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인터넷 검색(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1s1268b)을 가지고 와서는 이게 뭐냐고 묻는다. 그 그림은 원자를 단순화시켜 그린 그림이고, 핵을 중심으로 궤도를 따라 도는 전자를 그렸다. 주기율표는 뭔지, 원자는 뭔지, 분자는 뭔지 묻는다. 예전에 블랙독을 봤을 때 닥쳤던 그 딜레마가 내게 닥쳤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1422180) 게다가 그 설명에는 전자의 배치를 전자구름모델로 P니 S니 하는 것까지 있었다. 

다들 선생질 하려고 든다고 그게 문제라고 맹자님도 써놨던데, 가르치려고 해도 뭘 알아야 가르치지, 싶은 순간이다. 그런데다가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들을 자꾸 자꾸 보는 아들은 주기율표는 뭔지, 이것들의 순서는 뭔지, 원자량은 뭔지 물어본다. 


봐라, 이건 다 상상이야. 알 수가 없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 사람들은 다 잘게 잘게 쪼개면 뭐가 될까 생각했거든. 아주 잘게 쪼갠 가장 작은 단위를 원자라고 이름붙인 거야. 그런데 또 쪼갰어, 원자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가 있다고 설명한 거야.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로 구성된 원자가 분자가 되고 다른 거랑 결합하고. 그런데, 이건 다 상상이야. 정말 그런지는 알 수가 없어.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어떤 성격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말들이야. 정전기가 일어나는 걸 봐, 왜 그럴까 궁리하다가 찾아낸 설명인데, 잘 들어맞으니까 계속 쓰는 거야. 눈에 보이는 현상, 왜 정전기가 일어날까, 왜 촛불은 불면 꺼질까, 같은 질문들을 대답하기 위해 만든 설명이야. 그 설명이 잘 들어맞으니까 계속 사람들이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거야. 원자량은 무게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무게는 아니야. 


내가 이런 식으로 설명하니까, 질문해놓고도 대답을 다 못 듣고 애들이 자꾸 도망간다. 질문해놓고 대답을 다 못 듣고 도망가면서 그러고 또 다음에 질문을 한다. 그것도 꽤나 까다로운 질문들을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를 설명하기 위해 하는 물리학 실험같은 걸 물어보니까. 자꾸 대답이 길어지지. 뭐, 대답이 길어지는 건 내가 쉽게 설명할 만큼 잘 알고 있지 못해서인 거라는 건 알고 있다. 


배움은 계단과 같아. 처음에 자연수를 배우고 음수를 배우는 것처럼 2에서 3을 뺄 수 없다가 빼는 것처럼, 낮은 계단에서는 안 되는 일이 다음에서는 되기도 해. 그런데, 낮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높은 데 있는 걸 알려고 하면 그건 너무 힘든 거야.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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