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애들이랑 요새 뭐하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 때 재미나게 본 드라마 소개를 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니까 너무 부끄러워져서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 때 내가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던 드라마는 제시카 알바가 나오는 다크엔젤(https://search.daum.net/search?w=tv&q=%EB%8B%A4%ED%81%AC%20%EC%97%94%EC%A0%A4%20%EC%8B%9C%EC%A6%8C%201&irk=31151&irt=tv-program&DA=TVP)이었다. 

환혼도 줄거리를 말하려면 부끄럽다. 나는 그걸 믿기로 결심하고 따라가고는 있지만, 그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면 뭐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믿기로 결심하고 따라나선다면 재밌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 주를 결방하고 지난 주 17,18화를 했다. 


얼음돌을 시험하는 와중에 무덕이와 정진각 술사들이 얼음돌의 결계에 갇혔다. 

얼음돌의 바람 안에서 부연이와 무덕이가 만난다. (무덕이 몸의 찐 주인인 진부연과 환혼으로 낙수가 들어온 무덕이)

부연이는 얼음돌의 힘을 원하는 무덕이에게, '비를 원한다면 홍수를 피할 수 없고, 바람을 원한다면 태풍을 피할 수 없다'고 '힘을 원하면서 네가 기쁠만큼만 힘을 누릴 수는 없어'라고 말한다. 환혼,이라는 설정자체가 가지는 어지러움 때문에, 진부연의 몸 안에 진부연의 영혼과 사로잡힌 낙수 조영의 영혼이 서로 다른 존재인 양 이야기한다. 

결계에 함께 갇힌 장욱은 무덕이에게 네게 힘이 돌아오면 좋겠다,면서도 너의 힘이 돌아와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를 떠날까봐 두렵다고 나를 버리지 말라고 그러면 울 거라고 말한다. 무덕이는 부끄러운 말을 참으로 뻔뻔하게도 한다고 말하는데, 다시 장욱은 부끄러움은 참으면 말할 수 있지만, 후회는 제일 나중에 하는 거라 돌이킬 수 없으니 솔직해지라고 말한다. 

무덕이는 이미 결계 안에서 힘을 찾았고, 그 힘을 자신이 차지하는 방법은 결계 안의 사람들을 모두 죽게 하는 방법 뿐이다. 어려운 선택 앞에서 피하는 중에, 결계에 갇힌 다른 환혼인이 술력을 쓸 수 없는 술사들의 수기를 빼앗고 있고, 장욱이 그를 가두려고 나갔다는 말을 들은 무덕이는 장욱을 찾으러 밀실에 가서는 환혼인을 죽인다. 죽은 줄 알았던 장욱이 살아 있음에 안도하고,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게 지난 주말 두 회차의 내용이다. 


써놓으니 낯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후회는 돌이킬 수 없으니, 더들 보시라고도, 내가 좋아서도 적어놓는다. 

보고, 기사들에 '낙수, 살수의 길 포기하고 블라블라'라는 제목이라 뭐지 싶다. 살수가 뭐 좋은 거라고 되고 싶겠어? 무덕이가 힘을 찾고 싶은 것은 불안정한 환혼인이라는 자신의 상태를 회복하려고 하는 거잖아? 욱이도 그래서 얼음돌을 찾아 주겠다고 했던 거고. 힘을 찾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고 싶었지만, 결계 안의 모든 생명을 거둬서 갈 수가 없어서 못 가는 거잖아. 뭔가 꽤나 중한 걸 포기한 듯한 뉘앙스는 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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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08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환혼‘ 열심히 봤습니다. 요즘 애들이 ‘세계관‘이란 말을 쓰던데 그런 느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니까 재밌었어요. 같은 드라마 본 사람으로서 공감하여 댓글 남깁니다*^^*
 
[페이퍼]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 대안은 없는 것일까?

원자력을 전공했다.


90년에 안면도사태가 있었다. 

