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사회,를 읽을 때, 고려시대는 여성의 지위가 높았는데 조선시대에 여성의 지위가 떨어졌다고 말한다.(https://blog.aladin.co.kr/hahayo/13163847지금 내 지위가 낮은지 잘 모르겠어서, 여성의 지위가 높은 세상은 과연 어떤 사회인지 상상이 잘 안 됐다. 

드라마는 오랜만에 시작한 정통사극이었고, 진행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어쩌다 한 번씩 토막난 드라마를 보면서 나라가 되는 가문과 여성들을 본다. 고려의 마지막을 보던 공민왕의 비, 이성계의 경처였고 조선 최초의 왕비가 된 강씨, 이방원의 아내 민씨.

강씨는 이미 장성한 향처의 아들들 대신,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앉힌다. '당신을 어머니로 생각했다'는 이방원에게 핏줄에 대해 말한다. 어미없는 자식의 위치는 그런 거라면서, 자신은 너의 배경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 태도는 오히려, 자신의 죽음 뒤에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고, 조선왕조 내내 극심한 서얼차별을 만들었다. 

민씨는 자신의 남편과 함께 권력을 잡은 순간, 자신의 가문이 권력을 분점할 수 있기를 바랬다. 왕이 된 남편의 신하되기를 거부한 아내는 자신의 오라비들이 죽고, 며느리의 아비가 죽는 걸 본다. 

이미 지나간 날들인 데다가, 주인공이 주인공이니만큼 나는 이방원에 이입해서 보았다. 국가도 결국 환상이지만, 이방원의 행동들에 당위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려 말에 가문이 살아남기 위해 선죽교의 살인자가 되는 순간부터,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나라의 처지를 알게 되고, 결국 왕이 되어 아버지와 형제와 전쟁을 벌일 때에도, 정치가 이방원의 행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이고, 그 다음을 알고 있으니, 세종대왕의 아버지고. 죽임을 당한 세자가 항변했듯이 좋은 왕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거고, 혼란한 정치상황이 얼마나 피로한 지 아는 국민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거다. 무기를 숨겨 자신을 지킨 처가부터 무기를 거둬들이는 정치가 이방원을 나는 지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경처였던 강씨가 죽고 그녀의 자녀들이 실권하는 과정이, 이방원이 권력을 잡도록 도왔던 민씨가 내처지는 과정이 여성의 지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경처와 향처의 지위에 대한 차별이 없어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세운 강씨나, 남편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가문에도 나라의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민씨는 강한 여성들이지만,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의견들이다. 강씨에 대해서는, 이미 사라진 일부다처제가 과연 남성에게만 유리한 제도였던가 의심하고 있지만-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충분히 부유하고 강력한 남자란 희소자원이 아닌가, 싶은 거지. 여자들은 못생긴 남자의 단 한 명의 부인보다, 잘생긴 남자의 백 번째 부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처럼-, 다시 일부다처제인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사회적 억압 가운데, 일부일처제인 사회를 나는 선택하고 싶다. 민씨에 대해서는, 권력자 가문이 아닌 국민의 입장이 되어, 왕이 있는데, 왕의 부인까지 국가를 갖겠다고 해서 동의가 안 된다. 보면 여성 지위가 떨어진 게 맞는 것도 같은데, 그게 나쁜 방향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다행이네, 싶었다. 일개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된 가문이 모계든지 부계든지 하나인 편이 차라리 낫고, 현대 여자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위해 결탁하는 결혼의 선택지가 하나 뿐인 일부일처제가 다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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