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 줄타기꾼 필리프 프티의 세계무역센터 횡단기
필리프 프티 지음, 이민아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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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쌍둥이빌딩으로 불리는 세계무역센터 건물 사이에 줄을 설치하고 그 위, 공중(空中)을 걷고 춤추었던 필리프 프티. 무려 400미터의 고공이었다.

 


“어찌되었건, 나야 몇 달 뒤면 죽을 사람인걸.”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면서,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그를 저 높은 공중으로 이끌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안개, 진동, 바람’ - 미세한 공기의 떨림으로도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꿈을 싹틔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자유가, 모험이 그리운 것이다.”


 

     자유를 그리워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꿈에 가둔 죄수’였다. 자유와 모험을 향한 열망 - 필리프 프티를 400미터 고공으로 이끌었던 바람().

 

 

     그 아득한 허공에 발을 내딛기까지 필리프 프티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 작업을 하였다. 허공에 매달려 걷고 춤추었던 여덟 시간을 위하여 그는 육 년이라는 세월 동안 쌍둥이빌딩만을 생각하고 연구하며 살았다. 허공과의 전투, 혹은 구름 위의 산책을 열망했던 육 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마침내 구름 위를 걷듯 허공을 날기까지의 기록 -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 이 책을 만났다. 전 세계의 선수들이 저마다 멋진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았다. 나와 같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도 보았다. 환호와 실망, 격려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순간을 위해 선수들이 보냈을 시간들, 힘겨운 순간들을 버티게 해주었을 그 무엇을. 그리고 나의 공중(空中)을 생각하였다. 저 공중에 발을 딛기 위해 내가 보내왔던 시간들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생각했다. 텅 빈 공중 - 내 눈에만 보이는 저 허공으로 나를 이끌어줄 힘은 무엇일까. 나를 날게 해줄 허공이 허방은 아니기를. 추락하지 말기를.

 


 “그 무엇보다도, 나의 몸부림을 달래주고 나의 성취를 독려해주고 혹은 다정하게 나를 놀리거나 그저 한번씩 웃어주더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를 날려버린 것은 ㅡ 아, 바람...... 늘 바람이었는데!”


 

     우리를 구름 위로 이끌다가도 한순간 날려버리는 바람(, )은 무섭다. 그렇지만 바람이 있어 우리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바람을 타고 도착한 곳, 필리프 프티에게 그곳은 공중, 혹은 구름 위였다. ‘실체가 있는 것과 덧없는 것 사이’를 걸으면서 그가 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고도와 고독이 결합된’ 그 순간, 말없는 허공에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리고 나는 나의 허공에서,

 

 

     필리프 프티의 세계무역센터 횡단기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 이 책은 나의 바람과 저 드높은 공중을 일깨워준다.

     바람이 분다. 눈을 감고 바람에 나를 맡긴다. 고요함을 존중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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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 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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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제목에 혹했다.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만남과 헤어짐 - 남녀관계를 그려낸 단편집이다. 연애소설을 즐겨 읽지 않지만, 요시다 슈이치, 그 이름을 익히 들어온 터라 선택했다.





    열한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연히 만난 여자와 남자의 에피소드. 그들의 만남과 이별에는 납득할 만한 사건도, 이유도 없다. 소설적 개연성이 아쉽다. 단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남자의 집에 눌러앉게 된다. 여자는 매일 남자가 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린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여자는 떠난다 「장대비 속의 여자」 .




 
    맛없는 문장과 빈약한 스토리 구성은 열한 번째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계속된다. 통속적이라서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글쎄, 통속성이나마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 청춘. 청춘을 이렇게 잡스럽게 묘사한 소설도 드물 것 같다. 만남과 헤어짐, 관계의 아득함 속에서 배회하는 청춘을 그리려던 걸까. 그럴 듯하게 생각해보려 해도 역시 형편없다.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찌질한” 남녀 군상은 어떤 의미도, 감정도 일으키지 못한다. 읽는 내내 말라비틀어진 식빵 조각을 씹어 삼키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만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집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실망감이 너무 크다. ‘아쿠타가와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사랑 소설’ 책 표지 문구의 유혹(한 번). 감성적인 표지 그림과 제목, 목차(두 번). 독자는 두 번 속는다. 힘없는 문체와 찌질한 스토리 구성으로 일관하는 열한 번째 이야기까지 만난 독자의 마음은 떠난다(한 번). 그의 다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책장에 꽂힌 [악인]. 무척 기대하고 있던 작품인데, 얼마간은 마음이 가지 않을 것 같다(두 번). 독자는 두 번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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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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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스레인지 불을 껐는지, 문단속을 잘 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여자, 직장 상사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남자 등, 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 직한 강박증, 심리적 문제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불안한 일상을 포착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불안, 은밀한 욕망을 훔쳐보면서 어쩌면 나는 안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무엇보다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었던 것은 정신과 의사의 독특한 처방이었다. 그 처방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었다. 문제를 피하지 말고 직면하라는 것.