90년 11월 부터 93년 3월까지 안면도 핵폐기물처분장 반대가 있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길을 막고 무언가 불태우는 화면도 뉴스에 나왔던 거 같다. 


94년에는 굴업도에 처분장을 지으려다가 무산되었다. 지반이 위치가 좋지 않다고 주민이 아홉명이라고 처분장을 만든다니 말이 되냐는 반대여론에 선배 언니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입지는 아니지만, 기술로 보강할 수 있어. 돈이 얼마나 드느냐의 문제지."

 

2005년에는 부안에 처분장을 지으려다가 무산되었다. 


2005년 11월 고준위폐기물은 처분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주에 중저준위폐기물처분장이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https://www.korad.or.kr/korad/html.do?menu_idx=10)


원자력을 전공하다보니, 학교에서 토론회를 했던 기억도 있다. 

이상에 대해 말하는 대학생들 가운데 절대 악이란 있을까, 따위의 하릴없는 생각으로 조금은 고립된 느낌으로 앉아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 원자력의 위험성과 국가의 폭력성에 대해 말하는 자리였다. 마땅히 젊은이가 취해야 하는 태도 그대로, 거대한 국가권력과 자본에 저항해야 한다고들 했다. 핵무기와 원자력발전을 구분하지도 않고, 음모와 의도를 추측하면서 하는 말들 가운데, 후배가 "국가들이 경쟁하고 대립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있으니, 모든 국가가 핵무기 기술을 공유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후배는 아마도,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가져서 생기는 전쟁억지력에 대해서 말한 것 같은데, 나는 '세상에 어떤 미친 놈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심사가 된 거다. 그건 안 돼! 


취업을 하고, 원자력발전소에 일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의 답은 한시적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승만의 선견지명과 박정희의 추진력 가운데 만들어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었을까, 이 선택 없이도 지금의 삶이 가능했을까, 생각한다. 


보잘것 없는 살림살이를 살 때도, 초기투자를 거하게 하고 유지비가 작은 물건을 사는 게 좋은지, 초기투자도 유지비도 거의 비슷한 물건을 사는 게 좋을지 궁리하는데, 전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궁리할 때 그런 생각 안 했겠어?라는 생각을 한다. 

일본의 반핵운동가가 쓴 책을 읽어도 보고( https://blog.aladin.co.kr/hahayo/247746 ) 그 반대논리가 큰 건설비용에 떨어지는 큰 커미션 때문이라는 식이어서 의문을 품는다.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쳤을 때도, '저 사람들이라고 애들 굶기자고 반대하겠어? 돈은 한정되어 있고 우선순위가 다르니까 그런 거지'라고 말하는 나는 그런 악의적 해석(떨어지는 콩고물에 현혹되어 지지한다는)을 의심한다. 


많은 논쟁과 토의 과정을 바라보는 나의 입장이 공학인가, 철학인가, 질문하는 순간이 많다. 


논쟁할 때, 이런 질문을 했었다.

보팔참사,( https://ko.wikipedia.org/wiki/%EB%B3%B4%ED%8C%94_%EA%B0%80%EC%8A%A4_%EB%88%84%EC%B6%9C_%EC%82%AC%EA%B3%A0 )란 게 있었어, 그 때 잠자던 인도사람이 천명 넘게(2800명이 죽었다고) 죽었어. 

체르노빌 사고(https://ko.wikipedia.org/wiki/%EC%B2%B4%EB%A5%B4%EB%85%B8%EB%B9%8C_%EC%9B%90%EC%9E%90%EB%A0%A5_%EB%B0%9C%EC%A0%84%EC%86%8C_%EC%82%AC%EA%B3%A0 )가 있어. 그 때 급성방사선피폭으로 죽은 사람은 스물여덟명이래. 

어느 게 더  위험해? 위험하다는 건 뭐고,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의 근거는 뭐야? 


살충제를 만드는 공장에서 독성화학물질이 누출되서 벌어진 참사와 전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벌어진 참사. 

