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마치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권하지 못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원형적 믿음이나, 태도에 대해서 어지럽게 생각한다. 

아더왕 3부작을 읽을 때, 가장 흥미진진했던 토착종교인 드루이드교와 신흥종교인 기독교가 충돌하는 묘사들이 떠올랐고, 이 책 속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드루이드교를 연상시켰다. 

사노 요코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에서 엄마는 엄마가 되고 나면 다른 존재가 되기 어렵다던 말도 생각났다. 


책 속에는 세 개의 죽음의 층위가 묘사된다. 현실에서 죽은 형제는 다음 세계에서 만난다. 흰 비둘기가 날아와 창가에서 소식을 전할 수는 있지만, 다른 것은 불가능한 멀고 먼 죽음 뒤의 세계에서 형제는 평화를 위협하는 독재자와 싸운다. 독재자에 대항하는 사람들과 독재자에 복종하는 군대, 독재자에게 그 근원적 힘을 준 괴물이 묘사된다. 그리고, 싸움의 끝에 겨우 쟁취한 평화가 보이려는 이 세계에서 형제는 다시 죽는다. 죽음 뒤의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죽어가는 형을 안고 동생이 절벽으로 뛰어든다. 말미에, 한강의 헌사가 붙어있다. 


나는, 죽음 뒤의 세상에 대한 묘사나, 자유를 위해 싸우는 형제에 대한 묘사를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생떼같은 아이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짧은 묘사조차 없으니, 아이들을 따라 그저 죽음 뒤의 세상을 모험했다. 현실에서 아프던 동생이 죽은 뒤에 건강해져서 말을 타고, 아픈 자신을 안고 불속에서 탈출하느라 먼저 죽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형과 함께 작은 농장에서 산다. 행복이나 작은 평화로만 묘사되던 죽음 뒤의 세상에 어둠이 자라고 있는 묘사도, 어둠에 맞서는 형제의 모험도 흥미진진하게 따라갔다. 그렇지만 나는, 함께 다른 세상을 위해 죽어가는 형을 안고 함께 죽는 동생의 묘사에는 충격을 받았다. 자살,에 대한 나의 입장은, 그걸 그렇다고, 권할 수는 없잖아, 이기 때문에.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은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만, 죽음 뒤의 세계에서 만나자고 함께 죽는 것은 다른 거니까.


서양인의 내세,는 저런 것인가, 이런 생각도 했다. 기독교 이전에 서양인들은 저런 내세관을 가졌던 건가. 동양인이 이승의 죄를 심판받는 위계적 공간을 생각했다면, 서양인들은 좀 더 원시적인 공간들을 생각하는 건가. 

거기에, 자유,를 위해 싸우는 내세의 사람들을 억압하는 독재자의 권력은 근원이 괴물로 묘사되는 자연이고, 결국 그 괴물이 다른 괴물과 싸우다가 죽게 되는 것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인가,라고도 생각했다. 

그 괴물이 동양과 서양에서 다르게 대접받는 용,이라서 더욱 그런 생각들을 했다. 


뚝 떨어진 인간의 두 무리가 다른 믿음들로 살아간다. 한 무리는 두려운 자연을 '악당'으로, 다른 무리는 두려운 자연을 '영물'로 대한다. 두려운 자연을 경배하듯이 권력에 복종하는 것인가, 

서로 다른 도덕률과 가치관이 작동하는 동양과 서양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개인을 벗어난 조직을 대하는 태도로 변한다. 


서양인들이 저게 가능한가, 의심한다는 동아시아의 화약고 한 가운데,서 나름 평화를 누리면서, 이런 생각들로 어지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