을까, 의심했다. 다들, 자신을 꽃같이 예쁘게는 못 꾸며도 좀 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인 체 꾸미는 거 아닌가? 


과거가 잔인했다면 어떤 면에서 그랬을까? 가난했고, 좀 더 노골적이었을 수는 있어도, 역시 지금이랑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인데, 그 때는 잔인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잔인해보이지 않는다면, 감독은 자신이 다른 위치에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거기서 거기고, 순전한 악한이나 순전한 선인이 없는 것처럼 괴물같은 못생김 따위는 없는 거지. 


https://blog.aladin.co.kr/hahayo/10333292 내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읽고 쓴 서평이다. 이 때도 나는 못생김,이라는 걸 자각하는 건 어렵고,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인 못생김은 없다고도 썼다. 예쁘고 미운 건 상대적인 거고,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그 눈 먼 남자는 사리분별이 아예 안 되었던 거야, 싶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데, 뭘 기대했던 걸까? 자신의 아내가 세상 제일 예쁜 사람이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 못생겼다는 여자는 사리분별이 아예 안 되었던 거야, 싶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데, 뭘 믿고 그렇게까지 용맹했던 걸까. 눈먼 자신의 남편 덕분에 용기가 났다는데, 왜 그렇게까지 했던 걸까. 영웅이 되고 싶었던 걸까. 딱 한 명뿐인 지지자를 믿고??? 위한다고 해 봤자 뺨이나 올려붙이는 자신의 직속상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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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이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너무 재밌다고 도파민 폭발,이라고 했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 새삼 놀라면서, 지금 뒤늦게 호응하는 독서가들도 궁금하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겨우 겨우 읽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핫했는데, 그 때도 읽어보려고 했었다는 걸 읽기 시작하고 생각났다. 모르는 이야기가 아닌데, 싶더라. 그 때는 음, 스물일곱에 자가용을 몰면서 월세를 받아 사는 젊은 여자의 도입을 참아내질 못한 거 같다. 게다가 그때의 나는 페미니즘에 경도되어 있었으니 그 여자가 제도권 페미니스트,들을 조롱하는 것도 기분나빴을 거다. 여러 종류의 감정으로 젊은 나는 이 책을 보다 말았지만, 지금의 나는, 딸이 좋아한 건 뭘까, 궁금하고, 지금 다시 이 책이 핫하다는 것도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그러고도 결국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어쩌면 궁극의 미러링?인가, 싶은 내용이지만, 어디서 도파민이 터지는 거지. 

그러고는, 미친 사람이 쓴 건 못 읽겠어, 게다가 삶의 수고로움이 없는 주인공은 재수없어, 라고 딸에게 감상을 말했다. 

미친 사람이 화자인 이야기, 나는 못 읽겠어,라는 나의 말에 딸은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알려줬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란 책 뒤에 직소,라는 단편이 붙어 있다고. 가롯 유다, 관점에서 쓴 이야기라고, 재밌었다고 했다. 

그래서, 읽었다. 단편이라니, 좋아,라면서 읽었다. 


다 읽고는 말했다. 

멀쩡하던데??

직소의 화자는 강민주,처럼 단호한 확신이 없다. 강민주가 가지는 자기확신, 을 나는 혐오한다. 상대를 돈으로 호감으로 조종하면서, 스스로를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그 말들이 싫었다. 생각해보면, 강민주가 그대로 화자가 아니라, 약간은 강민주를 비추는 작가시점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강민주가 주인공인데, 화자는 아니야. 그런데, 강민주는 자기확신에 도취된 스스로 교주같은 인물이니까 내가 못 봐주겠는 거다. 이입할 수도, 응원할 수도 없다. 그런데, 직소는 화자이면서 주인공이니까, 그 모든 스스로의 혼란이 드러나고, 나는 그 혼란에 이입할 수 있는 거지. 갈팡질팡, 우왕좌왕.


어찌보면, 직소는 강민주의 숭배자가, 강민주를 쏘고 나서 하는 긴 고백같다고도 볼 수 있는데, 나는 스스로를 신격화한 존재에 이입하기 보다, 내 옆의 범부에게 더 이입하기 쉬운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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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어서 진보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것이고,늙어서 보수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지요.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어요.

별족 2025-09-24 06:40   좋아요 0 | URL
젊어서는 안 읽었어요. 역시^^
그 말은 참 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진보와 보수,는 책임을 지고 있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어서 가능하다던 이상은 책임지는 위치에서 가능하지 않으니까, 조용해집니다. 저는 부모고, 집 안에 실권자?인데 집 안 조차 평등하고 자유롭고 차별 없게 못 하니까요. 다섯명 뿐인데도요. 그런데, 젊은이였을 때는 수천, 수만, 수백만, 수천만인 나라가 평등하고, 자유롭고, 차별없기를 큰 소리로 말했으니 뭐-_-;;;
 

초6 딸래미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나는 릴스에서 본 두통치료법을 해보고 싶었다. 수건을 접어서 머리에 대고 물컵을 뒤집어 올리면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가고 머리가 안 아프다는 릴스들이 떴었거든. 아마도 인스타? 