언니는 화학물질 누출은 통제할 방법이 있을 거 같아서 안 무서운데, 원자력발전소의 연쇄반응은 통제할 방법이 없어서 더 두렵다고 했다. 

남편은 천천히 죽는 것보다 당장 죽는 게 낫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를 더 싫어하고 더 무서워 한다고 했다. 

알라딘에서는 보팔사고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듣는다,는 반응이 있었다. 


쉬운 해결방법이 있으면, 다른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고, 연구 쪽에 있는 언니는 정책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은 전기를 낭비하게 하는 거라 문제라는 말도 듣는다. 


폐기물은 어쩔거야?라는 질문은 조장된 공포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달라진다. 세상 어떤 게 원자력만큼 폐기물 걱정을 하나, 싶다. 폐기물을 문제삼는 당신의 삶에 어떤 폐기물이 그렇게 깨끗하게 사라집니까?라고 질문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금지된 게 2011년이란 걸 알고는 있으신가요? (나는 그 때 그 신문기사를 보고 되게 놀랐었다. 그렇지, 쓰레기를 만들지만 종국에 어디로 가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보이지 않게 치워둘 뿐이 아니냐고. 세상에 완전히 사라지는 무언가가 과연 있기는 합니까?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겁니까? 


전기를 낭비하는 게 나쁘다고 해서, 공포를 조장하는 게 옳아?라는 질문이 생긴다. 

거짓말을 하고 숨긴다고 비난을 받을 때, 과연 숨기지 않는다는 건 뭘까, 질문이 생긴다.

알고 싶다면 알 수 있을 무수한 많은 정보들이 있고https://nsic.nssc.go.kr/main.do ) , 새로운 상황에서 달라지고 있는데 어떤 식의 평판들은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전기가 오던 데로 온다면 아무 상관없다는 어떤 논리들-전기요금을 올려서는 안 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가운데, 정답이란 게 과연 있는가 의심한다.

지금 당장의 답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의 해결은 없다. 


뉴스톱,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을 소개받고 구경갔을 때, '지구온난화, 핵발전소 건설로 막을 수 있나'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291 라는 기사를 봤다. 창간기획이었던 그 기사에서 앞으로 33년간 핵발전소를 4.3일에 한 기꼴로 지어야 205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 참. 이걸 말이라고, 싶어서 아예 해당 매체의 신뢰가 뚝 떨어져 버렸다. 지구적 문제라고 해도, 지역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아마도 어떤 환경론자가 말했을 텐데. 


무기로의 이용가능성, 폐기물의 문제, 두려움, 까지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선택받은 소수에게나 가능한, 전기를 펑펑 쓸 수 있는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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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8-23 15: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족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별족님께서는 원자력을 전공하시고 현업에도 계시니 일반인인 저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시고, 그에 따른 판단을 가지고 계실 것이기에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제 수준을 넘는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의 미래와 관련한 부분에 대한 의견은 시민으로서 말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먼 댓글로 언급하신 제 글도 그 의견의 일부겠지요. 제가 별족님의 글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한계점 - 무기전용, 폐기물 등 - 에도 불구하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원자력이 갖는 장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동감합니다. 이른바 친환경 에너지원 - 태양력, 풍력, 수력 등 - 에 비해 원자력이 갖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마다 에너지원이 갖는 장점과 한계점 중에서 상대적으로 널리 쓰이고 여러 이유로 개발이 많이 진행된 원자력이 유력한 차세대 기술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 발전과는 달리 소량이 유출되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고, 그 위험성이 사용 후에도 남아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 관리가 중요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여겨집니다. 때문에 폐기물 이후 관리까지 원자력 발전의 전체 과정으로 봐야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발전단계까지 주로 고려하는 다른 발전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제 생각에 원자력 발전은 전기생산까지 고려할 뿐, 이후 사후 처리 단계는 후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와도 같다고 여겨집니다. 1988년에 도입된 이후 초기 수급자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후세대에는 많은 부담을 안겨주며 끊임없이 기금소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임을 생각했을 때, 현 세대에 당장 효율적인 발전방식이라고 해서 폐기물 등 이후 단계에 대한 해결방안 없이 가동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는가를 묻게 됩니다. 기금유지에 대한 부담과 함께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담을 지어야 하는 세대는 정작 이러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이러한 사항이 결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요.

