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1화는 소금군, 후추양, 간장변호사


1화에 살짝 불편한 감정은 11화에서 훨씬 짙어졌다. 

1화에서 할머니가 때려서 할머니를 상해치상으로 형사재판에 서게 했던 할아버지는 재판 말미에 죽는다. 의처증이 있던 할아버지와 그래도 평생을 해로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정말로 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라마는 그린다. 그런데, 나는 이야기에서 보이는 것처럼 의사가 그 자체를 번복할 만큼 외상이 없었다면, 재판까지 갈 수 있었을까 의심하고, 우영우가 할머니가 '죽일 의사가 없었다'를 단정하는 것에 무엇이 먼저일까 의심한다. 할머니가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해치상으로 유죄를 받으면 할아버지가 죽은 다음 상속받지 못한다,라는 법적인 제약에 대한 인식이 먼저일까, 할머니의 죽기를 바라면서 커튼을 치는 복잡한 마음을 인식하는 게 먼저일까. 우영우처럼 법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세상에 법처럼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의도를 의심하는 거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가 결국 그 할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재판에 나서는 변호사가 스스로 검투사 같은 마음으로 이기겠다고 나서는 걸 알기 때문에 언제나 결투를 회피하는 인간인 나는, 정황을 설명하고 재판정이 없는 편이 낫다고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게 더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많은 걸 가렸고, 우영우는 재판에 이겼지만, 나는 공연히 작가의 의도로 죽어 나간 허염선생님(죄송합니다. 아직 환혼의 마지막화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이라서, 환혼 속에서 그 분 배역입니다)에 마음이 쓰인 거지. ㅋ


11화에서 로또에 당첨된 남편은 조강지처를 배신하고 새롭고 사치스러운 삶은 새로운 여자와 시작하려고 한다. 로또 재판에 증인이 되었던 소이(죄송합니다. 아직 환혼...)와 조강지처의 분식집을 빠져나와 팔짱을 끼고 걷는 남자는 로또당첨금은 기여분이 없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법적 자문을 받고 부인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중이다. 분식집을 뒤엎고 새로 산 비싼 차를 끌고 나서는 그 남자는 대책없이 트럭에 완전히 깔려서 죽는다. 우영우,가 의뢰인의 비밀을 발설할 수 없는 채로, 부인에게 감정이입해서는 간장 변호사노릇을 하고 있는 것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데 -나는 사실, 5화의 우당탕당 vs 권모술수,에서도 누가 권모술수,를 부렸는가에 확실히 우영우,라고 생각하고, 우영우가 법을 사랑한다면서 무언가 융통성을 발휘하려는 게 아주 보기 싫었다-, 이 모든 갈등상황을 그런 식으로 종결한다는 게 싫었다. 

작가는 아마도 보는 사람들이 이걸 통쾌해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이혼하지 않은 부인이 결국 로또 당첨금을 상속받는 것이 인과응보라고 바람직하고 원하는 결말일 거라고. 그런데, 나는 결과가 그렇게 가깝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작가가 너무 편리하게 처리해버렸어,라고 그걸 원한다고 시청자를 단정했어,라고 생각했다. 

삶은 길고, 쉽고 편리한 해결은 드라마밖에 없으니, 그걸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을지 모르나, 시청자를 너무 무시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회차에 3년은 걸리는 한 사건을 끝내는 드라마의 형식 자체가 판타지라는 걸 알고 있지만, 작가가 지나치게 드러나서 쉽게 종결지으려는 것에 불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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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애들이랑 요새 뭐하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 때 재미나게 본 드라마 소개를 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니까 너무 부끄러워져서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 때 내가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던 드라마는 제시카 알바가 나오는 다크엔젤(https://search.daum.net/search?w=tv&q=%EB%8B%A4%ED%81%AC%20%EC%97%94%EC%A0%A4%20%EC%8B%9C%EC%A6%8C%201&irk=31151&irt=tv-program&DA=TVP)이었다. 

환혼도 줄거리를 말하려면 부끄럽다. 나는 그걸 믿기로 결심하고 따라가고는 있지만, 그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면 뭐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믿기로 결심하고 따라나선다면 재밌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 주를 결방하고 지난 주 17,18화를 했다. 


얼음돌을 시험하는 와중에 무덕이와 정진각 술사들이 얼음돌의 결계에 갇혔다. 