    [공중그네]의 서평이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습관이 있다. 오랜 시간 되풀이되는 행위에서 굳어진 행동방식. 그것이 습관이다. 습관을 달리 말해 버릇이라고도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은 버릇 - 습관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고 있다. 좋은 습관은 우리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주지만, 나쁜 습관은 불만을 누적시켜 마침내는 우리 일상을 위협하기도 한다. 나는 크고 작은 습관들, 그 중에서도 나쁜 습관들을 많이 갖고 있다. 결벽증, 강박증.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그 놓인 모양새도 변함이 없어야 마음이 놓인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주우면서 다니는가 하면, 바지 지퍼가 잘 채워졌나, 눈에 눈곱이 있을까 수시로 눈을 비비며 확인한다. 그러나 언제나 바지 지퍼는 잘 채워져 있는 상태고, 눈에 눈곱쯤 끼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질 일도 없다. 이런 이상한 습관 때문에 나의 일상은 피곤하다.





     이 책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는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습관에서부터 기이하고 병적인 습관들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에 웅크리고 있는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우리를 피곤하게, 당황스럽게, 경악하게도 만드는 습관들 저변에 뿌리내리고 있는 불안, 불만 등 심리적 원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를 갉아먹고 있는 나쁜 습관들을 지속시키는 심리적 원인들을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





    나쁜 습관들은 주로 스트레스 - 억압, 불만 (등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억압이나 불만은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치유하려면 우리가 부정하거나 무시한 욕망들, 우리 마음의 본모습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앞서 얘기했던 [공중그네]가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위무해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독특한 처방법 - 그 현명한 처방법 때문일 것이다.





    깊은 무의식의 우물, 거기 일그러진 내 얼굴이 있다. 흐르기를 멈춘, 고인 시간이 있다. 좌절된 욕망, 뒤틀린 내 모습, 악취 나는 시간과 직면하는 순간은 괴롭다. 하지만 순간순간 나를, 그리고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나쁜 습관들을 품고 사는 것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숨겨진 욕망, 나쁜 습관들, 그 뒤틀린 얼굴과 똑바로 대면할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조그만 용기를 얻었다. 일상을 위협하는 불편한 습관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변화를 시작하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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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누구일까?
레이첼 리벳 지음, 크티시스 옮김, 두브라브카 콜라노빅 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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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두 마리가 날고 있다. 하늘은 노을져 붉다. 눈부시지 않아 눈이 편안한 하늘이다. 맞은편에 책 제목이 박혀 있다.  내 친구는 누구일까, 그 아래에는 다람쥐 한 마리가 있다. 시커먼 눈동자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다람쥐는 두 손을 가지런히 볼에 갖다대고서 갸우뚱 고개가 모로 기울어져 있다. 무슨 생각엔가 골몰해 있는 듯, 그러나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귀엽다.

 

    내 친구는 누구일까, 아마도 다람쥐는 '친구'를 생각하는가 보다. 다람쥐의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그림에 덩달아 나도 묻는다. 내 친구는 누구일까. 내 친구는…….

 

 

2.

    아기다람쥐는 엄마다람쥐에게 묻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엄마는 말한다.

    "소중한 것? 그건 저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거야. 그러니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구나."

    아기다람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온다. 집 밖에 나온 아기다람쥐는 까마귀에게, 시냇물에게, 너도밤나무에게, 달에게 묻는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가 만난 다양한 인물들, 생물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저마다 자신의 처지에서,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다.

 

 

    아기다람쥐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나 보다.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잊지 않고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상식적인 것을 준수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쉽게 분노한다.  목적을 달성했다면 염치도 잊고 막무가내로 함부로 하는 난장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내 친구는 누구일까>에서 나는 다람쥐, 아기다람쥐의 예의바른 행동, 그리고 고마워할줄 아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동화라는 것은 단순히 읽고 즐길 수 있는 것 그 이상이다. 교육이 목적일 경우, 결과물만을 얻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어쩌면 가장 기본을 지키지 못해서 벌어지는 난장이 아닐까.