해 보자,고 머리에 댔는데, 오~ 신기하게 기포가 막 올라오는 거다. 

나의 그 꼴을 보더니 중3 아들래미가 그냥 바닥에 함 해보라면서 컵을 거실탁자에 뒤집었다. 

뭐, 한 방에 다 물이 빠져나갔지, 뭐. 

그래 쟁반을 받쳐서는 획 뒤집었더니. 

음. 그 신기한 기포가 똑같이 보인다. 

엄마, 릴스 좀 그만 봐,라고 하는데 할 말이 없다. 

딸래미한테 두통이 없어졌어?라고 묻는 수밖에. 

그러니까, 그 기포를 찍은 사람들이 두통이 없어진 이유는 조금씩 물이 머리를 적시면서 머리가 식어서 그런 건가. 

모르는 일들이 너무 많고, 나도 너무 잘 속는데, 뭐였을까. 

그 두통이 사라졌다는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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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3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인 두통이면 큰 상관이 없는데 편두통이면 주의하셔야 되요.저도 어릴떄 갑자기 머리가 이픈적이 많았는데 커서 편두통이란 것을 알았거든요.편두통은 정말 벽을 두드려서 고통을 잊고 싶을 정도로 심한 경우도 많아요.
 

목구멍이 포도청, 이야기를 하고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가 뭔 말인지 알아?"

"알지, 설레발 친다는 소리잖아. 그러니까 앞서 나가고, 그런 거"

"그럼 '김칫국부터 마신다'앞에 뭐가 있는지도 알아?"

"뭐가 있어?"

"모르네, 그 앞에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가 있어.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는 거지. 그 떡을 보고 '와 맛있겠다, 그런데, 저 떡을 먹으면 목이 막히겠지, 그러니까 김칫국을 마셔야겠다' 그러고 마시는 거지. 웃기지?"

"그러네."

와, 재밌네. 


다른 날 아이가 해 준 이야기는 이런 거

"엄마,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말 있잖아? 거기서 밥을 먹는 게 누구인가,에 대한 얘기가 있대. 엄마는 뭐라고 생각해?"

"어? 어. 여태 밥은 개가 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밥은 내가 먹고, 건드리는 게 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개가 먹는 거라고 했다더라고."

"오~ 신기하네."


티비에서 본 건 이런 거.(핸섬가이즈,에서 나온 거였지)

'까라면 까라'는 앞에 뭐가 생략되어 있다는 거다. 

에? 나는 까라면 까라,를 아는데, 나도 딱 아이들이 김칫국부터 마신다,를 모르는 거처럼 그 앞에 뭐가 있었는지 모르네. 

티비에서 알려준 내용은 '엉덩이로 밤(송이)을 까라고 해도'였다. 

야, 그 정도는 못 까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 


오래 전부터 말해지는 오래된 짧은 이야기들 가운데, 남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이 말들에 있다. 

다음 세대에는 무엇이 얼마나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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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07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김칫국을 마신다의 앞에 떡줄 사람을 생각도 않는데라는 것이 빠져있었네요.저도 별족님이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까막게 잃어먹고 있어군요.정말로 이런 속담들은 시간이 흐르면 그 원뜻을 기억하는 이들이 없어지면서 하나 둘씩 우리 주변에서 사라질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5-08-0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라면 까라 가 절대로 쉬운 말이 아니었군요.
 

아이들에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뜻을 알아?

아들에게서 놀라운 해석을 들었다. 

'목소리가 달달하다??'

포도청,을 매실청,같은 걸로 생각한 거다. 


목구멍이 포도청,은 배가 고프면 뭐든 할 수 있게 된다,라는 말,이라고 설명해준다. 


포도청,은 경찰서, 같은 조선시대의 관청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은 배가 고파서 목구멍에 들어가는 게 없으면, 감옥에 갈 줄 알면서도 나쁜 짓도 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준다. 

목구멍과 포도청은 나에게 같은 존재라는 말이라고. 목구멍이 밥 내놔라,라고 명하면, 나라는 존재는 얄짤없이 그 무엇이라도 하게 마련이라는 말이라고. 

포도청,을 설명하기 위해 포도대장,이라는 말을 해도, 아들에게는 달콤한 연상들이 따라온다. 나의 이 익숙함은 사극으로 단련된 어휘인가,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 

시장이 반찬, - 이 말도 뜻을 잘 모르더라. 시장하다,라는 말이 배고프다,라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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