얼음돌의 바람 안에서 부연이와 무덕이가 만난다. (무덕이 몸의 찐 주인인 진부연과 환혼으로 낙수가 들어온 무덕이)

부연이는 얼음돌의 힘을 원하는 무덕이에게, '비를 원한다면 홍수를 피할 수 없고, 바람을 원한다면 태풍을 피할 수 없다'고 '힘을 원하면서 네가 기쁠만큼만 힘을 누릴 수는 없어'라고 말한다. 환혼,이라는 설정자체가 가지는 어지러움 때문에, 진부연의 몸 안에 진부연의 영혼과 사로잡힌 낙수 조영의 영혼이 서로 다른 존재인 양 이야기한다. 

결계에 함께 갇힌 장욱은 무덕이에게 네게 힘이 돌아오면 좋겠다,면서도 너의 힘이 돌아와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를 떠날까봐 두렵다고 나를 버리지 말라고 그러면 울 거라고 말한다. 무덕이는 부끄러운 말을 참으로 뻔뻔하게도 한다고 말하는데, 다시 장욱은 부끄러움은 참으면 말할 수 있지만, 후회는 제일 나중에 하는 거라 돌이킬 수 없으니 솔직해지라고 말한다. 

무덕이는 이미 결계 안에서 힘을 찾았고, 그 힘을 자신이 차지하는 방법은 결계 안의 사람들을 모두 죽게 하는 방법 뿐이다. 어려운 선택 앞에서 피하는 중에, 결계에 갇힌 다른 환혼인이 술력을 쓸 수 없는 술사들의 수기를 빼앗고 있고, 장욱이 그를 가두려고 나갔다는 말을 들은 무덕이는 장욱을 찾으러 밀실에 가서는 환혼인을 죽인다. 죽은 줄 알았던 장욱이 살아 있음에 안도하고,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게 지난 주말 두 회차의 내용이다. 


써놓으니 낯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후회는 돌이킬 수 없으니, 더들 보시라고도, 내가 좋아서도 적어놓는다. 

보고, 기사들에 '낙수, 살수의 길 포기하고 블라블라'라는 제목이라 뭐지 싶다. 살수가 뭐 좋은 거라고 되고 싶겠어? 무덕이가 힘을 찾고 싶은 것은 불안정한 환혼인이라는 자신의 상태를 회복하려고 하는 거잖아? 욱이도 그래서 얼음돌을 찾아 주겠다고 했던 거고. 힘을 찾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고 싶었지만, 결계 안의 모든 생명을 거둬서 갈 수가 없어서 못 가는 거잖아. 뭔가 꽤나 중한 걸 포기한 듯한 뉘앙스는 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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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08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환혼‘ 열심히 봤습니다. 요즘 애들이 ‘세계관‘이란 말을 쓰던데 그런 느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니까 재밌었어요. 같은 드라마 본 사람으로서 공감하여 댓글 남깁니다*^^*
 

너무 좋아하면 말하기가 어렵다. 

무덕이가 율이에게 하는 그 많은 좋아하쥬,에 율이가 그렇게 말한다. 

정말 좋아한다면 말하기 어렵다고, 그래서 나는 전하지 못했다고. 

율이는 전하지 못했던 말을, 이미 형상은 바뀌고 혼이 잠겨 있는 낙수 앞에서 알고도 모르는 체 에둘러 말한다. 


나는 환혼을 열심히 보고, 환혼 짤들을 찾아보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고, 이야기 속 모든 사람들에 마음이 가서 아픈데, 정작 무슨 말을 쓸 수가 없다.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기도 어렵다. 


집에 오랜만에 갔는데, 엄마가 안 보고 있다고 해서 넷플릭스로 1화부터 쭉 이어서 볼 수 있는 만큼 엄마랑 봤다. 엄마도 같이 봤으면 좋겠다. 막 좋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수다떨고 싶다. 

서사가 복잡한 판타지물이라서 신규 시청자 유입도 어렵고, 십대 딸에게조차 유치하다면서 비웃음을 샀기 때문에 인터넷을 헤맨다. 


사랑은 역시 마음으로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나는 혼을 몸과 분리하고 바꾸기도 하는 이 이분법적 세계관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안에 무엇을 건드리고 있는 건지 설명할 말을 찾아보려고 애쓴다. 


나의 간절함을 알아봐 준 이에 대한 마음,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 비밀을 나누고, 목숨을 걸고 하는 의리기도 하고 도리기도 한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장자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순간 어미는 죽고 아비는 자신의 기문을 막고 떠났다. 가문은 자신을 돌보고 부족할 것 없이 키우지만, 남들 눈에 부러울 것 없는 한량이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문은 막혀 술법을 익히지도 못하는 장욱은 아비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뜻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도 알아준 적 없는 그 간절함을 딱 한 사람이 알아준다. 그 마음을 잊을 수 있나. 


