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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방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4
강석경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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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단 한 구절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으면, 그 책을 '맘에 들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강경한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잊히지 않는 한 마디에 매혹당한 자신에 대한 거부이거나, 들켜버린 자신에 대한 거부이다.

내가 매혹당한 것은, '사루비아꽃이 너무 붉어서'라고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대는 대목이었다. 설명할 수 없이 그저 너무 잊히지 않아서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하였다. '열가지 이유를 대, 그래도 여전하다면' 이라는 인내의 조언들을 듣다가, 단 하나 '사루비아 꽃이 너무 붉어서'라는 이유를 다는 주인공에 놀랐다. 그 이유에 갑자기 공감이 가서, 나도 또 그런 식으로 이유를 달고 싶어져서 놀라고 또 당황하였다.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내게 그런 견고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그런 대답이나 행동이 너무나 진지한 시대를 무심히 지나치려다 입은 자상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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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세기 이후 오퍼스 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정한 옮김 / 이후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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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전에 '에코페미니즘'을 읽었다. 그 모든 것에 감성적으로 동의하면서 궁금한 것은 '자연과 공존하던 인디언들의 현재'를 지금 '에코페미니즘'을 실천하기로 한 현대인의 미래로 만들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가, 였다. 어떻게 폭력에 대항할 것인가. 모두가 공유하지 않는다면, 평화 속에 난무하는 총구는 어떻게 치울 것인가, 평화를 추구하는 생태주의자는 무엇으로 권력을 획득할 것인가.

뭐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말을 모택동이 했다는 걸 모르는 채로도 한나 아렌트의 '폭력은 권력을 만들 수 없다'는 선언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 완전한 답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구인의 입으로 듣는 이 세기에 대한 반성은, 권력과 결부시키지 않고 폭력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자 한 것은 다르게 사고하게 한다. 조금은 편리하게 목적이 다른 폭력이라면 용인하려 한 내게 '폭력은 폭력일 뿐'이라고, '폭력은 권력을 만들 수 없다'는 꾸지람은 분명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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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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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대고 큰 소리로 웃다가, 끝날 즈음, 웃고 있는 나나 '미녀는 괴로워'라고 엄살떠는 칸나나 미워 죽을 지경이 되었다. 얼굴값 한다,라고들 하는 미녀에 대한 편견 여전하고, 그래 성격조차 나쁘면 네가 어디서 남자를 구하냐,는 추녀에 대한 험담이 난무하다. 그래서, 역시 최고의 여자는 원래 예쁜 천연미녀보다는 예상밖의 2세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뚱녀였다가 수억들여 '이룬' '인공의' 미녀다,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눈물나, 여자인 나는. 웃지 않았다고, 읽는 내내 삐딱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말미에 정말 슬퍼졌다고 고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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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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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놓인 하얀 장정의 작은 책을 몇 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였다. 결국은 집에까지 동행하게 된 이 작은 책에서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처음 만났고, 그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같은 주파수대에서 울리는 감수성에 피할 수 없는 느낌이긴 한데, 그게 크고 심각한 건 아니다. 가벼운 듯 진지하다고, 앞뒤가 어색하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니 애석하다.

눈물을 철철 흐르게 하는 심각함없이, 어찌보면 '큰' 일들이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고 있다. 치유력을 깨우게 되는 불행이 있고, 냉담함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포용이 있다. 사실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그토록 죽을 듯이 아프냐고 질문받은 것처럼 지금껏 내가 갇힌 고민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무국적의 세대, 그런 그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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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요정 이야기
바바라 G.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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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을 택해서 입밖으로 내어놓은 다음 순간, 내가 어느 편에 서있는지 놀라면서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이전까지 으레 익숙한 감상들로 읽게 되던 동화에서 어느 순간 나쁜 냄새가 난다고 느껴져서 더이상 읽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차곡차곡 쌓은 관습이나 고정된 사고방식이 그저 역겹기만 해서, 옴싹달싹 할 수 없을 때 상상하는 것은 올바른 것,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고, 아무도 억압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행복한 어떤 것이다.

익숙한 편견들에 눈을 맡기지 않은 것, '괴물'로 묘사되던 것이나, '마녀'로 묘사되던 것을 다르게 보는 것, 혹은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나 소녀에게 백마탄 왕자를 상상하지 않게 하고, 타인을 대할 때 흔한 편견에 자기를 맡기지 않게 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면서 또한 행동하게도 하는 것. 소박하더라도 말하고 행동하는 것. 이 모든 게 이 동화를 쓴 그녀나 내가 함께 바라는 게 아닐까. 매끄럽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딛었으니 다음 걸음도 이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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