지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당장 문닫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현재의 에너지 발전 구조를 미래에도 가져가는 문제는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력을 무조건 미래에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화된 방안과 함께 폐기물 처리를 비롯한 공정 전체에 대한 비용을 원자력 비용으로 포함해서 다른 발전과 경제성, 발전효율 등을 따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자력 발전을 미래에 활용하는 방안에서도 핵융합발전, SMR 등 여러 방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의 원자력 발전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실리콘 결정질을 활용한 태양력의 문제, 풍력의 소음 문제, 수력의 대규모 침수 문제 등도 향후 기술개발로 극복해야겠지요. 이러한 부분에 있어 차세대 에너지원을 원자력으로 한정짓는 것보다 다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원자력을 ‘유일한 차세대 에너지원‘이 아닌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 전제로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겠구요. 제가 쓴 글 중에 현재 원자력기술 현황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알려주시면 저도 알고 있는 내용을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별족님, 부족한 글에 좋은 먼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저도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별족 2022-08-23 15:55   좋아요 5 | URL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원자력만큼 그 이후를 고민하는 산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냉장고를 만드는 회사가 냉장고의 처리를 고민하지 않고,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가 수명을 다한 다음을 고민하지 않지만, 원자력은 그 무엇보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게 충분한 돈을 적립하고 있느냐,는 다시 얼마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일이라 조금은 밀어둡니다.
미래에너지원을 원자력으로 한정짓자,는 의견이라기보다는 전기를 이렇게 펑펑써서는 원자력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라는 정도의 의견입니다.
미래세대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는 수사에 대해서는 과거세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거금을 투입해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했기 때문에 누리는 현재의 특수?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생각해 주십사,하는 마음입니다.
 

왜 갑자기 아들은 그걸 물었을까? 

내가 환혼을 보고 있었나. 


엄마, 영혼이 뭐야? 


이런 질문에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나는 '동서양의 인간이해'(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5917)를 읽고 있는 중이고, 드라마 '환혼'을 열심으로 보고 있는 중이고 대답을 어찌 해야 하나 궁리한다.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차이가 뭘까 궁리하다가 영혼이라는 걸 생각해냈어. 어제까지 알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어제와 다름없는 몸이 눈 앞에 있는데, 어제와 달리 죽었다는데, 이 차이는 무얼까 설명하는 말로 '영혼'이란 걸 생각해낸 거야. 영혼이 있어서, 삶과 죽음이 갈린다고 설명하는 거야. 

아이는 벌써 저만치 설명을 듣지 않는데, 나는 대답을 찾으려 애쓰다가, 내가 하는 대답이 과연 합당한가 정말 그러한가 속으로 의심하면서 또 다른 의문들을 내 안에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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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면 말하기가 어렵다. 

무덕이가 율이에게 하는 그 많은 좋아하쥬,에 율이가 그렇게 말한다. 

정말 좋아한다면 말하기 어렵다고, 그래서 나는 전하지 못했다고. 

율이는 전하지 못했던 말을, 이미 형상은 바뀌고 혼이 잠겨 있는 낙수 앞에서 알고도 모르는 체 에둘러 말한다. 


나는 환혼을 열심히 보고, 환혼 짤들을 찾아보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고, 이야기 속 모든 사람들에 마음이 가서 아픈데, 정작 무슨 말을 쓸 수가 없다.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기도 어렵다. 