아비의 억울한 죽음과 가문의 멸문을 목격하고 비밀스런 집단의 살수가 되었다. 고립된 계곡에 혼자 살면서 스스로 익혀 술법의 고수가 되었다. 죽음의 순간 사용한 환혼술로 눈먼 작은 여자의 몸에 환혼되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머리가 떨어졌다는 술법의 고수는 작고 힘없는 몸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스승이 되어달라고 한다. 스승이 되어줄 술법도, 기문을 뚫어줄 술력도 없이 나를 알아본 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목숨을 걸어 길을 내어주는 것 뿐이다. 


열기와 한기가 오가는 중의 장욱에게 하는 무덕이의 따뜻한 말은 '너를 보듬는 나의 간절함'이다. 나는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내가 져야 하는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무덕이의 '내가 새알이고, 네가 나를 품어주는 이'라는 말이 장욱에게 따뜻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픔을 버티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나를 품어주는 네가 아니라, 내가 품어야 하는 너인 거라고 생각한다.   


장욱은 원하는 걸 모두 얻고도, 낙수는 삶의 목표를 잃고도, 이제 서로가 삶의 의미가 되어주고 있다. 복수를 동력으로 살아온 낙수가, 사람들을 베어오던 낙수의 삶이 어리석게 이용당한 것이었음을 장욱이 알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그 마음을 뭐라고 할까. 인생을 살아가는 당신의 괴로움을 나도 알고 있다고, 불쌍히 여겨주는 그 마음을. 


좋고 반짝이는 것들만 모아서 사랑이라고 설명하는, 사랑은 몸으로 하는 거라는 서사들이 꽤나 가득찬 가운데, 사랑이 마음의 일이고 그 복잡한 감정의 결들에 대해 말한다. 뒤섞인 감정들, 이용일 수도 있을 서로에 대한 관계, 스승과 제자이기도 도련님과 하인이기도 한 관계 가운데, 점점 변하는 감정들에 마음을 뺏긴다. 


여기에라도 써야지. 또 보고 또 써야지. 

환혼 재밌어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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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열심히 본다. 아빠는 안 보고 애들이랑 넷이서 본방을 봤다. 

이상한 엄마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자꾸 토를 달게 된다. 큰 줄거리 가운데, 가장 이상한 엄마는 우영우의 엄마겠지만, 우선 9화와 10화에 등장하는 자식들 마음에 관심없는 엄마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9화에는 우영우 변호사는 어린이해방군총사령관 방구뽕,을 변호해야 했다. 

자신의 엄마가 운영하는 학원차를 탈취해서, 학원차의 아이들과 네시간 숲속에서 놀았다. 차량 운전기사분께는 수면제가 든 음료를 건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해서 미성년자 약취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설정이다. 무얼하고 노는지 보는데, 아이들과 숲속에서 고구마 구워먹는 장면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미성년자 약취유인,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산불이 날까봐 걱정했다. 저거저거 큰일인데,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다 소나무숲인데. 동화같은 아이들의 놀이장면 묘사에 속으로 저거 되게 힘든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본다. 직업은 '어린이해방군총사령관'이고, 주소는 '어린이의 마음 속'이라고 법정에서 말하는 까다로운 피고를 변호하게 된 우영우는 피해자인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해방'을 원하는 아이들의 현재 묘사에 역시 또 과장이겠지, 의심하면서 본다. 학원에는 초3막내가 검도에 다니는 것 뿐이라서, '방구뽕씨가 학원차를 탈취하고 저렇게 물어보면 너는 내려야 한다'라고 토를 달고, 초3 정도 되는 아이들이 학원 자물쇠반으로 밤 열시까지 밥도 못 먹고 수학문제를 푼다는데 '에이, 저런 데가 정말 있겠어?'라고 말을 보탠다. '우리가 무슨 학대예요? 다 잘 되라고, 지금이 공부습관을 잡아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는 엄마들의 항변에는 딸래미 손을 잡고 '엄마가 미안하다'라고 실없는 사과를 보탠다. 그런 학원을 운영하는 방구뽕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교도소에 보낼 수 없다,면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로 참작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방구뽕씨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죄라는 자각이 없고, 엄마들의 학대가 바로잡히고, 아이들이 해방되기를 원한다. 변호는 방구뽕씨의 바램대로 이루어지고 판결은 보여주지 않는다. 

도대체, 방구뽕은 자신의 엄마와 싸워야 하는데 왜 아이들을 약취유인했던 걸까, 라면서 보았다. 제가 혼자 아들 셋을 건사하느라, 정작 우리 아이가 정신이 병드는 걸 몰랐어요,라고 말하는 엄마와 싸웠어야지, 싶었다. 자신의 엄마만큼 이상한 엄마들이 아이들을 자신처럼 괴롭히니 해방시키고 싶었던 거였지, 이해는 하면서도 역시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행동을 어리석거나 병들었다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자신의 엄마를 무너뜨렸어야지,라고 생각했다. 


