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하면 말하기가 어렵다. 

무덕이가 율이에게 하는 그 많은 좋아하쥬,에 율이가 그렇게 말한다. 

정말 좋아한다면 말하기 어렵다고, 그래서 나는 전하지 못했다고. 

율이는 전하지 못했던 말을, 이미 형상은 바뀌고 혼이 잠겨 있는 낙수 앞에서 알고도 모르는 체 에둘러 말한다. 


나는 환혼을 열심히 보고, 환혼 짤들을 찾아보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고, 이야기 속 모든 사람들에 마음이 가서 아픈데, 정작 무슨 말을 쓸 수가 없다.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기도 어렵다. 


집에 오랜만에 갔는데, 엄마가 안 보고 있다고 해서 넷플릭스로 1화부터 쭉 이어서 볼 수 있는 만큼 엄마랑 봤다. 엄마도 같이 봤으면 좋겠다. 막 좋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수다떨고 싶다. 

서사가 복잡한 판타지물이라서 신규 시청자 유입도 어렵고, 십대 딸에게조차 유치하다면서 비웃음을 샀기 때문에 인터넷을 헤맨다. 


사랑은 역시 마음으로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나는 혼을 몸과 분리하고 바꾸기도 하는 이 이분법적 세계관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안에 무엇을 건드리고 있는 건지 설명할 말을 찾아보려고 애쓴다. 


나의 간절함을 알아봐 준 이에 대한 마음,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 비밀을 나누고, 목숨을 걸고 하는 의리기도 하고 도리기도 한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장자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순간 어미는 죽고 아비는 자신의 기문을 막고 떠났다. 가문은 자신을 돌보고 부족할 것 없이 키우지만, 남들 눈에 부러울 것 없는 한량이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문은 막혀 술법을 익히지도 못하는 장욱은 아비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뜻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도 알아준 적 없는 그 간절함을 딱 한 사람이 알아준다. 그 마음을 잊을 수 있나. 


아비의 억울한 죽음과 가문의 멸문을 목격하고 비밀스런 집단의 살수가 되었다. 고립된 계곡에 혼자 살면서 스스로 익혀 술법의 고수가 되었다. 죽음의 순간 사용한 환혼술로 눈먼 작은 여자의 몸에 환혼되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머리가 떨어졌다는 술법의 고수는 작고 힘없는 몸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스승이 되어달라고 한다. 스승이 되어줄 술법도, 기문을 뚫어줄 술력도 없이 나를 알아본 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목숨을 걸어 길을 내어주는 것 뿐이다. 


열기와 한기가 오가는 중의 장욱에게 하는 무덕이의 따뜻한 말은 '너를 보듬는 나의 간절함'이다. 나는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내가 져야 하는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무덕이의 '내가 새알이고, 네가 나를 품어주는 이'라는 말이 장욱에게 따뜻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픔을 버티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나를 품어주는 네가 아니라, 내가 품어야 하는 너인 거라고 생각한다.   


장욱은 원하는 걸 모두 얻고도, 낙수는 삶의 목표를 잃고도, 이제 서로가 삶의 의미가 되어주고 있다. 복수를 동력으로 살아온 낙수가, 사람들을 베어오던 낙수의 삶이 어리석게 이용당한 것이었음을 장욱이 알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그 마음을 뭐라고 할까. 인생을 살아가는 당신의 괴로움을 나도 알고 있다고, 불쌍히 여겨주는 그 마음을. 


좋고 반짝이는 것들만 모아서 사랑이라고 설명하는, 사랑은 몸으로 하는 거라는 서사들이 꽤나 가득찬 가운데, 사랑이 마음의 일이고 그 복잡한 감정의 결들에 대해 말한다. 뒤섞인 감정들, 이용일 수도 있을 서로에 대한 관계, 스승과 제자이기도 도련님과 하인이기도 한 관계 가운데, 점점 변하는 감정들에 마음을 뺏긴다. 


여기에라도 써야지. 또 보고 또 써야지. 

환혼 재밌어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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