집에 오랜만에 갔는데, 엄마가 안 보고 있다고 해서 넷플릭스로 1화부터 쭉 이어서 볼 수 있는 만큼 엄마랑 봤다. 엄마도 같이 봤으면 좋겠다. 막 좋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수다떨고 싶다. 

서사가 복잡한 판타지물이라서 신규 시청자 유입도 어렵고, 십대 딸에게조차 유치하다면서 비웃음을 샀기 때문에 인터넷을 헤맨다. 


사랑은 역시 마음으로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나는 혼을 몸과 분리하고 바꾸기도 하는 이 이분법적 세계관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안에 무엇을 건드리고 있는 건지 설명할 말을 찾아보려고 애쓴다. 


나의 간절함을 알아봐 준 이에 대한 마음,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 비밀을 나누고, 목숨을 걸고 하는 의리기도 하고 도리기도 한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장자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순간 어미는 죽고 아비는 자신의 기문을 막고 떠났다. 가문은 자신을 돌보고 부족할 것 없이 키우지만, 남들 눈에 부러울 것 없는 한량이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문은 막혀 술법을 익히지도 못하는 장욱은 아비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뜻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도 알아준 적 없는 그 간절함을 딱 한 사람이 알아준다. 그 마음을 잊을 수 있나. 


아비의 억울한 죽음과 가문의 멸문을 목격하고 비밀스런 집단의 살수가 되었다. 고립된 계곡에 혼자 살면서 스스로 익혀 술법의 고수가 되었다. 죽음의 순간 사용한 환혼술로 눈먼 작은 여자의 몸에 환혼되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머리가 떨어졌다는 술법의 고수는 작고 힘없는 몸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스승이 되어달라고 한다. 스승이 되어줄 술법도, 기문을 뚫어줄 술력도 없이 나를 알아본 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목숨을 걸어 길을 내어주는 것 뿐이다. 


열기와 한기가 오가는 중의 장욱에게 하는 무덕이의 따뜻한 말은 '너를 보듬는 나의 간절함'이다. 나는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내가 져야 하는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무덕이의 '내가 새알이고, 네가 나를 품어주는 이'라는 말이 장욱에게 따뜻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픔을 버티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나를 품어주는 네가 아니라, 내가 품어야 하는 너인 거라고 생각한다.   


장욱은 원하는 걸 모두 얻고도, 낙수는 삶의 목표를 잃고도, 이제 서로가 삶의 의미가 되어주고 있다. 복수를 동력으로 살아온 낙수가, 사람들을 베어오던 낙수의 삶이 어리석게 이용당한 것이었음을 장욱이 알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그 마음을 뭐라고 할까. 인생을 살아가는 당신의 괴로움을 나도 알고 있다고, 불쌍히 여겨주는 그 마음을. 


좋고 반짝이는 것들만 모아서 사랑이라고 설명하는, 사랑은 몸으로 하는 거라는 서사들이 꽤나 가득찬 가운데, 사랑이 마음의 일이고 그 복잡한 감정의 결들에 대해 말한다. 뒤섞인 감정들, 이용일 수도 있을 서로에 대한 관계, 스승과 제자이기도 도련님과 하인이기도 한 관계 가운데, 점점 변하는 감정들에 마음을 뺏긴다. 


여기에라도 써야지. 또 보고 또 써야지. 

환혼 재밌어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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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열심히 본다. 아빠는 안 보고 애들이랑 넷이서 본방을 봤다. 

이상한 엄마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자꾸 토를 달게 된다. 큰 줄거리 가운데, 가장 이상한 엄마는 우영우의 엄마겠지만, 우선 9화와 10화에 등장하는 자식들 마음에 관심없는 엄마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9화에는 우영우 변호사는 어린이해방군총사령관 방구뽕,을 변호해야 했다. 