10화에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정신연령을 가진 성인여성장애인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남자를 변호하게 된다. 우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놈, 이 설명을 들으면서 나랑 눈을 맞추고 시작한다. 성적인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연령이란 정의를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하는 범죄인가. 어린이와 함께 보니 뭔가 물어볼까봐 조마조마하다. 다 큰 어른들도 자기 재산 다 뿌려가면서 덕질을 하는데,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검사는 기가 막히고,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존재라서 좀 더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는 자신의 증언이 모순되지 않는다,는데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존재???? 에 의문이 자꾸 생긴다. 성교를 묘사할 때 기분이 나쁘다,는 증언을 들어 강간이라니, 참, 나, 첫 성교가 기분좋은 여자가 정말 있어? 내가 설문을 못해봐서 증거가 없네, 라는 심정이었다.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우영우의 입장과 세상으로부터 내 딸을 보호하겠다는 엄마의 입장이 충돌하고, 재판결과 남자는 징역2년 판결을 받았다. 스트레스에 증언 도중 엄마에게 달려간 피해자는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린다. 부정 취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아빠에게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라고 항의하던 우영우가 겹치고, 서로 마음을 확인한 이준호와 우영우가 또 겹치는 사건이다. 검사라도 저런 사건은 재판에 가져가기 힘든데,라면서 큰 딸과 이야기한다. 이용하고 이용당한다,라고 정의는 누가 할 수 있나.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도대체 저 엄마는 자기 딸 심정은 하나도 몰라주네, 그러면서 본다. 


2화 연속 자기 자식 마음은 하나도 안 들여다보는 엄마들을 보고 있자니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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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건이라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이미 아는 일인데도, 이유가 역시 궁금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e6AzsJr-zU )

남편도 모르게 임신하고 출산한 부인은 자신이 출산한 영아를 셋이나 살해했다. 아무 것도 모르던 남편은 어느 날 집 냉동고에서 영아사체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과정에 이 프랑스인 부부는 출국했고, 모든 DNA결과가 부부를 가르킨다는 수사결과에 우리나라 과학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프랑스 언론도 기억이 나고, 끝까지 부인하던 부부의 인터뷰 장면도 나온다. 수사자료를 넘겨받고 모든 분석을 마친 프랑스에서도 그 부인은 역시 아이들의 엄마였다. 

오랜 심문과 정신감정에서 그 부인은 임신거부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미성년자 살해에도 불구하고, 병이 참작되어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감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결혼도 했고, 부유하고, 이미 아이도 둘이나 있다. 그런데도 그 부인은 임신거부증,이 생겨서 임신을 잊고, 엄마에게 잊힌 태아는 숨죽인 채 존재를 숨기며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괴물처럼 엄마에게서 분리된다. 그 상황을 맞닥뜨리는 여자는 아이를 아이로 인지하지도 못한다. 

임신거부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말하면서, 살인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용인하지 못한다는 말이 더해진다. 

간절히 아이를 원해서 일없이 배를 부풀리는 상상임신이 있으니, 아이가 필요없어서 존재하는데도 존재를 부인하는 임신거부증이 있을 수도 있는 건가. 

어떤 문명은 아이가 필요없다는 생각을 계속 계속 만들어내면서도 아이를 만들 수 있는 성교는 그저 이성애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건가. 여자는 아이를 원하지도 않으면서도 남편과 성교하고, 절대 임신일 리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건가. 잊고 거부하고 결국 살해하는 이야기 가운데, 사랑하니 당연히 성교하지만, 아이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기형적인 문명의 모습을 본다.  

왜 나를 낳았느냐고 혹시라도 아이가 나를 비난한다면, 네가 나에게 온 게 아니냐고 반문할 마음을 단단히 먹은 나에게는 아이와 나의 관계에 능동성이 없는데, 저 이야기 속의 능동성에 놀란다. 


엄마조차 거부하면, 아이는 살아남지 못한다.

사람은 얼마나 신기한가. 

생각이나 감정은 몸에, 몸은 생각이나 감정에 얼마나 많이 좌우되는가. 

존재를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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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03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어떤 글을 읽다가 이선옥 작가를 알게 되었고 <단단한 개인>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단한 개인 리뷰를 찾아 읽다가 별족님에게 다다랐고 별족님의 성실한 글들을 링크하신 이전 글들까지 죽 읽어 내려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말 하는 사람은 많지만 듣는 사람은 적고 판단을 내리기 전에 곰곰히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별족님의 좋은 글들 잘 읽었습니다.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별족 2022-11-03 08: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