 

 

3.

    <내 친구는 누구일까>의 활용성은 다양하다.  인간 도리를 배우는 것이야 기본이겠고, 부모자녀관계를 탐색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엄마다람쥐의 배려였다. 엄마다람쥐는 아기다람쥐의 물음에 그건 그렇고 이건 그렇고 우쭐대면서 정답을 내놓지 않았다.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서도 아기다람쥐가 찾아갈 수 있도록 하나의 길을 터준다. 아기다람쥐 스스로 알아가도록 엄마다람쥐는 기다려주었다. 참사랑의 진면목을 엄마다람쥐의 배려에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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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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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읽으면서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는 어떤 책을, 어떠한 연유로 오래 기억하고, 때때로 힘을 얻었고, 그 영향력의 유효기간은 또 얼마였으며, 또 나는 왜 지금 책을 집어들고 있고, 읽어가며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는 직면이다.  당혹스럽다.  그 끝에 문소리, 신경숙이 쓴 짧지만 강한 능낌의 글편들이 있다.

 

 

    2.  외로움

     나는 무엇 때문인지, 문소리 님이 쓴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도 참 외롭구나.  외로웠겠구나.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동정이 아니다. 연민이 아니다. 그러한 감정은 너무도 값싸고 무책임하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안 됐다, 안쓰럽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무책임한 타인의 호기심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나는 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알고 있다.

 

   3.  외로움의 힘

    외로움음 힘이 아니다.  하지만 구태여 '힘'으로 마침을 두는가.  그 이유는, 외로움 자체는 힘이 아닌 고통이지만 그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행동'은 힘이다.  캄캄한 어둠 가운데도 한 줄 빛이 있고, 한낮보다 더 선명하고 뚜렷하다.  몸이 힘들고 고된 날도 물론이거니와 마음이 지치고 상처받은 날, "기분은 어떠세요?" 물어봐 주는 마음이 고맙다. "당신 참 힘들겠군요."라는 말도 참 고맙지만 그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질문 "기분은 어떠세요?". 그것이 관심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주는 힘이 아니다.  관심은 있어주는 당신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문소리님의 글편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외로움뿐이었다면 나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손에 쥐어진 책, 책을 펼치고 읽는 행동, 그것은 적극성이다.  자신을 위한 행동이다.  실제 행동 범위는 적지만 책이라는 것의 공간이 사각의 틀, 그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문소리님의 행동은 굉장한 용기이다.    

 

    4.  수용하는 하루

     외로움에서 나는 그와 동질성을 느꼈다.  하지만 버성기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단순히 거리감이라 할까.  아니다.  나는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과거완료형 시제로 읽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 유명짜한 분들의 글이 끄당기는 힘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이 얻어낸 인지도 때문에 거리감을 느꼈다.  나는 내 삶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데 그들은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보기에는, 아무래도 완벽해 보였다.  먼 곳에서 보기에 참으로 아름다웠더라, 나는 되새긴다.  먼 산이 더 아름답고, 경이로운 이유는 아무래도 세세한 것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삶은 과정이다.  매 순간순간이 고통이다.  댕돌처럼 딴딴한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징검돌 삼아 밟고 간다면 어떨까.  그러면서 나는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다시 훑어보았다.  나와 다르지 않는, 하지만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그들 역시 오늘 하루는 고통일 수도 있다.  그 고통을 어떻게 수용하고 다듬느냐에 따라 지금 이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펼쳐잡아 오랜 시간 함께했을 책, 내가 아는 책도 있었고 새로이 알게 된 책도 당연 있었고, 내가 알아야 할 책, 그런데 잊고 지냈던 책 역시 있었다.  어쨌든간에 '책'이다.  다행히 내게는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은 잔존하고 있다.  내가 책을 알아간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내가 책을 샀다는 태도를 지녔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은 뒤틀렸다. 

 

    5.  만남의 필연

     책이 나를 부르고 있다.  나는 그소리에 이끌려 책방으로, 인터넷 서점으로 몸을 돌린다. 가는 것, 부르는 책을 찾아가는 것은 내 의지임에 틀림없다.  나를 부르는 책의 소리, 그 메아리를 듣고 못 듣는 것은 아무래도 우연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책을 만나는 것, 내가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다.  책과의 만남을 도모하는 나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요한 것은 인연이 닿았다는 것이다.  현실계의 사람만이 인연이 아니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그 많은 인연들 가운데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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