자신의 엄마가 운영하는 학원차를 탈취해서, 학원차의 아이들과 네시간 숲속에서 놀았다. 차량 운전기사분께는 수면제가 든 음료를 건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해서 미성년자 약취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설정이다. 무얼하고 노는지 보는데, 아이들과 숲속에서 고구마 구워먹는 장면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미성년자 약취유인,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산불이 날까봐 걱정했다. 저거저거 큰일인데,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다 소나무숲인데. 동화같은 아이들의 놀이장면 묘사에 속으로 저거 되게 힘든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본다. 직업은 '어린이해방군총사령관'이고, 주소는 '어린이의 마음 속'이라고 법정에서 말하는 까다로운 피고를 변호하게 된 우영우는 피해자인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해방'을 원하는 아이들의 현재 묘사에 역시 또 과장이겠지, 의심하면서 본다. 학원에는 초3막내가 검도에 다니는 것 뿐이라서, '방구뽕씨가 학원차를 탈취하고 저렇게 물어보면 너는 내려야 한다'라고 토를 달고, 초3 정도 되는 아이들이 학원 자물쇠반으로 밤 열시까지 밥도 못 먹고 수학문제를 푼다는데 '에이, 저런 데가 정말 있겠어?'라고 말을 보탠다. '우리가 무슨 학대예요? 다 잘 되라고, 지금이 공부습관을 잡아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는 엄마들의 항변에는 딸래미 손을 잡고 '엄마가 미안하다'라고 실없는 사과를 보탠다. 그런 학원을 운영하는 방구뽕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교도소에 보낼 수 없다,면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로 참작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방구뽕씨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죄라는 자각이 없고, 엄마들의 학대가 바로잡히고, 아이들이 해방되기를 원한다. 변호는 방구뽕씨의 바램대로 이루어지고 판결은 보여주지 않는다. 

도대체, 방구뽕은 자신의 엄마와 싸워야 하는데 왜 아이들을 약취유인했던 걸까, 라면서 보았다. 제가 혼자 아들 셋을 건사하느라, 정작 우리 아이가 정신이 병드는 걸 몰랐어요,라고 말하는 엄마와 싸웠어야지, 싶었다. 자신의 엄마만큼 이상한 엄마들이 아이들을 자신처럼 괴롭히니 해방시키고 싶었던 거였지, 이해는 하면서도 역시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행동을 어리석거나 병들었다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자신의 엄마를 무너뜨렸어야지,라고 생각했다. 


10화에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정신연령을 가진 성인여성장애인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남자를 변호하게 된다. 우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놈, 이 설명을 들으면서 나랑 눈을 맞추고 시작한다. 성적인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연령이란 정의를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하는 범죄인가. 어린이와 함께 보니 뭔가 물어볼까봐 조마조마하다. 다 큰 어른들도 자기 재산 다 뿌려가면서 덕질을 하는데,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검사는 기가 막히고,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존재라서 좀 더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는 자신의 증언이 모순되지 않는다,는데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존재???? 에 의문이 자꾸 생긴다. 성교를 묘사할 때 기분이 나쁘다,는 증언을 들어 강간이라니, 참, 나, 첫 성교가 기분좋은 여자가 정말 있어? 내가 설문을 못해봐서 증거가 없네, 라는 심정이었다.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우영우의 입장과 세상으로부터 내 딸을 보호하겠다는 엄마의 입장이 충돌하고, 재판결과 남자는 징역2년 판결을 받았다. 스트레스에 증언 도중 엄마에게 달려간 피해자는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린다. 부정 취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아빠에게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라고 항의하던 우영우가 겹치고, 서로 마음을 확인한 이준호와 우영우가 또 겹치는 사건이다. 검사라도 저런 사건은 재판에 가져가기 힘든데,라면서 큰 딸과 이야기한다. 이용하고 이용당한다,라고 정의는 누가 할 수 있나.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도대체 저 엄마는 자기 딸 심정은 하나도 몰라주네, 그러면서 본다. 


2화 연속 자기 자식 마음은 하나도 안 들여다보는 엄마들을 보고 있자니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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